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ZZERO
히어로 기관 스푼. 동물이 사람이 되어 사회에 받아들여진 영물과 기상천외한 능력을 쓰는 특기자들이 등장하는 세상 속에서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는 기관이다. 물론, 가까이 들여다보면 공공기관의 셔틀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 직원이 고작 100여 명 남짓하긴 하지만…. 어쨌든 번듯한 히어로 기관이라는 거다. 그 기관의 출퇴근 시간에는 늘 진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아, 타냐 언니?” “알아?” 다음 날, 나가는 출근하자마자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스푼 서장, 다나의 동생인 혜나에게 어제 봤던 타냐에 대해 물어봤다. 같은 조이기도 하고, 어려서 그런지 같은 조의 무서운 사사 선배에 비해 마음의 장벽이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그래, 솔직히 나가는 사사와 낯을 가리고 있었다. 혜나는 타냐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밝
“타냐 언니 큰일 났어!” “응?” 모처럼 시간이 빈 어느 날 오후, 타냐는 느닷없는 혜나의 습격을 받았다. 무슨 일이래···? 싶으면서도 느껴지는 익숙한 기분에, 이어질 말이 예상되어 절로 입 밖에 튀어나왔다. “서장님 화나셨니?” “언니 지금 엄청 화났어!” 두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잠시간의 아이컨택을 하곤, 곧바로 상담실을 뛰쳐나갔다.
아, 늦었다. 차트 정리에 열중하던 타냐는 10분이 지나서야 지금이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쩐지 아까 똑똑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니···. 핸드폰을 보니 ‘쇼핑하고 갈 테니까, 늘 먹는 곳에 먼저 가 있어!’라는 내용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얼른 챙기고 나가봐야겠다 싶었던 타냐는 허둥지둥 지갑과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밖에 나간 타냐는
타냐의 능력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거지만,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약은 잘 먹고 계세요?” “어··· 솔직히 말하면, 아뇨.” “음,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어떤가요?” “역시 좀 거부감이 들어서···. 제가 누구 맘대로 조종당한다고 생각하면 좀 불쾌하거든요.” 아, 여전히 그러시구나. 병원은
“아, 타냐 언니!” 여기야 여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던 타냐는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혜나와 마주쳤다. 정확히는 랩터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헤나를. 아, 어색한데. 타냐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그래도 혜나가 부르는 것이니, 거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랩터. 나이프의 보스인 백모래가 사랑하는 사람. 애초에 이 사람과의 연애 사업을 진행하는
Case 1: 까마귀 혼혈, 사사. 똑똑- “들어오세요, 사사 씨.” 사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좋은 향기가 났다. 램프는 눈이 따갑지 않은 따뜻한 색의 조명이었고, 갓 끓인 허브차 냄새가 풍겼다. 이솝우화 속 할머니의 집이 이럴까,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진 작은 상담실은 들어가는 사람의 긴장을 풀어내는 데에 톡톡히 그 역할을 했다.
이상하다. “···안녕하세요?” “안녕, 타냐쌤~” 말을 걸면 평소처럼 대답해 주는데, 분명히 뭔가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아, 다들 조금씩 달라지긴 했다. 못 보던 옷을 입거나, 머리 가르마를 바꾸거나, 아예 출근인데도 보이지 않거나···. 이 경우엔 벌써 현장에 간 건가? 타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튼 이상한 점은 이것이다. “···?”
전 남자친구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 며칠, 타냐는 해방감과 불안함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부모님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전 남자친구가 어떻게 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잡혀가 벌금까지 냈지만, 그는 타냐에게 그 이상으로 뽑아낼 게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번호까지 바꿨다. “···쌤, 타냐쌤!” “아, 세라 씨?” “무슨
신체 능력이 빈약하다고 했지, 훈련받지 않았다고는 말 안 했다. 타냐는 일주일에 한 번, 사격 지도를 받고 있었다. 탕, 탕탕- “달 대고 이써?” “음, 오늘은 영···. 그사이에 감이 떨어졌나 봐요.” 이제 시간도 좀 비는데, 좀 더 자주 올까요? 타냐는 움직이는 표적을 겨누며 미간을 찌푸렸다. 운동을 끝내자마자 집중해서 사격해서인지, 이마에 땀
왜 갑자기 행운아가 된 거지? 사원 숙소로 들어오는 내내 타냐의 머릿속을 점령한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타냐는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운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길을 걸으며 넘어질 뻔하는 것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있는 일이고, 떨어질 리가 없는 곳에서 갑자기 떨어지거나, 차에 치일 뻔하다 그 밑에서 기어 나오거나···. 그래서 부모님
타냐가 실종됐다. 타냐가 눌렀던 벨의 신호와, 다급한 문자의 내용으로 그 자리에는 10분 만에 비비안을 비롯한 히어로들이 출동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칼에 베인 벽, 참격으로 뒤틀린 콘크리트 바닥, 그리고 몇 개의 총 자욱만이 남아 있었다. 아니, 다른 하나도 남아있긴 했다. 타냐의 핏자국. 이 정도면 과다 출혈로 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짙게
드디어 두 사람의 전투가 끝나고, 비교적 멀쩡한 모습의 나가와 너덜너덜해진 영정이 지면으로 되돌아왔다. 타냐는 영정을 무서워하면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형편없이 풀어헤쳐진 머리카락, 이리저리 찢어진 치마의 모습이 한없이 안쓰러워진 것이다. “형, 치료 좀···.” “됐다. 상대의 동정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선 안 돼. 치료받을 때까지 온전히 자기가
설날이다. 타냐는 안 그래도 그 때문에 비싼 비행기 표를 예매한 참이었다. 그나마 이번엔 비행기를 탈 수 있어서 다행이지···. 예전 같았으면 비행기 사고가 날까 봐 무서워서 차를 타던가, 이동 특기자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아예 본가를 오가는 일을 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타냐는 오랜만에 끊은 모바일 탑승권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
타냐는 스푼 직원들의 상담을 조금씩 그만두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상담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사람들 위주로 마지막 상담을 했다. 내담자들과 둘 거리감도 조절해야 하는 데다, 거의 죽다 살아 돌아온 타냐로서는 무심코 반대로 그들에게 의지할지도 몰라 상담을 그르칠 염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적당히 시간이 지난 뒤 신입을 위주로 상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서너 명의 괴한들이 들어와 타냐와 후안을 끌고 갔다. 사실상 무저항 상태나 다름없었던 두 사람은 얌전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끌려간 곳은 커다란 빔프로젝터가 있는 방이었다. 벽에는 평범한 병원과 은행, 공기관 내부, 그리고 공원의 영상 등이 비쳐 있었다. “자, 좀 생각해봤
“타냐 씨.” “듄 씨?” “타냐 씨를 찾는 분이 계십니다.” 스푼에 돌아와 일에 매진하던 어느 날, 타냐는 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정확히 누가 찾는 건지를 물었지만 얼버무릴 뿐, 정확히 대답해주지는 않았다. 결국 더 묻기를 포기한 타냐는 카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여기입니다.” “네, 감사해요.”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한
“오빠! 나가 오빠!” 아직은 이른(10시를 이르다고 할 수 있다면) 주말의 아침, 나가는 뜬금없는 혜나의 습격을 받았다. 오랜만에 꿈도 없이 깊은 잠을 자고 있던 나가는 덕분에 눈살을 찌푸리며 창문을 열었다. 각각 날개와 빗자루로 날고 있는 두 사람이 나가를 맞이했다. 별로 급해 보이지도 않은 것을 보면, 다른 볼일이 있는 것 같은데···. 주말까
“우선 메모하지 말고 듣기만 해주세요.” 나이프의 레이디, 세월이 죽었다. “우선 최근 나이프의 이동 경로, 거처… 많이 흐려져 있지만, 마지막으로 머무른 장소가 어딘지는 알아냈습니다. 그쪽은 세쌍둥이가 조사 중이고요.” 그리고 사이코메트러인 마고가 그 시체를 통해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현장에, 타냐는 와있었다. 일개 상담사인 자신이 왜 이
-아니, 역시 기분 나쁜 것 같아. 훈련 겸 기분전환이랍시고 바이고 사막으로 끌려온 나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가에게 바이고 사막은 그리 좋은 기억이 없는 장소이다. 영정과 대화를 나누다 결국 싸웠고,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다 자리를 떴지만, 그 자리에서 영정은 사망했다. 아무리 그렇게 싸운 상대라지만, 그를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악감정 반, 죄책감 반
그날도, 타냐는 언럭키와 동행하고 있었다. 나이프가 머물렀던 아지트로 보이는 저택의 조사였다. 타냐를 따라 반쯤은 스푼에 소속된 것처럼 일하고 있는 언럭키의 팀은 이런 쪽에서도 스푼에 협조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사이코매트러인 마고가 한 번 훑어봤으니 언럭키가 직접 와서 확인할 필요는 없으나, 드물게 고집을 부려서 온 것에 타냐 역시
며칠 전의 회의가 무색하게도, 시연회에 갈 사람 중 한 명인 헤이즈는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되었다. 랩터의 동생인 스텔이 오르카의 습격을 받아 크게 다친 것이다. “그럼… 헤이즈 선배 대신에, 제가 끼어도 돼요?” 스텔이 입원해 있는 병동,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나가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이어서 말했다. “…좀 그런가?”
타냐가 처음 다나에게 계획을 말했을 당시의 일이었다. “간부?” “네.” “스푼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신 대선배님들- 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지. 딱히 히어로 출신이 아닌 위인도 있으니까.” 그냥 이름 있는 인간들이 모인 집단이야. 다나가 시니컬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타냐는 태연하게 웃으며, 폭탄 같은 말을 이어 내뱉었다. “그럼 저도 간
약속 시각을 보니 아직 애매하게 시간이 남아서, 루리는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다. 듬성듬성한 인터뷰로 비어버린 분량을 무슨 얘기로 채울지가 걱정이니, 그것을 고민하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필요 없는 걱정이었지만. “어머, 손님이 있었네요.” “루리 씨?” “아, 이분이 오늘 온다던 그 가수분…?” 타냐가 방금 자리를 비운 것을 봤으니 역시 텅
유난히 하늘이 맑은 하루였다. “타냐 님, 이제 커피 마시고 뭐 해요?” “음- 오늘 일정은 비워뒀어요. 아마 서류 작업만 좀 하면 될 거예요.” “와, 웬일이에요?”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 다들 쉬라고 유난이라서요.” 볼을 긁적였다. 그렇게 무리한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어쩌다 그리 보였나 싶다. 그래도 다들 걱정해주는 건 기분이 나쁘지 않기도
타냐는 12살 남짓의 조그만 고아였다. 가족여행을 가던 길에 운 나쁘게도 트럭과 충돌했다고 했나, 그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타냐는 그저 무덤덤했다. 오히려 보육원의 아이들을 더 가족처럼 여기며 빠르게 적응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더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가 있었지만. 아, 특이하게도 타냐가 더 가깝게 여기며 친하게 지내는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백모래
“오늘 누구 전학 온대!” “뭐? 누구?” “내가 어떻게 아냐? 그냥 교무실에서 쌤들 얘기한 걸 들은 건데.” 콱씨, 아니, 왜?! 험악한 대화가 오가는 평범한 교실 안. 그 안의 제일 뒷자리에는 세 친구들이 앉아있었다. 학기 초에 처음 만난 것이 분명한데도 이상하게 닮은 둘과 유난히 유약해 보이는, 갈색 곱슬머리의 모범생 한 명이었다. 어떻게 보면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세 명의 입사 동기, 그중에 먼저 살갑게 인사를 건넨 사람은 꿀로 만든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을 곱게 반묶음 한 타냐였다. 사사는 과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다. 세 사람은 동갑에, 동기라고는 하지만 그리 친하지 않은 사이였다. 사사와 송하는 각자 다른 조에 속해 있고, 애초
무한히 반복되는 악몽이다. 타냐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인형 같은 미소를 유지했다. 한창 아르바이트를 위해 출근하는 중이었다. 카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타냐는 오로지 그것에만 시간을 쓰며, 그 자리에 멈춰 서있었다. 그래, 타냐의 시간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스무 살의 그날에서 멈춰 있었다. 끼익- 낡은 카페의 문이 묵직한 소음을 낸다. 그
삐로로- 새소리가 따뜻한 아침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주였던가, 지지난 주였던가. 내담자의 추천으로 바꾼 모닝콜이었다. 몇 주간 듣고 있는데, 의외로 질리지도 않고 좋은 것을 보니 역시 추천받기를 잘한 것 같다. 멍한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 나자, 겨우 잠이 깨었다. 지금 시간은 6시. 대강 헬스장에서 운동한 뒤 출근하면 적당할 시간이었
네이버 웹툰 '이런 영웅은 싫어!' 논커플링 올캐러 드림주 타냐 프로필: https://pnxl.me/f6h1wj 1. 타냐의 등장 "스푼에서 타냐 언니 모르면 간첩이지. 처음 입사하자마자 전 직원과 상담했다고 하더라. 몇 달 걸렸댔지?" "-지금이야 평화롭지만, 예전엔 이런저런 일이 있었나 봐.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상담받는 사람이 있고,"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