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 15. 히든 보스를 무찌르자!

2023.12.11부터 작성

???: 하아압!!

/증오의 힘을 한 몸에 받으려는 바로 그 순간, 별안간 근처에서 요란하게 "끼기긱“하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PMxoxo는 영문도 모른 채 눈을 감은 그대로 본능적으로 귀를 막는다.  

PMxoxo: 으윽!!!

/날카로운 소음이 그치지 않고 계속되어, PMxoxo는 미간에 주름을 가득 잡고 오른눈을 가늘게 떠서 붉은 눈동자에 틈을 만든다. 그의 나머지 한 동료가 자신이 만들어 낸 화살을 사이로 헤이트레스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매킨토시는 헤이트레스가 나타난 것을 어떻게 안 것인지, 신체 곳곳에 상처를 그대로 남긴 상태로 광선 화살을 발로 밀고 있다. 반면 헤이트레스는 화살끝을 손으로 밀어서 매킨토시를 견제한다. 절대 섞일 수 없는 두 존재가 양방향으로 화살을 밀고 있다보니, 얇은 화살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듯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매킨토시의 등장이 영 거슬렸는지, 적은 혀를 한 번 차고는 낮은 목소리로 궁시렁댄다.

헤이트레스: 그 먼 거리에서 동료 녀석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한 건가...

헤이트레스: 처음 만났을 때 생각했지만, 너는 정말로 동물 그 자체인 녀석이구나.

매킨토시: 아무래도 인간도, 동물이기는 하지--!!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는 매킨토시와 헤이트레스의 힘을 버티지 못한 화살 광선이 여러 조각이 되어 그들 사이에 흩뿌려진다. 한 번 뒤로 물러나 붉은 씨앗을 날리는 헤이트레스의 공격을 매킨토시는 공중에서 뒷구르기를 한 번 하며 피하고는 바로 앞으로 튕겨날아오듯 돌진하여 적을 향해 주먹을 꽂는다. 주먹의 표적은 깔끔하게 그것을 막아내지만, 바로 옆에서 긴 다리가 나타나는 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매킨토시의 발차기에 헤이트레스의 리듬은 조금 흐트러지지만, 이내 원래의 음산한 것으로 되돌아온다. 굳건하고 묵직하여 무엇이든지 뚫어버릴 수 있을 듯한 매킨토시의 다리와 어떤 충격도 무(無)로 만들어 버리는 듯한 안개같은 헤이트레스의 신체. 마치 창과 방패를 연상시키는 이들의 호승심이 더욱 뜨겁게 가열되기 시작한다. PMxoxo는 비로소 매킨토시의 모습을 확인한다. 단정한 듯 삐죽삐죽 서 있던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뻗어 물결에 팔랑거리는 말미잘을 연상시킨다. 하얀 겉옷은 물에 빠진 듯 눅눅한 회색빛을 띠고, 아래로 길게 늘어진 옷자락과 케이블은 절단되기 직전이라 겨우 자신의 자리를 붙잡고 있다. 수영복 재질이라고 하던 검은 슈트는 부분부분 찢겨져 살갗이 보일 정도이며, 초록 빛이 감도는 갑옷 역시도 부분적으로 깨져 있다. 적색의 투명한 장식들 곳곳에 생긴 크랙의 틈으로 매킨토시의 마력이 새어 나가는 것이 보인다. 체력을 반도 회복시키지 못한 상태임에도, 그는 이렇게 달려와서 적을 견제하고 있다... 자신이 물리치지도 못할 적을...

매킨토시: 모모히토! 너는 슈와 함께 밀수꾼들을 제압하고 있어라!!

/신체의 신경은 검은 존재에게 쏠려있지만 마음은 자신의 동료를 향해 있는 듯, 매킨토시는 PMxoxo에게 외친다. 자신보다도 약하고 자신보다도 쉽게 부서질 이에게 보호를 받는 상황이란 쉽게 이해되지 못한다. 이는 PMxoxo 역시 예외가 아니다.

PMxoxo: 마유미 군... 하지만......

매킨토시: 나보다 네가 체력으로나 테크닉으로나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에 더 유리하잖은가? 설사 내가 헤이트리스의 손에 끝난다고 해도 그 전에 너희가 저 녀석들을 포위하면 될 거다!! 무엇보다도 너는 <정삼각과친구들>의 멤버로서 동료인 슈를 조력할 의무가 있어!!

매킨토시: 어서!!!

PMxoxo: 아... 알겠어...!!

/전혀 괜찮은 상황이 아님에도 태연한 척 하는 매킨토시의 태도는 PMxoxo로 하여금 싫증을 느끼도록 한다. 의무감에 의탁하여 살아가는, 자신의 의지라는 것이 정말로 있는지 의문인 그 실루엣이. 완벽함을 "연기하고자 하는 눈치"가 타인에게 보인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그의 태도에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다. “텅 비어있는”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 미적지근한 감상에 잠시 젖어, PMxoxo는 자신 옆에 내팽개쳐진 비터 스위트 러브를 쥐고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난 후 이제는 두 명의 밀수꾼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Vv히데vV에게 달려간다. 자신의 의무를 행하기 전에, 그는 매킨토시를 향해 뒤돌아본다.

PMxoxo: …죽지 마...!

매킨토시: 도대체 언제까지 너희에게 "죽지 말라"는 말만 들어야 해. 나는 죽지 않아! 어서 가기나 해!!!

/조금은 짜증이 섞인 듯한 목소리로 붉은 인도자는 자신의 동료에게 길을 내어 준다. 잠깐 느꼈던 싫증은 이미 눈처럼 녹아 없어진 지 오래다. 당사자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웃음소리를 내고는 즉시 밀수꾼과 Vv히데vV의 사이에 자신의 녹색의 도끼를 꽂는다.

Vv히데vV: 으앗!!!

Vv히데vV: 아!! 모모히토 선배!! 늦었잖아요?!

PMxoxo: 헤헤, 미안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Vv히데vV: 보니까 에이신 선배가 온 것 같은데, 저 선배 괜찮은 거예요?

PMxoxo: …별로. 하지만 일단은 우리 먼저 어떻게 힘내보자!

/PMxoxo는 재빨리 두 개의 하트형의 도끼날을 두 밀수꾼에게 날려 두 진영간의 거리를 확보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동료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며 광적인 곡괭이질을 피하기만 할 뿐이었음을 파악한 행위이다. 적들과 적절히 거리가 멀어져 드디어 유효타를 먹일 수 있게 된 Vv히데vV는 두 팔을 털어 그동안 긴장되어 있단 팔근육을 풀고 "각 잡고" 싸울 태세를 잡는다.

Vv히데vV: 고마워요, 모모히토 선배! 올림피아!!!

/Vv히데vV가 머스킷 6대를 소환하고는 오른검지를 허공을 향해 치켜들어 커다란 원을 그린다. 창조주의 고요한 명령에 따라, 패널들은 두 명의 밀수꾼들을 포위한다. "사격 개시!!"라는 Vv히데vV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6개의 총구에서 푸른색의 총탄들이 난사되기 시작한다. 적들이 입는 대미지는 (스킬 시전자의 레벨을 이유로) 상당히 미약하게나마 표기되지만, 이런 전략을 내세운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Vv히데vV: 자, 이렇게 하면 저 녀석들이 정신을 못 차릴 거예요!! 저 안으로 들어가요!!

PMxoxo: 응!!

/비터 스위트 러브를 두 손으로 꼭 잡고는, 후배의 지원을 뒤로 하고 푸른 원 속으로 뛰어드는 PMxoxo. 착지를 하는 동시에 떨어지는 도끼날의 반동이 두 보스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잠시 정지시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PMxoxo는 재빨리 지면에 꽂히지 않은 다른 도끼날을 부메랑처럼 날려 두 밀수꾼에게 동시에 타격을 입힌다. Vv히데vV 역시 올림피아의 구역 밖에서 아테나와 아레스의 호위를 받으며 총탄과 검날을 날리는 테크닉을 연속으로 사용한다. PMxoxo의 도끼질 덕분에 적들의 체력은 수월하게 감소된다. 자신의 눈 앞에 스쳐지나가는 푸른 총탄비를 통과하며, 그는 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 되어 승기를 잡아낸다. 밀수꾼들을 쓰러뜨릴 기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빛날 때다...!! PMxoxo는 자신의 머리 위에 자신의 거대한 무기를 크게 한 번 돌리고는 자세를 고쳐잡는다.

PMxoxo: 펀전트 퍼퓸!! 그리고 스플랜디드 컬러즈!!

/푸른 비는 잠시 거두어지고, 오로지 연두빛으로 빛나는 PMxoxo만이 필드 한가운데에 군림하고 있다. 또 다른 메인 보스를 상대하는 동료를 등 뒤로 하고 있는 현재의 하나조노 모모히토는 최고로 강하다. 더 이상 자신을 이길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

노란 두건 밀수꾼: 크아악!!

PMxoxo: 으앗!!

/파란 가방 밀수꾼을 밀쳐낸 PMxoxo의 뒤에서 별안간 포효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그의 시야가 바닥으로 넘어간다. 비명을 지를 틈만을 겨우 가진 그는 그 직후의 상황에 언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왼손으로 자신을 방해하는 이를 짓이기려는 듯 바닥으로 떨구어 낸, 헤이트레스에게서 "축복"을 받은 노란 두건 밀수꾼이 그 반대손으로 연두빛 버서커를 멱살을 잡은 것이다. 헤이트레스의 그 음흉한 표정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밀수꾼은 왼손을 뒤로 뻗어 자신의 날카로운 곡괭이를 잡아서 자신의 아래에서 공포로 숨을 얕고 가파르게 쉬는 이를 향해 내려치려 한다.

PMxoxo: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싫어!!!!!!!

/온 몸의 전면에 모든 감각들이 진동을 일으키는 듯한 "공포"를 느끼는 PMxoxo는 익숙해질 길이 보이지 않는 감각을 떨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의 근원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가느다란 오른발로 밀수꾼을 찬다. “으악!”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나는 노란 두건 밀수꾼을 향해 다시 한 번 발길질을 해서 손에 들린 곡괭이를 떨군 후,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저 멀리 오른편으로 날아간 비터 스위트 러브를 회수하기 위해 달려나간다.

노란 두건 밀수꾼: 자식, 느려 터진 주제에 감히 내 얼굴에 발을 들이대??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 조심해요!!! 아이기스!!

/PMxoxo에게 분노한 밀수꾼이 곡괭이를 다시 쥐고 그를 겨냥하여 그것을 날린 직후. PMxoxo의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난다. 뒤이어 깡 하고 날카로운 것이 꽂히는 소리가 들린다. Vv히데vV가 아니었으면 그는 치명타를 입었을 것이 뻔하다. 비터 스위트 러브를 붙잡은 PMxoxo의 손은 점점 동요하기 시작한다. Vv히데vV와 매킨토시보다도 자신은 레벨이 훨씬 높고 공격력도 셋 중에서 가장 높다. 그런 주제에 자신보다 약한 두 사람에게 계속 도움을 받고 있을 뿐이다. 지난번에도 몇 번이고 Vv히데vV에게 도움을 받았다.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나는 저들보다 강한데도. 저 둘보다 더욱 강해져야 함에도... ...이들에 비해서 내가 약해진 것일까.

PMxoxo: …흡!!

/ 안 돼, 나는 내 레벨답게 행동해야 해. 나는 이들보다 더 잘 해야 하고, 더 강해야 해... 나는 두 사람보다 더 많은 경험을 여기서 해 왔어. 아마미네 군이 스킬을 하나밖에 익히지 않았을 때, 나는 두 개나 만들었어. 마유미 군이 게임의 룰에 적응해 나갈 때, 나는 이 게임에 현존하는 컨텐츠는 다 경험했어. 여기서만큼은 두 사람보다 한 게 많은데도, 또 다시 두 사람과 격차가 벌어지려 하고 있어. 나는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지켜주고, 그 사람을 위해 싸워야 해. 나는 두 사람과 달라. 현실에선 노래 실력도, 춤 실력도 둘에 비하면 떨어져. 그래도 여기서는 두 사람에 비해 잘난 게 있어. 그 “잘난” 걸 지켜내야만 해. 둘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나 혼자 눈에 띌 수 있고 나 혼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을, 나는 『리플렉션 월드』에서는 얻을 수 있어. ...그 사람의 기대에 보답해야만 해. 나는 여기서만큼은 마유미 군도, 아마미네 군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해--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

PMxoxo: 으아아아아아앗!!

/Vv히데vV는 PMxoxo의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다. 아니, 원래도 무서운 얼굴을 줄곧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이렇게까지 노골적이며 잔혹하지 않았다. 보스몹을 향해 무자비한 도끼질을 가하는 모모히토라 선배라는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가. 자신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는 후배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PMxoxo. 연두빛 버서커의 두 귀에는 자신의 동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없는 듯하다. Vv히데vV라는 존재는 PMxoxo의 세계에선 개념으로만 남아있다. 그의 세계에는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어둠, 자신이 질투하는 자들의 그림자,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는 자의 실루엣만이 존재한다. 자신의 세계 속의 허공을 향해 휘두르는 도끼질에 노란 두건 밀수꾼의 두 팔이, 두 다리가 치명타를 입는다. “살려 줘...”라고 나지막히 외치는 그의 절규가 PMxoxo에게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그가 인식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과 이 곳에는 없는 다른 한 사람 뿐. PMxoxo의 도끼가 땅 위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는 무렵.

헤이트레스: --

매킨토시: --

/매킨토시와 헤이트레스는 여전히 교전 중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유요한 타격과 피해가 나오지 않는다. 헤이트레스의 발길질은 매킨토시의 팔에 막힌다. 매킨토시의 주먹질은 헤이트레스의 손바닥에 막힌다. 헤이트레스의 씨앗은 매킨토시의 발길질에 맥없이 추락한다. 매킨토시의 화살은 헤이트레스의 주먹에 속절없이 으스러진다. 이것을 도대체 이들은 몇 번을 반복해 왔는가. 헤이트레스가 매킨토시의 화살을 피하는 척하며 씨앗을 던지지만, 그의 스텝의 속도는 씨앗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부딪히면 부딪힐 수록 둘의 감각은 점차 날카로워져 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 속에서, 먼지의 정령이 드디어 입을 연다.

헤이트레스: 물 젖은 생쥐 꼴인데도 너, 이렇게 싸울 줄 아는 녀석이었어? 재밌는 걸, 활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무투술이 훨씬 더 재밌어. 어설픈 매료술 따위는 사용하지 않으니 훨씬 낫네.

매킨토시: 일부러 쓰지 않는 게 아니다. 현재의 나에게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말이지.

매킨토시: 나는 완벽하지 못해. 두 사람에 비해서 약하고 어설프다. 이 매킨토시라는 아바타가 바로 그 증명. 지금의 내게 발르 미장센은 오히려 비합리적인 전술인 건 당연하겠지.

헤이트레스: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걸. 어린애 장난치는 듯할 때와 진심으로 싸울 때와의 힘과 판단력의 차이가 상당하군.

헤이트레스: 그러나 이렇게 무식하게 나와 맞선다고 한들, 너는 나를 쓰러뜨릴 수 없다.

매킨토시: 흥미로운 의견이군. 왜 그렇게 생각하지?

/매킨토시의 기민한 돌려차기를 완벽하게 막아내며, 헤이트레스는 잠시 고민하는 척 일부러 뜸을 들인다. 매킨토시 역시 상대에게는 확실한 답이 있음을 인지한다. 격렬하게 몸과 몸이 부딪히는 상황 속에서, 매킨토시의 표정은 한없이 차가워진다.

헤이트레스: 너는 물러터졌어. 맹렬히 목표를 향해 돌진하지만, 정작 그것을 위해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 없어. 애매한 공격력과 애매한 테크닉. 스킬마저 지극히 제한적이지. 특출난 것이 아무것도 없이, 하자가 없는 곳이 없는 애처로운 존재. 아니다, "목표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모든 게 애매한 거야.

헤이트레스: 자신의 목적지를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마는 너같은 녀석은 결국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 채 혼자서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씨앗이 썩어 문드러지듯이. 넌 나를 굴복시킬 수 없어.

매킨토시: ...호오, 부정하지 않겠다. 정확히 잘 파악하고 있어.

/매킨토시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표정은 여전히 차갑다. 대답은 또 조소를 흘리는 듯 떨림도 느껴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몸짓은 한결 가벼워진 듯, 다리는 헤이트레스를 향해 더욱 빠르게 꽂히기 시작한다. 이 미세한 변화를 헤이트레스도 매킨토시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다.

매킨토시: 지피지기라고, 상대의 대략적인 스테이터스는 잘 파악하는구나. 확실히 전투 경험이 많이 보이는군. ......

매킨토시: ......하지만 너는 내 마음을 읽지는 못 하는군--

헤이트레스: 그게 무슨 소리지?

/상대의 의미심장한 말에, 헤이트레스의 미간은 일순간에 찌그러진다. 내 손바닥 안에 있는 생쥐같은 놈이 주제를 넘는 소리를 한다. 재수없는 녀석에게는 벌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며, 헤이트레스는 오른손에서 씨앗을 생성한다. 매킨토시는 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헤이트레스의 "빈 틈"의 문. 붉은 씨앗을 던지기 직전의 특유의 손짓. 새끼손가락부터 하나씩 손가락을 접을 때의 딜레이, 증오를 할 합당한 이유를 세는 듯한 그 손동작. 별안간 헤이트레스에게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왼쪽 입꼬리를 올리는 것은 그것을 발견했다는 증거일 터이다.

매킨토시: --네가 상대하고 있는 "이런 녀석"은 애당초 널 쓰러뜨릴 생각조차 한 적 없는데 말이지!

/헤이트레스가 붉은 보석을 채 던지려고 하기도 전에, 매킨토시는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에 생성된 화살 광선을 빼든 후 오늬 부분을 잡고 그의 오른손을 찌르듯이 티격한다.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헤이트레스는 고통보다는 경악의 비명을 지른다.

헤이트레스: 으악!! 어떻게 이런...!!

/헤이트레스는 심연과도 같은 눈동자를 굴리며 자신을 해한 자의 모습을 노려본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그의 맑은 초록빛 눈동자 속에 일그러진 자신의 상이 보인다. 마치 저 녀석이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듯, 재수없다.

헤이트레스: 발악과도 같은 건가?

매킨토시: 발악, 이겠지. 맞아, 이건 “발악”이 맞다.

/분노로 점점 희끄무레해지는 점점 하얀 잿빛이 되어가는 먼지같은 존재의 앞에서도, 상대는 덤덤하게 대꾸할 뿐이다.

헤이트레스: 너는 내가 그렇게 두렵지 않나?! 나는 너를 괴물로 만들 수 있어. 잘 하면 나보다도 강한 최고의 짐승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지!! 그런 나를 거부하고 오히려 반기를 들 수가 있나??

/태풍으로 인해 범람한 냇가의 진흙탕물처럼 쏟아지는 말에, 붉은 전사는 한숨을 쉬고 말을 잇는다.

매킨토시: ...솔직히 말하면, "두렵지 않다"는 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네게 한 번이라도 피격당하게 된다면, 나는 저들이 염려하는 대로 정말로 "죽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죽으면" 고생하게 될 자는 슈와 모모히토 뿐이야. 나의 몫까지 밀수꾼 뿐만이 아니라 너를 상대하기도 해야 하니까.

/화살을 들고 있는 손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말 그대로 생명적으로 죽는 것이 두렵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죽어야 한다니. 동료의 힘이 되어주지도 못했음에도. 동료의 힘이 되어주지도 못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죽어야 한다니... 한편, 그렇기 때문에 죽는 것 자체보다 씨앗의 축복을 받는 것이 더욱 두렵다. 그가 이성을 잃어버린다면 친애하는 동료들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매킨토시라는 한 인간 개체는 영원히 사라진다... "내"가 사라진다... 매킨토시는 눈을 한 번 감고는 다시 뜬다. 떨리던 손에 힘을 준 후, 화살의 끝을 자신의 앞에 있는 먼지를 향해 겨냥한다.

매킨토시: 계속 말하고 있지만 나는 너를 절대 이길 수 없어. 하지만, 적어도 네가 훼방을 놓지 않도록 막을 수는 있을 터이다. 그러니...

매킨토시: --그러니, 네게 우습게 보일 정도로 끈질기게 발악해 보이겠어!!

/힘찬 기합과 함께 매킨토시가 다시금 화살 광선을 검 잡듯 자세를 고쳐잡는다. 헤이트레스는 이 자가 가소롭다. 그러나, 자신의 가소로움을 인정하고 있는 이 자를 자신의 눈 앞에서 영원히 치워버리고 말겠다는 의지도 화산이 폭발하듯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헤이트레스: 하하, 하하하하하!!

헤이트레스: 이거 정말 흥분되는 걸, 너를 반드시 오늘 안에 찢어버려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붉은 씨앗과 붉은 화살을 그렇게 더욱 격정적으로 부딪힌다. 검정색 붉은 빛과 형광빛 붉은 직선은 서로가 만나 흑백의 스파크를 일으킨다. 누가 하나 죽어야만 몸부림이 멈출 듯한 헤이트레스와 매킨토시처럼, PMxoxo의 허공 도끼질 역시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앞에 출구라도 보여야만 진정될 것 같은 광폭한 도끼질에, Vv히데vV는 마치 게임 플레이 도중에 블루스크린이 뜬 것 같은 얕은 공포심을 느낀다. 간간이 드러났던 모모히토 선배의 "무서운" 모습, 내게 드러냈던 그 "쎄한 얼굴"을 노란 두건의 밀수꾼을 향해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저 선배는... 도대체 뭐지? Vv히데vV는 PMxoxo를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좀 더 이해해보고 싶다. 그러나, 현재의 그에게는 파란 가방 밀수꾼을 물리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다. 동료를 이해할 시간은 나중이면 충분하다. 일단은 내가 이 보스몹을 잡아서 클리어하는 것이 목표. 일단 그가 보스몹을 때려 눕혀야만 PMxoxo도, 매킨토시도 고전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푸른 빛의 총탄들 틈에서, 이제는 호신용 단검까지 꺼내 휘두르는 파란 가방 밀수꾼의 하체를 겨냥하는 Vv히데vV. 다시금 발동한 올림피아의 소환 시간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아테나와 아레스를 불러 적이 자신의 근처에 얼씬도 못하도록 무한대의 총탄을 그를 향해 무자비하게 발사한다. 총탄 한 알 한 알은 매우 적은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수백, 수천 개가 되면 당연히 위력은 겉잡을 수없이 커진다.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 그것을 밀수꾼이란 인간 하나에게 모조리 퍼붓는다. 그에게 어떠한 동정심도 느끼지 않는다. PMxoxo가 "저렇게“ 된 경위를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앞에 있는 저 몬스터에게 있다. 일단, 저 자는 개인의 이득을 위하여 비드리오 아나의 중요한 자원을 훔쳤다. 그리고.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를 저렇게 된 건 헤이트레스와 너희 탓이야.

Vv히데vV: 그러니 내가 너만은 내 손으로 물리치고 말겠어!!

/너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모히토 선배는 저러지는 않았을 거야. 당연하다. PMxoxo는 체력이 낮아질 수록 호승심이 높아지는 버서커. 그러니 선배가 저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보스몹을 때리는 것은 이번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쌓인 체력 감소와 피로감 때문이며, 이 상황의 결정적 요인은 헤이트레스의 등장과 두 밀수꾼의 흑화에 있다. Vv히데vV의 결단은 경험에서 비롯된 프로게이머의 날카로운 판단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모든 게임은 짜맞추어진 인과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 헤이트레스의 존재는 여전히 그에게는 의문 그 자체이나, 그가 만들어내는 현상들은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이 게임 세계 속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지극히 인위적인 시스템에 불과하다. PMxoxo가 더 이상 데이터 더미일 뿐인 녀석들에게 놀아나는 꼴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 Vv히데vV는 인위적인 시스템에 놀아날 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앞에 있는,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된 시스템"을 처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기운을 품고 체력이 다해 쓰러지는 한 밀수꾼을 바라보는 Vv히데vV의 투명한 눈동자는 게임의 시스템을 꿰뚫어보는 신비한 마력이 있는 것처럼 반짝인다.

Vv히데vV: 이제 마지막이다--

/스카이 서밋으로 공격할 힘이 소진된 파란 가방 밀수꾼의 머리를 겨냥한 Vv히데vV는 나지막히 올림피아를 읊고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패널들이 밀수꾼의 주위에 서도록 지휘한다. "일제 사격!!"이라는 짧고 굵은 명령을 내려 타깃의 체력을 최소한으로 소모시킨다. 그의 비명은 Vv히데vV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밀수꾼은 그에게 구원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올림피아를 활용한 테크닉만으로도 충분히 보스몹을 쓰러뜨릴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체력을 완전히 바닥내지 않은 것인가. Vv히데vV는 언제나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자신과 자신의 길드원들을 농락시킨 녀석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는 보다 유의미한 "행위"가 필요하다. 허공에 오른 검지를 가리킨 후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는 재스처를 취하는 Vv히데vV는, 보스 중 하나의 머리에 검날을 떨어뜨리는 피날레를 선택한다.

파란 가방 밀수꾼: 크아아악!!!

PMxoxo: ?!

노란 두건 밀수꾼: 어... 이봐!!

매킨토시: !

헤이트레스: 이... 이게 무슨...

/파란 가방 밀수꾼의 비명은 모든 이들이 행동을 중지하도록 만드는 위력, 아니 충격을 자아낸다. 노란 두건 밀수꾼과 헤이트레스에게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전세가 역전되었다는 충격을, 매킨토시에게는 가상 세계의 인간이 "죽는" 순간을 목도하는 충격을, PMxoxo에게는 자신이 가장 먼저 보스를 쓰러뜨리지 못했다는 충격을 느낀다. 보스 중 하나를 처리했다는 만족감에 손을 터는 Vv히데vV를 제외한 모든 숨이 붙은 존재가 일제히, 한 인간이 단말마를 내지르며 하얀 빛의 모래가 되어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본다.

노란 두건 밀수꾼: 말도 안 돼 이럴수가... 이럴수가...!!!

/오로지 자신의 동료가 사라지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노란 두건 밀수꾼의 절규만이 들릴 뿐이다. 매킨토시는 "『리플렉션 월드』 속에서의 인간의 죽음"에 대한 혼란에 빠져 두 밀수꾼을 번갈아 바라보기를 반복한다. PMxoxo는 자신이 "처음"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에 무심코 비터 스위트 러브를 꼭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어버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다. 그러나, PMxoxo에게는 아직 절망감을 느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붉게 물들어진 노란 두건 밀수꾼의 눈동자는 이제 굳은 피처럼 시커매지기 시작한다. 곡괭이를 들고 있는 그의 손에 핏줄이 선명하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좌중이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마지막 밀수꾼의 주위에 그를 삼킬 듯한 붉은 화염과도 같은 무언가가 일어나기 시작할 때이다.

노란 두건 밀수꾼: --저 녀석이 가족들 밥 벌어 먹이려고 얼마나 최선을 다 하면서 살아왔는데...

노란 두건 밀수꾼: 용서하지 못해... 네 놈들을 모조리 내 손으로 처리할 거다!!

/원통함과 분노에 이성이 장악된 노란 두건 밀수꾼은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던 PMxoxo와 Vv히데vV의 중간 지점에 있는 땅을 내려치자 큰 웅덩이가 생기며 두 사람을 상공으로 띄워낸다.

PMxoxo: 흐악!!

Vv히데vV: 크학!! 이거 2페이스같은 게 있는 건가...!!

노란 두건 밀수꾼: 나머지 놈들 다 어디 갔어!!!

/털썩 하는 둔탁한 소리가 두 번 울리는 배경을 뒤로 한 밀수꾼은, 이제는 자신에게 "축복"을 부여한 헤이트레스와 여전히 혼란한 상태로 멍하니 서있던 매킨토시에게까지 곡괭이를 휘두른다. 매킨토시는 한 번의 도움닫기로 거의 날아오르다시피 멀리 도망을 쳐서 밀수꾼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헤이트레스의 이동속도는 동작속도만큼 빠르지가 않아 아군(으로 만든 자)의 리치에 걸려들 상황에 처했다.

헤이트레스: 멍청한 자식, 피아를 구분할 줄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니까 너희들이 그렇게 당하는 거다...!!

/안면 근육을 사정없이 구기며, 먼지의 정령은 밀수꾼의 무기에 베이기 직전에 자신의 앞에 붉은 씨앗을 던져 폭파시키고는 그 반동으로 자신과 밀수꾼 간의 거리를 대폭 넓힌다. 저 멀리 튕겨져 쓰러진 노란 두건 밀수꾼은 여전히 자신이 쓰러뜨려야 할 대상을 찾기 위해 거의 땅을 기듯이 꿈틀대고 있다. 가소롭다는 듯 이를 바라보는 축복 부여자는, 지금까지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듯한 태연함으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직감적으로 이 행위의 의미를 파악한 매킨토시는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매킨토시: 이봐, 너! 설마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건 아니겠지?

헤이트레스: 책임? 내가 책임질 게 뭐가 있다고 그러지? 나의 힘을 바라길래 준 것 뿐인데.

매킨토시: 네가 일방적으로 저 자들에게 파편을 뿌렸잖아...!!

헤이트레스: 과연 그럴까? 나의 힘을 바라는 녀석들은 어떻게든 내가 뿌린 씨앗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건 결국 권력에 대한 개인의 열망이 무언으로 인정한 것일 뿐. 나는 저 자들의 기원에 친절히 응해준 것에 지나지 않지.

/"보통"의 마유미 에이신이라면 최대한 목구멍과 뇌를 제어하여 가만히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터였다. 그러나 현재의 그는 자신의 단전에서 올라온 문장을 그대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흘린다.

매킨토시: ...너, 영화의 클리셰를 꽤 잘 따르는데 그래. 보통 개인의 과오를 타인에게 물고 자신의 약함 내지 그릇됨을 얼버무리는 악역들은 다음에 좋지 못한 꼴을 당할 거다. 조심하는 게--

헤이트레스: 닥쳐!!

헤이트레스: 두고봐라, 다음에 만나면 너만은 반드시 내 손으로 짓이겨 버리고 말 테니까...!!!

/이 사건의 원흉의 발끝에서 연기같은 것이 피어 오르더니, 그의 자취는 삽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스테이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헤이트레스의 자리는 보스에게 있어 퍽 존재감이 있는 무언가였는지, 그가 사라지자마자 그의 옆에 있던 매킨토시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는 한층 더 맹수같은 얼굴을 만들어내고는 붉은 기운을 더욱 강렬하게 태우며, 마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불살라버릴 각오를 한 듯 붉은 인도자를 향해 돌진한다. 매킨토시는 발에 본드가 붙은 듯, 온갖 복잡한 사고에 사로잡혀 어떠한 도피도 하지 못하는 상황. 저 공격에 조금이라도 스쳐도 매킨토시는 파란 가방 밀수꾼과 똑 같은 엔딩을 맞이할 것이다.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데...

매킨토시: ...이건...

/히든 보스를 견제할 때 사용하던 화살 광선이 아직 자신의 오른손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매킨토시는 건곤일척으로 들고 있던 기다란 화살 광선을 자신과 밀수꾼 사이의 좁은 공간에 힘껏 던진다. 순간--

Vv히데vV: 으앗!! 이게 뭐야!!

PMxoxo: ...도대체 무슨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거야...…

/땅에 박힌 화살을 중심으로 커다란 빛의 반구가 펼쳐져 비드리오 아나의 끝자락을 완전히 감싸버린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노란 두건 밀수꾼도, 멀리 있던 PMxoxo와 Vv히데vV도, 그것을 만들어낸 매킨토시 조차도 거대한 하얀 빛이 자신의 두 눈을 찌르는 듯한 찬란함에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린다. 생동적이다 못해 너무나 "리얼"한 일련의 상황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그 자리에서 전율을 일으키는 한 편, 그 "공포" 속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는 PMxoxo. 빛 때문인 건가? 새로운 감각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던 와중, 어딘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조금씩 자신의 귀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 지금이에요!! 녀석을 어서 쓰러뜨리세요!!!

/Vv히데vV가 가까이 다가와서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고 온 것이다. 자신에게 마지막 보스를 쓰러뜨릴 기회를 주기 위하여, 스트레스의 대상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구원자처럼 손을 뻗는 길드장, 유닛 리더, 그리고 컴플렉스. 그의 손을 잡는 PMxoxo의 손에는 다소 힘이 들어가 있지만, Vv히데vV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는 밀수꾼을 노려본다. 잠시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던 PMxoxo는, 다시금 연두색 도끼를 붇잡고 마지막 적을 향해 돌진한다.

PMxoxo: 펀전트 퍼퓸...!! 으아아아아아아!!!

/거대하고 찬란한 빛에 싸여, PMxoxo는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한다. 빛에 싸여 가려진 그의 결코 단순하지 않은 마음은, 모순적이게도 도끼를 높이 들어 내려친다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구현된다. 지금까지 했던 잔혹한 행위들에 반하여, 노란 두건 밀수꾼의 최후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비명도, 발악도 없이 몸이 붕괴하며 빛의 조각으로 산산조각 날 뿐이다. 마지막 일격으로 도끼가 튀기는 색색깔의 물감 방울들은 밀수꾼의 피인지, 혹은 PMxoxo의 땀 내지 눈물인지 알 수 없다. 우연히 밀수꾼이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빛의 반구도 함께 사라진다. 드디어 눈을 뜬 매킨토시는 모든 것이 끝난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두 번의 "죽음"이 이루어진 장소. 자신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순간. 파란 가방 밀수꾼의 죽음과 그것을 바라보며 절규하던 노란 두건 밀수꾼, 그리고 그들을 그대로 두고 간 헤이트레스가 그의 눈 앞에서 불규칙적으로 교차되어 나타난다. 수많은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지 못하여 오른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려던 순간에, 가느다란 목소리의 동료가 그를 부른다.

PMxoxo: --마유미 군, 우리 좀 도와 줘!

/매킨토시는 도와달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의 고유한 스피드로 동료들을 향해 달려간다. "죽은" 줄 알았던 밀수꾼들은 어느새 아주 멀쩡한 낯빛으로 동료들을 다시금 골탕먹이고 있었다. Vv히데vV와 PMxoxo는 이 스테이지의 원래 보스들을 포박하기 위해 애를 쓰고있다. 씨앗의 주박에서 풀려난 이후에도, 밀수꾼들은 분수를 모르고 어쨌든 그들의 손에서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괴성을 지르고 있다. PMxoxo는 악력으로 파란 가방 밀수꾼을 한 손으로 제압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Vv히데vV는 노란 두건 밀수꾼의 발버둥 때문에 여전히 애를 먹는 중이다.

파란 가방 밀수꾼: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돈벌이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니까?!

노란 두건 밀수꾼: 니들이 가정을 꾸리고 애들을 낳았어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Vv히데vV: 그걸 핑계라고 말하는 거예요?! 하 이렇게 진정을 못 할 일이냐... 이 사람들 정말 짜증나...

매킨토시: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PMxoxo: 모르겠어, 보통 몬스터와는 다르게 마지막 보스를 물리치자마자 여기 중앙에 이 사람들이 쓰러진 상태로 다시 나타났어...

Vv히데vV: 이 사람들 눈동자를 확인해 보니까, 헤이트레스의 강화인지 약화인지 하여튼 그거는 이제 풀린 것 같-- 아, 아저씨들 좀 가만히 있으라니까요?!

/그렇다면, 이 자들도 여느 생물들과 똑 같이 "정화"가 된 것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죽지 않았구나. 매킨토시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있는 것이 거슬렸는지, Vv히데vV는 조금 날이 선 듯한 목소리로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료를 부른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 혼자 놀지 말고, "그거"요, "그거!!"

/Vv히데vV가 살짝 지친 듯 거칠게 자신의 두 눈을 찌를 듯이 검지와 중지를 자신의 눈 앞에 휘두른다. 그러나 매킨토시는 그가 굳이 재스처를 취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정말로 그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것."

매킨토시: 발르 미장센.

/매킨토시의 눈이 분홍빛으로 번쩍이자마자 두 명의 밀수꾼은 일순간 모든 언행을 중지하고 그를 응시하기만 한다. PMxoxo와 Vv히데vV는 비로소 미리 준비한 밧줄로 두 보스들의 손목과 발목을 묶는 데에 성공한다. 두 밀수꾼을 포박하니, 그들의 아래에서 나타난 거울문이 그들을 어딘가로 연행하고, 이내 그들이 쓰러져있던 곳에 거울기둥이 솟아오른다. <정삼각과친구들>이 학수고대하던 순간이다. 세 사람은 일제히 "이제 끝났다"라는 말을 뱉어내고는 동시에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않는다. 탈진 직전이었던 매킨토시는 아예 누워서 천장의 아름다운 광석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지금까지 계속 가슴에 두고 있던 고뇌이다.

매킨토시: 너희, 발르 미장센의 힘을 너무 믿는 것 같구나. 내가 발르 미장센을 시전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발르 미장센이지 잘 모르겠다.

Vv히데vV: 하지만 그러기에는 매료 효과는 상당히 강력한 걸요!! 그런 건 어느 게임에 가나 사기 스킬이라고요!! 에이신 선배는 좀 사기 스킬을 지닌 걸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고요! 

/본심을 말한 것 뿐인데 엉겁결에 칭찬을 들어버리고 만 매킨토시. 그 칭찬을 과연 감사히 받아들여야 할 지 잠시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Vv히데vV의 말을 감사히 여기기로 한다. 안 그대로 넓은 어깨와 가슴을 쫙 펴고는 한껏 잘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치켜들어 콧대를 높이 세운다.

Vv히데vV: ...와, 방금 전의 말 철회하고 싶다.

매킨토시: ㅋ 한 번 흘린 말은 절대로 주워담을 수 없단다.

매킨토시: 하지만 우리가 강해질 수록 우리에게 맞서는 자들 역시 강해질 거다. 당장 헤이트레스에게도 발르 미장센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 하니까. 

/Vv히데vV는 지금까지 고민했던 것이 꺼내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대충 말을 얼버무린다.

Vv히데vV: ...그건, 그렇죠. ...자, 이제 기둥을 깨고 MVP가 발표되는 대로 나가기로 해요.

매킨토시: 너희 모두 힘들지? 내가 화살로 부수겠다.

Vv히데vV: 좋아요, 선배. 부탁해요.

/ 매킨토시가 쏜 화살에 거울이 깨지자마자 게임 결과창이 나타난다. 다들 지쳐서인지 그저 앉거나 누워있을 뿐이다. PMxoxo를 제외하고. 결과창을 바라보는 그의 행동이 묘하다. 뭔가가 잘 못 되었다는듯, 수어번 고개를 가로저은 후 다시 결과창을 확인한다. PMxoxo가 2위이다. MVP가 아니라는 뜻이다.

PMxoxo: …아마미네 군이 MVP…??

Vv히데vV: 어라, 진짜네요. 이번 MVP는 저네요.

매킨토시: 그러네. 오랜만에 네가 MVP를 하는구나. 수고 많았다.

Vv히데vV: 와... ㅋ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건 좀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요?!

/매킨토시의 말대로, Vv히데vV가 MVP를 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오랜만이다. 그리고 PMxoxo에게 있어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PMxoxo는 『리플렉션 월드』를 시작한 이래로, 그리고 이들과 합류한 뒤에도 한 번도 MVP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들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MVP는 따놓은 당상과도 같았다. PMxoxo가 <정삼각과친구들> 내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강함"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지금은 자신보다 레벨도, 공격력도 낮은 Vv히데vV가 그의 자리를 밀어냈다.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가 즐비한 환경에서 끝까지 살아남고 자신의 배틀을 훌륭하게 클리어했으며, 그것도 모자라서 혼자서 보스를 상대하고 동료를 서포트하기까지 했다. Vv히데vV가 MVP가 되는 것은 누구도 이견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PMxoxo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을, 자신의 동료를 곱게 볼 수가 없다. 그는 조용히 들떠있는 Vv히데vV를 노려보고는, 곧 도움을 바라는 듯 불안한 표정으로 밤하늘을 바라본다. 그 사이, 매킨토시는 상체를 들어올리고는 다른 멤버들을 향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매킨토시: 할 말이 있어. 너희는 이번 스테이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지?

Vv히데vV, PMxoxo: …………

/두 사람은 어떤 말도 하지 못한다. 지금의 그들은 솔직해질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매킨토시는 그들의 피로를 감안하여 혼자서 자신의 심정을 풀어내기로 한다.

매킨토시: 나는 힘들었다. 나의 미숙함을 질리도록 통감했을 정도였어. 우리는 지금까지 앞만을 향해 무작정 달려왔다. 그 결과, 우리의 레벨과 맞지도 않은 이 곳을 오랜 시간의 경과를 통해서야 겨우 통과할 수 있게 되었어. 너희의 능력에 대해서 나는 어떠한 의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말로 이렇게까지 터무니없이 직진만 하다가는 조만간 지금까지 우리가 쌓은 모든 것까지 허무로 돌려버릴 수 있는 리스크에 반드시 부딪히고 말 거야. 그래서 말인데,

매킨토시: 당분간은 각자 기존의 스테이지를 통해 단련을 하고 다시 다음 스테이지로 향하는 것은 어때. 비드리오 아나는 우리가 카이라는 새로운 장소로 도달하기에는 커다란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깨닫게 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 중요한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거의 것을 들여다보고 반성과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연장자의 말을 들은 나머지 두 멤버들은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한다. 두 사람 모두 "나아가고 싶어"한다. 매킨토시 앞에서 나약했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가 싫다. 천재가 아니게 되거나 동료들에게 질 것만 같다. 그러나 자신들이 부족한 것은 또한 분명한 사실. 앞으로 나아가고 싶기 때문에 뒤로 잠시 돌아갈 필요도 있다. 예습을 하기 전에 복습을 해야 하는 이유도 이런 것 아닌가. Vv히데vV는 스카이 서밋 한 쌍을 맞부딪히고는 쿨하게 매킨토시의 말을 받기로 한다.

Vv히데vV: 좋아요, 전. 안 그래도 재정비가 필요한 타이밍이었는데, 잘 됐어요!

/시원하게 이 사실을 받아주는 Vv히데vV의 모습에 살짝 당황하는 PMxoxo이지만, 그 역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PMxoxo: 나, 나도 제대로 다음 지역으로 향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할게!

/두 사람의 흔쾌한 승낙에, 그동안 계속 경직되어 있던 매킨토시의 얼굴에는 비로소 상냥한 미소가 번진다. 더 건강한 게임 플레이를 위하여,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세 사람은 게임 속에서 나와 다음 파티 플레이를 기약한다. 오랫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느라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되어서야 빠져나올 수 있게 된 C.FIRST의 3인방은 각자가 가야 할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 있는 생각과 감정이 다르듯이.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Vv히데vV

-레벨: 20 (요구 레벨 이상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여 대량의 경험치 획득)

-습득한 테크닉 수: 4개

-습득한 스킬 수: 2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3-1

PMxoxo

-레벨: 23 (요구 레벨 이상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여 대량의 경험치 획득)

-습득한 테크닉 수: 4개

-습득한 스킬 수: 2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3-1

매킨토시

-레벨: 20 (요구 레벨 이상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여 대량의 경험치 획득)

-습득한 테크닉 수: 3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3-1

카테고리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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