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14. 얼음 동굴을 탐사하자!

2023. 10. 19부터 작성한 글

PMxoxo: ...그런데, 스테이지의 첫 배틀에는 정말 몬스터들이 등장하지 않는데 이대로 괜찮은거야?

/동굴에 입장한 후, <정삼각과친구들>은 하염없이 자신들 앞에 펼쳐진 길만을 쭉 걷고 있을 뿐이다. 정말로 비드리오 아나의 관광객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세 사람은 이제는 비교적 느긋하게 동굴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구경한다. 이 잠깐의 시간 동안 자신들이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물음표들을 펼쳐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위안삼는 <정삼각과친구들.> 움직일 때마다 빛이 달라지는 신비한 빛의 결정과 이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차가운 물방울, 그들을 찌를 기세로 날카롭게 뻗어있는 고드름 등, "진짜같은" 동굴 내부를 구경하고 있던 PMxoxo는 지금의 전장이 기존의 스테이지와 여러모로 다름을 깨닫는다. 

Vv히데vV: 괜찮아요! 간혹 길 따라 쭉 가는 게 전부인 스테이지가 있는 게임도 있어요! 기출변형 같은 거?

PMxoxo: 그렇구나... 정말이지, 『리플렉션 월드』로 게임을 본격적으로 해봐서 그런가, 게임이란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별별 체험을 할 수 있고, 아이돌 활동할 때조차도 입지 못할 의상을 입을 수도 있고.

PMxoxo: ...그리고 언제나 "수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말이야.

Vv히데vV: "수정"이요?

/"게임 오타쿠" Vv히데vV에게는 이 말이 조금 생소한 듯하다. PMxoxo는 "음..."하고 조금 뜸을 들이고는 정리된 생각을 입으로 꺼낸다.

PMxoxo: 그래, 수정. 게임은 내가 어떤 실수를 해서 점수를 깎여도 한 번 더 시도해서 훨씬 더 좋은 점수로 교체할 수 있어. 테크닉과 스킬도 처음에 잘 못 만들어 내면 아이템을 사용해서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고 했지? 원래 세계에서는 조금의 낙점이 큰 영향을 끼치잖아. 문제 하나 틀린 게 거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게임은 현실 세계와는 달리 내게 수많은 기회를 줘. 그래서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아.

/동료의 말을 들은 후, Vv히데vV 역시 "음..."하고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아마미네 군이 보기에도 이렇게 웃긴 모습이었을까, 라고 생각하며 옅은 미소를 띄우는 PMxoxo에게, Vv히데vV는 말을 시작한다.

Vv히데vV: 기회라... 아무래도 게임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죠. 한 번에 제대로 클리어하지 못했을 때 리트라이를 한다든가, 점수를 경신한다든가 해서 횟수를 거듭할 수록 보다 게임 자체에 노련해 지도록 하니까요.

Vv히데vV: 『리플렉션 월드』는 그 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스테이지 자체는 적은데, 우리에게 계속 같은 곳을 돌도록 유도하잖아요. 그러다가 새로운 발견도 하는 거고. 일부러 n차 주회를 유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참 많은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뭐, 물론 빨리빨리 끝내서 모든 스테이지를 돌파하고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는 건 변함이 없지만요! 

/Vv히데vV의 이야기는 PMxoxo가 원하는 대화가 아니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게 그와의 일반적인 대화의 형태이긴 해서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역시 나와 아마미네 군의 세계는 딴 판이구나. 그러나 PMxoxo는 자신의 동료가 지니고 있는 그만의 게임 서사에 묘하게 흥미를 느끼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재미있다, 없다와 상관 없는 이끌림. 그 이끌림에 Vv히데vV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그들의 앞에서 점점 노란색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자 외 출입 금지." 가장 앞장서고 있던 매킨토시가 더 가까이 다가가니, 표지는 애니메이션 속 카멜레온 캐릭터가 자취를 감추듯 점점 투명해지며 사라진다. 이들이 여행자라는 사실을 인식한 듯하다. "이런 점은 꽤 게임 같네"라고 중얼거리는 Vv히데vV를 뒤로하고, 매킨토시는 오른손에 턱을 걸치고 세 개의 갈림길을 유심히 바라본다.

매킨토시: 흠. 나는 왼쪽의 길로 가겠다.

PMxoxo: 그러면 나는 가운데 길로 갈까?

Vv히데vV: 거의 순서대로네요. 그럼 전 오른쪽 길을 갈게요. 선배들에게 대략의 메모를 보내놨으니 확인해 보세요! 그럼 건투를 빌어요.

Vv히데vV: 그리고 보물 찾기 잊지 마시고요!!

/왼쪽 길로 걸어가고 있는 매킨토시는 짧게 "알겠다"고 말하며 말루스 푸밀라가 장착된 왼손을 들어 보이고, 가장 뒤에 있던 PMxoxo는 가운데 길로 향하기 전에 Vv히데vV와 눈을 맞추고 얇은 미소를 띄운다. Vv히데vV는 예의 자신있는 미소를 지은 뒤 그를 등지고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향해 전진한다. Vv히데vV는 오른쪽 길을 향해 걸어간다. 이 곳의 몹들은 자신의 레벨보다 월등히 높다. 기본이 25이다. 현재 레벨이 17밖에 되지 않는 Vv히데vV에게는 이것은 말 그대로 "모험"이다.

Vv히데vV: 자 나와라, 결정의 정령들아!!

/레벨 25의 박쥐 형태의 결정의 정령 5체가 Vv히데vV의 머리 위에서 떼지어 푸드덕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작고 민첩해서 정신이 사납다. Vv히데vV의 머리 높이보다 낮게 날아서는 눈보차처럼 날카로운 돌진으로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영 거슬리는 녀석들이로군. 이제 천재 기공사인 내가 나설 차례다!

Vv히데vV: 올림피아!! 모두들, 녀석들을 향해 조준 사격 개시!! 

/사실 통상적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와 몬스터의 레벨차란 별 것도 아닌 일이다. 레벨은 그저 몬스터가 얼마나 상대하기 힘든가를 인식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안그래도 방금 준수한 성능의 장비 세트를 얻었는데, 이 녀석들을 상대하지 못한다는 건 16년 게임 외길 인생상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테크닉과 스킬이 좋으면 반드시 승리하게 되어있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그렇게, Vv히데vV는 8발의 푸른 총탄을 발사한다.

Vv히데vV: 어... 어라?

/"레벨 25"의 수속성 결정들은 레벨 17의 풍속성 플레이어의 총탄 한 발에 맥없이 뚝뚝 바닥에 떨어진다. 상성도 관련이 없어서 일반적인 대미지가 적용되어야 함에도, 그들은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서류종이들처럼 맥없이 공중에서 떨어질 뿐이다. 

Vv히데vV: ...뭐야, 완전 쉽잖냐!! 이럴 리가 없는데?!

/이 상황 자체가 뇌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지만, 어쨌든 새로운 스테이지에 와서 수월하게 몬스터를 물리치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기특한 Vv히데vV. 의구심이 자존심에 완전히 파묻혀버린 지금, 좀전에 저지른 실수 따위는 전투에서 일어난 눈보라를 타고 사라진 지 오래이다. 자, 이제 여유롭게 보물상자를 확인해 보실까. 즐거운 얼굴로 갓 노우즈를 착용한다. 그런데. 어라? 자신의 주위에 5개의 붉은 점들이 있다?   

Vv히데vV: ..........이상하다, 갓 노우즈는 몬스터가 더 있다고 지시를 하고 있는데. 전부 돌덩이에다가 에임을 맞추잖냐.........

Vv히데vV: 아테나, 아레스, 이 주위를 정찰하면서 몹들을 좀 쳐 봐.

/그러나 두 개의 작은 패널은 명령자의 주위를 유유히 돌 뿐이다. 어떤 것도 감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Vv히데vV: 아니 정말 패널들마저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거야?? 으음... 그럴 리가 없는데......

/또 다시 알 수 없는 예외 상황이 발생했다. 머리를 싸맨 채 쭈그려 앉아 상황을 파악하는 도중, 허리춤에서 여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PMxoxo: 아마미네 군, 나 방금 결정의 정령을 전부 해치웠어. 먼저 앞으로 갈까?

/Vv히데vV는 옅은 한숨을 탁 쉬고는 그 여린 목소리에 회답한다.

Vv히데vV: ...저희 모든 몹을 없앤 게 아니에요, 모모히토 선배...

PMxoxo: 어라? 분명히 미라주 컴퍼스는 전부 해치웠다고 하는데?

Vv히데vV: 아니에요. 미라주 컴퍼스는 그렇게 말해 주는데 갓 노우즈는 계속 돌덩이를 붉게 표시하고 있어요...

Vv히데vV: ...어라?

/Vv히데vV는 다시 한번 돌덩이들의 모양을 확인해 본다. 형태는 다르지만, 무늬는 완전히 똑같다. ...아! 이럴 수가...!!

PMxoxo: ...아마미네 군? "돌덩이를 표시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그들의 목소리 사이에 어른같은 굵직한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매킨토시: 얘들아, 일단 보물은 확보했다. 이 곳에서의 보물은--

Vv히데vV: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에이신 선배!! 

매킨토시: 뭐야, 보물상자 확인하라고--

Vv히데vV: 아, 선배는 방금 전화를 켰죠... 죄송하지만 요점은 그게 아니에요!! 몬스터들이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었어요??

/1초의 정적이 흐른다. PMxoxo의 불안함이 느껴지는 호흡과 매킨토시의 상황 파악이 안된 듯한 신음이 동시에 육각형 화면을 타고 흐른다.

매킨토시: ...이상... 하다니?

/<정삼각과친구들>의 정삼각을 담당하는 자는 오른검지로 이마를 짚고는 대화를 잇는다.

Vv히데vV: 아 왜, 선배가 지나친 그 돌들 있잖아요? 그 오묘한 푸른 빛 도는 그 돌맹이들이요!

매킨토시: 응. 경치의 신비로움을 배가시키는--

Vv히데vV: 그거 광석같은 게 아니라 사실은 몬스터들이에요!! 분명 몬스터인데 얘네가 지금 활동하지 않아서 움직이지 않는 거라고요!!

PMxoxo: 헉...!

매킨토시: ......아! 

/매킨토시의 목소리에서 별안간 수상 오토바이에 시동이 걸린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이 순식간에 끝난 것이다.

매킨토시: 설마,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한 이유가...!

Vv히데vV: 바로 그거예요!! 이상 행동이 감지되지 않은 건 "그 생물체들이 활동하는 시기가 일반인들이 출입 가능한 시간대가 아니"란 뜻이죠!! 그리고 지금 스테이지 난이도에 비해서 몹들이 하나같이 약하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어요?!

PMxoxo: 듣고 보니 그렇네...... 난 두 사람과 달리 레벨이 상대적으로 높으니까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어...

Vv히데vV: 지금 몇 시죠, 모모히토 선배?

PMxoxo: 오후 4시 37분이야.

Vv히데vV: 에이신 선배, 여기 셔터 언제 내린다고 했죠? ...그러니까 언제 끝난다고 했죠?

매킨토시: 6시라고 했다.

Vv히데vV: 하, 그럼 이 스테이지는 제대로 클리어를 하려면 "무조건" 6시 이후에만 돌아야 겠네요.

/PMxoxo가 입을 약간 연 채 의문의 말을 꺼낸다.

PMxoxo: ...이걸 클리어라고 생각하면 안 돼?

매킨토시: 형식적으론 그렇지.

매킨토시: 하지만 모모히토, 나와 너는 분명히 밤에 대한 단서를 들었어. 그것을 알게 된 이상, 우리는 기필코 우리가 열어놓은 길을 걸어야 할 터이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의 말이 맞아요. 그 길은 어차피 우리가 가야 했던 곳이에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스테이지 클리어만을 목적으로 이 곳에 온 게 아니니까요. 

/Vv히데vV는 심란한 마음을 스스로에게 숨기려는 듯 머리를 긁는다. 모든 상황이 예측 불허다. 지금까지 "준비만 잘 하면" 어떤 일이든 스무스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게임" 세계였는데, 아무리 자료를 수집하고 사전 지식을 익혀 나가도 그것이 완전히 "완벽한" 플레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는, 그리고 <정삼각과친구들>은 앞으로도 이런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이게 다 헤이트레스 때문같다. 하지만 헤이트레스를 마주하지 않은 자신의 동료들도 전부 다른 경험을 했고... ...일반적인 게임에선 할 수 없을 수없는 두뇌회전에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PMxoxo: ...그럼, 6시까지 길드 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했다가--

Vv히데vV: 아뇨, 오늘은 일찍 쉬도록 하죠. 모모히토 선배, 죄송하지만 내일 다시 한 번 와야할 것만 같아요.

/PMxoxo는 초조해진다. 나의 주위에 누워있는 몬스터들 때문에 또 한 번의 수고를 해야 하다니... 오늘 안에 끝낼 수 없는 일을 그는, 아니 모모히토는 용납할 수가 없다. 게임의 일도 "성과"이다. 기껏 보물까지 얻었는데 한 번 더 이 스테이지를 반복해야 한다는 상황이 벅차다.

PMxoxo: 내일, 이라니... 『리플렉션 월드』는 실제 시간과의 체감 시간이 다르잖아. 무엇보다도, 아마미네 군은 줄곧 게임을 하루종일 하고 있었잖아...!

Vv히데vV: 아, 그렇게 순수하게 사람을 찌르시다니...!! 

PMxoxo: ...딱히 딴지 걸려던 건 아니고... 길드 하우스에서 대기하다가 6시 이후에 다시 도전하면 안 될까? 

매킨토시: 모모히토가 게임에 열중할 줄은 몰랐는 걸. 하지만 우리는 세 시간동안 『리플렉션 월드』에 있었어. 이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해. 이 곳의 시간흐름이 미묘하게 느껴지긴 하나, 미라주 컴퍼스가 가리키는 시간은 우리의 "일상"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Vv히데vV: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저희 곧 또 드라마 촬영이 있어서 대본도 숙지해야 한다고요! 모모히토 선배도 저처럼 게임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동시에 "완벽"해지고 싶으시죠?

/그렇다. 어쨌거나 이 곳은 현실과는 떨어진 곳, "현실"이 아닌 곳. 여기에서 아무리 자신이 아마미네 군이나 마유미 군보다 강해진다고 한들, 아무리 완벽한 PMxoxo가 된다고 한들 "아이돌" 일에 있어서 이런 "가상"의 강함은 아무런 쓸모도 없다. 무엇보다도 이 곳은 "현실의 피이쨩"의 기대를 부합시킬 만한 장소는 아니다. 오늘 게임에서 일어난 상황들이 너무나도 이상한 나머지 자신의 진짜 전장은 이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PMxoxo는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내일의 피이쨩을 기쁘게 할 고민을 하기로 결심한다.

PMxoxo: ......그래, 알겠어. 내일도 하자.

/낙담의 신음을 내뱉는 PMxoxo의 미라주 컴퍼스 너머로 훗 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Vv히데vV: ...하지만, 모모히토 선배가 그 NPC와 마주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우리는 더 헤맸을 지도 몰라요! 감사합니다, 선배!! 

PMxoxo: 그... 그런가........? 나야말로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마워.

PMxoxo: 이제 하나 남은 배틀을 끝내도록 할까?

Vv히데vV: 헤헤, 좋아요! 함께 밀수꾼 녀석들을 물리치러 가요!

/...라고 호기롭게 말했으나... 보스가 나와야 할 공간에서는 평범하게 작은 몬스터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밀수꾼은 이 스테이지에서 나오지 않는 듯하다. 가장 먼저 전선에 뛰어들어 결정의 정령과 레벨 26의 아이스 골렘에게 하트 모양의 도끼날을 들이미는 PMxoxo는 반은 안도하고 반은 낙담한 듯한 말투로 중얼거린다.

PMxoxo: ......어차피 클리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매킨토시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아이스 골렘에게 주먹을 내지르며 자신의 미라주 컴퍼스에 들어있던 보물을 떠올린다.

매킨토시: ...그렇다면 이 보물은 어떻게 되는 거지...?

/Vv히데vV가 지면에 주먹을 부딪혀 기계 검날을 생성해내며 그의 질문에 대꾸한다.

Vv히데vV: 일단 이 스테이지는 정식 스테이지가 맞는 것 같고, 다만 "아쉽게도 지금은 밀수꾼들이 오지 않은 듯하다! 이 스테이지는 꽝!"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될 것 같네요...

PMxoxo: ...밀수꾼들은 보통 밤에 활동하는 것도 있으니......

Vv히데vV: 아, 여러모로 모모히토 선배에게 말 걸었던 그 NPC의 존재의의가 엄청나네요...! 상황을 짜 맞춰 보면 큰 힘트를 주고 있었어...

매킨토시: 아무래도, 우리가 이 게임에서 하는 모든 행위가 스테이지의 형태를 좌우하는 듯하다. 현재와 미래가, 우리의 경험과 체험에 의해 변한다...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구나, 『리플렉션 월드』 의 스토리는. 재미있어.

PMxoxo: 에이, 마유미 군, 그 이야기 그만하라니까...

/기묘할 만큼 순식간에 적들을 해치운 세 사람은 거울 기둥 앞으로 모인다. 현재로서 가장 이상한 스테이지를 돌고 난 직후의 싱숭생숭한 기분을 뒤로 하고 일단은 자신들이 해야 할 수습을 이행한다. Vv히데vV는 미적지근한 게임의 흐름에 의한 찌뿌둥함을 덜기 위해 기지개를 편다.

Vv히데vV: 하암... 졸리다... 한동안 이 게임 공략 찾아보고 연기 연습 좀 하느라 피곤했는데 오늘은 일찍 가서 쉬도록 해요. 

매킨토시: 수고 많았다, 모두들.

PMxoxo: 이 곳에 머무른 시간에 비해 실질적인 플레이 시간은 너무나도 짧고 부질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어.

/자신의 동료가 위축된 것을 이미 감지했는지, 매킨토시가 부드러운 손길로 PMxoxo의 등을 다독인다. 

매킨토시: 부질없었다니. 도서관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더더욱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 네 덕분이다.

PMxoxo: ...마유미 군도 참...

/진하게 하품을 한 Vv히데vV 역시도 장난기 어린 미소를 품으며 선배의 볼을 더욱 붉게 물들인다. 

Vv히데vV: 하하, 그래요, 모모히토 선배. 계속 말하지만, 선배 덕분에 우리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로소 깨달았는 걸요!

PMxoxo: ...아마미네 군도...!! ......어쨌든, 우리 내일은 꼭 비드리오 아나에서 탈출하도록 하자!

Vv히데vV: 좋아요! 오늘의 <정삼각과친구들> 활동은 여기서 끝!!

 


/다음날 오후 7시 38분. 기다란 육각형의 거울막이 비드리오 아나 앞에 나타난다. 거울 너머로, 매킨토시와 Vv히데vV, 그리고PMxoxo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PMxoxo는 과연 이번에도 원활히 스테이지 3-1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불안을 가슴에 품은 채 『리플렉션 월드』에 발을 디디고 서 있다. 아마미네 군의 분석조차도 틀린 것이었다면 어쩌지?--이것은 자신의 동료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이 게임의 불규칙성에 적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가 위축된 것이 눈에 보이는지, Vv히데vV가 밝은 얼굴을 그의 앞에 내민다.

Vv히데vV: ...괜찮을 거예요, 선배. 제 두뇌를 믿으세요!!

PMxoxo: 하하... 자신감이 넘치네. 그래, 우리 리더를 믿어야지, 안 그래?

Vv히데vV: 그쵸?! 저야말로 여러분들을 최강의 여행자로 만들어 드릴테니까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어떤 이의 단호한 목소리에 세 사람은 그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제 본 관계자와 전혀 다른 사람이 그들 앞에 사 있다.

동굴 관계자: 잠시만요. 확인할 게 있습니다.

Vv히데vV: 에, 무슨 일이시죠? 저희는 여행자인...

동굴 관계자: 실례지만, 그것만으로는 비드리오 아나에 입장할 수 없습니다.

PMxoxo: 예...?

/이번만큼은 이 스테이지를 완수하길 바라는 희망을 품던 PMxoxo도, 방금 전에 그에게 분명 괜찮을 거라고 멋지게 폼을 잡았던 Vv히데vV도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아, 결국 나는 또 다시 나아가지 못하겠구나. 모모히토 선배에게 안심하라고 해놓고서는 허풍을 말하는 격이 되었잖냐...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지만 보다 상세한 정보를 알아내고 싶은 매킨토시가 그에게 말을 건다.

매킨토시: 그렇다면, 이 시간에 이 곳에 입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요.

동굴 관계자: 밤에는 반드시 전용 출입증을 필요로 합니다. 출입증 제시할 수 있나요?

매킨토시: 출입증... 말인가요...? 

/출입증...? PMxoxo와 매킨토시가 일제히 Vv히데vV를 바라본다. 그러나 사실 그 역시도 현재의 상황에 대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당연하다, 이들이 『리플렉션 월드』에서 경험하는 모든 사건은 전부 "예외 상황"이다. Vv히데vV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직후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 세 사람의 머리 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관계자는 바리게이트를 거두기 시작한다. 그의 행동에 여섯 개의 눈동자는 의문의 빛을 띄운다.

동굴 관계자: 아, 죄송합니다. "고대 전설의 전달자" 분들이셨더군요. 출입 가능합니다. 단, 유물 외의 동굴의 자원을 수집하는 것은 엄금하오니 조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매킨토시: 네? 그게 무슨...

Vv히데vV: "고대 전설의 전달자"요? ...아!!

PMxoxo: 아마미네 군...?

Vv히데vV: 헤헤 감사합니다!! 자, 빨리 가요, 선배들!!

/Vv히데vV가 쏜살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고개를 기울이며 동굴로 향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 대해서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들은 "아" 하고 납득할 수 있게 된다.

Vv히데vV: "고대 전설의 전달자" 그거잖아요, 마그나 몬타나에서 받은 칭호!! 스테이지 3-1은 이 칭호를 지니고 있나 아니냐로 전개가 완전히 달라지는 특수 스테이지 같네요!! 보물 수집의 중요성을 이렇게 세밀하게 만들 줄은 몰랐어요!!

매킨토시: 그러게. 정말로 우리가 "주인공"이 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군.

Vv히데vV: 하, 정말 가면 갈수록 미궁을 파헤치는 것 같아서 꽤 재밌네요, 이번 스테이지!! ...뭐, 이번 스테이지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요... 

Vv히데vV: 아, 그리고, 맵을 다시 보는데 밤 버전은 배틀이 총 네 군데예요. 현재 우리가 어제처럼 몹이 존재하지 않는 배틀 1에 있는 것 같으니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제가 선배들 미라주 컴퍼스에 보낸 몹들 정보 꼭 확인하세요! 몬스터들이 좀 골치 아픈 약화 효과를 쏘니까 조심하세요!! 아직 저희에게는 약체 효과를 풀 수 있는 방도가 마데카 민트 말곤 없으니까 물약과 열매를 꼭 먹어서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방법을 택하도록 해요!

Vv히데vV: 일단은 미라주 컴퍼스의 채팅 모드를 계속 켜 놓으세요!! 저희 셋이 한동안 계속 떨어져 있어야 하니, 갑작스런 상황을 알고 함께 대처해야 하니까요!!

PMxoxo: 응, 알겠어!

/그들 앞에서 다시 한 번 세 개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망설일 필요 없이 어제처럼 매킨토시가 왼쪽, Vv히데vV가 가운데, PMxoxo가 오른쪽 길로 향한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Vv히데vV는 손가락 마디를 부러뜨리듯 자신의 무기를 매만지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결정의 정령들에게 손을 뻗는데. 

Vv히데vV: ...허...읍!

/박쥐"처럼" 생긴 정령들의 속력은 어제의 것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빠르다. 심지어 낮보다도 개체의 수가 많다. 한 필드에 같은 몬스터만 10체나 나올 수 있는 것이었나. 그들이 지나가자마자 가늘면서도 깊은 상처가 얼굴과 어깨, 그리고 팔뚝에 남는다. 그들이 비행을 하며 남긴 삭풍과 생채기로 하여금 놀란 호흡을 두 사람으로부터 숨기기 위해, Vv히데vV는 얼굴만한 스카이 서밋 두 개를 자신의 입술 위에 포갠다. 어제까지 활어처럼 팔딱거리던 그의 여유는 일순간에 사라져 있다. 어제의 이 몬스터들이 강했던 이유는 그들 역시 낮과 밤의 능력치가 상이하기 때문이리라. 이들은 밤이 되면 자신들의 본 능력을 발휘하는 체질의 적들이었던 것이다. "...아!" 아래쪽에서 매킨토시의 비명이 들린다.

매킨토시: ...큭! 말도 안 되게 강해...!

/활이 날아가는 소리보다 정령들이 날아가는 소리가 훨씬 빠르고 날카롭게 들린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선배를 향해, Vv히데vV는 자신은 끄떡없다는 척 말을 건넨다.

Vv히데vV: ...사실... 스테이지3부터는 저와 에이신 선배에게 있어서는 꽤 부적절한 스테이지인 건 사실이에요... 여기 몹들 중에서 가장 낮은 애들이 25렙이에요. 

매킨토시: ...? 슈... 화산 도깨비의 레벨은 몇이었지...?

Vv히데vV: 설마 레벨 안 보세요?! 걔는 25였어요, 선배!

매킨토시: .........그 정도였나...?

Vv히데vV: 하?! 그거 정도는 선배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마추어 게임 플레이는 다른 사람들과 멀티로 하게 되면 엄청난 실례예요!! 하 참, 모모히토 선배나 에이신 선배나, 제가 있는 걸 감사히! 여기세요!

/그렇게 말하는 본인도, 사실은 겨우 정령의 공격을 피하며 겨우 그들을 향해 저격하고 있는 처지이다. 이들간의 거리를 넓혀야만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게 Vv히데vV이거늘, 끊임없이 그에게 몬스터들이 달려드니 봐줄만한 화력이 나오지 않는다. 피가 좀체 닳지 않네, 라고 뇌로 중얼거리며 이전에 수확한 팝핑 베리 하나를 입에 넣는다. 팝핑 베리의 효과에 따라 패널들의 화력이 전보다 강해진 상태이지만, 여전히 저 성가신 박쥐들을 물리치기에는 벅차다. 매킨토시의 신음이 다시금 귀를 울린다. 

매킨토시: ...벌써 체력이 50퍼센트 안팎이군...

Vv히데vV: 선배, 체력 포션과 코르 말룸 좀 먹고, 약화 효과 받으면 전달해 준 마데카 민트도 쓰고, 저번에 수천 개나 땄던 팝핑 베리도 좀 써 봐요!! 하여튼, 이 녀석들을 모조리 없애야 낮동안 곯아떨어져 있던 녀석이 일어나니까, 열심히 처리하세요, 선배!! 안 그래도 금세 너덜너덜해 지는데 여기서 벌써 죽으면 곤란해요!!

/Vv히데vV의 목소리가 묘하게 고조되어있단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버벅거리는 매킨토시는 절규와도 같은 답변을 한다.

매킨토시: 안 죽어!!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에, PMxoxo는 그들보다 느린 속도로 간신히 움직이며 비터 스위트 러브를 휘두른다. 두 사람보다 레벨도 숙련도도 높은 터이지만, 그 역시도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결정의 정령은 그보다도 빠르고 강하다. 이들에게 굴복당할 의지란 눈곱만큼도 없는 PMxoxo이지만, 자신이 이 녀석들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이 가는 다리에 약간의 경련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저 작은 몬스터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펀전트 퍼퓸으로 자신의 힘으로 가능한 한의 공격력을 최대로 올린 후 간신히 다리에 힘을 준 채, 자신의 속도로는 닿지 않는 정령들을 향해 도끼날 하나를 날리는 테크닉을 구사한다. 손에서 느껴지는 열등감, 투쟁심, 분노, 출처와 목표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도끼의 손잡이에 모여 공중에 있던 하트형 날을 적들을 향해 강타한다. 박쥐 형태의 결정보다도 빠른 속도로 차가운 동굴의 공기를 가르는 날은 최전방에 있던 그들을 한 번에 깨뜨린다. 와장창. 정령 치고는 퍽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빛이 되는 동료 정령들을 다른 이들이 앞질러 간다. PMxoxo의 붉은 눈동자가 한층 더 붉게 빛난다. 그의 마음을 읽을 리 만무한 Vv히데vV가 애먼 매킨토시에게 잔소리한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 모모히토 선배를 본받으세요! 모모히토 선배는 묵묵히 몬스터를 때리고 있잖아요!! 왜 이렇게 게임 속에서는 최약체이신 거예요?!

매킨토시: 나야 너희처럼 완벽한 컨트롤을 하고 싶고 성장을 하고 싶지만,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고싶지는 않아...! 요컨대 나의 『리플렉션 월드』 세계에서의 모토란 "다양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인 만큼 오감과 도전을 통하여 이 세계를 이해해 나가고자 하는 것... 그러나 우리의 진도는 이 게임을 온전히 만끽하기에는 너무나도 빠르고 성급해...!!

Vv히데vV: 그래도, 적정 레벨보다 높은 스테이지를 돌면 그만큼 경험치도 많이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마그나 몬타나 보물 아이템의 성능은 최고니까 악깡버 하세요!! 그 장비들이라면 에이신 선배 정도의 컨트롤이라도 잘 버틸 수 있으니까요!! 레벨은 사실 숫자 놀이에 불과해요! 파이팅!!

매킨토시: 이봐, 슈!! 야!!!

/수화기를 내려놓는 듯한 음과 함께 울려퍼지는 매킨토시의 절망적인 포효조차 PMxoxo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제 저 날카롭게 반짝이는 박쥐 정령은 한 마리만 남았다. 펀전트 퍼퓸의 특수효과는 사라졌지만, 이제 저것만 처리하면 아무 상관이 없다, 고 그는 생각했다. 날카로운 미소가 땀과 함께 얼굴에 번진다. 그것 외의 적이 더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전에는 그 미소는 유효했다.

PMxoxo: 아... 윽!!

/귀에서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들린다. 비명처럼 들리는 굉음이다. 쇠를 긁을 때 들리는 그것보다도 공허하고 거칠다. 이것이 바로 PMxoxo에게 말을 건 NPC가 "귀신"인 줄 알았던 것, 어제 돌맹이인 척하고 있던 몬스터, "크리스탈버그." 플레이어가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돌진하는 찰나, 레벨 29의 투명하고 거대한 돌덩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적을 향해 눈으로 시퍼런 빛을 발사한다. 차디찬 냉기로 타들어간다,는 지극히 모순적인 감각과 함께 왼다리는 검푸른 빛으로 퇴색된다. PMxoxo는 덫에 걸린 오리 새끼마냥 맥없이 주저앉는다. 두 손으로 "동상"으로 굳어진 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오늘 먹은 식사의 열량이 전부 왼쪽 다리로 향하면 좋겠다. 아마미네 군이 사 준 이 마법 바퀴가 제 값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마미네 군이 사 준 아이템도, 게임 세계 속에서 강화된 그의 신체조차도 약화 효과를 감당하지 못한다. 어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전에 Vv히데vV가 건네 준 마데카 민트를 꺼낼 시간... 이 없다. 결정의 정령은 이 상황을 기회삼아 PMxoxo에게 자신의 입김을 불어넣는다. 춥다. 점점 싸늘해진다. 그의 미라주컴퍼스에 표기되어 있는 체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에게 유효타를 먹인 크리스탈버그는 나머지 4체와 함께 둔탁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 PMxoxo에게로 향한다.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떨어진다.

PMxoxo: 하....... 하하...

/할 수 있는 것이 적들에게 맞고 체력 소진으로 게임 오버되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PMxoxo. 하하, 나는 언제나 이랬지. 하자가 있어서 완벽하지 못하고, 맨날 누구에게 져야만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게임에서도 이런 운명인 건가. 절망과 체념이 섞인 말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제대로 플레이하지도 못할 거면서, 어제는 왜 그렇게 혼자 조바심을 냈던 걸까. 왜 굳이 하루 안에 반드시 클리어해 보겠다고 그렇게 오기를 부렸을까. PMxoxo가 무거워진 자신의 몸을 겨우 지탱해 주던 도끼를 손에 놓으려는 순간.

매킨토시: ...위험해, 어서 코르 말룸을 섭취해야만......

/맞다, 아이템이 있었다. PMxoxo는 자신도 놀랄 정도의 빠른 몸놀림으로 하트 모양의 열매를 꺼내어 먹는 동시에 자신의 다리 역을 대신 해 주던 비터 스위트 러브를 높이 치켜들고는 자신의 머리 위에 원을 그리듯 휘두른다. 동상 효과는 그대로이지만, 왜인지 팔의 힘은 전보다 더 강해진 듯하다. 몬스터들 역시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위협적인 도끼의 몸놀림에 움찔한 듯하다. 자신의 몸 주위에 분홍색의 빛이 펴져있음을 확인한 PMxoxo는 짧은 심호흡을 한다.

PMxoxo: 이것이, "공격력 증가" 효과구나... 고마워, 마유미 군...!!

/PMxoxo는 자신의 상체와 비터 스위트 러브만이 멀쩡하다는 것을 이용하여, 도끼의 손잡이를 땅에 내려쳐 두 개의 하트 날을 몬스터들을 향해 날린다. 정령과 크리스탈버그의 신체에 강한 충격을 입힌 날들은 다시금 지휘자가 흔들어내는 손잡이에 부딪혀 주회하는 방향을 교환한다. 크리스탈버그가 고개를 들기 전, 결정의 정령이 입을 벌리기 전에 하트형의 도끼는 그들의 어깨를, 복부를 강타한다. 확실히 대미지가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나온 것을 체감하는 PMxoxo. 추운 기운이 사라지고 왼쪽 다리가 점점 원래의 색을 되찾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탄.

PMxoxo: ...끝이다, 하압!!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완전한 도끼의 모양이 된 자신의 무기의 끝부분을 붙잡은 PMxoxo는 자신의 육체를 한 바퀴 빙글 회전시킨다. 연속적인 충격으로 반대로 속수무책의 상태가 된 박쥐형 정령과 투명한 돌덩이들은 그 자리에서 절규와도 같은 붕괴음과 함께 사라진다. 드디어 자신의 눈 앞에 세 번째 배틀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는 PMxoxo.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포자기 상태로 앉아 있던 자신이 어느새 첫 관문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생존하고자 하는 욕망도 지니고 있었던 건가. 웃기다. PMxoxo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체력 포션을 마신 후 등 뒤를 향해 병을 던진다. 역시나 무미의 코르 말룸을 꺼내 베어먹고는, 마치 "두 번 당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한 붉은 눈빛을 앞으로 둔다.

Vv히데vV: 콜록콜록, 하 겨우 물리쳤다...

/약한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와 서둘러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 보다 두 멤버들과의 통화가 완전히 끊겨있다는 것에 안심을 하는 Vv히데vV. 아무리 자신이 강하다는 확신을 지니고 사는 그이지만, 레벨의 격차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진리이다. 이 게임이 워낙에 신체를 직접적으로 움직어야 하는 작품이라 상대적으로 더 힘든 거지, 사실은 여타 다른 게임 역시도 레벨이 10 정도는 차이가 나는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게임 속의 주인공으로서 스스로를 조작한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구나, 하는 잠깐의 진심과 함께.

Vv히데vV: ...하지만 나는 크리스탈버그까지 무사히 무찔렀으니까!! 나는 천재니까 이 정도는...!! ........

/하지만 자신이 생기지 않는 것은 숨길 수가 없다. 이와 똑같은 행위를 한 번 더 반복해야만 최종 배틀로 나아갈 수 있다. PMxoxo와 매킨토시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을 사실이나, 회복 아이템을 다수 썼다. 스테이지를 돌면서 조금씩 모이기 시작한 회복 포션과 마데카 민트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위안이라고 한다면, Vv히데vV는 천재이다. 처음에야 겨우 적들의 공격을 피하는 데에 급급했지만, 싸우는 동안 녀석들의 패턴을 전부 익혔다. 자신의 양옆에서 조용히 부유해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아테나와 아레스의 체력을 확인한다. 응, 아직 팔팔하네.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다. 

Vv히데vV: 이제 진격이다!! 올림피아!!

/자신의 주위에 있는 창조물의 힘을 믿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창조하고 조종하는 자신을 믿으며 Vv히데vV는 다시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결정의 정령과 아이스 골렘 무리에게 일제 사격을 가한다. 총탄의 힘을 최대치고 끌어모아 이들을 멀리 떼어놓으려 하지만, 그들의 얼음바람이 자신의 바람보다 훨씬도 강하다는 사실을 그 역시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는 사실. 결국 방어력 강화 기술인 아이기스를 발동할 수밖에 없다. 철저히 동료들을 돕기 위해서만 사용하고자 한 것을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니 살짝 꺼림칙하지만, 적들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이런 불완전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동상 효과의 느낌은 무척이나 별로다. 아이스 버그의 돌격을 앞구르기로 가까스로 피하며 최대한 목소리의 떨림을 억제한 체 외친다.

Vv히데vV: 난 네들 손에 죽으면 안 되니까...! 아이기스!!

/시전자 주위의 바닥에 미세한 흔들림이 있더니 이내 앞뒤로 두껍고 거대한 패널 두 개가 하나씩 땅 속에서 튀어나온다. 통나무를 연상시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이지만, 정령과 골렘의 냉기를 막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조금은 아늑한 기분이 들어 멋대로 기세가 등등해진 그는, 방패 패널 뒤에 숨어 표면에 머스킷형 패널을 붙인 후, 그들에게 호위와 견제를 동시에 맡긴다. 방패 패널을 지니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방어력을 올리는 것에 존재의의를 다 하는 스킬이지만, Vv히데vV의 센스는 보다 복합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스킬의 한계를 메꾸어낸다. 

Vv히데vV: 이왕 이 스킬을 만든 거, 좀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해 볼까... 세부 내용은 망각의 물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가능하려나...

/아이기스 뒤에서 숨은 채 아테나와 아레스의 엄호를 받던 Vv히데vV는 몬스터들의 체력이 반 정도 닳았을 때 쯤 스킬 분석을 중단하고 거대한 패널 앞에 선다. 지금쯤이면 저 녀석들도 조금은 지쳤을 터이다. 이전 배틀에서 갓 노우즈로 확인해 본 바 이들의 공격력과 민첩성이 차츰 낮아지는 것을 포착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을 완전 공략할 때는 아니다. 한 가지 절차가 더 남았다.

Vv히데vV: 아테나, 앞으로 가!!

/산들바람과 같은 창조주의 손짓 한 번에 작은 패널은 용감하게 그를 엄호하기 시작한다. 자신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대를 인식한 10개 개체의 적들은 일제히 그것에 강력한 일격을 날리기 시작한다. 모든 공격을 한 몸에 받은 아테나는 약간의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고는 푸른빛 공기가 되어 사라진다. Vv히데vV는 예의 비딱한 미소를 짓고는, 말 한 마디 없이 방금 전보다 훨씬 화려한 몸짓으로 아레스를 비롯한 나머지 패널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다. 아레스와 머스킷 여섯 대는 몬스터를 하나씩 맡아서 일제 사격을 가한다. Vv히데vV는 새로운 아테나를 만들어 그로 하여금 여덟 번째 몬스터를 사격토록 명령하고, 자신은 다시 아이기스 패널 뒤로 들어간 후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2체의 아이스 골렘을 향해 그것을 밀어낸다. 거대한 패널은 똑같이 큰 덩치의 골렘과 부딪히는 순간 맑은 하늘색의 빛을 내뿜으며 그들과 함께 종적을 감춘다. 현재로서는 무식한 방식을 써야 하지만, 조만간 이 스킬도 멋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Vv히데vV는 머리를 긁는다. 고민을 마쳤을 때 즈음, 아레스와 여섯 개의 머스킷, 그리고 신생 아테나가 제 할 일을 끝마치고 바람으로 돌아간다. 갓 노우즈는 다행히 오늘도 이상 무였군. 만족감의 콧김을 얕개 뿜은 후, Vv히데vV는 마지막 배틀로 통하는 입구 앞의 교차로에 도착한다. PMxoxo는 이미 먼저 나와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무사함을 확인하던 그 잠깐의 순간이 흐른 뒤, PMxoxo가 그에게 질문을 한다.  

PMxoxo: 마유미 군은 아직이야? 

Vv히데vV: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네요.

/아 맞다, 이제서야 매킨토시 생각이 난다. 본인의 배틀을 클리어한다고 그의 전화를 끊었던 사실을 비로소 상기하고는 아직도 매킨토시와의 통신이 연결되어 있는 PMxoxo의 미라주 컴퍼스에 가까이 다가가서 안부를 묻는 Vv히데vV. 

Vv히데vV: 에이신 선배! 괜찮아요?

/연두색 미라주 컴퍼스 너머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효과음이 들린다. 체력 회복을 할 때에 들을 수 있는 효과음이다.

매킨토시: ...너희 먼저 나아가. 체력의 손실이 커서 잠시 회복을 하고 가야될 것 같다...

PMxoxo: 정말 그래도 돼?

Vv히데vV: 에이, 괜찮아요. 플레이어들이 배틀을 클리어하기만 하면 보스 스테이지에 갈 수 있는 거라, 일단은 우리끼리 가서 처리하고 있을게요.

Vv히데vV: 것보다 천하의 에이신 선배가 매번 흔들린다니, 정말 『리플렉션 월드』는 "새로운 모습" 발굴소네요.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본인이 방금 전까지 온갖 놀람의 표현을 남발하던 것은 잊은 건지, Vv히데vV는 여유롭다는 듯 두 팔을 머리 뒤에 올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PMxoxo는 매킨토시를 숨기고 있는 배틀 출구를 한 번 바라보고는 자신의 리더를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매킨토시: 윽, 역시 적응하기 힘든 맛이다.

/회복 포션을 마시며 연신 얼굴을 찡그린 후, 매킨토시는 활시위를 당긴 채 허공을 바라본다. 그 기민한 신체로 적들의 공격과 약화 효과를 전부 받아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추태만을 보였다. 테크닉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가능한 것이 전무하니 차라리 포션의 쓴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최고의 속죄라는 감상이 들 정도이다. "인도자"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그는 두 사람에게 전혀 보탬이 되고 있지 못한다. "인도자"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그는 자신만의 강점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저 게임 속에 "서 있기만 할 뿐." ...아, 유일하게 하나 할 줄 아는 게 있다. 발르 미장센. 그는 정말로 발르 미장센에 부속된 매료 효과 하나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그 스킬을 고안하지 않았다면 "매킨토시"라는 플레이어는 그저 이 게임 속의 더미 데이터에 지나지 않았겠지. 나중에 가면 매킨토시가 발르 미장센에 먹혀버릴 것만 같다. 문득 저번 레이드 스테이지에서 만났던 칠리맛감자칩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인도자는 워낙 어려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배려 받더라고요! 특히 레이드에선 걍 버프나 디버프만 제때 줘도 점수도 얻고 "아 쟤 지금 열심히 하는구나" 해 주거든요! 레이드에선 무척이나 편리한 직종이니 서포트만 좀 하시면 될 것 같아요! 파이팅!!!  ...그 말이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리라. 스토리 위주의 플레이를 고집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전략과 장비 강화를 소홀히 했다. 자율도가 높다는 것을 핑계로 "파밍"을 회피했고, 그런 성향 때문에 동료들의 걸림돌이 되어버렸다. "과도한 자유"로 인해 이상한 매커니즘을 지니게 된 매킨토시는 마유미 에이신의 둔함의 실체회이니라. 

매킨토시: 나라는 인간은, 자유가 용납될 수록 우행만을 반복하거늘... 

/매킨토시가 고뇌의 늪에 빠져있는 동안, 나머지 두 동료는 최종 배틀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도중. 유독 어두운 동굴의 길을 둘만이 걷고 있다는 사실이 꽤 어색하다. 어려운 전투에 살짝 지쳐서, 그리고 멤버의 구성 자체가 어색해서 입을 다물고만 있는 두 사람의 발소리만 터벅터벅 또각또각 화음을 맞출 뿐이다. 갑작스러운 만남으로부터 나름의 추억을 쌓았다곤 하지만, 슈와 모모히토가 아닌 Vv히데vV와 PMxoxo로서 둘만 있는 것은 여전히 이상한 기분이다. 사실, 슈와 모모히토로서 같이 있다고 해도 현재 상황처럼 묘할 것 같기도 하다. 서로의 존재가 익숙하지 않아 줄곧 침묵을 유지하다 정적을 깨는 것은 PMxoxo의 뜬금없는 발언.

PMxoxo: ...어라? 뭔가 동굴 안의 공기가 차가워 진 것 같아.

Vv히데vV: 네? 정말이요? 으음...

/Vv히데vV가 고글을 자신의 눈 앞에 내려 주위 공간을 분석하지만, 그것은 어떤한 특이한 점도 발견하지 않는다. 이상은 없단 뜻인데.

Vv히데vV: 아무 이상 징조도 없다는데요?!

PMxoxo: 응, 그렇구나...

PMxoxo: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해...... 동굴의 공기는 아닌 듯한............ ??

/갑작스럽게 PMxoxo는 자신의 살갖에서 차가운 기운이 닿는 것을 느끼고는, 이 변화를 절대로 간과할 수 없겠다는 이성적 판단에 이른다. 이것은 동굴의 차가움과는 전혀 다른,결정의 정령이 내뱉는 차가움과도 다른-- 싫증이 느껴지는 냉기다. ...이게 뭐지? 고뇌를 하는 그의 귓가에 별안간 들리는 제 3자의 목소리.

???: 이제서야 여기까지 왔군. 기다리느라 지치는 줄 알았네.

/그 목소리는 마치 뒷목에 예리한 칼날을 가져다 댄 듯한 감각으로 PMxoxo에게 다가온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허무감. 그 "공포"라는 불쾌한 감각이 점점 자신을 주먹으로 때리듯이 온 몸으로 타고 들어온다. 예리한 PMxoxo는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이상한 느낌의 까닭을 깨닫는다. 자신은 의식적인 공포감을 "촉각"을 통하여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공포라 함은—

PMxoxo: ...?!

PMxoxo: 아마미네 군!! 조심해!!!

Vv히데vV: 네??

/자신과는 달리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Vv히데vV의 두 어깨를 강하게 붙잡고, PMxoxo는 왼쪽으로 그와 자신의 신체를 넘어뜨린다. PMxoxo의 등에서 익숙한 섬뜩함이 느껴진다. Vv히데vV고개를 들고 상황을 확인하려는데, 자신의 바로 옆에 익숙한 물건이 있는 것을 확인한다. 핏빗의 광물 조각...

Vv히데vV: 헤이트레스...!!

헤이트레스: 그 짐승같은 빨간 놈은 없나. 뭐, 너희의 실력을 본 적은 없으니 너희 먼저 손보면 되겠지. 이리 온.

Vv히데vV: 시 싫어!! 우리는 빨리 이 스테이지를 깨야...!!

PMxoxo: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PMxoxo: 일어나, 아마미네 군. 내 손 잡아.

Vv히데vV: ㄴ... 네!!!

/Vv히데vV는 PMxoxo가 자신의 손을 내미는 순간 더 높은 강도의 어색함을 느끼지만, 지금은 기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의 손을 낚아채듯 붙잡고는 다시 일어서서 자신들의 눈 앞에 있는 네 번째 배틀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와중에도, PMxoxo는 냉철하게 두뇌를 회전하기 시작한다. 어제오늘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 자신에게 스스로 말을 건 NPC. 시간과 칭호의 여부에 따라 바뀐 스테이지. 헤이트리스. 헤이트리스... 헤이트레스에 대한 공포심과 함께 증폭되는 냉기. 뿌리치고 싶은 기운을 겨우 감내하던 도중, PMxoxo는 "어떠한 사실"을 깨닫는다.

PMxoxo: ...니야.

Vv히데vV: 뭐라고요?

PMxoxo: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야...

PMxoxo: ..........어쩌면 마유미 군이 강조하는 "『리플렉션 월드』의 '생동감'"이란 사실일 지도 몰라......!!

/물론 이것은 당연히 Vv히데vV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동료 두 명 중 두 명 모두 똑같은소리를한다니...!!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 갑자기 무슨 말을 하시는.....?!

/그러나 Vv히데vV는 더 이상 PMxoxo에게 반박을 할 수가 없다. 헤이트레스가 자신들을 향해 씨앗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Vv히데vV는 올림피아를 발동한 후 자신들을 노리고 뒤따라오는 붉은 보석 무더기를 하나둘 떨구어낸다. PMxoxo는 자신만이 느끼는 냉기의 거리와 위치를 파악한 후 자신의 등 뒤로 도끼날을 날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씨앗이 날아오는 느낌이 시원찮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일까 하는 의문감이 PMxoxo의 뇌를 가득 채울 때. 어느덧 그와 그의 동료는 3-1의 마지막 배틀 장소에 도달한다. 이곳이 비드리오 아나의 "진짜" 끝자락. 필드의 생김새는 어디 하나 어그러진 곳 없이 완벽한 원형의 형태이다. 이 비현실적인 공간 주위로 거대한 무지개 빛의 광석 기둥들이 자신들의 눈을 따갑게 비추고 있다는 것조차 Vv히데vV와 PMxoxo는 인식하지 못한다. 좁은 공간만큼 그들의 마음의 틈도 점점 좁아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이제 그들은 저 녀석과 싸워야만 한다. 그러나 PMxoxo이 Vv히데vV보다도 초조함을 느끼는 이유는 헤이트레스가 "아직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상대도 그의 기분을 의식했는지, 오른손에 서너개의 씨앗을 가볍게 던졌다 잡는 것을 반복하며 전에 보였던 끔찍하게 상냥한 얼굴로 말을 건다.

헤이트레스: 의외인 걸, 너라면 바로 내게 덤빌 것 같았는데 말이야.

/발에서부터 온 몸을 얼려버릴 정도의 한기를 느끼는 PMxoxo. Vv히데vV 역시도 두 다리로 서서 헤이트레스를 마주보는 것 자체에도 큰 정신력을 소비하고 있는 까닭에 쉽게 그의 도발에 넘어갈 수 없다.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자신들은 헤이트레스를 이길 수가 없다는 사실을. 먼지처럼 검고 흐린 존재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는 그들은 현재 어떠한 사실을 잊고 있다.

파란 가방 밀수꾼: 뭐야,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

노란 두건 밀수꾼: 설마 우리가 온 게 들통난건가?!

/그들의 진짜 목표란 광석 밀수꾼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사실을. 뒤에서 들리는 낯선 이들의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 Vv히데vV와 PMxoxo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그 쪽으로 돌리는 그 순간.

헤이트레스: 훗, 녀석들도 나타났군. 너희도 늦었잖아.

/헤이트레스는 손에 쥐고 있던 씨앗을 전부 밀수꾼들에게 날린다. "으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맥없이 쓰러지는 이들을 보며 두 명의 플레이어는 외마디 짧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이들은 이내 또 다시 달리기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한 번의 발작을 하던 두 밀수꾼은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 그대로 "눈을 빨갛게 뜨고" Vv히데vV와 PMxoxo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파란 가방을 멘 자가 PMxoxo에게 낫을 휘두르고, 노란 두건을 두른 밀수꾼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Vv히데vV의 머스킷을 향해 발길질한다. 밀수꾼들은 레벨 33으로 책정이 되어 있는 보스 몬스터이지만, 현재 헤이트레스의 어둠의 힘을 이어받아 배로 강해져 있는 상태인 듯하다. PMxoxo가 자신의 도끼보다도 작은 낫을 막기 위해 도끼날 하나를 자신의 앞에 두지만, 밀수꾼은 낫질 한 번에 도끼날과 그것의 주인 모두를 내동댕이쳐 버린다. 헤이트레스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입을 막고 낄낄대고 있다.

PMxoxo: 으학!!

Vv히데vV: 이 게임 정말 이상해!! 또 다시 갓 노우즈가 먹통이에요!! 으윽!! 하지만... 하지만 확실히 저번의 화산 도깨비와 완전히 똑같은 상황에 처한 건 맞는 것 같아요!!!

PMxoxo: 당장은 그게 현재의 상황에서 도망칠 힌트는 되지 못하잖아?!

Vv히데vV: 그건-- 그렇지만요!!!

헤이트레스: 하하하, 정말 가관이군!! 이제야 놀이방 세팅이 된 것 같다.

PMxoxo: ...그럼 우리를 겨냥한 이유도, 저 자들을 이용하기 위해...!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 녀석의 낌새를 눈치 챈 거예요??

PMxoxo: 아! 으음, 뭐 그렇지... 헤헤...

/즐겁게 이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헤이트레스의 표정이 PMxoxo의 멋쩍은 웃음 하나로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헤이트레스: 재수없게 너희들끼리 희희덕거리지 마.

헤이트레스: 말했지, 내가 너희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겠다고. 너희는 세 명인데 나 혼자만 너희를 상대하면 그것만한 불합리가 없으니까 말이지. 무엇보다 상대가 많으면 너희도 싸우느라 지루할 틈이 없지 않겠나?

헤이트레스: 너희는 나의 존재를 인식했다. 그러니 더더욱 내게 농락당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

/PMxoxo가 다시 파란 가방 밀수꾼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동료에게서 떨어졌을 때, 그 동료인 Vv히데vV는 현재의 아치 에너미의 말에 집중한다. 남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고 쉽게 타 존재를 증오하며 상대를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최악의 캐릭터이다. 현실 세계에서 당연히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형이다.

Vv히데vV: 녀석, 아주 버르장머리가 없는 녀석이잖냐!!

헤이트레스: 너희가 하도 몬스터 몬스터 해서 너희와 같은 인간에게 "축복"을 내린 것 뿐이다. 이렇게 하면 밸런스가 맞는 게 아닌가? 이게 "호의"가 아니면 뭐지? 

Vv히데vV: 너무나도 뻔한 창작물 속 악당의 레퍼토리라지만 비겁한 자식들을 두고볼 수만은 없어!! 아레ㅅ--

/헤이트레스의 먼지처럼 가벼운 언행이 몹시나 마음에 걸린 Vv히데vV는 아레스에게 사격을 지시한다. 그러나 헤이트레스를 겨냥하려던 총탄은 그의의 앞에 급습한 노란 두건 밀수꾼에게 가로막힌다. 자신을 또렷이 응시하는 붉은 눈이 자신을 향해 곡괭이를 내려치려는 상황에, Vv히데vV의 판단력이 헤이트레스를 향한 분노로 인해 흐려진 탓에 발이 꼬여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리고 만다. 겨우 몸을 왼쪽으로 굴려 곡괭이를 피한 Vv히데vV는 땅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분풀이를 한다.

Vv히데vV: 으윽, 왜 일이 안 풀릴 때마다 계속 발이.........

헤이트레스: 꼴 좋네. 비겁한 건 너희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너희에게 또 한 번의 호의를 베풀까?

헤이트레스: --"가장 사랑스러운" 네게 축복을 내리도록 하지.

PMxoxo: …?!

/파란 가방 밀수꾼이 자신에게 무기를 휘두르지 못하도록 낫을 그의 허리 쪽으로 돌려치고 있던 PMxoxo가 다시금 "공포"를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밀수꾼들이 받은 것보다 큰 씨앗을 들고 자신을 볼품없는 오른검지로 지목하고 있는 헤이트레스의 흐릿하고 깊숙한 눈빛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위압감에 사지를 움직일 수가 없다. 겨우겨우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게임 오버라고? 그러나 밀수꾼의 공격이 좀 빠른 것이 아니라 둘 중의 어느 하나라도 피할 수 있는 틈이 없다. 이미 때가 늦어버린 것만 같다. 나도 저 밀수꾼들처럼...? 싫어, 나는 피이쨩을 게임 세계에서 만나지도 못했어... ...잘 못하면 피이쨩이 괴물이 된 나를 죽일 거야, 나인 줄도 모르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헤이트레스의 저 강력한 힘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잖아? 저 밀수꾼들은 악당이기 때문에 저렇게 이성을 잃었지만, 적어도 "나"라면 저 자들처럼 추태를 부리지 않고서도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저 힘이야말로 나를 진정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라면 저 씨앗의 힘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PMxoxo의 의식 위에 포개진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더더욱 공포의 한기가 자신을 옥죄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자신의 육체가 느끼는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이야말로 씨앗을 오롯이 받아내는 것이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PMxoxo는 두 눈을 감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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