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ㄹㄴ
깔끔하고 세련된 실내장식과는 상반된 구형의 선풍기. 마찬가지로 그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쥘부채. 이것들 사이에 둘러싸여 드러누워 있는 애머디. 누군가가 본다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겠다. 본인에겐 대체로 모범적이고 또 서민적인 삶을 산 애머디에겐 언제 나와 같은 모습이다. 팔락팔락 그가 손짓할 때마다 삐죽삐죽한 앞머리가 한들거린다. 측면에서 불어오는
다시 한번 차분히 상황을 돌아본다. 방 안 가득 퀴퀴한 먼지와 녹이 슨 것 같은 악취가 나는 것은 둘째치고 차분히 신경을 집중시켰다. 쿵, 쿵 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린다. 심장 소리는 아니다. 갈수록 주변에서 발걸음 수가 늘어나기만 한다. 철컥, 첫 번째 문이 열렸다. 지금 있는 창고의 바로 옆 방이다. 이어 다수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곤두세웠던
"60초 뒤 방아쇠를 당기세요." 차분한 음성이 공기를 갈랐다. 특유의 나긋나긋한 어투. 평온한 듯 내려앉은 눈매. 어느 것 하나 흔들림이 없다. 매일 아침 곁에서 실행해야 할 스케쥴을 읊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절망적인 순간에도 그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정리해 보였다. 어째서 이렇게 담담히 굴어 보이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이
*@__0verflow (해언) 님의 커미션본 와 별도의 로그 +덤!
널찍한 사이즈의 거실소파에 앉은 두 사람은 예고되지 않은 조용한 파티를 하고 있었다. 숫자로 따지자면 두 번째 파티였다. 다만 이번엔 축하하는 대상이 달랐다. 본사에서 한바탕 늦은 시간까지 떠들썩한 파티를 마치고 난 뒤 은밀하게 열린 단 한 사람을 위한 파티다. 생일파티를 제대로 챙겨본 적이 언제냐고 애머디가 질문했을 때 일라이저가 고개를 가로저었기 때문
꿈벅, 눈을 감았다 뜨며 허공을 쳐다본지 몇십분. 애머디는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툭툭.. 투둑.. 의미없는 소음을 내도 해결되는 것은 없고 시간만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곤란한데... 그는 자신의 무신경함에 한탄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일정을 체크하기 위해 달력을 들여다보던 애머디는 별 생각없이 팔락팔락 지나간 일정들을 되새겨보던 중 유일
언제나의 업무를 끝내고 마지막 서류의 싸인을 마친 오후였다. 탁. 펜을 내려놓은 애머디는 어깨를 한번씩 돌려주었다. 여느때와 같이 센터는 서류와 문젯거리 들로 한가득이었고 이는 에너미가 없음에도 마찬가지 였다. 10년이나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며 한탄할 시간이 있을 만큼 센터장의 직책은 여유로운 자리가 아니었다. 개인적인
변함없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다가오는 결말이 어떨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바뀌지 않을 생각이었건만 사각사각사각 끊기는 일 없는 부드러운 울림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엇을 써야할지 어떻게 써야할지는 이미 몸에 스며들었기에 시선이 똑바르지 않아도 정갈한 글씨체로 서류의 빈칸을 채워나갔다. 허나 간간히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을만큼 그의 집중력은 흐
가까이에 두고 함께 했을 때에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설령 감추고 싶었다 하더라도 A.N.P는 차차 안정을 찾아갔고 이제는 새로운 방향성이 다시 잡혀가던 중이었다. 디아나를 이을 새로운 센터장이 임명되고 그가 세운 방침에 따라 맞춰가야 했다. 아직까지 크게 변화한 것은 일하는 방식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애머디의 생활방식도 크게 달
항상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너도 그 믿음에 흔들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순진하기만 한 그 믿음은 어찌나 얄팍한지 " 함부로 신뢰하고 시험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당신을... 정말로 해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 여느때의 저녁시간. 그가 당번이 되어 저녁을 만들던 때였다. 아무런 의심없이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나의 농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