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후요
안될 날은 뭘 해도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이 순간, 희주의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었다.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보도블럭 위를 소나기가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여우비였다. 희주는 조급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카페로 돌아가기로 한 시간까지 십여 분이 남아 있었다. 문제는 카페까지 걸어가는 데에 십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이고, 한
다시 봐도 낯설기 그지없는 남자다. 임선결은 나란히 서서 저를 따르는 남자에게 흘긋 시선을 던졌다 되돌린다. 저보다 십여 센티미터는 커 보이는 남자는 백구십 센티미터에 가까워 보였다. 봤다면 쉽게 잊히지는 않을 미형의 얼굴이었다. 짙게 쌍꺼풀이 진 큰 눈과 굳게 솟은 콧대하며 그 아래 자리한 붉은 입술이 묘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거리에서 마주쳤어도
풍물패의 경쾌한 가락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오방색 깃발이 허공에 나부끼며 몸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밝은 얼굴로 가락을 즐기며 경사를 함께 나누었고, 군데군데 펼쳐진 잔칫상은 상다리가 휘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만치 풍성했다. 오늘은 영산靈山을 터 삼아 살아가는 호랑이족과 여우족의 가장 큰 잔칫날, 산군님과 여우의 혼인날이었다.모두가 웃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