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대협] 너의 의미 上
인터하이 본선 진출한 능남 IF
"앗, 대협아 미안해!"
"아냐, 내가 못 봤네. 미안."
대협은 자신의 몸에 맞고 튕겨 나간 농구공을 잡으러 달려 가며 말했다. 이번 패스미스는 분명 주던 쪽의 실수였는데도 대협은 늘 상대를 타박하거나 인상 한 번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떨어진 농구공을 주어 들고 가볍게 드리블하며, 연습 중인 동료들에게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능남에서 주문처럼 내려오는 ‘윤대협이 어떻게든 할 거야…!’는 대협의 저런 모습에서 유래된 게 분명했다.
"너도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감정 동요가 없을 수가 있냐?"
"그러게. 대협이 너도 여유 없을 때가 있기는 해?"
영수와 정태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대협에게 물었다. 대협은 무슨 소리냐며, 나도 사람인데 당연히 그럴 때가 있다고 대답했지만 듣는 사람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들이 보는 윤대협은 코트 위의 윤대협일 테니 저런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대협은 코트 위에선 좀처럼 여유를 잃는 법이 없었다. 적에게 동요되지 않는 침착함과 상대를 방심하게 만드는 여유로움으로 무장한 능남의 에이스는 결국 팀을 인터하이 본선 진출로 이끌었다. 그런 대협에게 감독과 동료들이 거는 기대는 고작 고등학교 2학년이 견디기엔 무거운 것이었지만 대협은 결코 내색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남들에게 티를 내지 않았을 뿐이지 대협도 여유로움을 잃을 때가 있었다. 그게 단지 농구가 아니라 이정환이라는 한 사람 때문이라 남들이 모를 뿐이다.
농구 강호 해남대부속고의 이정환. 고교농구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남은 17년 연속 도내 챔피언이었으며, 이번 인터하이도 도내 1위로 진출하였고 해남의 주장 이정환은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런 이정환을 의식하는 건 제 아무리 윤대협이라도 당연했다. 하지만 윤대협이 의식하고 있는 건 농구선수 이정환 뿐만은 아니었다.
대협은 정환이 제게 고백하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노을 지는 바닷가 부두에서 저를 좋아한다며, 다음에 만날 땐 선배가 아니라 애인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던, 그러면서 살짝 휘어지는 눈꼬리를 따라 움직이는 눈물점을, 까맣게 빛나는 피부와 목덜미를 타고 내려오는 힘줄까지도. 대협은 그 순간을 남김없이 기억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내가 경기 내내 유난히도 그를 의식 했던 건, 그리고 저도 모르게 선배가 아니라 형이라고 불렀던 건, 그에게 반해버렸기 때문이었구나. 나는 정환이형을 좋아하고 있구나. 그리고 형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니. 심장이 요동치고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것만 같았다. 대협은 답지 않게 허둥거리며 대답했다. 네, 형. 형, 저도 좋아요. 아니, 좋아해요.
삐익-. 연습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다들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며 벤치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협은 머릿속에 남은 그날의 잔상에 발이 구름 위를 걷는 듯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벤치로 걸어가고 있는 대협에게, 경태가 중요 체크가 있다며 달려왔다. 대협은 경태가 하는 말에 적당히 대꾸해주며 벤치에서 받은 이온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경태가 하는 말 중에 한 단어가 대협의 뇌리에 박혔다.
"…은 에이스킬러로 유명하니까, 내일 대협이형은 특히 더 조심하셔야 돼요!"
에이스킬러. 얼마 전 정환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인터하이 본선의 대진표가 확정된 이후 정환을 만났을 때,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풍전의 주장은 에이스킬러라고 불리는 녀석이야. 그 녀석과 맞붙을 땐 조심해야 해, 대협아. 그러면서 손끝으로 내 이마를 쓸어줬었지. 그때는 알았다는 말로 넘어가고 더 묻지 않았었는데, 다시 듣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경태야, 그 선수는 왜 에이스킬러라고 불리는 거지?"
"뭐야, 대협이 너 작년 인터하이 때 있었던 일 모르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영수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대협이 정말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자, 경태가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냐며 펄쩍 뛰었다. 혀를 끌끌 차던 영수가 말했다.
"작년 인터하이에서 상양과 풍전이 붙었을 때, 그 에이스킬러가 상양의 김수겸 머리를 팔꿈치로 내려쳤잖아."
"정확히는 왼쪽 눈썹 위 이마를 가격했죠. 그리고 김수겸 선수는 그대로 쓰러져서 경기에 복귀하지 못 했고, 상양은 풍전에 역전패 당했어요."
그러니까 대협이형도 조심하셔야 된다니깐요! 경태가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지만 대협에겐 잘 들리지 않았다. 이미 다른 생각으로 머리 속이 꽉 차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랬구나. 김수겸에게 그런 일이 있어서, 그래서 정환이형이 그걸 알고 있었구나.
대협은 정환이 어루만졌던 자신의 이마에 손을 짚어 보았다. 내 이마를 만지면서 나를 걱정하는 말을 하면서 당신은 김수겸을 생각했을까?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당신은 그 경기장에 있었을까? 애인이 공격 받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며 헤어진 전 애인을 떠올리곤 할까?
유치하다. 어린애 같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대협은 스스로가 한심해져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생각을 떨쳐보려 했지만 한번 불어난 생각의 눈덩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다음 날 풍전과의 경기에서까지 대협의 머리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반전은 근소하지만 능남의 우세였다. 복잡한 심경과는 별개로 대협은 포인트가드로서 경기를 잘 이끌어가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잠시 벤치에서 후반전이 시작하길 기다릴 때, 그제야 대협은 관중석을 쓱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관중 속 정환을 발견했다. 멀리 있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정환이 형, 내 경기 보러 와줬구나.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고 해 얼른 고개를 숙였다. 침착하자. 이번 경기 꼭 이겨야 해.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후반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주장 덕규를 필두로 능남의 모든 선수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능남의 주전들 모두 투지를 불태웠지만 그건 상대편도 마찬가지였다. 풍전은 후반전에서 바싹 쫓아왔고 매우 근소한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디펜스! 집중해! 대협이 소리치며, 골대 앞을 지켰다. 풍전의 선수가 골대 앞으로 맹렬히 달려 오고 있었다. 다행히 볼은 림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허공에 떠 있는 볼을 잡으러 대협이 땅에서 발을 떼는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눈앞이 새까맣게 변했다.
"대협아!!!"
"윤대협!!!!!"
대협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코트 바닥에 떨어졌다. 눈앞이 흐릿하고 어지러워 몸을 일으킬 수 조차 없었다. 안 되는데... 경기를 계속해야... 하는데...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대협은 들것에 실려 코트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멀어져가는 정신 속에서 대협은 바보 같게도 정환을 떠올렸다.
정환이 형, 다 보고 있었겠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작년 일을 떠올리진 않았을까?
날 걱정해주고 나만 생각해준다면 좋을 텐데.
'형은 내 어디가 좋아요?'
정환의 어깨에 턱을 올린 채로 대협이 물었다. 대협의 갑작스런 질문에 책을 향해 있던 정환의 눈동자가 대협에게로 향했다. 처음엔 당혹스런 눈빛이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정환이 대협의 얼굴로 손을 뻗는다.
'글쎄, 난 네 반듯한 이마도 좋고 길게 뻗은 눈썹도 좋고.'
정환의 손이 이마에 살짝 닿았다가 눈썹 끝으로 옮겨갔다. 그러다가 손 끝이 속눈썹에 살짝 닿자 대협은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나른해 보이는 네 눈도 좋아. 지금 보니 속눈썹도 예쁘네?'
이렇게 자세히 듣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대협은 당황스러운 듯 눈동자를 굴리며 정환의 시선을 피했다. 설마 나 얼굴 벌게진 건 아니겠지?
'갸름한 턱도 좋고, 그리고…'
턱선을 따라 내려오던 손끝이 떨어지더니 정환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온다. 대협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목덜미에 무언가 부드럽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대협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목이 긴 것도 좋아. 너무 좋아.'
대협은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정환의 입술이 닿았던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정환을 만나기 전까지 인기는 많았지만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이 없던 대협은 이런 애정 표현에 면역이 없었다.
'…뭐예요. 그럼 형은 제 얼굴 보고 만나는 거예요?'
'하핫, 그게 다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쑥스러운 마음에 본심과 다르게 툴툴거리며 말이 나왔지만 정환은 그런 대협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이번엔 정환이 물었다.
'그럼 넌 내 어디가 좋아서 만나는 건데?'
'저요? 저는 형이…'
좋아하는 이유 같은 건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떠오르는 모습이 있었다. 그건 코트 위의 이정환이었다.
'저는 농구 하는 형이 제일 좋아요. 농구 할 때 형은 정말 멋지거든요.'
또옥- 또옥-
가까이에서 물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대협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새하얀 천장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한 손을 들어 올리자 링거와 연결 된 바늘이 꽂혀 있는 왼손이 보였다. 아, 여긴 병원이구나. 점점 넓어지는 시야로 심각한 얼굴을 한 감독님과 덕규 선배가 보였다. 입을 달싹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감독님을 부르자 깜짝 놀란 두 사람이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대협아, 이제 정신이 들었구나! 정말 다행이다!"
유감독이 대협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옆에서 덕규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걱정시켜드려서 죄송하다는 대협에게 두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잘못 아니야. 지금은 회복할 생각만 해."
"그런데, 경기는요…?"
이어지는 침묵에 대협은 경기 결과를 듣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결국 졌구나. 본선 1차전에서 떨어지고 말았어. 유감독과 덕규가 대협이 쓰러진 이후의 경기 내용을 간략히 알려 주었다. 에이스를 잃은 능남은 결국 풍전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누구도 대협을 탓하지 않았지만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잠시 후 대협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주치의가 도착했고, 이것저것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해서 대협은 병실 밖으로 이동했다.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으나 뇌진탕이 왔기 때문에 당분간 쉬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가격 당한 왼쪽 눈썹뼈는 다행히 골절은 없었으나 부기가 심하여서 약을 바르고 안대를 차야만 했다.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설명을 듣자 대협은 정환이 생각 났다. 걱정하고 있을 텐데 얼른 괜찮다고 알려줘야겠다. 대협이 병실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으아아, 대협이 형!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언제 소식을 듣고 달려온 건지, 병실에서 경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협이 문을 열자마자 달려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런, 경태가 있으면 전화를 못 하는데… 대협은 난감했지만 겉으론 티 내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경태가 하는 말들은 대부분 풍전에 대한 분노에 찬 말이거나 대협이 쓰러진 후 능남 선수들의 분위기가 어땠다더라 하는 것들이었다. 대협도 어느 정도 예상 했던 내용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정환 선수랑은 언제 그렇게 친해진 거예요?"
"응? 경태야 뭐라고?"
경태의 입에서 나올 거라 상상도 못한 이름이었다. 정환이 형이랑 나랑 사귀는 게 소문이라도 난 건가 싶어 속으로 긴장하고 있는데, 경태가 궁금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대협이 형 쓰러지고 나서 병원으로 이송될 때 제가 팀에서 대표로 같이 이동했거든요. 그래서 앰뷸런스에 타는데 어디서 왔는지 갑자기 이정환 선수가 나타나서 어느 병원으로 이동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알려줬더니 저희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서 병원에 오더니 형 치료 끝날 때까지 저랑 같이 기다렸어요."
"진짜? 정환이 형이 병원까지 따라왔었다고?"
"네! 치료 끝나고 주치의 선생님 오시자마자 대협이 상태는 좀 어떠냐고 물어보시고 병실 올라갈 때도 같이 올라가서 한참 있다가 갔어요. 이정환 선수가 형 걱정 엄청 하던데요?"
아,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걱정하는 사람 마음은 생각지도 않고, 질투심에 형이 내 걱정만 했으면 좋겠다고 투정이나 부리고 말았어. 대협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 지나간 일을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면, 부상 입지도 않고 시합도 이기고 정환이 형에게 걱정 끼치지도 않았을 텐데.
경태가 돌아가고 나서 대협은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정환에게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신호음을 기다리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윽고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여보세요] 하는 정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저 괜찮아요."
[대협아! 너 깨어난 거야?! 몸은 좀 어때?]
이토록 정환의 목소리가 반가울 수가 있을까. 대협은 정환에게 치료 경과를 알려주며 정환을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사실은 정환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스스로가 안심이 되고 있었다. 대협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나서 정환은 바로 면회를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고, 한달음에 대협의 병실로 달려 왔다. 이토록 안절부절못하는 정환의 모습은 처음이라, 대협은 미안하면서도 내심 기뻤다.
"대협아, 빨리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걱정끼쳐서 미안해요. 근데 형은 어쩌자고 병원까지 쫓아왔어요? 다음 날에 해남도 경기 있었잖아요."
"하루 전날에 딴짓 좀 했다고 경기에 지장 안 가. 연습은 평소에 하는 거지."
"와, 내가 시합 하루 전에 연습 빠지면 우리 감독님은 당장 잡으러 오실 걸요?"
"그래서 평소 행실이 중요한 거지."
정환이 웃으며 대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은 듯 대협이 눈을 감고 정환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너 깨어난 거 봤으니까 이제 돌아가야겠다. 사실 내일도 경기가 있거든."
"벌써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요."
"이러면 나 발길 안 떨어져, 대협아. 시간 될 때 자주 올 테니까."
정환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서 다치지 않은 반대쪽 이마에 짧게 입 맞췄다. 떨어지는 입술이 아쉬워서 대협은 정환을 끌어안았다. 정환도 대협을 마주 안았다.
"…그러니까, 푹 쉬고 잘 회복해서 퇴원하자. 알았지?"
"알았어요. 얼른 나아서 형이 좋아하는 제 얼굴 실컷 보게 해줄게요."
정환이 웃으면서 대협에게서 떨어졌다. 이번엔 대협도 순순히 놓아주었다. 사실 대협도 다음 날 경기가 있는 정환을 무리시키고 싶지 않았다. 정환이 다른 학교에 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병실을 나서는 정환에게 손을 흔들었다. 병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선 정환이 말했다.
"대협아, 너가 쓰러졌을 때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어."
그 순간 정환의 표정은 대협이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라앉은 얼굴을 한 정환은 평소와는 달라 상상도 못 한 모습이었다.
"너가 무사하단 소식을 듣고 내가 얼마나 안심했는지, 지금 내 심정이 어떤지 너는 짐작도 못 할 거야."
그리고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도. 마지막 말을 속으로 삼키고 정환은 대협에게 인사하며 병실을 나섰다. 대협은 정환이 사라지고 굳게 닫힌 문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능남의 첫 인터하이는 1회전 탈락으로 마무리되었다. 반면, 이번 인터하이에서 해남은 무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자 대진운이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겸손한 발언이었지만 대협에겐 조금 재수 없게 들리기도 했다. 어찌 됐든 좋은 자극이 된 건 분명했다. 그들은 가을 전국체전 준비와 더불어 윈터컵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에 열을 올렸다. 물론 농구만 한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주로 만났다. 정환이 서핑을 하면 대협은 낚시를 하며 구경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걸 하고 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보드 위에서 파도를 가르는 정환을 보는 건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으니까. 바다에 가지 않는 날에는 대협의 집 근처 농구 코트에서 원온원을 하기도 했다. 대협은 포지션을 PG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환은 명실상부 도내 최고의 PG였으니 대협에게 정환은 좋은 선생님이었다. 사실 대협의 PG로서의 스킬은 대부분 정환에게 전수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대협아, 그렇지! 잘했어!"
무엇보다 정환이 훌륭한 선생인 이유는, 칭찬에 아낌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난 정환이 형한테 칭찬 받고 싶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대협은 생각했다.
"너같은 천재는 처음 봐. 넌 꼭 농구 해야 한다, 대협아."
"형, 비행기 좀 그만 태워요."
도내 MVP에게 저런 칭찬을 들으니 제 아무리 윤대협이라도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농구에 있어서 만큼은 이정환은 벽이었다. 윤대협이 목표로 하는, 언젠간 뛰어넘고야 말겠다는 커다란 벽. 하지만 동시에 뛰어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뛰어넘지 않고 그냥 그 벽에 기대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대협은 무의식중에 기댈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또다시 윈터컵 기간이 돌아왔다. 이변은 없었다. 도내에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한자리는 이번에도 해남에게 돌아갔다. 올해 윈터컵이 치러지는 도시는 멀지 않은 곳이라 대협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정환의 경기를 보러 갔다. 물론 대협은 일찍 도착하는 법이 없어서 경기 중간에나 관중석에 들어가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 더 늦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늦었는데? 벌써 경기 다 끝나버렸겠다. 정환이 형을 볼 수 있을까? 대협은 서둘러 경기장으로 뛰어 갔다. 역시나 경기가 다 끝나버렸는지 정문이 나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대협은 빙 돌아 후문으로 향했다. 선수들이 퇴장하는 통로는 후문과 연결되어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찾던 대협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그 말 진심이야??? 너 제정신이냐고!!!!!!!!"
"수겸아, 진정하고."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넌 지금까지 우리가 보낸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데, 그동안 들인 노력과 땀이 아깝지도 않냐고!!!!!!"
대협은 몸을 숙여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나무울타리 사이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정환과 수겸이었다. 대협은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수겸이 정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 분명했다.
"이정환이 농구 안 하면 누가 농구하냐고!!!! 이 병신, 머저리야!!!"
수겸이 소리치며 정환의 멱살을 잡았다. 정환은 아무런 대꾸 없이 순순히 당하고만 있었다. 대협은 가슴이 철렁했다. 뭐? 정환이 형이 농구를 안 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너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라, 이정환."
씩씩거리던 수겸이 붙잡고 있던 정환의 옷깃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정환은 그 자리에서 깊은 한숨을 쉬더니 반대편으로 걸어 나갔다. 두 사람이 떠나고 한참 동안 대협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 했다.
결국 해가 지고 나서야 대협은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정말 정환이 형이 농구를 그만두려는 건지, 그리고 그걸 왜 김수겸은 알고 있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는지. 대협은 자신만 몰랐다는 생각에 분했다가 정환이 농구를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설마 정환이 농구를 그만둘 거라곤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그 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대협이 전화를 받자 정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집 앞으로 가겠다는 말에 대협이 알겠다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 무슨 말을 할 지는 뻔했다. 농구를 그만둔다는 말이겠지. 대협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정환이 오기 전에 도망쳐 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정환이 결심을 굳혔다면 언젠간 듣게 될 말이었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대협이 일어나서 문을 열었더니 정환이 서 있었다. 역시나 정환의 얼굴이 어두워 보였다. 대협은 마음을 다잡으며 정환에게 들어오라 말했다. 그런데 정환은 현관까지만 들어와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대협아,"
정환이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말을 꺼내기가 힘든 듯 망설이다가 잠시 대협을 바라보았다. 대협도 덩달아 긴장하며 눈만 끔벅였다. 정환이 힘겹게 다시 입을 열며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대협에게 있어서 정환은 벽이었다. 언젠간 뛰어넘겠다는 목표이자, 힘들 땐 기대어 쉬기도 할 수 있는 벽. 그런데 그 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드라마 속에선 헤어지면 어떻게 했더라. 땅이 꺼져라 울고, 식음을 전폐하고, 무슨 새끼 어떤 새끼 하며 욕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막상 헤어져 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대협은 진짜로 헤어진 게 맞긴 한 건지,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아침이 되면 눈을 뜨고, 학교에 가고, 농구 연습을 하고, 가끔 낚시를 가기도 하면서 밤이 되면 잠이 드는 일상. 멀리서 볼 땐 그랬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평소와 조금 달랐다. 대협은 길을 걷다 멈춰서 멍하니 서 있는 일이 잦아졌다. 농구 연습을 하다가도 집중력이 흐트러져 감독님께 핀잔을 듣기도 했다. 낚싯대를 당기는 타이밍도 자꾸 놓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역시나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몇시간을 뒤척였을까, 대협이 벌떡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내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그건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았고, 제대로 된 이유도 듣지 못 했으며 한 순간에 칼로 베듯 잘라져 버렸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이대로는 평생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을 지도 몰라. 대협에게 지금 필요한 건 대화였다. 정환과의 대화.
근데 어떻게 만나야 하지? 대협은 정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정환의 집 주소도 몰랐다. 유일하게 아는 건 전화번호 였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역시 학교로 찾아가는 수 밖에 없나? 어차피 지금은 방학이라 학교에 가도 없을 텐데. 잠깐 정환이 형은 곧 졸업하잖아? 그럼 이제 진짜로 못 만날 거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졸업식 뿐이다.
뜬 눈으로 밤을 샌 대협은 다음 날 수소문하여 해남고의 졸업식 날짜를 알아냈다. 그리고 그날만 기다렸다. 이젠 오기가 생겨서라도 정환의 얼굴을 꼭 봐야만 했다. 드디어 졸업식 당일, 대협은 답지 않게 일찍 눈을 떴다. 오늘 반드시 결판을 내야지. 해남고로 발걸음을 옮기며 비장하게 다짐했다. 그러나 대협이 미처 생각지 못 한 게 있었다.
해남대부속고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붙어 있었고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날에 졸업식을 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더군다나 초행길인 대협은 인파에 휩쓸려 여기저기 떠다니기 바빴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대체 어디서 하는 건지, 쩔쩔매던 대협의 눈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해남고 농구부원들이었다. 찾았다! 대협은 서둘러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 목표물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깜짝 놀라 뒤돌아본 얼굴은 전호장이었다.
"뭐야? 능남 윤대협이잖아. 여긴 어쩐 일이야?"
"정환이 형은?"
"아, 정환이 형 만나러 온 거야? 미리 연락 안 해봤어? 정환이 형은 오늘 졸업식에 참석 안 했는데."
머리가 새하얘졌다. 안 되는데, 오늘 밖에 안 되는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데. 대협이 멍하니 서 있자 호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정환이 형은 사정이 있어서 졸업식에 못 오신다고, 그래서 며칠 전에 농구부끼리 따로 송별 파티를 했었어. 아무튼 정환이 형을 만나러 온 거면 안타깝게 됐네."
'정환이 형은 만날 수 없어.' 호장의 마지막 말이 머리에서 윙윙거린다. 대협은 넋이 나간 얼굴로 뒤돌아서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뒤에서 해남 농구부원들이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대협은 무슨 정신으로 서 있고 걸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집 근처까지 올 수 있었다. 집으로 향하던 중 농구 코트를 발견했다. 정환과 종종 원온원을 했던 곳이었다. 코트엔 누군가 두고 간 낡은 농구공이 있었다. 대협은 공을 주어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백보드를 향해 던졌다.
콰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백보드를 맞고 튕겨져 나온 공이 다시 대협의 발밑까지 굴러왔다. 충격의 여파로 골대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다. 대협은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리다가 급기야 농구공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
"이정환-!!!! 이 치사한 새끼!!!! 일부러 날 피했어!!!!! 비겁하고 치사한 겁쟁이가!!!!!!"
그렇게 악을 쓰고 소리치던 대협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느새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형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그럴 수가… 난 이제 형이 없으면 안 되는데… 나를 혼자 남겨두면 난 이제 어떻게 살라고…"
대협은 정환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정환이 형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이별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게 형을 위한 것이라면, 힘들어도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정환을 만나러 가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대화를 하지 못 하더라도 좋을 것 같았다. 이젠 그저, 형의 얼굴을 한 번만 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멀리서라도, 정환이 형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마음을 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형은 마지막까지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이게 우리의 사랑에 대한 형의 대답이겠지. 이젠 정말 끝이니 다신 찾지 말라고. 억지로라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그치만 형은… 날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눈으로도 입으로도 손으로도, 날 좋아한다고 말했잖아요. 그건 분명 진실이었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날 떠나버린 건가요. 난 아직 형한테서 듣고 싶은 말이 많은데, 왜 농구를 그만두는 건지, 이젠 내가 싫어진 건지, 내가 무언가 잘 못 한 게 있는 건지, 형은 언제부터 이별을 준비해왔던 건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이젠 전부 버려야 했다. 남은 미련까지도 모두.
무릎 사이로 묻고 있던 얼굴을 들자 저 멀리, 코트 구석에 홀로 놓인 농구공이 보였다. 몸을 일으켜 천천히 집으로 향하면서도 자꾸 뒤돌아서 그 농구공을 보았다. 공만 봐도 정환이 형이 생각나는데 내가 농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농구도 그만둬야 하나?
'넌 꼭 농구 해야 한다, 대협아.'
정환의 말을 떠올리며, 대협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나는 당신을 완벽하게 떠나보내진 못 할 것 같다고, 당신이 내게 원했던 것 딱 한 가지만 남겨놓겠다고, 이게 내가 당신을 원망하는 방법이니까. 당신을 원망이라도 해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네, 여기는 농구 프로리그 A 구장입니다. 오늘은 프로농구 최고의 인기 스타, 윤대협 선수를 만나러 왔습니다! 윤대협 선수, 최근 프로리그 역사상 이적료 최고가를 갱신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에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윤대협입니다. 사실 역대 이적료 최고가를 갱신했다는 건, 저도 뉴스를 보고 알았고요. -"하하하", 촬영팀의 웃음 소리- 그만큼 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뛰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짧은 인터뷰가 끝나고 대협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팀 동료들이 슈퍼스타가 오셨다며 호들갑을 떨자 대협이 민망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현재 팀의 주장을 맞고 있는 선수가 대협에게 와서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우리 슈퍼스타는 겸손하기까지 하시네. 아무튼 우리도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할게. 그리고 오늘 구단에서 환영 행사 있는 거 알지? 구단주도 오신다고 하니까 늦지 말고."
"네, 알았어요."
하아, 뭘 환영 행사까지… 사실 대협은 농구 외에 개인 시간은 홀로 조용히 보내는 편이라 요란한 파티와는 잘 맞지 않았다. 가뜩이나 역대 최고가 이적이라는 기사를 보고 부담스러웠는데, 뭘 구단주까지 직접 행차하셔서 파티까지 여는 건지. 돈 쓴 만큼 실컷 부려 먹겠다 이건가 싶어서 대협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학창 시절처럼 농구에만 신경 쓰면 될 줄 알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얽힌 게 너무 많았다. 대협은 이런 쪽으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이번엔 절대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몸에 딱 맞는 정장과 구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머리도 평소보다 신경 써서 올렸다. 이 정도면 되겠지? 대협은 밖으로 나와 숙소 앞에 주차 된 차량에 탑승하여 행사가 열리는 호텔까지 이동하였다. 창밖으로 해가 지는 걸 보며, 대협은 낚시나 가고 싶다고 생각 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역시나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대협은 어디 아는 얼굴이 없나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감독님과 눈이 마주치고 서로 손을 들어 인사 했다. 감독님이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며 어딘가로 이동해서 대협은 영문도 모르고 그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멈춰서서 누군가를 소개 받았다.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이번에 새로 이적한 윤대협 선수입니다. 대협아, 이쪽은 우리 구단 관계자이신 이정환 본부장님이셔."
대협은 정환이 제게 고백하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날, 정환의 얼굴도, 목소리도, 눈빛까지도. 그리고 그건 지금 제 눈앞에 있는 모습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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