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ㄹㄴ
깔끔하고 세련된 실내장식과는 상반된 구형의 선풍기. 마찬가지로 그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쥘부채. 이것들 사이에 둘러싸여 드러누워 있는 애머디. 누군가가 본다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본인에겐 대체로 모범적이고 또 서민적인 삶을 산 애머디에겐 언제 나와 같은 모습이다. 팔락팔락 그가 손짓할 때마다 삐죽삐죽한 앞머리가 한들거린다. 측면에서 불어오는
다시 한번 차분히 상황을 돌아본다. 방 안 가득 퀴퀴한 먼지와 녹이 슨 것 같은 악취가 나는 것은 둘째치고 차분히 신경을 집중시켰다. 쿵, 쿵 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심장 소리는 아니다. 갈수록 주변에서 발걸음 수가 늘어나기만 한다. 철컥, 첫 번째 문이 열렸다. 지금 있는 창고의 바로 옆 방이다. 이어 다수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곤두세웠던
"60초 뒤 방아쇠를 당기세요." 차분한 음성이 공기를 갈랐다. 특유의 나긋나긋한 어투. 평온한 듯 내려앉은 눈매. 어느 것 하나 흔들림이 없다. 매일 아침 곁에서 실행해야 할 스케쥴을 읊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절망적인 순간에도 그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정리해 보였다. 어째서 이렇게 담담히 굴어 보이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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