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싫] 필링필링

2.3 그의 능력은 유용하다 (下)

행운의 부재

망상요람 by Z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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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 사람의 전투가 끝나고, 비교적 멀쩡한 모습의 나가와 너덜너덜해진 영정이 지면으로 되돌아왔다. 타냐는 영정을 무서워하면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형편없이 풀어헤쳐진 머리카락, 이리저리 찢어진 치마의 모습이 한없이 안쓰러워진 것이다.

“형, 치료 좀···.”

“됐다. 상대의 동정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선 안 돼. 치료받을 때까지 온전히 자기가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영정 님. 이건 동정이 아니라 걱정이에요.”

타냐와 영정의 눈빛이 한순간 교차했다. 아마 영정은 어쩌면 타냐에게 선택지를 강요한 악역인 자신을 걱정하는 타냐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타냐는 그런 짐작을 알아차렸지만, 뭐라 해야 할지 망설이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그런 타냐의 어깨를 잡은 것은, 나가였다.

“그럼, 이제 저희는 가도 될까요?”

“애초에 그는 네가 다쳤을 때를 위해 준비한 거니까, 데려가도 좋아. 하지만, 그쪽은···”

타냐는 다시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호와 달리 타냐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일’을 이미 알고 있을 나가가 타냐를 데려가고자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스푼으로 돌아갈 수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타냐는 이대로 영정에게 남아있는 것만이 답···.

“복귀할 수 없을 텐데, 괜찮다면야.”

영정의 담담한 대답에 도리어 타냐가 밖으로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타냐는 반쯤 안심해 있었다. 차라리 영정의 비호 아래 있는다면 밖으로부터의 악의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 타냐는 이미 자신이 제명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스푼으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이번엔 내가 졌으니 널 보내주는 거야. 힘으로 제압하려다 실패했으니까···.”

“-그래도 협상은 할 거예요···. 일주일에 하루는 쉬고 싶고 3시간만 자기는 싫어요.”

“하지만 사건이 크면 당연히 일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휴일도 밀린다.”

“음, 뭐 그 정도라면.”

그렇게 불안해하는 와중에도, 타냐는 나가의 일과에 크게 놀랐다.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분명 자신이 있었다면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잠깐, 나가 군이 그 정도면 다른 히어로들은? 비명을 지를 것 같았다. 당장 케어가 필요할 것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타냐는 제 처지도 잊고 입을 크게 벌렸다.

“타냐 선배, 가요. 형, 그거도 이제 주고요.”

아, 그러고 보니 나가는 이곳에 올 때부터 영정에게 줄 홍삼 세트와 종이가방을 들고 왔었다. 그리고 그 종이 가방에는···

“옷···!”

“아, 타냐 선배는 뭘 사와야 할지 몰라서··· 그냥 제가 입던 옷 중에 작은 걸로.”

“그것만으로도 고마워요, 나가 군···.”

잠옷 위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소매와 밑단이 조금 남긴 했지만 걷어 올리니 큰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그 고스로리 풍의 잠옷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한 타냐는 이젠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상황을 확인한 후로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물론, 그게 조금 많이 무섭긴 하지만.

“난 이제 어떡해야 할까···.”

“저한테 묻지 마세···”

“가족한테 돌아가야죠. 걱정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고···.”

“하지만,”

“백모래는, 만나지 않는 걸 권장해요.”

알잖아요, 그는 이호 씨에게 상처밖에 되지 않는 인물이에요. 신체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요. 물론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그때마다 하는 말은 같아요.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세요.”

“···응.”

“그래도 돌아가면, 오수 씨랑 일호 형은 좋아할 거예요.”

그래도 나가의 염동력으로 하늘에 가로질러 스푼으로 돌아가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타냐쌤~!”

“와, 진짜 타냐쌤이에요?”

“흐어엉, 보고 싶었어~”

그리고 스푼에 도착한 타냐는 부담스러운 환영의 행렬을 맞이해야 했다. 고생했다며 등을 토닥이는 사람, 와락 안기는 사람, 바닥에 앉아 엉엉 울어버리는 혜나···. 타냐는 그 모든 사람들을 달래고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서야 쓰러지듯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야 야야, 이제야 아프네.”

“그럴 만했어요, 나가 군. 너무 무리해서···.”

“그래도 타냐 선배를 데려와야 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

그러고 보니 타냐는 아직도 나가가 자신을 데려온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때 영정이 보여주기로는 분명 자신의 과거에 관한 내용이 뉴스로 터졌었다. 기사 밑에 달렸던 악플이 아직도 눈에 훤했다. 이런 거 자꾸 생각하면 안 되는데···.

“사진은 왜 찍어요?”

“나중에 상처 다시 살펴보라고요. 분명 공부가 될걸요?”

의료실의 레인이 나가의 상처를 이리저리 찍어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타냐는 레인이 일어나서 힐을 하자마자 나가의 곁에 앉았다. 타냐는 아직 불안했다. 지금 당장은 스푼에 와있기는 하지만···. 사원으로서 완벽히 자리 잡았던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불편한 자리가 되어있었다.

쾅!

“서, 서장님.”

그리고 영정의 부고가 도착했다.

-그렇게 스푼에 복귀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타냐는 한쪽 가슴에 파란 꽃을 달고 서장실 앞에 섰다. 스푼의 간부이자 히어로 대선배인 영정의 애도는 애도이고, 상황을 파악하는 건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타냐는 떨리는 가슴으로 서장실 앞에서 망설이며 꽃잎을 보는 데에 집중했다. 하늘거리는 얇은 꽃잎에 하얀 수술이, 영정을 꼭 닮아 있었다. 불과 24시간 전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살아있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벌컥-

“안 들어오고 뭐 하냐?”

“아···.”

뜬금없이 열린 문에 이마를 부딪친 타냐가 윽, 소리를 내자 다나가 짧게 사과했다. 타냐는 그마저도 오랜만이라, 헤프게 웃으며 다나를 따라 서장실로 들어섰다. 드물게 빔프로젝터가 서장실 책상에 놓여 있었다.

“이건···?”

“상황 설명을 위해서 가져온 거예요~”

“귀능 씨.”

“오랜만이에요, 타냐 양.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타냐는 짧은 포옹을 한 후 자리에 앉았다. 다나는 책상에, 그리고 귀능은 그런 다나의 뒤에 서 있었다. 느긋하게 안부 인사나 전하고 있던 분위기가 급변했다. 타냐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아 연신 어색한 티를 냈다.

“그래서, 그땐 어떻게 된 거지?”

“일단 검은 후드를 쓰고 있는 남자를 송하와 오르카가 쫓아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 그 사람이 스푼 관계자일 거라 생각했고, 문자를 보냈죠. 그런데 그 사람이 곧 따라잡힐 것 같아서··· 개입했습니다.”

“무모했다.”

“알아요···.”

“새로운 벨은 여기 드릴게요. 다음엔 누르고 꼭 기다리셔야 합니다?”

“네에.”

새로운 벨이다. 이전 것과 마찬가지로 키링 형태였다. 그러고 보니 돌아와서 지갑도 아직 안 샀는데. 아, 카드도 새로 발급받아야 하는구나, 아니 그전에 주민등록증··· 은 발급했지 그치. 생각보다 해야 할 게 많아, 타냐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래서, 그 이후는?”

“아마 너무 아파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영정 님 앞이었다면 믿어주실 수 있나요?”

“뀨, 그럼 영정 님이 구해주신 거예요?”

“그건 아닌데···.”

“좀 더 제대로 말해봐.”

타냐는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사실 그래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완벽히 무의식 상태에서 들은 말인데 어떻게 기억하란 말인가. 그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조차 별난 일이다. 그 외의 증거가 하나 더 있긴 하지만···.

품에서 비닐봉지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하얀 구슬이 들어 있었다.

“그건?”

“완벽이라는 보석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제 혀 아래에 있었어요.”

“그 말은 설마 네가 구한 사람이···.”

“구한 사람은 아니에요. 결국 같이 잡혀갔거든요. 그런데 역시 스푼 관계자였나요?”

“···어.”

그렇다면 나름 옳은 판단이었나? 아니, 결국 실패했으니 최악의 판단일지도 몰랐다. 아마 그 목소리의 주인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겠지.

“그리고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걸로 보답은 했어’라고···.”

“맞네요.”

“그럼 아마 특기와 관련이 있는 보석일 확률이 높겠군.”

“아마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드릴까요?”

“아니, 그건 네 거니까. 가져라. 넌 좀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가 있어.”

“하지만 보고는 해야 하니까 잠깐만 빌리겠습니다~”

“하하···.”

타냐는 결국 어색하게 웃어넘겼다. 이걸로 자신의 상황설명은 끝났다. 대체 어떤 경로로 타냐가 영정에게 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그에 대답해줄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없었다.

“그럼, 제 일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볼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여기 일단 보고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그알>에서 방영된 네 이야기가 나온 화다.”

띡-

하얀 벽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저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었거든요.”

“그때 그렇게 느끼긴 했는데, 나중에 그 진심 어린 상담과 얼굴을 떠올리면 미안함만 남는다··· 고 했는데.”

“이상하게 편집된 걸 보면 특종 기사 자체도 구린내용이 있을 것 같아서요.”

이거다, 타냐의 제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다나는 실마리를 잡았다. 이 단서라면, 타냐를 제명하지 않고도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활용하려면- 조사가 필요했다.

언론이 타냐를 놓아주려면, 그리고 여론을 바꾸려면 더 충격적인 특종이 필요하다. 그 내용은 타냐가 무고하며, 이런 타냐에게 프레임을 씌운 악의 축이 존재한다는 것이 될 예정이다. 타냐를 옹호하는 더 많은 인력도 필요하다. 다나는 여론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며, 희망을 보았다.

“아, 그리고 타냐 씨가 상담을 담당했던 사람들 중심으로···. 진실을 밝히자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연결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물론이죠. 잠시만요.”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진상 조사, 그리고 여론이 물어뜯을 또 다른 대상. 다나는 그놈을 떠올리며 지하철역 폭발 사건 당시의 CCTV를 구해올 것을 지시하고, 나가네 팀의 나가와 사사를 불렀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이게 맞을까요.”

“모라.”

나가와 사사는 서장실로 불려 가자마자 손에 인적정보가 적힌 서류를 쥐게 되었고, 바로 텔레포트 했다. 그 정보의 주인은 간단했다. 타냐의 능력으로 인한 피해자들.

‘정작 진짜 피해자들이라는 놈들이 뉴스에 이름만 나오고 인터뷰 한 줄도 안 나온 걸 보면, 구린 게 있어.’

···가 다나의 의견이었다.

몇 명 되지도 않았다. 피오나, 타냐의 대학 시절 친구. 특이사항,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고 보도된 것치고 조용하다. 제일 억울한 사람임에도. 베델, 타냐가 5년 전에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 주변 말에 의하면 애인과 사귈 당시 다니던 정신과를, 애인과 헤어짐과 동시에 바로 그만뒀다고 한다. 꽤 상태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했다고. …나가는 스푼에서 이 정보를 대체 어떻게 얻었는지 의문이었다.

두 사람은 우선 타냐가 다녔던 학교를 찾았다. 같은 과 친구였으니, 일단 가서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그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오나 선배요? 그분 지금 휴학했어요. 아마 자취한다고 들었으니까 이 근처에 있지 않을까요?”

“아 그 언니 여기서 알바하고 있어요! 어디지, 칵테일 바랬나···?”

“바나리스일 거예요. 여기 근처 칵테일 바인데, 걔 거기서 3년째 쭉 일하고 있거든요. 징하죠?”

사사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서 있기만 해도 말을 걸어오는 학생들 덕분에 물어보기가 쉬웠다. 가끔씩 번호를 내미는 것을 거절하느라 지친 사사는 축 처졌다. 하지만 곧 오후 6시. 칵테일 바라면 문을 열었을 시각이었다. 나가와 사사는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칵테일 바 바나리스로 향했다.

“주민등록증 확인합니다-”

“어, 저, 뎌기···.”

“아, 그, 저희는 뭣 좀 여쭤보러 온 건데요.”

“에그, 성인이 되어서 미성년자를 바에 데려오면 어쩌나? 썩 나가시오!”

···그리고 강제로 퇴장당했다.

점장은 사사를 글러 먹은 어른으로 보는 듯한 눈이었다. 사사는 상처받았지만, 나가는 어쩔 수 없다며 뒷문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좁고 더러운 골목으로 들어서자,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는 사람이 보였다. 불타오르는 빨간 머리카락에 푸른 눈. 서류에 적혀 있던 피오나의 모습이 맞았다.

“저··· 안녕하세요, 저는 나가라고 합니다.”

“응?”

“그, 타냐 선배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서 왔는데요.”

“아~ 스푼?”

피오나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지져 껐다. 무척 껄렁한 자세였다. 딱히 능력을 쓰지 않았어도 어디 가서 싸움 붙을 수 있을 것 같은 껄렁함인데···. 나가는 조금 실례되는 생각을 하며 잠자코 대답을 기다렸다.

“언젠가 찾아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 요즘 시끄럽잖아, 그지?”

“네, 그래서 그런데 그때의 상황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뭐, 그건 어렵지 않아. 근데 지금은 말고. 일하는 중이니까. 음- 내일 1시. 응, 그때 괜찮아?”

“앗, 그럼 잠시만요···.”

나가는 다나에게 피오나를 만난 상황을 보고했다. 생각보다 순순히 물음에 응해줘서 다행이었다. 나가는 뻘쭘하게 서서 답신을 기다리며 피오나를 흘끔거렸다.

“내가 왜 타냐 같은 애랑 어울리고 다녔는지 궁금하지?”

“네?! 아뇨, 그렇게 생각하지는···.”

“아냐, 우릴 보면 백이면 백 다 그런 소릴 하더라구.”

“···네에.”

멀뚱하니 서 있는 나가를 보고 피오나가 먼저 말을 걸었다. 쉬는 시간인지,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나가는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뉴스에 나온 것처럼 피오나가 타냐의 능력 때문에 전과가 생겼다면 이렇게 순순히 물음에 응해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피오나의 모습은 너무나 평온했다. 이러고 내일 대답은 개차반으로 하는 거 아냐?

“내가 유일하게 타냐를 싫어하는 사람이었거든.”

“?! 싫어했어요?”

“타냐는 그게 좋았나 봐. 하,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라나? 무슨 만화도 아니고, 진짜 어이없었는데.”

그래서 피차 편한 거, 그냥 같이 다니다 보니 친해진 거야. -그때 사건 이후로 연락이 끊겼지만.

“···그으럼, 지금은 타냐 선배를 싫어하시겠네요?”

“아아니? 내가 걜 왜 싫어해. 걔 잘못도 아닌데. 내가 먼저 해보라고 욕했어. 궁금했거든, 대체 왜 그렇게 죄책감에 깔려 사는 건지 말이야. -지금은 좀 후회하지만.”

“!”

지잉-

[알아서 해.]

“아, 내일 1시 괜찮으시다고···.”

“그래. 스푼으로 가면 되는 거지? 잘 가~”

“아, 안녕히 계세요···.”

어찌저찌 한 명은 만났다. 희망적인 것은, 피오나가 생각보다 타냐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다나의 생각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언론 측에서는 제일 먼저 공식적인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방송에 내보내는 게 정상인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타냐를 깎아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진술을 했다는 것 아닌가. 나가는 드물게 머리를 굴렸다.

뭔가 지독한 악의가 느껴졌다.

“갠다나 보이디?”

“네. 생각보다 호의적인데요?”

“다앵이야···.”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가 가득한 골목 식당, 그 안의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은 타냐와 피오나였다. 피오나는 펑펑 울다시피 하며 술병을 잡은 타냐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니 슬픈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제 탓이라고 자책하는 건 좀 과대망상 아닌가. 그래서 피오나는 더 이상 참지 않고 직접 물어보았다.

“네 그 특기란 게 그렇게 대단해?”

“지금 상황을 보면 그렇잖아. 엄마가 나 때문에···.”

“아니 그거 과대망상이라고. 너 평소에도 병신처럼 굴고 다니더니 진짜 병신이라도 됐냐? 병원 좀 제대로 다녀.”

“···제대로 다니고 있어.”

“근데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해? 좆됐다 너···.”

“하지만 말했잖아, 내 특기!”

피오나가 툭툭 건든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타냐는 거의 짜증을 내며 말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그저 타냐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피오나에게 속상한 마음이 커서 목소리를 높인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얘는 진짜네. 피오나는 작게 감탄했다.

“난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는데. 한 번 써보던가.”

“안 해!”

“안 하면 이제 너 안 본다. 매번 찡찡거리는 거 받아주기도 싫거든? 야, 내가 너였음 특기고 뭐고 진작에 얼굴값 하면서 살았다. 얼굴 괜찮아, 머리 돼, 집안도 뭐 평범하고.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찌질한데?”

“너무해. 너무해, 피오나···.”


다음날, 피해자(아마)의 사정을 듣는 것은 다나에게 맡기고 나가는 다시 사사와 함께 길을 나섰다. 이번엔 베델, 타냐의 전 남자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그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대학생이었다. 타냐가 다녔던 바로 그 근처의 학교. 나가와 사사는 그곳으로 향했다.

“베델 선배요? 그 선배 아마 교수님 만나고 계실 텐데···.”

“아 연구실이요? 이쪽으로 쭉 가면 있어요.”

“여기는 좀 복잡한데, 저 계단 보이시죠?”

“···”

그리고 두 사람은 베델을 찾아가기도 전에 지쳤다. 무슨 학교가 이렇게 넓어! 게다가 산에 위치해 있어서 굴곡이 장난 아니었다. 내리막길이다 싶으면 다시 오르막길에, 계단과 갈림길이 아주 많았다. 날아가고 있어서 체력에 한계는 없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으니 정신적으로 굉장히 지쳐버렸다.

“어, 뎌기···.”

“! 찾았다!”

베델이 보인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검은색의 짧은 스포츠머리, 이 날씨에도 반팔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은 자료에 나온 것과 일치했다. 두 사람은 바로 베델에게 다가갔다.

“저, 스푼에서 왔는데요.”

흠칫, 나가는 베델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았다. 뭔가 굉장히 찔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 하하. 네. 스푼에서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타냐 선배에 대한 일인데, 혹시···.”

“아~ 타냐랑은 헤어진 지 꽤 돼서 잘 모르는데. 뉴스 때문에 왔나 봐요?”

학교에서도 다 물어보더라고요.

베델은 다시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멀쩡한 낯이 되었다. 그러곤 호탕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는데, 모르는 사람이 봤다며 진짜로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그때의 일을 묻고 싶습니다.]

“이쪽 분은 왜 문자로 말을 하신담. 별거 없어요. 사귀다, 싸우고 헤어지고···.”

“그런데 왜 정신ㄱ···.”

“자자, 그럼 이만 됐죠? 전 버스 시간이 다 돼서 이만!”

“···”

“···”

바람 같은 퇴장이었다. 나가는 잠시 염동력으로 잡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사사는 고개를 저었다. 나가는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본인은 더 말할 의사가 없어 보이니 주변인을 찾아가자.]

“과연···!”

그렇게 시작한 탐문은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 그때 두 사람이요? 엄청 깨 볶았는데. 왜 헤어졌는지는 몰라요.”

“걔 완전 참한 여자친구 두고 나돌다가 차였잖아요. 그럴만했죠.”

“음? 잘 모르는데요? 걔네 연애사를 어떻게 알겠어요.”

베델의 친구.

“글쎄요···. 아가씨가 그때 이쪽을 많이 오가긴 했어요.”

“여기가 약국이잖아요? 그래서 연고나 밴드 사러 올 때마다 봤는데 별로 특이한 건 없었어요.”

베델의 집 주변 가게들.

“···타냐요?”

그리고 마침내, 베델의 어머니.

사실 베델의 어머니까지 찾을 생각은 아니었다. 이곳저곳을 뒤지던 사사를 그쪽에서 먼저 붙잡은 것이다. ‘스푼, 맞죠?’ 하면서. 들어보니 TV 방송에서 사사가 나온 것을 기억했다는 모양이다. 베델의 자취방에 반찬을 주고 오는 길이라던 베델의 어머니, 피델은 그들을 도리어 본가로 이끌었다.

“아이고, 뭐 차릴 것 없구···. 주스라도 한 잔씩 먹어.”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말은 못 하나 봐? 좀만 있어 봐. 종이랑 펜 가져오게.”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사사는 감사를 표했다. 나가는 오렌지 주스를 홀짝이며 피델을 기다렸다. 그나마 쳐들어간 게 아니라 본인이 초대한 거라 마음은 편했다. 곧 피델이 손에 이것저것을 들고 돌아왔다. 그것은 종이며 연필 따위였지만, 그 외의 것도 있었다. 노트북과 마우스, 그리고··· USB?

“이건···.”

“이거면 될 거야.”

“?”

‘이게 뭔가요?’

작은 USB였다. 피델은 같이 챙겨온 노트북을 펼치더니 USB를 꽂고 그에 담긴 파일들을 보여주었다.

“아니, 이건-”

나가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USB에 들어 있는 것은 사진이었다. 멍이며 생채기가 이곳저곳에 박힌 몸의 사진. 스스로 찍은 듯, 시점이 조금 불안했지만 몸 곳곳에 남겨져 있는 폭력의 흔적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몇 장의 진단서···. 그에 적힌 이름은,

타냐였다.

“내가, 내가···. 새끼를 잘못 키웠지, 아주.”

“이, 이게 지금,”

“내 자식새끼라는 놈이, 아가씨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놨어. 그래서 경찰서에 찾아가려고 아주 이를 갈았더니 아가씨가 자기 때문이라고, 자기가 특기를 써서 그런 거니까 그러지 말라고···.”

다음번에 또 그러면 이걸로 신고하라고, 증언해준다 그래서···.

“…”

[타냐가 능력을 쓴 것은 사실인가요?]

“그건 모르지. 그래도 본인이 맞았다는데 어쩔 거야? 다 우기면 돼. 사람들은 그게 중요하니까.”

피델은 답답했는지, 가슴을 쿵쿵 때렸다. 나가와 사사도 차마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봐서는 안 될 비밀을 찾아버려 타냐에게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어딘가 해결되지 않은 진상이 찝찝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피델의 말대로, 여론을 돌리려면 이게 필요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경찰서에 잡혀갈 짓을 했다고, 사방에 뿌릴 거라 선뜻 말하기는 어려웠다.

“타냐 그 아가씨 얘기로 지금 시끄러운 거 아는데, 다 헛소린 거 알아. 이거 보면 사람들이 입을 싹 다물 테니까 가져가.”

“그, 저, 아드님은···.”

“그놈은 진작에 감방 갔어야 해! 신경 쓰지 말어.”

이제는 나한테도 손을 올리려는 놈이 자식은 무슨···.

나가와 사사는 곧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되어 눈을 마주쳤다. USB는 무사히 뽑혀 나가의 손에 안착해 있었다. 하지만 역시 다나의 얘기를 떠올리고 권유했다.

“그, 스푼에 가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시는 건,”

“거, 빨리 끝나는 거면 얼른 다녀오지 뭐.”

됐다. 나가는 드디어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걸로 다나가 맡긴 일도 끝난다. 그리고 드디어 타냐의 일도 곧···.

나가는 바로 텔레포트 했다.


“하아···.”

“괜찮을까요?”

“그래도 명절에 선물 주고받고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는 거 보면 정은 있을 거야.”

“그래도 아내의 자살과 딸의 특기가 연관이 없다고 증언해달라는 건 좀,”

“진짜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래?”

귀능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은 다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믿음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귀능은 그 뉴스가 있을 법한 루머라고 생각했다. 타냐라고 늘 참고 살았겠는가? 심지어 특기를 뒤늦게 발현했다면 사용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친구나 애인, 가족에게 귀여운 실수를 한 정도라면 양호했을 텐데···.

-그중에 누군가의 죽음이 얽혀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서 오세요.”

“실례합니다. 로디 씨.”

“실례합니다, 여기 선물이에요.”

“어이구, 이런 걸 다.”

집안은 썰렁했다. 큰 집안에 홀로 살고 있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른다. 가끔 누가 와주는지 손댄 흔적은 있지만, 곳곳의 쓰지 않는 방에는 싸늘함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거실로 가는 그 잠깐 사이, 그것을 관찰한 귀능은 탁자 앞에 앉았다.

“그래서··· 저희 딸 때문에 오셨다고요.”

“요즘 언론에서 하는 말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야, 잘 알지요. 제 딸 얘긴데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왜 여기에 왔는지도 아시겠군요.”

타냐의 아버지, 로디는 깔끔하게 머리를 넘기고 면도까지 해서 그런지 본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생활 한복을 입은 것과 나이가 있어 보이는 말씨만 아니면 삼십 대 후반까지로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귀능은 챙겨두었던 녹음기를 켰다. 사전에 동의를 얻은 사항이었다.

“일단, 제 딸아이가 아내를 괴롭게 한 건 맞습니다.”

“···”

“하지만 제 아내를 죽인 것은 딸아이가 아닙니다. 타냐는 모르지만요.”

“정확히 무슨 말씀이시죠?”

“흠, 제게 미약한 영감이 있고··· 타냐 곁에 늘 악령이 붙어있는 것을 봐왔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죠.”

악령? 귀능은 먼저 헤이즈를 떠올렸으나, 곧 타냐가 희희낙락 웃으며 했던 얘기를 떠올랐다. 어렸을 적부터 붙어 있던 악령에게서 벗어나 드디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던 타냐, 그러고도 고작 저녁 산책이나 하며 편의점에서 사 온 간식들을 늘어놓던···.

“타냐는 언제나 아내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타냐를 피해 다녔어요. 1년 동안이나.”

그동안 손 한 번 잡지 않았죠. 마침 타냐는 고3이었고, 집에 있는 시간은 극히 적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아내도 병원을 다니면 나아질 거라 생각하며 거리를 뒀고요.

다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귀능 역시 그랬다.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타냐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감정을 조절해, 그 상태로 고정시키는 능력이다. 즉, 강렬한 감정변화나 큰 자극이 없다면 정해진 시간 전에 풀리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 상태로 병원을 다녀봤자 별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타냐가 고정해놓은 감정 상태는 약보다 강력했다.

“···네. 소용없었죠.”

“저, 그렇다면 결국 타냐 양이 한 게 맞지 않나요?”

“아닙니다. 확신합니다.”

“근거가 있습니까?”

“일단 그가 악령에게 밀쳐지는 것을 제가 옆에서 봤고, 영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손자국이 옷에 남아있죠.”

로디는 그대로 일어나 안방에 들어가더니, 상자를 가져왔다. 겨우 옷 한 벌 들어갈까 말까 한 크기의 상자를 열자, 피가 배어 있는 옷이 담겨 있었다.

“아내는 그날 이 옷을 입고, 악령에 의해 도로로 떠밀렸습니다.”

타냐 만큼 운이 좋지 않았던 아내는 그대로···. 그때가 타냐가 갓 대학교 1학년일 때의 일입니다. 조금이라도 영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자국을 볼 수 있겠죠. 물론, 보통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

“그렇다면 아내분의 죽음과 타냐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렇죠. 타냐는 들으려 하지 않아서 모르지만요.”

귀능은 차마 입을 더 열 수 없었다. 아내를 잃고, 딸마저 나이프에 의해 잃었을지도 모르는 남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귀능은 타냐가 죽었을 거라 생각하는 쪽의 사람 중 하나였다. 다나는 아직 모른다며 믿고 있으나···.

귀능은 막 루머가 퍼졌을 때, 타냐가 죽었음을 발표하자고 했었다.

그때도 스스로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조사를 제대로 한 후에 생각하니 제대로 미친 짓이다. 꼬리를 잡고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타냐의 사망을 보도했다면 그의 명예도, 그가 다시 돌아올 자리도 아예 없애는 꼴이 아닌가. 귀능은 다시 다나를 보았다.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야성의 감이 따로 없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후에 더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 당시 옆에서 봤다고 하셨으니, 사고였다고만 잘 증언해주시면 될 겁니다. 특히 인터뷰하셨던 이 지역 주민들께 말이죠.”

“그래야지요. 그···”

타냐는 어떤가요?

귀능은 녹음기를 챙기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반사적으로 다나를 바라봤지만, 그 역시 대답이 궁색한지 눈을 피하고 있었다.

“아니, 아닙니다. 타냐는 이럴 때면 늘 연락을 피하고는 했으니까요. 일이 수습되면 다시 연락하겠지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짧은 대담을 끝내고 문가로 나선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이 짓도 못 해 먹겠네.”

“다른 의미로 숨 막히는 대화였어요-”

“그것도 이제 곧 끝나.”

다나는 귀능에게 메세지창을 보여주었다. 베델 쪽의 증인도 확보했다는 내용의 문자가 사사로부터 와 있었다. 귀능은 작게 환호했다.


타냐는 <그알> 방송을 보며 얼이 빠져 있었다. 특기의 발현 시기, 특기를 써보라며 도발하던 친구에게 술김에 특기를 쓴 것,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남자친구에게 본의와 상관없이 특기를 행사했지만 노력 끝에 특기를 회수한 뒤 헤어진 것,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증언···. 타냐 자신조차 예상치 못한 얘기들이 방송에 나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 우디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로 인해 모든 책임은 그가 떠맡게 되었다. 언론에 퍼뜨리겠다며 호언장담을 한 것에 오히려 누명을 뒤집어쓴 것이다.

“그리고 이건 청원서. 타냐 양이 상담을 진행했던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증언을 한 게 퍼져나갔어요.”

인맥 좋던데요, 타냐 양?

“아···.”

“이 독점 기사가 마지막. 이제 네게 히어로 실격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

타냐는 얼떨떨한 눈으로 인쇄된 문서를 받아보았다. 청원서에 적힌 이름은 당연히 모르는 이름이 많았지만, 주도한 사람은 타냐의 내담자로 이미 봤던 사람이었다. 서명 사이사이에 그 외의 아는 이름들이 적혀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기사···.

[독점] 히어로 타냐 사건의 진상, ‘루머’ 의혹···.

[특종] 타냐 전과 의혹, 사실은 뒷배 있어?

[특종] 졸지에 ‘누명 쓴’ 히어로 타냐, 복귀하나?

누군가의 입김이 확연히 보이는 호의적인 기사였다. 타냐는 스푼을 비롯해 자신을 위해 언론에 압력을 가해줄 사람들을 새어보았다. 내담자였던 메이 씨, 그리고 그 가족과 아들을 맡기셨던 라망드 씨, 그리고, 그리고 또 짐작되는 사람들. 설마, 싶으면서도 벌써 기쁜 마음에 가슴이 설렜다.

“···저, 그럼 계속 스푼에 있어도 되는 건가요?”

어느새 타냐의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타냐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저절로 해결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저절로가 아닌 것은 안다. 하지만 도리어 스푼의 사람들과, 자신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힘을 내줬다는 게 참을 수 없이 기뻤다.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무슨. 네가 돌아와야 하니까 수습한 거다.”

오히려 사과할 쪽은 여기다. 멋대로 네 뒤를 캔 건 나니까.

울컥, 결국 참을 수 없어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돌아갈 곳은 없다'라며 결정을 종용하던 영정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가슴에 꽃을 달긴 했지만, 타냐에게 그는 참 공포스러운 사람이었다. 그에 비하면 스푼은 얼마나 안온한가···.

“그런 건, 괜찮아요. 사실 알아줬으면, 알고도 감싸주길 바란 건 저고···.”

결국 돌아왔으니까.

-타냐는, 무사히 돌아왔다.

-그것이 과연 행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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