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른 / 루른

[대협태웅우성] 두근두근♡ 썸남(들)과 동거 중! (1)

우당탕탕

  • 센루사와 / 사와루센 (에이스조)

  • 한국 배경 / 현대

재앙의 시작은 중국 하얼빈이었다.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도시를 넘고 국경을 넘어 번져갔다. 러시아, 몽골, 인도, 차례를 매기기 힘든 속도로 주변국들이 함락되었다. 북한에 첫 감염자가 생긴 게 일주일만인 건 퍽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계보건기구는 아시아의 반틈을 단번에 장악한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걸 빠르게 알아냈다. 그 과정이 인륜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걸 재고 따질 때는 이미 지났다. 뉴스에서는 이 바이러스를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공식 명칭, RAVID-24(Novel Rabies virus)를 채용해 라비드라고 불렀지만 인류에겐 더 익숙한 명칭이 있었다. 좀비. 각종 매체를 통해 가상 괴물의 한 종류로 알려진 존재였지만, 지금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바이러스의 감염증상들은 더 이상 가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감염은 주로 타액을 통해 일어난다. 그 무서움에 비해 감염력이 높은 건 아니라, 작정하고 혀를 비비지 않는 한 비말감염의 우려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긴 했다. 잠복기가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람마다 다르나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일주일 전후쯤의 잠복기를 보이기도 했다.

잠복기가 끝날 무렵 길게는 3일 정도 발열, 오한, 두통, 메스꺼움 등 흔히 몸살이라고 생각할만한 전조증상을 보인다. 열이 사그라드는 순간, 비로소 우리가 아는 '좀비'의 모습이 나온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체온이 떨어진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안색이 창백해지고 말단부는 퍼렇게 질린다. 통각이 사라지고 시각 및 후각이 둔해진다. 반면 청각은 그대로라 오히려 더 예민해진다. 끝없는 허기를 느낀다. 움직이는 생명체를 허기를 채우는 수단으로만 인식한다. 무작정 달려들어 이부터 박고 본다. 그러나 그런다고 허기가 채워질 리 만무했다. 물어뜯고 질겅이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다시 목표물을 바꾼다. 그렇게,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져갔다.

좀비는 인권을 가지고 있는가. 좀비를 시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산 사람들의 인권을 우선시 하자고 주장했다.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 다 죽이자. 그들의 주장을 반대하는 자들은 주로 물 건너 다른 대륙에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좀비는 인간의 껍질을 쓴 괴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바이러스고 뭐고 하는 발표가 나기 전엔 더더욱 그랬다. 국가 차원에서 감염자를 학살하려 드는 건 자국민 보호를 위함이 틀림 없었기에 의견을 내세울 수 없는 감염자들은 무참히 학살당했다.

한국에 첫 감염자가 생긴 건 좀비 사태 이주일하고도 이틀 후, 약 보름을 넘겨서였다. 한국은 발생지인 하얼빈과 가까운데도 훨씬 거리가 먼 인도보다 오래 버텼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덕분이었다. 신체 능력이 떨어진 좀비들에게 38선은 철옹벽과 같았다. 그러나 정부가 무능했다. 이주차를 넘어선 시점, 조금씩 소강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에 홀라당 귀국자들을 받기 시작해버렸다. 잠복기 최대기한으로 잡은 3일 동안 격리 후 발열 증세가 보이지 않으면 입국 가능. 아직 잠복기가 일주일이 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다.

첫 감염자가 발열 증세를 보인 건 입국 게이트 통과 직후, 그리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이성을 잃었다. 그렇게 서울권이 전부 폐쇄되었다.

1. 그러던 어느 날

그 날은 선선했다. 하늘은 높고,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그런 날이었다. 주말 연습이 없는 날이라 윤대협과의 원온원 풀코스를 즐길 기회기도 하였다. 서태웅은 윤대협을 만나러 갈 때 늘 타던 로드바이크 대신 등교용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꺼내 탔다. 그의 애착 바이크는 지금 수리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

저 멀리 농구 코트가 보인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사람들이 꽤 있었다. 윤대협의 자취방 바로 앞이라, 집 가기 전 샤워하기 좋았다. 북적이는 테니스코트와 그 옆의 트랙 운동장과는 달리, 농구 코트는 한산했다. 머리를 삐죽하게 세운 남자 혼자 통통, 드리블하고 있을 뿐이었다.

"왔어?"

끼익. 자전거가 멈추어 선다. 때 맞춰 전화벨이 울린다.

"여어."

윤대협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정우성이었다.

"여보세요."

"태웅아! 나 너 보러 가도 돼?"

"무슨 소리야."

지금 미국에 있는 게 아니었던가.

"나 지금 인천이야. 공항! 알지? 그... 라? 래? 뭐더라? ...좀비! 그거 때문에 이번에 들어왔거든. 혼자 미국 있기 무서워서."

잉잉. 정우성이 우는 소리를 덧붙였다. 서태웅은 눈앞의 원온원을 방해받아 조금 언짢아지던 참이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소리라니.

"그럼 집에 가."

"강원도 가기 전에 이왕 인천 온 김에 너 보고 가려 했지."

"왜?"

정우성은 서태웅을 잘 알았다. 핏속에 농구공이 흐르는 자의 심리를 모를 리 없다.

"너, 아직 나 못 이겼잖아?"

"...주소 보낸다."

꾹. 전화 종료 버튼을 세게 눌렀다. 까만 화면에 입을 부루퉁하게 내민 얼굴이 비쳤다.

"무슨 일인데?"

"정우성 여기 온다."

"응?"

"하자."

"응?"

서태웅이 윤대협의 손에서 농구공을 뺏어 들었다. 윤대협의 의지와 상관없이 원온원이 시작되었다. 그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저 멀리서 해맑게 뛰어오는 정우성을 맞이할 운명이었다.

그들은 점심도 거르고 죽어라 공만 튀겼다. 오후 3시. 해는 아직 쨍쨍했고 서태웅을 뺀 나머지 둘은 허기라는 것을 슬 느끼고 있었다.

"야아. 헉- 잠시, 그만."

"그래, 태웅아. 배고프지 않아?"

윤대협이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서태웅은 곧 죽을 것 처럼 숨을 헐떡였다. 농구공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허기가 느껴졌다.

"...배고파."

"목은?"

"말라."

푸하핫. 정우성이 웃음을 터트리며 둘에게 캔 음료를 던졌다. 벤치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정우성 혼자 멀쩡한 얼굴이었다.

"밥 먹으러... 응?"

코트로, 정확히는 서태웅 쪽으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기적거리는 걸음이 이상했다. 정우성의 시선을 따라 윤대협도 뒤를 돌았다. 지쳐 앉아있는 서태웅만 반응이 없었다.

꺄악!

아랫쪽 운동장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제야 윤대협은 발견할 수 있었다. 다가오는 사람의 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이게 뭔..."

윤대협이 벌떡 일어났다. 서태웅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본다. 윤대협과 서태웅의 거리는 세발짝, 그러나 좀비와 서태웅의 거리는...

"서태웅! 튀어!"

뒤늦게 눈치챈 정우성도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좀비가 빨랐다. 엄지 하나가 뒤틀린 손이 서태웅의 어깨를 쥐었다.

윤대협이 서태웅을 끌고 가려 손을 뻗으려 할 때였다. 퍼억. 굉장한 소리와 함께 좀비가 뒤로 넘어진다.

"뭐야."

어깨에 손이 닿는 순간 벌떡 일어나 발로 차버렸다. 좀비를, 한방에.

"와."

"미친."

"...튀자."

셋은 뛰었다. 우선은 윤대협의 자취방으로.

"어떡해? 이제 한국에도 좀비가 생겼나 봐!"

정우성이 울먹였다. 뛰면서 울었더니 눈물이 옆으로 흘렀다.

"좀비였어?"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럼 발로 왜 찬 건데. 윤대협은 뒷말을 삼켰다. 답을 듣기 조금 무서웠다.

코트를 벗어났지만 거리에도 좀비가 여기저기 보였다. 으아악! 정우성은 괴성을 질렀다. 윤대협도 지르려다 쏙 들어갔다. 정우성이 제 몫까지 질러주는 걸 들으니 조금 침착해졌다.

윤대협의 자취방이 보였다. 오피스텔의 2층. 그들은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저 새끼들 여기로 들어오는데!"

정우성이 소리쳤다.

"먼저 들어가."

서태웅이 자연스레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 정우성이 쏙 들어가고 뒤를 따라 서태웅이 들어갔다.

"아... 좆됐다."

윤대협의 욕설에 서태웅이 뒤를 돌았다. 윤대협 뒤로 인영이 보였다. 서태웅은 말벌 아저씨처럼 달려들어 발차기를 날렸다. 좀비가 나가떨어지고도 데굴데굴 굴렀다.

"들어와."

"...안돼."

윤대협이 서태웅을 보고 미소 짓는다. 복도 등이 후광처럼 윤대협을 빛낸다. 은은한 미소가 아련하다. 떨리는 손으로 서태웅을 집 안으로 밀어 넣는다.

"나... 물렸어."

"근데 지금 멀쩡하잖아."

서태웅이 밀리지 않고 버틴다. 농구 헛하지 않았다. 저 멀리 날려버린 좀비가 어기적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이건...."

"시끄러."

퍼억. 코트에서 들렸던 소리와 같은 소리가 현관에 울렸다. 서태웅의 주먹이 명치에 꽂혔다. 쓰러진 윤대협을 질질 끌어 집 안에 넣는다. 띠릭. 도어락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모든 광경을 눈물 사이로 지켜보던 이가 한 명 있었다.

"죽, 죽인 거야?"

정우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멍청이."

서태웅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세미)좀비 하나와 인간 둘. 그들은 그렇게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목표는 코미디입니다.

윤대협이 조금... 인권을 잃을 수도.

좀비 어쩌구도 윤대협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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