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도서관

[HL]여름 조각

제5인격 - 곡예사 HL 드림 페어 : ㅇㄹ님 무료 리퀘스트 샘플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닮은 하늘이 계절을 증명하듯 온기를 쏟아낸다. 매미 소리가 창공을 찢어놓고 하얀 햇살이 눈 앞을 가리는 시기. 한여름의 얼굴이란 이리도 잔인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

페퍼는 시계(視界)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듯, 그저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위가 그녀의 침묵을 깨는 바람에 잠깐이나마 시선이 흔들리고 만다.

“...아.”

결국 관자놀이에서 시작된 물방울이 턱을 타고 똑 무릎 위로 떨어졌다. 모자라도 쓸 걸 그랬나. 속절없이 잔인한 계절을 탓했다. 절로 찌푸려지는 눈살에 손등으로 이마를 닦으려 할 때였다.

“앗, 차가!”

갑작스러운 냉기가 볼에 닿았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 느낌과 함께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화들짝 놀라며 계절에 맞지 않는 온도를 내준 주인을 쳐다보았다. 마이크가 애매한 표정으로 살짝 굳어 있었고, 그 손에는 빙결탄이 들려있었다. 짜게 식은 표정으로 그를 어이없이 노려보자, 그제야 아차 싶어 허둥지둥 사과하는 모양이었다.

“─놀랐다면 미안해, 안전한 거니까 안심해. 몸에 나쁜 건 아니니까─ 그리고 네가 그렇게 놀랄 줄은 몰라서...”

총알같이 와다다 말을 내뱉는 그의 모습이 왠지 귀여워서. 페퍼는 화난 표정을 유지하려다 결국은 무너졌다.

“...아하하!”

뭐야, 그 반응은. 너무 귀엽잖아. 덕분에 계절을 잊고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때늦은 산들바람이 주황색에 가까운 금발을 부드럽게 건드린다. 그에 맞춰 춤추듯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장면에 마이크는 멍하니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름이라는 액자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너는 계절 그 자체였다. 네가 웃어서 여름이 빛난다. ...페퍼. 마이크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과거의 일로 말수가 줄고 감정표현에 서툴어진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결국 마이크는 생각한다. 네 앞에서는 이성이 무너져 내리고 말아. 하지만 그것이 꼭 본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투명하고 맑은, 네가 바랬던 세계 속에서 그저 삶을 가두고 싶다. 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빛나는 엔딩을 맞이할 때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영원히 무대를 빛낼 그대를 위해.

[일반 글 커미션]

오월의 도서관 - 하련의 시집 타입

- 키워드 : 여름 / 풋풋한 / 썰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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