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13. 문제와 자료를 확인하자!

2023.10.24에 작성

매킨토시: 셋.

PMxoxo: 둘~

Vv히데vV: 하나!

Vv히데vV, PMxoxo, 매킨토시: 건배!!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함성 뒤의 "짠" 하고 유리가 경쾌하게 부딪히는 소리. 체력 포션을 하나씩 들고 건배를 하는 시늉을 하는 <정삼각과친구들> 멤버진들은 서로를 향해 따뜻한 얼굴로 웃고는 포션을 도로 자신들의 미라주 컴퍼스에 넣는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가구 하나 없이 텅 빈 방 안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지금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길드 창설 기념 파티. 파티룸도 음식들도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건배 세레모니용 체력 포션과 열매 몇 개만으로도 그들의 흥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신기하기도 하다.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발디딜 수가 있는지조차 의문인 연기와 같은 가는 줄기에 비견될 정도임을 세 사람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저 "셋이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마음의 불이 밝게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이게도 실감된다. Vv히데vV는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과 열매들밖에 없는 공간을 보고는 별안간 숨을 탁 내뱉는다. "가구"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은 자신들에게 햇빛을 공급해주는 커다란 창문 하나뿐이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Vv히데vV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동료들을 향해 말을 건다.

Vv히데vV: 하하, 뭐 언젠가는 길드 하우스 꾸며야겠죠...?

/매킨토시와 PMxoxo의 반응은 영 태연하다. 이미 이 상황에 만족해버린 듯.

매킨토시: 왜. 우리 목소리가 울리고 재밌는데. 천천히 꾸며도 될 것 같아.

PMxoxo: 하하, 가구가 없어서 심리적으로 조금 춥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 어차피 우리가 이 곳에서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 같아서.

/게임에 관해서라면 어떤 일에서나 진심인 Vv히데vV는 그들이 햇빛 하나 반짝 드는 작은 공간에 만족한단 의견을 바꾸고 싶다. 게임은 자고로 길드 하우스를 꾸미는 것까지가 고수의 임무이다.

Vv히데vV: 그치만요, 모모히토 선배! 길드 하우스는 나름 저희의 "비밀기지"인 걸요!!

PMxoxo: 비밀기지...

Vv히데vV: 네!! 이 곳은 저희만 출입할 수 있어요! 아무도 저희의 대화를 들을 수도, 저희의 모습을 볼 수도 없다고요!! 저희를 분명히 안전히 지켜줄 장소예요!!

/PMxoxo는 느낀다, 우리만의 아늑한 공간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그러나 그의 미세한 리액션은 다른 멤버에 비해서 Vv히데vV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한다.

매킨토시: 비밀기지... 그래, 비밀기지을 수도 있겠군. 그래, C.FIRST만의 비밀기지... <정삼각과친구들>만의 비밀기지... 후후... 좋다.

/Vv히데vV가 지정한 타깃이 아니라 자기만의 로망이 확고한 매킨토시가 반응을 하자, Vv히데vV는 타깃을 바꾸어 더욱 확실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한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는 그런 거 좋아하죠? 우리들만의 공간으로 꾸미는 거 정말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어떨 때는 대본 연습을 해도 될 지도요?!

매킨토시: 대본 연습... 좋지. 지금처럼 음식을 펼쳐놓고 먹을 수도 있고 말이지.

매킨토시: 대본 ...그러고보니 이 곳에 현실의 물품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나? 미라주 컴퍼스에 그것들을 담는 것은 기능적으로 불가능한 건 알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느닷없이 등장한 매킨토시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Vv히데vV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 되어 턱을 오른손에 기댄다.

Vv히데vV: 어...? ...그러게요... 생각해보니 한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PMxoxo: 그, 추가로 플레이할 때 동전을 넣잖아. 동전은 이 세계에 들어올 수 있는 걸 보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지 않아?

Vv히데vV: 그건 그렇네요...

매킨토시: 동전은 "몸에 지닐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는 보통 가방을 내려놓은 상태로 접속을 하니까.

Vv히데vV: 저희 정말 고민해봐야 될 게 이렇게 많았네요. 좋다, 한 번 도전해 봐요!! 다음에 접속할 땐 저나 선배들이나 원하는 물건을 품고 와 보는 걸로!

/Vv히데vV의 말에 매킨토시는 무엇을 들고 올까 고민한다. 마침 「과일 따기」가 업데이트 되어서 보다 다양한 열매를 재배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당분간 플로리아에 들러야 할 듯하다. 그 때 농원주에게 사과나 귤 따위의 과일을 대접해 보려 한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그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코르 말룸이 투영된다. 자신의 옆에 있는 PMxoxo를 불러 가장 큰 하트 모양 열매를 건넨다.

매킨토시: 모모히토, 코르 말룸 먹을래?

PMxoxo: 아, 이게 저번에 마유미 군이 말했던 그 열매구나?

매킨토시: 맞아. 반응을 보니 한 번도 안 먹어 본 것 같은데, 맛 좀 봐.

/PMxoxo가 작게 한 입 깨물어 문다. 매킨토시는 그가 이 매력적인 열매의 맛을 어떻게 느낄 지 궁금하다. 앉은 채로 상대의 얼굴이 완전히 보일 정도로 몸을 비트는 매킨토시.

매킨토시: 어때, 모모히토?

/그의 기대감과는 달리, 먹어보라는 말에 자동적으로 먹었을 뿐인 PMxoxo의 답은 매우 빠르고 짧다. 마치 "해는 동쪽에서 뜬다"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로.

PMxoxo: 아무 맛도 안 나는 걸? 원래 이런 아이템은 맛이 안 나잖아?

/Vv히데vV의 반응과 똑같다. PMxoxo 역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매킨토시의 얼굴은 스스로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심상을 품고 있는 표정을 비춘다.

매킨토시: ...그런가......

/아주 약간 의기소침해진 듯한 매킨토시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PMxoxo는 "비밀기지"에서 코르 말룸을 비롯한 어떤 맛도 존재하지 않는 그래픽을 먹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향이 나고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자신들 사이에 두고 파티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적인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다면 지금의 파티보다는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에 도달하고 있을 때 쯤, 그에게도 어떤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PMxoxo: ...왜 마유미 군만이 열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걸까? 나는 이게 줄곧 궁금했어.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은 전부 진짜같은 "가짜"일 뿐인데.

PMxoxo: 혹시 포션의 맛도 느껴지고 그래?

매킨토시: 포션은 한 번도 마시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만...

Vv히데vV: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해요!

/두 사람이 잡담을 하고 있는 사이, Vv히데vV는 열매들을 가장자리로 치운 후 그들의 앞에 커다란 화면을 띄운다. 기다란 육각형 화면에는 

Vv히데vV: 우리 한 번 스테이지 3에 대비해서 준비하거나 상기해야 되는 것들을 떠올려 보도록 해요!

PMxoxo: 헤헤, 이제 본업 시작이네. 우리가 이제 진행해야 하는 건 스테이지 3이지?

매킨토시: 맞아. 우리들 <정삼각과친구들>의 다음 목적지는 스테이지 3, 그러니까 "카이" 지역이다. 하와이어로 카이는 "바다"라는 걸 알고 있니? 

Vv히데vV: 아, 그래서 바닷가가 배경인가 보네요!! 맥락이 있네요? 

PMxoxo: 역시 창작물이라서 고증을 제대로 지키는 게 재밌네! 지도에서도 해변같이 귀여운 색감으로 가득하니까 말이야.

Vv히데vV: 맞아요, 정말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에요! 근데 아주 그렇지만은 않은 게...

Vv히데vV: 다음 스테이지가 이렇게 생겼는데요...

/Vv히데vV는 지도를 확대해서는 마그나 몬타나 산과 카이의 중간에 있는 하얀 공간을 터치한다. 그의 손가락이 지나간 곳에는 <스테이지 3-1>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PMxoxo와 매킨토시는 주변의 모습과 비교해서 그 쪽만 순백색으로 칠해져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PMxoxo: 아마미네 군, 여긴 왜 이래?

Vv히데vV: 웃기게 들리겠지만, 여기 빙하 지역이에요. 진짜 딱 이 곳에서만 만년설이 내려요.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곳--아치 모양의 아이콘 보이죠?--은 얼음 동굴이에요. 화산 지역과 해변 사이의 얼음 동굴.

PMxoxo: ?

매킨토시: ? ...

매킨토시: 역시 판타지 세계라서 그런가 흥미롭군. 기대되는 걸.

PMxoxo: 에, 나는 추울 것 같단 생각만 마구 드는데...

Vv히데vV: 열탕에 있다가 갑자기 냉탕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지 않아요, 이거?

PMxoxo: 아ㅋㅋㅋ 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해!

Vv히데vV: ㅋㅋ 아 이 이상한 동굴에 가기 전에, 우리가 지금까지 모았던 유물을 가져다 줘야 하니, 마그나 몬타나 마을을 먼저 들르는 게 먼저겠네요.

PMxoxo: 그건 간단한 일이네. 마을에 가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지. 

PMxoxo: 헤이트레스의 존재. 그 자는 도대체 "왜" 우리의 앞에 나타난 걸까. 아니, 왜 우리에게 나타나야 했을까. 이런 문제 말이야.

/Vv히데vV는 팔짱을 끼더니 별안간 매킨토시를 향해 자신의 오른 검지를 들이댄다. 

Vv히데vV: 이제 그거에 대해서는 에이신 선배가 설명해 주실 거예요! 그쵸?!

/매킨토시가 일어서서는 고개를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흉부를 더욱 앞으로 쭉 내밀며 자신을 한껏 과시하는 시늉을 한다.

매킨토시: 훗, 드디어 이 몸이 활약할 차례인가.

Vv히데vV: ...갑자기 여기서 끝내고 싶어지네요.

PMxoxo: 하하, 그래도 마유미 군이 게임 내에서 활약하는 곳이 이런 데밖에 없는데 봐 주자...

매킨토시: ...모모히토, 그거 촌철살인이니?

PMxoxo: 헤헤, 글쎄? 하여튼 우리에게 네가 지금까지 겪었던 것들,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해 줘.

/매킨토시는 다시 자리에 앉고는 팔짱을 낀 채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의 목소리는 깊은 사색의 동굴로 향하여 빛을 찾아 헤매는 한 명의 인도자와 같다.

매킨토시: 좋아. 플로리아 마을에 처음 갔을 때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슈가 자신의 장비를 강화하는 틈에, 나는 주위에서 주민들이 모여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세타와 슬라임은 원래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데 어느날 갑자기 마을을 습격하기 시작했다"고 내게 설명했지. 그리고 그 때부터 몬스터라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어.

매킨토시: 그 사실을 전해 들은 직후에 플로리아의 스테이지를 전부 돌았는데, 심림의 사자에게서 전혀 이질적인 붉은 보석이 박혀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 처음에는 그것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는 못했으나, 스테이지 2-4를 배회하던 중 그것과 완전히 같은 빛을 뿜고 있는 보석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때 이 붉은 씨앗이 생명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매킨토시: 이 붉은 보석이 마그나 몬타나 산이나 화산 도깨비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판단하여, 스테이지 2-5를 클리어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도깨비에 대해서 질문을 했어. 다들 폭발을 일으킬 힘을 지닌 화산 도깨비의 존재를 내키지 않아했고, 그를 목격한 자들은 기세가 언젠가부터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고 설명했지. 당시 모모히토에게는 "불안감과 소외감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보석을 마주하여 폭력적인 모습을 하게 된 듯하다"고 추측을 했는데, 정황상 헤이트레스의 씨앗은 정말로 그 부정적인 감정을 강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공격적인 성향이나 코어의 폭발이 바로 그 결과겠지.

Vv히데vV: 어떻게 보면 정신 공격을 하는 셈이네요... 그러고 보니, 녀석 정말 "니들 다 싫어," "재수 없어" 이란 말만 줄줄이 했었죠. 불안을 "증오"로 바꾸는 존재인 건 아닐까요?

매킨토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자의 평소의 심리를 보면 모든 존재에 대한 싫증을 품고 있어. 따라서 헤이트레스의 보석 역시도 "증오의 씨앗"이라고 칭할 수 있을만하다고 봐. 타인이 품은 불안, 초조, 열등감, 상심, 비에 등등의 감정을 "증오"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응축하여 보다 강력한 적개심과 폭력성을 부여하는 거겠지.

Vv히데vV: 보면 스스로를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원래부터, 태초부터 우리들을 지배해 왔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증오"가 그 정도로 원초적일 수가 있나...

매킨토시: 그러게. 그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씨앗이 작은 생물들에 비해 크고 강한 화산 도깨비에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한 이유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Vv히데vV: 일단 그 문제가 있다는 건 사실일 듯한데, 보다 단순하게 씨앗의 크기도 그거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보스몹들의 씨앗은 엄청나게 컸잖아요?

매킨토시: 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꽤 많구나... 

PMxoxo: .............으음..............

/PMxoxo는 어느 틈에 동료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민을 하고 있다. 헤이트레스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 존재하는 듯한 공포심. PMxoxo는 그런 기분을 느꼈다. 그 미소에 "모든 것의 근원"이라는 키워드를 대입하니 더더욱 존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내 손으로 물리치고 말거야, 그렇게 다짐하는 PMxoxo. 그러나 단순히 "자신이 무섭다는 이유"로 그 자를 쓰러뜨린다는 건 지극히 이기적이란 사고가 갑자기 그의 뇌를 때린다.

PMxoxo: 그와 우리가 싸워야 하는 명분이란 있을까?

Vv히데vV: 그야 당연히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까"죠!! 떡하니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 당연히 녀석을 쓰러뜨려야 게임이 되지 않겠어요?! 하지만, 역시나 우리 앞에 짠 하고 등장한 이유를 파악할 수 없다네요...

매킨토시: 헤이트레스가 우리 앞에 나타난 이유는, 내 추측으론--완전히 단정짓지 않았다. 그건 당사자를 만나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일 터이니-- "몬스터들을 세뇌하여 인간과 대립하기 위해서 수를 쓰고 있는 것을 우리가 쫓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해. 내가 파편을 모으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헤이트레스라는 인물을 만나는 인과가 된 거지. 또한 내게 공격을 가할 때 미라주 컴퍼스도 영향을 받도록 조준을 햇는데, 아무래도 증거 인멸을 위해서 이 씨앗을 전부 없애려고 한 듯하다. 

PMxoxo: 어... 그러면 씨앗을 완전히 잃어버린 거야?

매킨토시: 나도 그런 줄 알았어. 그러나 다행이게도, 

/매킨토시는 미라주 컴퍼스를 잡고 있는 손과 반대손을 포개어 흔든 후 미라주 컴퍼스를 들춰내어 그 안에 있던 세 개의 작은 파편을 두 사람에게 보여준다. 오래 전의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 낼 정도로 음산한 빛이 나는 붉은 조각... "그것"이다.

매킨토시: 그 날 귀가하고 보니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조각들이 몇 개 남아 있더군. 

Vv히데vV: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미처 나오지 못했던 "희망" 같네요. 

매킨토시: 그러게. 헤이트레스라는 자를 마주했기 때문에 이 자투리를 희망이라고 볼 수 있게 된 거겠지.

/PMxoxo는 작은 조각 중 하나를 집어 마치 눈에 찔러넣을 듯 가까이 그것의 불쾌한 빛을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이런 질문을 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만, 왠지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듯.

PMxoxo: ...씨앗 말인데, 과연 그걸 우리가 사용할 수 있을까?

/매킨토시는 고개를 양쪽으로 차례차례 갸우뚱 기울이다가 붉은 조각들을 여전히 PMxoxo의 앞에 둔 채로 미라주 컴퍼스를 한 손으로 조작하고는 인벤토리를 자세히 본다.

매킨토시: 글쎄. 일단은 "사용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라고 쓰여 있어.

PMxoxo: 그래도 "증오의 힘"을 어떻게 빼내면 힘을 증폭시키는 능력만 따서 쓸 수 있지 않을까?

Vv히데vV: ...근데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아마 희박할 거예요. 헤이트레스의 존재 자체가 상당히 레어한 케이스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증오"의 힘을 깨끗이 정화시킨다고 한들 적의 힘을 빌리는 것에 대한 "저희의 기분"이란 게 있으니까요...

Vv히데vV: 물론 악의 힘을 쓰는 주인공 클리셰는 좋은데, 뭐랄까... 이건 정말... 불쾌한 골짜기 같네요... 그냥 게임 아이템인데도 몸에 지니고 싶지 않다는 꺼림찍함이 들어요...... 헤이트레스 자체가 불쾌한 골짜기라 그런가.

PMxoxo: .......그래...?

매킨토시: 설사 우리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굳이 이것의 힘을 빌리고 싶지는 않은걸. 화산 도깨비 때의 일을 생각해 봐. 그 거대한 존재조차 이 힘에 지배되었을 때는 고통스러워 했다. 심지어는 씨앗에 폭발이 일어나서 숙주가 된 그마저 제대로 몸을 제어할 수 없었잖아.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것의 힘에 지배당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그것으로 인하여 다치지 않도록 반드시 막을거니 맡겨 둬.

/매킨토시의 대답은 다정하고 견실하지만, 그의 대답을 듣는 PMxoxo의 표정은 어딘가 묘하다. 저것을 잘 이용하면 부작용 없이 나의 힘을 강화시키는 데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 힘으로 나도 보스들처럼... 그 시각, Vv히데vV 역시 나름의 고민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이다. "씨앗에 폭발"을 듣고 나서부터 고개가 아래로 잠겨 있는 상태이다. 잠깐의 정적 후에, Vv히데vV는 다소 머뭇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Vv히데vV: ...사실... 제가 이번 상황을 "버그"라고밖에 결론지을 수 없는 건 이것 때문이에요.

/Vv히데vV는 자신이 이 세계에 들어올 때마다 상시적으로 머리 위에 올려두는 고글을 처음으로 벗어서 자신의 동료들 앞에 쭉 내민다.

Vv히데vV: 원래 갓 노우즈는 스테이지에 있는 모든 것을 인식하고 분석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거든요? 근데 헤이트리스는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전에는 화산 도깨비의 이상한 패턴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내지도 못했고요.

PMxoxo: ...그런데 심림의 사자의 약점, 그러니까 헤이트레스의 씨앗은 잘 인식했잖아? 그 때 아마미네 군이 아니었으면 공략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야.

Vv히데vV: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코어는 잘도 봐놓고서는 그거와 똑같은 씨앗의 움직임과 그것 만들어낸 녀석의 정체는 밝히지 못하는 게. ...역시 갓 노우즈 때문에 헤이트레스의 존재 자체가 버그라고밖에 생각 못하겠어요. 제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게임에서 유래한 버그는 막지 못하니까요...

매킨토시: 그렇군. 그런 근거라면, 헤이트레스의 존재 자체가 그저 "틀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음험한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 라고 PMxoxo는 머릿속으로 말한다. 한숨을 푹 쉬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뒤에 누워 있던 비터 스위트 러브를 집어든다. 거대 도끼의 움직임은 오늘따라 유독 기민해 보이고, 뭉툭한 날은 유독 서늘해 보인다.

PMxoxo: ...일단은 나가자. 나가면 어떻게 해결이 되지 않을까?

Vv히데vV: 그래요. 일단은 제가 미리 찾아 놓은 공략법을 알려 드릴게요. 동굴이라서 길이 좀 좁고 복잡할 거예요. 

Vv히데vV: ...알아내야 할 것들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마침 우리가 지금 깨야 하는 스테이지도 동굴이고, 재미있네요.


박물관 운영자: 하하,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그나 몬타나의 귀중한 보물을 발굴해 주시다니! 여러분은 이 마을에 이바지한 귀한 분들이십니다! 하하!!

/마그나 몬타나의 중심지에 위치한, 신전을 연상시키는 외형의 박물관을 방문한 <정삼각과친구들.> 매킨토시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를 대신하여 Vv히데vV와 PMxoxo가 그동안 세 사람이서 모았던 유물을 운영자에게 건넨 참이다. 운영자는 너털웃음을 터뜨린 후 콧노래를 부르 세 명 분의 보상을 준비하려다 책상에 쌓여 있던 서류 더미를 쓰러뜨리고 만다. 아무래도 새로운 자료를 획득하게 되어 매우 들뜬 듯하다. 

박물관 운영자: 이건 여행자 분들을 위한 선물입니다! 박물관 전용 디자인으로 되어 있으니 마음에 드실 거라고 봐요!

PMxoxo: 와, 감사합니다!

/박물관 전용 굿즈...같은 느낌이려나. 하는 생각에 사무실에서 나오기 직전에 받은 상아색 상자를 흔든다. 로비에 다다른 순간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는 자리에 서서 상자를 열어본다. 그냥 평범하게 장비 세트와 어떤 칭호가 들어 있을 뿐이다. 호화로운 강화 아이템이 들어있지 않을까 멋대로 고민했던 PMxoxo는 조용히 상심의 마음을 속삭인다.

PMxoxo: ...그냥 평범한 보물상자네?

/그러나 매킨토시 분의 상자를 밑에 내려두고 이 "평범해 보이는" 상자를 열어보며 즐거운 내색을 숨기지 못하는 Vv히데vV의 모습이 그는 매우 의아하다.

Vv히데vV: 맞아요! 이 안에 칭호와 마그나 몬타나의 스타일로 디자인된 보급형 장비가 들어 있어요! 비록 레이드 보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장비보다야 성능이 떨어지지만, 조만간 레이드 스테이지를 뛸 수 없는 저희에게 있어서는 이것만한 게 없죠!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한정템이라는 거?!

Vv히데vV: 그리고 "고대 전설의 전달자"라는 칭호는 마그나 몬타나 지역의 유물을 전부 모아야만 획득할 수 있는 히든 칭호인 데다 성능은 나름 확실하다고요! 공격력과 "카리스마" 수치를 유의미하게 올려 줘요!

PMxoxo: "카리스마...?" 그건 뭐야?

Vv히데vV: 아, 모모히토 선배 정말 이런 거에는 문외한이었군요... 카리스마는 "적에게 약화 효과가 발동될 확률이 높아지는" 스탯이에요. 매킨토시가 이 수치 하나는 끝내주게 높거든요? 근데 아마 모모히토 선배도 이 스탯이 필요할 것 같던데 겸사겸사 칭호 착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

PMxoxo: 아-그렇구나. 

/그러나 PMxoxo의 눈에는 자신이 받은 선물들이 그저 색만 다른 일반 무기로 보인다. Vv히데vV처럼 여러 스탯을 고려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을 컬렉트하는 것에 관심도 없는 탓일까, 그다지 큰 의미를 얻지 못한 PMxoxo는 조용히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장비들을 하나씩 새로운 장비로 교체한다. 무기까지 전부 새롭게 장착하니, 매킨토시가 어느새 등장해 "이게 보물을 모두 모은 보상인가?"라고 말하며 보물상자를 주워 개봉한다. 뒤에 있던 큐레이터에게서 정보를 얻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Vv히데vV: 사람들이 뭐래요?

매킨토시: 얼음 동굴 "비드리오 아나"는 마그나 몬타나와 카이 사이의 명소로서 유명하지만, 동굴의 내부는 입구로부터 약 1500m내까지만 출입을 허가한다고 하는군. 그 너머로는 급격한 기온 하락이나 험한 지형, 그리고 생태계 보존 문제 등의 문제가 있어 여행자 외에는 출입하지 못한다고 한다.

매킨토시: 그러던 어느 날, 경고를 무시하고 출입금지 구역을 급습해서는 비드리오 아나에서만 생산되는 광석들을 밀수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어 터전을 잃어가는 생명체들이 인간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목표는 "생명체들을 진정시키는 것," 그리고 "광석 밀수꾼"들을 물리치는 것... 스토리가 꽤 초현실주의적인걸.

Vv히데vV: "비드리오 아나"라고 부르는구나... 그래도 설정이 뭔가 재밌어서 흥미로워요! "광석 밀수꾼"이란 녀석들은 아무래도 스테이지 배틀 3에 나올 스테이지 보스일 듯하네요. 그리고 "급격한 기온 하락"과 "험한 지형"이 다음부터 펼쳐진다는 말은 즉슨 그 배틀때부터 길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트랩이 많을 거란 뜻으로 받아들여져요... 무엇보다도 얼음 지역이니까요...

매킨토시: 그렇구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겠는 걸.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헤이트레스 관련 정보 말인데, 그 곳에서는 밀수꾼들에 의한 경계심 외에는 생물체들의 이상 행동이 파악되진 않은 듯해. 헤이트레스의 손이 아직은 그 곳까지 미치지는 않았다는 뜻으로 일단은 상정해 둬도 될까.

PMxoxo: 확실히 우리가 정체를 눈치 챈 이후로는 쉽게 행동하진 않는 것 같네... 다행인 것도 같아.

매킨토시: ...길드 하우스에서 말한 가설은 한낱 가설일 뿐이란 걸 명심해. 일단 내가 다른 이들에게도 동굴에 대해서 질문을 계속해야 겠다. 다녀올게.

Vv히데vV: 이런 건 역시 에이신 선배가 전문이죠?! 부탁드려요!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 저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저 쪽 자료실에서 비드리오 아나에 대해서 뭐 좀 찾고 있을게요!

PMxoxo: 그래, 잘 다녀와!

/PMxoxo는 자신과 멀어지는 두 동료의 등을 조용히 지켜본다.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즈음, 그는 연두빛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어 방금 받았던 장비의 기능을 확인하고 있던 도중이다.

마을 주민: 저기, 모험가 님?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PMxoxo: 네?

/매킨토시의 목소리는 당연히 아니거니와 Vv히데vV의 목소리도 아닌 고음의 목소리. 귀가 뾰족하고 호리호리한 신체를 지닌, 생판 처음 보는 NPC가 자신에게 다가오며 말을 거는 상황에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높아진다. NPC가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경험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플레이어가 말을 해야 저 사람들이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는데. 마유미 군에게는 이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던 거야...? 이게... 당연한 거라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덜컥 겁에 질린 PMxoxo의 얼굴을 보더니, 마을 주민은 보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할 말을 이어나간다.

마을 주민: 혹시... "비드리오 아나"에 가시려던 참인가요?

PMxoxo: 아... 네. 그... 그런데요?

/안 그래도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키 큰 NPC의 눈은 PMxoxo의 대답을 듣고서 더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눈을 마주할 수 없을 만큼 찬란히. 그러더니 방금 전의 거리를 두는 듯한 쭈뼛거리는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는 상대의 몸이 닿을락 말락하는 거리까지 다가온다!

마을 주민: 아, 다행이다! 그럼 제 부탁 좀 들어 주세요!!

마을 주민: 다른 게 아니라, 밤마다 그 동굴에서 소름끼치게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 때문에 그래요. 요즘 밀수꾼들이 득실대기는 하지만, 그 소리는 분명히 인간이 낼 만한 소리가 절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맨날 학ㄱ에서 친구들과 그거에 대한 말만 하는데, "그냥 생물의 목소리다, "귀신 소리다"로 맨날 싸우거든요? 사실 귀신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랑 다른 친구 한 명 뿐이지만요. 저는 귀신의 존재를 믿는 입장으로서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고 싶어요!!

마을 주민: 근데 저 혼자만으로는 그것을 증명하기가 힘들어요. 저는 밤에 비드리오 아나에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동굴에서 사는 동물들도 귀신도 꺼림칙하다고 그 곳에 접근도 못 하게 하거든요. 어린 놈이 뭔 이상한 소문에만 집착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잔소리 하시는데!! 저는 어서 귀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요!! 이상한 소리의 정체를 알아야만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마을 주민: ...그래서 말인데, 혹시 비드리오 아나에서 그 비밀을 알게 되시면 나중에 제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차가워 보이는 생김새와 달리 다소 수다스러운 자신의 또래로 설정이 되어있는 듯한 NPC는 쉴 틈도 없이 소나기처럼 말을 붓는다. 이 상황 자체가 혼란스럽다. 한낱 캐릭터에게 이렇게 섬세한 자아가 존재한다는 게 정말 말이 되는 거야? 도대체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되는 거지? 이것도 헤이트레스의 소행인가? 온갖 불안한 생각이 그PMxoxo의 안면근육을 긴장시키고 있는 와중, 목에서는 그가 내려고 한 적이 없는 수락의 신음이 흐른다.

PMxoxo: ...네...

/심연으로부터 올라온 PMxoxo의 의문의 목소리에, 키 큰 마을 주민은 자신의 비원이 드디어 이루어질 거라는 막대한 기대감이 담긴 얼굴을 그에게 들이민다. 그것을 PMxoxo는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마을 주민: 와, 신난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매주 주말마다 봉사 활동을 한다고 이 곳을 들르니, 다시 만나게 되면 꼭 그 괴담에 대한 진실을 알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마을 주민: 아싸~~!!!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버릴 거야!! 내 믿음을 현실로 꺼낼 거라고!!

/소란스러운 가상 인물은 눈치 없이 함성을 지르다 박물관 직원에게 조용히 하라고 제지당한다. 자유의지를 지닌 캐릭터가 자신의 곁을 떠난 뒤에도, PMxoxo는 여전히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왜 자신은 그의 부탁을 무턱대고 들어줘 버렸을까. Vv히데vV와 매킨토시의 목소리가 뒤에 울린 이후에야 드디어 몸을 원상태로 돌릴 수 있게 되지만, 충격의 여운은 그대로 남아 있다.

Vv히데vV: 선배들! 동굴의 생태에 대해서 검색해 봤는데, 밀수꾼을 제외한 몹들은 "빙결"과 "동상"같은 약화 효과를 남발한대서 조심해야 겠어요!! 일단 스테이지 깨면서 약화 효과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매킨토시: 좋은 정보를 알아왔는 걸. 예상 외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게 될 것 같군.

매킨토시: 나는 방금 직원들에게서 정보를 입수했는데, 비드리오 아나에서는 밤마다--

PMxoxo: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지...?

/줄곧 불안한 마음을 품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매킨토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자신이 강제로 알아버린 내용과 똑같음을 직감하자, PMxoxo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말을 가로채고 만다. 그의 반응에 상대는 조금의 놀람도 없이 박수를 짝 치며 눈을 번득인다.

매킨토시: 맞아. 모모히토도 확인해 봤나?

PMxoxo: 아니... 뭐랄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이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서 알게 되었어...

/매킨토시는 아침에 친구와 인사를 하는 듯한 익숙함으로 밝은 미소로 응하고는 또 다시 PMxoxo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대답을 한다.

매킨토시: 그렇구나. 잘 알아냈어. 

매킨토시: 일단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일단 스테이지 3-1을 클리어 하면서 고민해 보자. 만일 우리가 밤에 이 스테이지를 다시 돌아야 한다면, 그 때 마그나 몬타나에 돌아와서 그 사람에게 동굴의 진상에 대해 들려주자.

PMxoxo: ...?

PMxoxo: 마유미 군은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럴 리가 없나, 마유미 군은 언제나 NPC들과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Vv히데vV 역시 무덤덤하다. 그러나 이 무덤덤함은 매킨토시와는 다른 무덤덤함이다.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 그거 그냥 히든 퀘스트 같은 게 아닐까요? 퀘스트가 정신없이 많은 게임들은 레어한 상황에 NPC들이 히든 퀘스트를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지도 몰라요!

/보다 그럴듯한 Vv히데vV의 말에 드디어 경직되어 있던 근육이 풀리는 듯하다. "레어한 확률로 행운을 얻은 "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듯하다. PMxoxo는 자신의 동료에게 여린 미소를 보인다. 

PMxoxo: ...그렇구나...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 헤헤.

Vv히데vV: 그럼요!! 이제 대강의 정보도 구했으니 이제 비드리오 아나로 향해 볼까요!!

/Vv히데vV는 PMxoxo의 어깨를 가볍게 톡 친 후에 미라주 컴퍼스로 스테이지 3-1로 향하는 거울 막을 만들어 낸다. 박물관 로비에 있던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면서, 그는 자신만만한 주먹질로 거울을 깨뜨린다. 거울 파편을 모두 박물관에 날려버릴 정도로 강렬한 눈보라가 불어닥친다. 온 몸에 큰 구멍이 뚫린 듯한 서늘함이 Vv히데vV를 강타한다.

Vv히데vV: 으아아아아악!!!

PMxoxo: 에?? 아마미네 군???

매킨토시: 모모히토, 슈가 더 밀려나지 않도록 등을 밀어주면서 가자!!

/PMxoxo와 매킨토시는 정신없는 눈보라의 공격으로 뒤로 조금씩 밀려나는 Vv히데vV의 양 몸을 붙잡고는 거센 바람 속으로 서로의 몸을 밀어넣는다. 양쪽의 두 동료들의 힘을 얻어 끙끙대며 거센 바람을 거슬러 나아간다.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눈을 뜰 수 없다. 험난하다. 춥다. 아무리 나아가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등에서 선배들의 온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감각이 마비되어 버린 걸ㄲ--

매킨토시: 슈, 이제 됐으니까 이제 앞을 봐라!

PMxoxo: ㅋ ㅋ ㅋ ㅋ ㅋ

/뭐? 앞을 보라고? Vv히데vV는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본다. 자신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던 바람은 오래 전에 그쳐 선선하게 눈발과 한기를 몰고 올 뿐이다. 매킨토시가 자신의 큰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PMxoxo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키득거리는 모습을 보는 겸 거울막과의 거리를 확인해 본다. 그래도 그 거리감은 허상이 아니었겠지. 1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Vv히데vV: .........어라.

Vv히데vV: .........

/자신이 속된 말로 "뻘짓"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부끄럽다. 천재의 바보같은 모먼트라니!! 그것도 저 선배들에게 보여줘 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온다. 저 사람들은 내가 이런 오류를 저지르면 생각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 낯뜨겁게 만든단 말이야...!

Vv히데vV: 하... 하지만 방금 전까지는 눈보라가 엄청나게 세차게 불었다고요...!!

/하지만 이제 와서 변명을 한다고 한들 먹힐 리가 없다.

PMxoxo: ...그저 좁은 틈에서 바람이 압축되어 불어서 강한 것 뿐이었던 것 같아. 바람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네. ...ㅋ ㅋ ㅋ 아, 아마미네 군, 깜찍한 걸?

매킨토시: 춥다는 것은 진실이지만 말이지.

/두 사람의 어깨는 요란하게 들썩인다. 연장자들의 최연소 멤버의 실수를 저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Vv히데vV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켜나가고 있을 때 또 한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고 만다.

동굴 관계자: ...아무리 봐도 이 곳이 처음인 것 같은데, 관광을 하러 오셨나요?

/관계자 역시 자신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던 듯하다...! 

Vv히데vV: 하하, 네. 안녕하세요. 헤헤, 관광도 좋지만~!! 저희는 동굴을 탐험하고 싶어서 방문했는데요.

/수치심이 하늘을 뚫을 것만 같다. Vv히데vV는 머쓱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고는 관계자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시선 교환 대신 미라주 컴퍼스를 들이댄다. 미라주 컴퍼스는 『리플렉션 월드』 플레이어의 상징. NPC들에게는 스스로가 여행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이다. 미세하게 떨고 있는 손 위의 육각형의 화면을 슥 바라본 관계자는 바리게이트를 거둔다.

동굴 관계자: 아, 여행자 분들이시군요. 조사 잘 부탁드립니다.

Vv히데vV: 하... 하하, 감사합니다...!

/동굴 안의 무지개빛을 품은 투명한 빙하를 마주하고 있는 Vv히데vV의 머릿 속은 동굴 안처럼 차가워져 있다. 부끄러운 상황을 단기간에 무더기로 견뎌내다 보니 오히려 온 몸이 식어버리는 느낌이다. 그와는 달리 여전히 웃음기를 지우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는 PMxoxo와 매킨토시 역시 미라주 컴퍼스를 앞으로 내밀고 동굴 안으로 들어온다.

PMxoxo: 예쁘다...

매킨토시: 그러게. 이런 건 우리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해.

PMxoxo: 그러게. 자리가 잡혀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면 안 되지. 

PMxoxo: 밀수꾼들도, 헤이트레스도. ...?

/스스로의 말을 듣고 별안간 살짝 얼굴을 찌푸리는 PMxoxo의 앞에서, Vv히데vV는 허공에 동굴 탐험을 위한 각오의 주먹 펀치를 가한다.

Vv히데vV: 광석 밀수꾼들아, 헤이트레스야,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우리가 간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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