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12. 길드를 창설하자!

2023.09.29에 작성

리플렉션 월드 헤이트레스  │  검색

'리플렉션 월드 헤이트레스'에 대한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리월 헤이트레스  │   검색

'리월 헤이트레스'에 대한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하, 뭐 어쩌란 거냐.

슈는 이 화면만 며칠째 보고 있다. 손을 머리 위에 대고 단정했던 그것이 헝클어질 정도로 마구 휘젓는다.

한 게임에 실장되어 있는 캐릭터의 정보가 하나도 뜨지 않는다는 이 사실이 이상하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생경한 상황이 다른 이에게는 익숙하고 쉬운 일이여야 한다. 반드시 "익숙해야" 한다. 그러나 『리플렉션 월드』는 그에게 "익숙함"을 전혀 제공해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낯선 것"이다. 모든 것이 상정외의 상황이다. 0과 1로 이루어졌을 뿐인 이 시스템이, 천재 아마미네 슈에게 예외성이라는 "낯선 것"을 제공한다. 이 이상함을 며칠째 받아들여야 하는 그의 손놀림에는 초조함이라는 잔상이 남는다.

커뮤니티 창을 연다. 

헤이트레스  │   검색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원하는 글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이렇게 하세요.

뭘 어떻게 하란 거야. 

애초에 붉은 보석에 대한 게시물도 하나도 없었던 주제에.

애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게 분함을 표출하는 슈는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 한숨을 푹 쉰다. 피곤하다. 

"너는 정체가 뭐야? 한 입 갖고 두 말을 하고 있던데?"

"그렇게 말하는 네 녀석이야말로 나를 왜 미행하고 있던 거지?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내게 접근하는 건지 묻고 싶군."

"나는 너처럼 모순덩어리인 녀석과 기싸움하기는 싫어서 말이야."

"호, 재미있군. 너야말로 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가령, 이 밀실에서 나가지 않고 굳이 나의 주위에서 계속 맴돌려 하는 현재 상황 말이다—"

바깥에서 모모히토와 에이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치 말싸움을 하는 듯한 두 사람의 언성에도, 슈는 아랑곳하지 않고 착잡한 표정으로 자판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2-5에서 이상한 놈 출현함;;>

<2-5 보스 깨고 나서 갑자기 헤이트레스 라는 몹이 등장했는데, 이게 뭔 상황인지 아시는 분?>

"—하하, 너, 상황이 곤란해지면 본성을 드러내는 성격구나? 꽤 심오한데."

"웃기지 마, 남들 위해주는 척 혼자 딴 생각 하는 주제에!! 이타적인 척 움직이면서 지 좋은 대로만 살아가고!! 남들이 최우선이라는 그 속에는 아주 이기적인 본성이 들어 있으니 잘 못 끼워진 블럭처럼 엉성함만 남기는 거 아니겠어?"

"...잘 알아봤군. 맞아. 나는 그래. 너처럼 사회 의존적인 녀석들에게 본모습이 비추어지면 아무래도 피곤해지거든. 네가 말한 그 모든 말을 똑같이 읊더라. 그런데 상냥한 척 다른 생각 하는 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 기만자 자식이...!!"

<그러니까 원래 스테이지 3 중간보스로 나오던 "먼지의 정령"이란 녀석이 2-5에서 갑자기 나오더니 지를 헤이트레스라고 소개함요 어이가 없어서; 버그인지 뭔지 알고 싶음요>

"—윽...!"

"네 주먹에는 자기연민과 노여움으로 가득 차 있군. 방향성이 없지만 꽤 무시무시한데? 아니,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매서울 수 있겠지."

"이 더러운 손 치워... 네겐 날 붙잡을 자격 따위 없어!!"

"하지만 네게 맞을 뻔했으니, 나도 정당방위 정도는 해도 되겠지?"

원래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 했는데.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며, 슈는 왼손으로는 왼눈을 비비고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여 지금까지 썼던 글을 게시판에 올린다. 내심, 그는 아무리 이런 글을 올려도 절대로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듦에도.

으읏, 하아.

"너, 나를 아는 척 하는데, 제대로 ‘내’가 누구인지 한 번 진득하게 가르쳐 줄까?"

"그만 해... 그만 해 이 기만자 자식아!!!“

기지개를 크게 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연다. 끼익 하는 소리에 쉴 새 없이 불어닥치던 모모히토와 에이신의 말싸움은 일제히 끝맺어진다.

"아, 아마미네 군, 찾아냈어?"

"뭐라고 하던?"

쉬는 시간 연습실 바닥에 앉아서 대본을 읽고 있던 두 사람이 슈를 올려다 본다. 살벌한 대사를 하던 사람들이라고 보기 힘든 초롱초롱한 눈빛이다. 그들의 기대감과는 달리, 후배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요. 진짜 아무것도 안 나와요."

모모히토와 에이신은 덩달아 동시에 한숨을 쉰다.

"'그건' 도대체 뭐였을까..."

"정말로 우리만 경험한 거라면 꽤... 무서운데."

그 때의 충격을 세 사람 모두 잊지 못한다.


Vv히데vV:  ...............

PMxoxo: ................

/헤이트레스가 지나간 세 사람의 심장에는 칼로 벤 듯한 쓰라림만 남아 있었다. 물건에 오랜 시간 먼지가 켜켜이 쌓이고 쌓여 닦이지 않는 때로 남아버린 듯했다. Vv히데vV와 PMxoxo에게는 특히나 큰 정신적 대미지가 들어왔다. 게임이, 수정 가능한 트로피같은 것이 그것의 구실을 자의지로 배반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매킨토시의 "이거... 게임 맞지?"라는 말이 그들의 가슴 속에 깊이 박혔다.

매킨토시: 얘들아.

/매킨토시의 작은 부름이 비로소 두 사람을 침묵으로부터 건져 올렸다.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굵은 심지가 느껴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불온전하게 들렸다. 그래픽의 반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다름아닌 그였기 때문이다. 비틀대는 다리를 겨우 땅에 찍어넣으며 몸을 가누고 있으면서도 자신들 앞에서 멀쩡함을 위장하고 있는 매킨토시의 모습을 두 사람은 외면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매킨토시: 일단은 각자 귀가한 후에 이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오늘은 늦었기도 하고 피곤하니까.

/Vv히데vV와 PMxoxo는 말없이 그의 말에 수긍했다. 게임기 안에서 나왔을 때, 다행이게도 에이신은 원래대로 두 다리로 멀쩡히 설 수 있었다. 머리도 단정해지고 얼굴도 깨끗해졌다. 에이신은 돌아왔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이전까지의 에이신과는 분명히 달랐다. 슈와 모모히토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알아버려선 안 될 것을 알게 되어버린 빌둥스로만 주인공이 된 듯했다. 이야기로 보면 재미있지만 실제로 겪으라고 한다면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은 그 일이 이들에게는 현실이 된 것이다. 새로운 시발점이라고 여기기에는 이들이 치러야 했던 의식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씩씩한 듯 쓸쓸한 목소리로 "내일 보자"고 말하며 갈 길을 가려던 에이신의 손을 하나씩 잡으며, 슈와 모모히토는 멋쩍게 웃었다. 

"...에이신 선배, 같이 갈까요?"

"...마유미 군, 아마미네 군... 나도 같이 가..."

"...훗, 그래. 셋이 함께 가자."

세 사람은 함께 걸었다. 에이신이 외로울것 같았던 것도 있지만, 두 사람이 함께 가고 싶었던 진실한 이유는 부끄럽게도 "무서워서"였다. 어둠에 사로잡힌 가로등 뒤로 먼지의 정령이 튀어나와 그들에게 씨앗을 날릴 것만 같다는 공포심이 남아있었다. 에이신의 손의 온기로 자신들의 손이 떨리고 있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숨기고 싶었다.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편의점도 지나쳤다. 무언가 먹고 싶다는 마음이 깨끗이 소멸했다. 지금 상황에서 무언가를 입에 넣으면 그대로 게워낼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말 없이 한참을 걸었다.


"그 때 생각해 봤는데,"

에이신이 또 다시 안개처럼 드리워진 정적을 깨는 역할을 맡는다. 회상의 어둠에 깊숙이 빠져 있던 그의 동료들은 크게 탁 트인 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에!! 뭐예요, 선배?!"

"뭐야??"

에이신은 나지막하게 "그렇게 놀랄 일이었나? 미안하군"이라고 대꾸하고는 스스럼없이 바로 본론에 돌입한다.

"역시 헤이트레스의 존재란 '우리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고 몬스터들과 싸워 나가면서 우리가 그 자와 싸울 명분이 만들어진 것이지. 그 속에서의 우리의 활동은 곧 우리의 또 다른 '생활'이 되는 거다. 『리플렉션 월드』도 우리의 삶처럼 '유기체적인 존재'라는 뜻이야."

슈와 모모히토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그가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와 완전히 똑같다.

"...진심이에요?"

"응.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비이론적인 말을 하고 있는 상황에 내 자신이 웃기다곤 생각하나, 진심이다."

"...'유기체적'이라니,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아무리 우리가 게임 속에 들어가고 날씨를 느낄 수 있어도 '게임'이라는 한계란 게 있잖아."

"'이게 게임이 맞냐'고 생각한 게 그런 뜻이었구나... 쓸쓸한 게 아니라 그냥 예의 사색 타임이었군요...?! 에이신 선배는 그 때도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다니... 역시 영화 오타쿠는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에이신 역시 이들의 반응을 간단히 수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끝내 '게임으로의 답'을 찾지 못했잖아? 너희도 이미 다른 동료들에게서 설명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어가 만들어나가는 스토리'임을 슈 너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수헹하고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은 반박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사무소 동료들에게까지 답을 듣는 데에 실패한 까닭이다.


-슈의 경우-

도쿄의 큰 백화점에서 상품 프로모션 이벤트를 하게 된 슈는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과 같은 이벤트에 참가하게 된 다이고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게임을 잘 하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가 쉬는 시간에 타케루와 함께 미라주 컴퍼스를 들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기에 그에게 좋은 답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이고, 너는 '헤이트레스'라는 몹을 마주한 적 있어?"

그러나 슈의 기대에 무색하게, 다이고는 고민 하나 없는 확신의 부정을 했다.

"에? 처음 들어보는구먼... 어디서 나오는 녀석이여?"

"2-5에서 마주쳤는데, 보스를 물리치니까 그 녀석이 나왔어."

"흠... 그렇구먼... 미안허지만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구먼... 잠만..."

다이고는 질문자의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품고 조용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기억을 꺼내는 데에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슈는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다이고는 나보다 더 많은 스테이지를 깼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스테이지 3 지역에서 '먼지의 정령'이 나오는 거 봤어? 중간보스로 나온다던데."

 "먼지의 정령"이라는 말에 비로소 다이고는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고 나서는 이번에는 슈 쪽에서 얼굴이 굳어졌다.

"아!! 그려, 본 적 있어!! 근디 내같은 경우엔 '중간보스'가 아니라 3-3 스테이지의 '보스'로 나왔었구먼!"

다이고는 슈에게 있어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출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뭐??"

-에이신의 경우-

"시로, 아키야마, 혹시 『리플렉션 월드』에서 이렇게 생긴 자를 본 적이 있니?"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로와 하야토는 에이신이 건네는 도화지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게 뭐야!! 김이야?!"

"에이신, 이게 뭐야??"

이들은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을 터이다. 그런데 이 반응은 뭐지?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단 뜻인가? 자신보다 게임을 잘 하는 하야토와 시로가 헤이트레스를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에이신은 조금 조바심이 났다.

"혹시, 이렇게 생긴 인간을 마주한 적이 없는건가?"

그의 말에 두 사람의 반응은 더욱 격해졌다.

"인간이었어?! 형체를 모르겠는 걸!!"

"에이신 그림 너무 못 그리는 거 아냐??"

아, 그런 이유였나. 에이신은 도리어 안심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온 몸이 검은 자와 만난 적이 있나?"

하야토와 시로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나같은 경우에는 3-5까지는 했는데, 그 동안 그런 음침하게 생긴 애들은 모르겠네."

"시로도 그래?? 나도 그 정도 클리어 했는데 저런 무채색의 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각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경험의 이야기에 두 명의 인터뷰이는 화들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야토도 한 번도 못 봤어?! 다행이다!!"

"그러게!! 그런데 대체로 다 봤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다 못 봤다고 하는 걸까... 에이신, 우리가 이상한 걸까?"

에이신은 슈가 이르는 "사색 모드"가 되었다. 

".........아니, 이상한 건 너희도 나도 아니야."

-모모히토의 경우-

타카죠 쿄지: 아, 그 게임. 나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

타카죠 쿄지: 그거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는 거지?

하나조노 모모히토: 헤헤, 늦은 시간에 정말 감사합니다~

(당시에 모모히토가 레슨을 끝내고 나왔을 때에는 이미 쿄지는 귀가를 하고 난 후였다. 따라서 그는 쿄지에게 LINK로 대화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타카죠 쿄지: 괜찮아. 마침 나도 쉬는 겸 티비를 보고 있던 참이라서 말이야.

하나조노 모모히토: 감사합니다^^

하나조노 모모히토: 큰 문제는 아니고, 혹시 헤이트레스 라는 몬스터를 본 적이 있냐고 여쭤보고 싶었어요.

(쿄지는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한동안 답장이 없었다. 조금은 의아하다는 듯 모모히토는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텔레비전을 보시나, 하는 생각에 LINK를 종료하려던 찰나,)

타카죠 쿄지: ...아, 그게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어 미안.

타카죠 쿄지: 그런데 나도 하나조노처럼 특이한 일을 경험한 적은 있는 것 같아.

(모모히토는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만큼 쿄지의 메시지는 혼란을 야기했다.)

하나조노 모모히토: 네?

타카죠 쿄지: 그러니까 그게...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3-3에서 온 몸이 금빛인 건장한 전사와는 마주쳤어.

타카죠 쿄지: 그런데 그 자를 물리치고 난 후에 공략법을 찾으려고 보니, 그와 같은 모습을 가진 몬스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더라.

하나조노 모모히토: ...예?

타카죠 쿄지: 다시 한번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조노도 나와 다르지만 같은 경험을 했다는 거네.

타카죠 쿄지: 너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면 내가 상대한 전사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그 자의 이름을 알게 된다면 내게 알려 줘.

타카죠 쿄지: 내가 오히려 부탁을 하게 되었네. 미안해, 하나조노. 그냥 그렇다는 거야.

하나조노 모모히토: 하하... 아니에요^^

하나조노 모모히토: 정말 신기하네요...^^...... 사람마다 경험이 다 다르다는 게... 

하나조노 모모히토: 만일 마주하게 된다면 바로 연락 드릴게요!


"역시 그들의 게임과의 상호작용으로 하여금 그것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이성적으인 프로세스로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 바로 그런 연유야."

"하지만 단순히 게임 내에 수백가지의 선택지가 있는 걸 수도 있잖아? 요즘 그런 게임 많다고 아마미네 군이 설명해 줬잖아?"

"그러면 '헤이트레스'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거지?"

"...........확실한 건 결국... 헤이트레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셈이죠"

몬스터 하나에 대한 의구심은 이제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의구심으로 변해 버렸음을 인지한 세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땅으로 향한다. 에이신은 두 눈을 감고, 모모히토는 어느새 꺼내놓은 미라주 컴퍼스의 빈 화면에 자신의 얼굴을 투영하며, 슈는 그저 바닥을 응시할 뿐이다.

도대체 이 게임의 정체는 무엇인가. 누구는 보았고 누구는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이 맞는가. 적의 이름을 알고 모르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존재의 무게가 사람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것이 게임에게 가능한 이치인가.

"다들 다른 것을 보고 체험하고 있었어."

"그래. 그들만의 ‘스토리’를 보고 있었지."

"저희의 경우는 너무 이상해요. 어느 쪽이 진실일까요, 어느 쪽이 버그일까요."

에이신의 눈이 다시 스르륵 열린다.

"그러나 그렇게 속단하기에는 아직 우리에게 『리플렉션 월드』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이제 2번째 스테이지를 마무리지었다. 지금까지의 플레이어들이 말하는 내용들은 전부 스테이지 3의 것들이지."

"하지만 사실, 모두가 전부 다른 경험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해서' 꺼림찍해. 우리는 심지어 스테이지 2에서 헤이트레스를 마주한 거잖아. 그리고 그 자의 진명을 아는 이는 우리 뿐이야."

"우리만이 그의 이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나는 생각해. 역시 '유기체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건? "

"...'유기체적'이라는 표현 역시 잘 와닿지 않는 것 같아, 마유미 군... 뭐라고 대체하면 좋을까..."

모모히토의 한숨소리가 나지막히 들린다. 그 소리는 성냥불이 되어 슈가 생각하는 행위에 질려 머리를 싸매고 "으아아아아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큰 불을 지핀다. 외마디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후,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모히토와 에이신에게 씩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짓는다.

"...에잇, 모르겠다! 선배들, 『리플렉션 월드』 하러 가요! 레슨 시작하기 전이면 바로 갔다올 수 있어요! 당장이요!!"

두 선배들은 슈의 즉흥적인 선택에 다소 당황한 듯하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똑똑한 멤버가 벌써 게임을 하러 가자고 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이봐, 일정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레슨은 오후 3시에 시작인데 지금은 2시 30분이야. 문구점을 왕복하는 시간도 고려하라고. 해야 할 일을 미룰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아마미네 군, 쉬는 시간이 다 끝나 가는데 지금 갑자기 가는 건 좀..."

좀체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을 향해, 슈는 더욱 보채기 시작한다.

"조금만 하고 와요! 대신에 일과 끝나고 또 가자는 소리 하지 않을 테니까요! 네?? 선배들!"

임무를 완수하는 도중에 다른 길로 빠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에이신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모히토는 슈의 어떤 말에 공명을 한 것인지 덩달아 일어나서는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끈다.

"마유미 군, 함께 가자!“

"...뭐? 모모히토까지?"

모모히토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에이신에게 오랜만에 불안이 거두어진 표정을 지어보인다. 

"나도 솔직히 이래도 되는 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왠지 아마미네 군을 따라가면 고민이 사라질 것만 같아! 물론 우리가 풀어야 하는 것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진 않지만..."

모모히토의 발언에는 결코 단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적 확신만이 있을 뿐, 스스로도 모호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듯 머뭇거린다. 그러나 청자는 그 모든 감정의 이유도, 그 의미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더 나아가, 슈가 왜 자신들에게 그런 말을 했는 지도 사실은 이해한다. 끝내 고집을 내려놓은 에이신은 "아" 하고 작게 가탄의 소리를 내고는 마지못해 모모히토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어 그 반동으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하하, 너희는 정말 못 말리겠다. 그래, 가자. 단, 제때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슈와 모모히토는 맞추기라도 한 듯 그의 말에 답한다. 그들의 명랑한 목소리는 비가 오던 하늘이 개기 시작한 공기에 울려퍼지는 듯하다.

"네~!!"


/땅에 발이 닿는 순간 왼쪽 발끝이 살짝 꺾여 온 몸이 흔들린다. 앗. Vv히데vV가 균형을 잡지 못하자, 먼저 게임 속에 덜어와 있던 두 동료가 양 옆에서 그를 잡아준다. 평소에는 착지법에 무척이나 신경쓰는 그가 이런 얼토당토않는 실수를 하는 까닭이란 다른 쪽으로 쏠려있는 탓이겠지. 실제로도, 원래대로라면 Vv히데vV는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착지 포즈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여긴다. 지금은 멋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매킨토시: 그래서, 너는 이제 무엇을 할 거지?

/Vv히데vV는 기다렸다는 듯 예의 비딱한 미소로 PMxoxo와 매킨토시를 바라본다.

Vv히데vV: "길드"를 창설할 거예요!

PMxoxo: 길드?

Vv히데vV: 네!! 저희끼리 팀을 만들어낼 거예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고안해내지 못했을까...!!

/Vv히데vV는 이 말만 하고 뒤돌아서서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나머지 두 동료들도 그의 그림자를 밟으며 마그나 몬타나 광장으로 형한다. 대리석으로 지어진 순백의 으리으리한 건물 앞애서 발길을 멈추는 Vv히데vV는 PMxoxo와 매킨토시에게 손짓을 한 후 다시 내부로 시원히 직진한다. 구청을 연상시키는 듯 마법사들이 사용할 것 같은 도구들이 사방에 늘어져있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흡사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을 구경하는 듯하다.

매킨토시: 중세 판타지 영화에서 나오는 행정기관을 영상시키는군. 부엉이들은 날아다니지 않지만 말이야.

PMxoxo: 헤헤, 마유미 군, 또 이런 거에 홀려 있구나. 그런데 정말 우리의 일상과 이미지가 전혀 다르니까 재미있어.

매킨토시: ...지켜보고 있자니, 미라주 컴퍼스 같은 근미래식 도구가 있는데 굳이 아날로그 서류를 쓰는 설정이 꽤 심오한데. 이런 건 또 우리 일상같아. 

PMxoxo: 듣고 보니...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의 병(甁)은 온통 즐거움으로만 가득 찬 것도 아니다. 자신들의 유닛의 리더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조금 의아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과 멀리 있지 않은 데스크에 앉이 있는, 태생적으로 뿔이 나 있는 거구의 인물에게서 받은 서류를 들고 설레는 듯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선 Vv히데vV는 "이미 우리는 같은 팀인데 그것이 의미가 있는가"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선배와 마주친다. 자신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선배들의 표정에 Vv히데vV는 안면근육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Vv히데vV: ...선배들, 게임을 안 하니 "길드"의 중요성을 잘 모르죠?

/두 사람은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를 끄덕인다. Vv히데vV는 스카이 서밋으로 자신의 이마를 멋쩍게 긁은 후 그들의 반응에 응답한다.

Vv히데vV: 음... 그럼 이제 선배들이 겜잘알이 되도록 제가 열심히 설명하도록 할게요.

Vv히데vV: 길드는 뭐 선배들이 아시다시피 여러 사람끼리 팀을 만드는 시스템이긴 한데, 게임에서는 단순히 그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에요. 길드를 가입하면 우선 길드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집이 제공되고, 장비나 특수 아이템을 보관하거나 교환할 수도 있어요. 게다가 전투를 하면서 길드 레벨을 올려 특수한 스킬을 해방해서 매 배틀마다 특수한 강화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요!!

Vv히데vV: 무엇보다도 길드원들 끼리만 채팅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해서 인게임에서 우리끼리 연락할 때 편할 거예요!!

/매킨토시는 고개를 끄덕이는 반면, PMxoxo는 의구심으로 경직된다. 계속 셋이서만 함께 게임을 플레이할 텐데, 왜 굳이 길드라는 것을 이용할 필요가 있는 걸까.

PMxoxo: ...그래서, 아마미네 군? 우리끼리의 길드를 만드는 이유가 뭐야? 단순히 우리가 같은 유닛이라서? 혹은 우리끼리의 비밀스러운 친목회?

/Vv히데vV의 표정은 한껏 진지해진다. 웃음기도 없는, 그렇다고 자부심도 없는,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근심과 생존 의지가 담긴 표정. PMxoxo를 담고 있는 눈부시도록 푸른 그의 눈동자에는 꿈과 현실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서만큼은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Vv히데vV: "헤이트레스"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 이름을 알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이건 절대로 이상한 상황인 셈이죠.

Vv히데vV: 그러니 저희가 지니고 있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뭉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오로지 저희만이 비밀을 파헤칠 열쇠를 가진 거고, 저희만이 게임의 실체를 알게 되는 거겠죠! 이 이상한 『리플렉션 월드』의 진실을 밝혀내면, 그 때쯤엔 저희는 이 세계를 바꾸는 최강의 플레이어들이 되어 있을 거예요!!

Vv히데vV: ...물론 저희가 실마리를 완전히 풀어낼 가능성이 100프로일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렇게 길드를 창설해서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분명히 비밀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보니까요!! 길드는 저희에게 있어서 『리플렉션 월드』 인생 제 2막인 셈이에요!!

/PMxoxo와 매킨토시는 끝내 자신의 리더가 생각해 낸 자신만의 판단의 결과물을 듣고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 그의 고뇌에서 태어난 대책은 그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일단 나아가보는 것. 역경에 부딪혀 보는 것. 아마미네 슈의 방식. 그의 말대로 자신들 앞에 놓인 역경을 대면하며 걸어 나간다면 답과 마주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 간단한 방법을 잊은 채 두 사람은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다. Vv히데vV를 따라 나오길 잘했다.

PMxoxo: "이 세계를 바꾸는 최강의 플레이어"라니... 하하, 끝내 게임에서도 우리는 C.FIRST가 되어버렸네...

매킨토시: 그러게. 처음에 슈가 이 게임에 대해서 프레젠테이션 했을 때 기억나?

PMxoxo: 아하하, "세 사람이서 함께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최고의 목표 의식으로 삼고 있는 C.FIRST에게 어울린다"고 소개했었지. 『리플렉션 월드』라는 공간에서도 「We're the one」과 「Not Alone」 식으로 살아가게 되네.

/Vv히데vV는 미라주 컴퍼스에서 펜을 꺼내어 열심히 서류를 써내려나간다. 길드장은 당연히 그 서류를 적고 있는 Vv히데vV이다. 구인 게시판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공개"로 설정한 후 "초대"만으로 길드에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레벨 제한은 없다. 어차피 우리 셋만 존재할 길드이다. 이것저것 쓰고 나니, 마지막 맨 위의 칸이 남는다.

Vv히데vV: 그래서, 우리 길드 명을 뭐라고 지을래요? 단! C.FIRST만큼은 안 돼요. 그대로 가면 현실적으로 번거로워 지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이 곳에서만의 우리들의 매력을 어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매킨토시: 그야 당연하지. 그럼 이제 이름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볼까.

/정적이 시작된다. C.FIRST임을 들키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길드 명의 아이디어를 뇌에서 뒤적여 본다. 가장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매킨토시.

매킨토시: <과일바구니>는 어때.

/나머지 동료들의 반응이 영 좋지 않다. 심지어 PMxoxo는 "으..."하고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Vv히데vV: 에이, 에이신 선배의 취향만 말하지 말고요.

PMxoxo: 마유미 군, 맥락에 맞는 말을 해...

매킨토시: 맥락 고려하고 말한 건데. 우리의 머리와 눈동자 색을 봐,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이 과일 바구니 같잖아?

PMxoxo: 별로... 라고 생각해.

PMxoxo: <팔레트>는 어때?

매킨토시: <과일바구니>와 다른 게 뭐야?!

/마치 어린 아이들이 시답잖은 것으로 싸우는 듯한 선배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Vv히데vV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Vv히데vV: 아닠ㅋㅋㅋ 모모히토 선배가 맥락에 맞는 말을 하라 해놓고 본인도 맥락에 안 맞는 말을 하면 어떡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Mxoxo와 매킨토시는 서류로 얼굴을 가리면서까지 폭소를 하는 그에게 놀라지만, 곧 안심하는 듯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게 된다. Vv히데vV, 아니 슈의 웃음소리가 쾌청하게 울려퍼지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Vv히데vV는 이들이 더욱 웃긴 아이디어를 고안하기 전에 자신의 것을 발표한다.

Vv히데vV: 그럼 이걸로 해요- <정삼각과친구들.> 어때요?? 딱 C.FIRST다워서 좋다고 생각하는...

Vv히데vV: ...두 분, 그 눈빛은 뭐예요...

/잔잔한 웃음을 짓고 있던 PMxoxo와 매킨토시의 얼굴이 굳는다. 이건 아무리 봐도...

PMxoxo: 이거 완전 "아마미네 군, 그 외." 잖아...

매킨토시: 와, 너무하다, 슈. 우리는 "친구들"에 불과한 건가? 이게 천재의 방식이다 이거군??

/두 사람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Vv히데vV는 헐레벌떡 두 손을 흔든다.

Vv히데vV: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Vv히데vV: 단지 전 C.FIRST의 로고에서 착안한 것 뿐이라고요!! <정삼각하나와역삼각둘>이라고 하기에는 템포가 너무 길어요!! 그러니 <정삼각과친구들>이라고 타협하기로 해요, 선배들!~

/자신의 리더의 말에, 두 사람은 그새 "풋" 하고 웃음 소리를 꺼낸다. 당사자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듯하다. 

매킨토시: 천재 1학년 학생회장 놀리는 게 제일 재밌다, 그렇지 모모히토?

PMxoxo: ㅋㅋㅋ그러게!! 

/그제서야 그들의 말의 의도를 파악한 Vv히데vV는 미세하게 얼굴을 붉히고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서류를 구기려다 상황을 파악한다.

Vv히데vV: 아!! 이걸 구기면 안 되는데... 아... 아하하!

/그의 서류를 기다리는 뿔 달린 사무원과 눈이 마주치자 Vv히데vV는 또 한번 서류에 얼굴을 가린다. PMxoxo와 매킨토시가 서로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Vv히데vV의 주위에 모여 그의 등을 떠민다. "하하, 알겠어요~!"라고 말하며, Vv히데vV는 자신들의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종이 조각을 앞으로 내민다. 

Vv히데vV: 길드 창설 서류 제출할게요!

/서류를 확인한 거대한 사무원은 Vv히데vV에게 직사각형 형태의 열쇠를 건넨다. 그러고서는 피로에 찌든 듯 건조한 목소리로 길드가 개설되었음을 알린다.

사무원: 길드 창설 축하드립니다. 이제 <정삼각과친구들>은 정식 길드로 임명되었습니다.

사무원: 길드 하우스는 길드가 창설된 익일에 건설이 완료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Vv히데vV: 헤헤, 감사합니다! 선배들, 이거 봐요!! 이게 바로 저희가 내일부터 쓸 수 있는 길드 하우스 열쇠예요!! 다음 접속할 때 열쇠 바로 나눠 드릴게요!!

PMxoxo: 와, 길드 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된다!

Vv히데vV: 그쵸!! 이제 거기서 우리들끼리 『리플렉션 월드』를 파헤치기로 해요!!

PMxoxo: ...정말 길드 하나 만든 것 하나로 뭔가 마음이 놓인다.

Vv히데vV: 그쵸? 역시 이렇게 나오길 잘 한 것 같아요!!

Vv히데vV: 이 기세 이 마인드로 셋이서 함께 진보하기로 해요, 모모히토 선배!! 우리끼리라면 분명히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두 사람은 서로의 미소를 주고받는다. 방금 전까지 지니고 있던 근심은 정말 마법과도 같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라이벌이자 동료이자 동반자와 함께 미래를 기약하는 것은 이렇게까지 멋진 일이었구나. 팀을 구성한 기쁨과 안도감을 만끽하고 있는 Vv히데vV와 PMxoxo. 그러나 이들은 무언가를 놓쳤다는 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직 한 사람만이 자신의 턱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며 이 졸리도록 포근한 느낌 속에 숨은 위화감을 감지하고 있다.

매킨토시: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시지?

PMxoxo, Vv히데vV: …? 

PMxoxo: …어?

Vv히데vV: 헉!! 그러고 보니 곧 보컬 레슨 있죠?? 

PMxoxo: 하지만 우리, 그렇게 오래 있지 않은 느낌인데, 한 5분 정ㄷ—

/매킨토시의 갑작스러운 말에 Vv히데vV와 PMxoxo 사이에는 정적이 감돈다. 퍼뜩 정신을 차린 Vv히데vV가 미라주 컴퍼스의 시계를 확인해 보니...

Vv히데vV: —악!!! 이제 3분 안에 사무소로 가야 해요!!

매킨토시: 뭐??

PMxoxo: 으앗, 빨리 사무소로 돌아가자!!

매킨토시: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앞으로는 부디 일과는 다 끝내고 여유롭게 게임을 하자!!

/그들의 시끄러운 비명에 그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다양한 빛의 눈동자는 그들을 향해 쏠린다. 그러나 앞을 보고 달리는 이들에게 그 따가운 빛들은 어떠한 통증도 주지 않는다. 약속 시간을 늦어 바삐 달려가는 와중에도 세 사람은 그저 즐겁다. 게임 속에서 한 게 길드 이름 하나 지은 것 뿐인데도. 그 행위 하나만으로도 세 사람의 짐은 하나 덜어진 듯하다. 아직 그들이 본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이미 큰 일을 해낸 듯 거한 성취감을 느낀다. 한 팀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중대한 경험임을 <정삼각과 친구들>은 재확인한다. 허구의 세계에서 나와 다시 현실의 삶을 살기 위해 달리는 중에도 세 사람은 허구에서의 경험을 통해 유대감이 더욱 깊어지는 기회가 되었다고 여긴다.


그렇게 여겨 왔다. 

누군가가 그것이 안일하고 허무맹랑한 믿음이었음을 통감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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