변호사 윌리엄 베일리
If물: 액슬 로즈가 음악인 대신 변호사의 길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아주 미약한 이지액슬 요소 有
학창 시절의 친구 제프리 이즈벨이 함께 밴드를 하자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사코 거절하는 빌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물었다. 네 세상에서 음악만큼 큰 의미를 지니는 건 없지 않냐고. 나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열지 않겠냐고.
물론 그랬다. 하지만 고작 열 넷이었던 빌리는 자신에게 제프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몇 날 며칠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학교 앞 스케이트보드장에서, 마을의 유일한 레코드샵에서, 별이 떨어질 법한 밤하늘 아래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죽어가도록 긍정의 답안이 돌아오지 않자 이내 깨끗이 포기하였는지 더 이상 밴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음악이라는 연결고리에서 어그러짐이 생기자 둘의 사이는 점차 멀어졌다. 제프리는 아슬아슬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로스엔젤레스로 떠났다. 몇 달 정도는 간간히 들려오던 소식도 빌리의 법학대학 합격증명서가 집 앞 우편함에 꽂혀있었을 즈음엔 완전히 끊겨버렸다.
그 이후로 약 7년. 거의 서른 개에 달하는 개수의 계절이 라파예트를 지나갔다. 그동안 윌리엄 베일리에게는 차츰 변화가 생겼다. 그는 정장을 입고, 한쪽 깃에는 변호사 배지를 단 채 도시의 상냥한 일면을 거닐게 되었다. 변호사가 된 윌리엄 베일리는 실로 오래간만에 고향 친구의 근황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에 비치된 텔레비전으로부터. 이제 친구라고 부르기엔 너무 멀어져버린 제프리 이즈벨, 아니, 이지 스트래들린은 현재 떠오르는 신성 록밴드의 일원으로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텔레비전 속에 언뜻 비친 그의 모습은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었다. 괜히 찡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와 자신은 한때 같은 불꽃을 가슴에 품었지만, 그의 불꽃은 찰나를 견디지 못하고 꺼져버렸다. 하지만 이지는 달랐다. 그것은 이미 그의 일부가 되어 함께 숨쉬고 있었다. 어쩐지 그 안에 자신의 불꽃도 있을 것 같아 그는 피부를 타고 흐르는 물을 닦았다. 꺼져버리면 안 되잖아.
그의 근황을 알게 된 뒤, 사무실에 밤늦게 앉아 의뢰인의 공증과 법전을 뒤적이다 보면 문득 그 여름날이 생각났다. 여느 때보다도 무덥고 가슴이 뛰던 날. 그는 잊을 수 없었다. 아니, 잊어서는 안 되었다. 먼 곳에서 자신을 뒤쫓아온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연하다. 가쁘게 몰아 내쉬던 숨. 희망을 품은 미소. 축축한 수풀 사이로 들려오는 풀벌레 울음. 반딧불에 반사되어 빛났던 눈동자.
빌리, 너에게는 재능이 있어.
그 때 고개를 끄덕였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실없는 망상에 윌리엄은 픽 코웃음을 쳤다. 유명한 록스타에게 재능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자신은 이미 현재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번번한 직장, 폭력 없는 가정, 평온한 일상.
윌리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 인생의 암흑기에 유일하게 재능이 있다고 인정해준 사람. 어떻게든 미약하게나마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사무실에서 충동적으로 나선 윌리엄은 근처 음반 가게에 들러 앨범을 하나 샀다. 그의 친구, 아니, 친구였던 천재 기타리스트에게 밝은 앞날이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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