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림백업

[전위송연] 201120

첫업로드: 2022.02.01. 포스타입


오전 7시. 평소라면 자몽한 만물 위로 뽀얗게 아침 햇빛이 내렸을 시간. 하지만 오늘은 솜이불마냥 두텁게 깔린 구름이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 한층 나른함을 더했다. 회색빛 공기 속에서도 일찍이 눈을 뜬 전위는 자는 동안 품에서 빠져나간 연인을 찾아 옆자리를 더듬었다.

"으응…."

눈을 감고서 새근새근 고른 숨을 내쉬는 중에도 저를 찾는 손길을 느꼈는지. 동그란 머리통이 작은 신음과 함께 뒤척였다. 잠꾸러기. 입꼬리 가득 익숙하게 미소를 걸고서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회색빛 머리칼을 정리해주던 전위가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밤새 잠결에 떨어져 있어야 했던 설움이라도 풀 작정인지. 전위는 자신에 비하면 한참 작은 몸을 품에 안고서 여기저기에 가볍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흡사 제 짝을 그루밍하는 늑대처럼. 창밖의 느긋한 빗소리를 배경 삼아 잠든 연인을 공들여 매만지던 손이, 문득 허공에 그쳤다.

전위는 추위를 잘 타지 않고 몸에 열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 손끝에 와닿는 온기는 평소의 그것과 분명 달랐다. 꼭 병을 앓는 사람처럼 피부 아래에서부터 은근하게 올라오는 묵직한 감각.

열이 있나?

당연하게도 한참 무르고 약한 송연의 체력을 먼저 떠올린 전위는 한 겹 티셔츠에 싸인 가느다란 허리 아래로 손을 넣었다. 그러고는 지난 번에 선물한 바디로션의 향이 희미하게 풍기는(달콤한 향이 났다. 장미와 스위트피랬던가?)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얄쌍한 등허리를 토닥였으나……. 아담한 몸에서 감기몸살의 징후로 보일 만한 필요 이상의 온기는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뭐지. 간밤에 추워서 전기장판이라도 틀었나? 영문 모를 열원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침대를 더듬더듬. 하지만 여전히 손에 닿는 것은 두 사람의 체온에 물든 도톰한 겨울용 시트 뿐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미간을 잔뜩 구긴 전위는 스스로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신열. 그제야 느껴지는 무거운 피로감. 간질간질 기침이 터져나올 듯한 목구멍.

"참나."

범인은 자기 자신이었다. 아직 날이 쌀쌀하다지만 꽃 피어날 춘삼월에 천하의 전위가 감기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이미 벌어졌다면 그 다음이 중요한 법.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옅은 한숨을 내쉰 그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조금이라도 빨리 떨어져야 송연에게 병을 옮기지 않을 테니까.

급히 이불을 펴고 베개를 두드리며 자리를 정리하던 찰나 다부진 손등 위로 말랑한 뺨이 와 닿았다. 굿모닝. 눈도 채 뜨지 못한 작은 연인의 입술이 달싹였다. 이미 수백 번은 맞이한 광경이지만 아무리 보아도 사랑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보송한 뺨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전위는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송연을 불렀다.

"나 때문에 깼어?"

"아니이……. 일어날 때 됐어요. 어디 가?"

"마누라 아침밥 하러 가야지."

"안 먹고 같이 더 자면 안돼요?"

천천히 오르내리는 눈꺼풀 아래로 빛나는 하늘빛 눈동자. 그를 따라 봄바람처럼 팔랑이는 속눈썹. 제 손을 붙잡고서 곁에 있어달라 투정 부리는 나른한 목소리. 벌써 꽃이 핀 듯한 분홍빛 입술 끝에 배시시 피어오르는 미소.

원한다면 오늘은 종일 끌어안은 채 하루를 보내자고, 하마터면 송연의 교태에 넘어갈 뻔 한 전위는 가까스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제 사랑戀의 뺨(평소라면 입술이었겠지만)에 반갑게 입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고서.

"식사 거르면 안돼- 같이 자는 건 더 안되고."

"흐응, 방금까지 같이 잤으면서. 왜?"

"나 감기 걸린 것 같아."

낮은 비구름처럼 내려앉은 졸음에 여지껏 반쯤 감겨있던 눈이 반짝. 맑게 개인 하늘빛 눈동자에는 어쩐지 걱정보다 놀라움과 흥미가 가득 담겨있는 것 같았다. 짙은 눈썹을 과장되게 까닥이며 전위는 말을 이었다.

"남편 병 났다는데 왜 재미있는 눈치야?"

"아니~ 재미는 아니고……. 말하자면 놀란 거죠. 진짜 감기예요?

"심하진 않고 약간. 약간도 아니고 엄청 가볍게. 티도 안 나."

"그럼 내가 돌봐줘야지!"

티도 안 난다는 말을 듣기는 했을까? 순식간에 열의에 찬 송연이 얌전히 정리해둔 침구를 걷어치우며 몸을 일으켰다. 누가 누굴 돌본다는 건지 원. 당연히 농담이겠거니 웃어넘기려는 전위의 어깨 위로 가느다란 손이 꽃잎처럼 내려앉았다. 어어, 눈 깜박할 사이 스르륵 넘어간 몸은 도로 이불 속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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