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싫] 필링필링

4.2 그는 다 계획이 있다 (上)

행복만 남기를

망상요람 by Z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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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타냐는 언럭키와 동행하고 있었다. 나이프가 머물렀던 아지트로 보이는 저택의 조사였다. 타냐를 따라 반쯤은 스푼에 소속된 것처럼 일하고 있는 언럭키의 팀은 이런 쪽에서도 스푼에 협조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사이코매트러인 마고가 한 번 훑어봤으니 언럭키가 직접 와서 확인할 필요는 없으나, 드물게 고집을 부려서 온 것에 타냐 역시 동행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일행이 이제 막 나이프의 아지트에서 나와 돌아가려던 길이었다.

“-!”

“언럭키 씨?!”

언럭키가 순식간에 넘어질 뻔한 것을 타냐가 겨우 받아내었다. 다행히도 언럭키의 불안이 안정되면서, 타냐의 특기를 담은 반지의 도움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닥쳐오는 불행 역시 방금처럼 넘어질 뻔한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타냐는 한 편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를 똑바로 일으켜 세워주었다.

“리더! 괜찮으세요?”

“으응….”

“그래도 엎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얼른 돌아갈까요?”

“고, 고마워….”

“돌아가면 저녁부터 먹어요. 추천받은 식당이 있으니까 포장을…?”

그때, 닥쳐오는 불온한 분위기에 타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럴 것도 없이, 웬 괴한들이 노골적으로 그 세 명을 둘러싸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누구…?”

“리더, 좀 이상해요. 피해요!! 타냐 씨도, 빨리…!”

“-어딜 가려고?”

쐐액-

그리고 다짜고짜 밧줄이 날아왔다. 그것은 대놓고 언럭키를 노리고 있었다. 설마, 펫숍 관련 사냥꾼들인가? 타냐는 늘 말로만 들었던 인간들이 제 앞에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고, 무서운데…

“끄엑,”

“얌마!”

“아, 아니 이게 왜 손이….”

“한눈팔지 말… 아악?! 이 미친, 왜 이런 데에 짱돌이,”

…순식간에 분위기가 꽁트가 되었다. 타냐는 언럭키의 특기가 가진 힘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효과가 즉발일 줄은 몰랐는데…. 철컥, 타냐가 마취 탄을 채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들 중 아무도 타냐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탕- 탕, 타앙-

제가 던진 밧줄에 휘감겨 정신을 놓고 있는 인간 하나, 몽둥이로 동료를 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 하나, 그에 맞은 인간 하나…. 뒤늦게 타냐에게 달려드는 인간 두어 명이 있었으나, 그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헐렁하게 훈련받지는 않았다. 타냐는 결국 총 다섯 명의 인간을 홀로 제압했다.

“-119 부를까요?”

“네, 네에. 제가 연락할게요.”

순식간에 정리된 상황이 익숙지 않은지, 두 사람은 멍한 얼굴로 타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가차 없어 보였나 싶어서 타냐는 헤실 웃어주었고, 마침 그때-

팟,

“괜찮으세요?!”

“-나가 군?”

난데없이 나가가 찾아왔다. 타냐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거렸다. 나가가 타냐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몸을 살피는 것에 손을 들어 괜찮음을 어필했지만, 이미 뭔가 나쁜 소식을 듣고 온 모양이었다.

“어디 다치신 곳, 없어요?”

“나가 군?”

“전, 없어요. 리더는….”

“나가~!”

뒤이어 이호를 안고 날아온 사사가 도착하기까지. 진짜 무슨 일 있나? 타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잔뜩 지쳐 보이는 사사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들어보니 먼저 가버린 나가를 따라오느라 심하게 날갯짓을 한 모양이었다. 날개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안쓰러웠다. 타냐는 그런 사사의 날개를 조물조물 만져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겨 있던 이호는 후딱 사사의 품에서 벗어나 언럭키를 찾았다.

“환자는?”

“아, 죄송한데 피부에 손은 대지 말고 치료해주시면…”

짧은 전투 중 혼자 넘어지는 바람에 일행의 유일한 부상자였던 언럭키는 이호에게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다급하게 온 거지?

…설명은 곧 들을 수 있었다.

“혼혈의 외모나 종이 아니라, 직위로 값을 매긴다구요…?”

“네.”

타냐는 눈가가 찌그러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은 짐작했지만, 이런 무모한 시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 제 살 파먹기밖에 더 되나? 그걸 감수할 정도로 그 행위가 가치가 있나? 타냐는 생각보다도 더 영물과 혼혈의 차별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상처 되는 말씀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더 조심하시는 게 좋겠어요.”

“응?”

“절대 언럭키 님 잘못이 아니지만….”

“응, 난 괜찮아. 고, 고마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나가는 언럭키에게 당부를 하고 있었다. 덥석 손을 잡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불러달라고 하는 것까지…. 타냐는 그런 나가의 호의 어린 말이, 어쩐지 조금 버거워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꼭 도울게요.”

“그래요, 저도요.”

그래서 끼어들어 봤다. 나가가 바라보는 것에 능청스레 눈을 마주쳐주며 웃자 부스스 마주 웃어주는 것이, 정답인 듯싶었다. 나가는 돕겠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을 버거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가 말고도 언럭키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많다. 그의 팀원들, 타냐, 그리고 더 넓게는 스푼의 식구들. 타냐는 나가 홀로 그런 짐을 지고 가길 원하지 않았다. 호의를 건네면서도 부담스러워 보였던 나가의 표정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아는 사이면 그냥 돕고 사는 거잖아요. 그래야 나중에 저도 신세 좀 지고.”

“그, 그런 말은…. 처음 듣네….”

-고마워.

대화가 마무리되며 언럭키의 얼굴이 훨씬 나아졌다. 나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냐는 옆에서 그 두 사람의 얼굴을 보며 훈훈하게 웃었다. 중간에 훼방이 좀 있긴 했지만, 왠지 모든 게 잘 풀린 듯한 하루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역시 안부를 물어봐야 할 사람이 있다. 타냐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찾았다.

뚜르르-

[-타냐 님?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노는 거 오랜만이네.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서….”

“알바? 하긴, 범죄자 상대하려면 스트레스 쩔 것 같아.”

“어, 진짜 쓰레기들 많더라.”

나가는 모처럼의 쉬는 날, 친구들과 놀러 나왔다. 장소는 아쿠아리움. 범고레 혼혈을 보고 오르카가 떠올라 흠칫하기도 하고, 벨루가 님을 보고 친구들과 유치하게 싸우기도 했다. 백상아리 혼혈이 퀴즈를 낸 것도 기억이 나긴 하는데…. 결국 아무도 못 맞췄던가? 뭐 상관없나. 곧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다.

벨루가 님만 기억하면 되지, 뭐.

“내가 잘못한 것도 분명 맞는데 뭐라고 하니까 기분 완전 다운돼.”

“아, 근신 받았댔지?”

“야, 그럼 나랑 좀 놀아줘라.”

“그리고 상사 비슷한 사람도 좀….”

“왜? 또 뭔 일 있었어?”

그보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니면 정말로 친구들 앞이라 그런지 타냐의 앞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말이 술술 터져 나왔다. 말하다 보니 또 묘하게 시원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얘기는 듄과 마고가 나가를 바이고 사막까지 데려가 억지로 기분 전환을 시켰던 일까지 튀어나왔다. 그래, 영정과 싸워야 했던 바로 그 장소 말이다.

“생각이 좀 남다른가? 뭐라고 좀 해.”

“나쁜 마음먹고 그러면 뭐라 하겠는데, 좋은 뜻으로 그러는 걸 아니까…. 싫은 소리 하기 좀 그렇잖아?”

“아~ 알 것 같아. 그런 사람 있지.”

“완전 골치 아프네. 하긴 어딜 가나 인간관계가 문젠가 봐.”

“그니까.”

“뭐 우리 회사는 진짜 못된 인간은 없으니 다행인가….”

“히어로니까 당연하지. 그래도 너넨 그 뭐냐, 천사 있지 않냐?”

“뭐?”

“그 왜, 상담사라는 분.”

“아~”

나가는 잘랐던 스테이크 조각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없는 완벽한 선배라 할 수 있지. 이 새끼 얼굴 밝아지는 거 봐라 이거.

“그런데 그렇게 TV에 많이 나오시나?”

“요즘 계속 나와.”

“<그알> 때 너무 유명했어서 재방도 그렇고, 피해자 대변인으로 자주 인터뷰 대상이 되니까…. 뉴스에 많이 나오지. 게다가 그런 일 있고도 꾸준히 이곳저곳에서 히어로 활동 중이라 엄마아빠는 엄청 좋아하는 중.”

“그야 그렇긴 해. 나도 그 선배 계속 일하는 거 보면 신기하다.”

“왜, 어떤데?”

나가는 잠시 타냐의 일과를 떠올렸다. 사실 나가 역시 오후에나 출근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일과를 보내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다른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출근한다면 꽤나 하드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생각에 살짝 질려버린 나가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었다.

“출근하자마자 사원 컨디션 관리랑 상담, 외부 인력 요청이 있으면 출장도 가고, 꾸준히 상담 진행하는 일반인도 많은 거로 알고 있고…. 하루에 한 시간 있는 자유 상담 시간 경쟁률은 박 터지고, 퇴근 시간 지나서도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위해 대기…?”

“뭐야 그거, 인권이란 게 있어?”

“그런데 늘 즐거워하고 계셔서….”

“진짜로 다른 인종이네. 천사 아니냐?”

“그럴지도.”

말해놓고 보니 더 최악이다. 나가는 새삼 타냐가 더 다른 인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정을 버티고도 즐거워하는 그 이타적인 마음은 사람의 것이라기엔 너무 거대했다. 이런 무조건적인 헌신은, 음, 지난번 실종 이후로 더 심해진 것 같기도…. 아니, 언럭키를 도맡으면서 더 심해졌던가.

“그러고 보니 완벽한 네 이상형 아니냐? 어때?”

“7살이나 차이 나는데 무슨, 나 정도는 애로밖에 안 보일걸?”

“아니라고는 안 하네, 이 새끼.”

그날의 식사는 그런 잡다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나가는 제법 후련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타냐가 쓰러졌다.

원인은 과로. 타냐는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예상했기 때문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픈 것이,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라 오히려 이런 기분도 배우는 기회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실없는 생각에 한숨을 쉬던 타냐는 저 멀리서 병문안으로 보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 잘게 웃었다.

“괜찮아요?!”

“타냐 언니 언젠가 그럴 줄 알았어~!”

“개, 쿨럭, 괜찮아요….”

“푹 시어….”

나가네 팀은 영 걱정된다는 얼굴로 타냐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에 조금 죄책감을 느낀 타냐는 슬쩍 눈을 피했다. 잔소리를 잔뜩 장전한 듯한 얼굴이 그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냐에겐 곧 볼일을 볼 사람이 찾아올 예정이었다. 타냐는 비행조와 그가 마주치면 어색해질 것 같아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음, 그래도 비행조는 나름 바쁠 테니 바로 일어나겠지…?

“타냐 선배,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나가 군이야, 말로.”

“언니, 그렇게 웃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가 군, 듄 군이 찾아요!”

“앗, 네. 가볼게요, 타냐 선배. 몸조리 잘하셔야 해요.”

“나도 가보께.”

“힝, 그럼 나도 갈래!”

“잘, 가….”

그리고 예상대로 세 사람은 5분 만에 자리를 비웠다. 그 몇 명이 나갔다고 조용해진 병실이 적응되지 않아, 타냐는 가만히 누워 눈으로 병실의 풍경을 훑었다. 최근에는 부상자랄 사람이 없어서 사람 한 명 없이 깔끔했다. 가끔 얼굴을 비치는 의료실 사원들이 좀비 같은 몰골로 타냐를 돌보고 돌아갈 뿐이라 더없이 쉬기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시간이 10시 41분, 슬슬 올 시간이었다.

“타냐 선생님!”

“메이, 씨. 안녕, 콜록, 하세요…?”

“어머, 얘기하지 마세요. 목 다 상하겠어요.”

후덕한 인상의, 유난히 동그란 눈을 가진 이 사람은 부엉이 혼혈이었다. 타냐의 내담자였으며, 현재는 활발하게 도와주고 있는 타냐의 조력자였다. 타냐는 메이의 도움을 받아 그의 가방을 받고, 그 안에서 조그마한 모래시계를 꺼냈다. 그 모래시계는 자신의 원래 자리인, 자그마한 함에서 나와 타냐의 손에 고이 들어왔다.

“아울 씨께 늘 감, 큼, 감사하다고 전해주실래요?”

“어제도 그렇게 오래 통화하셨잖아요. 어쨌든 전해는 드릴게요. 그리고 이건- 부탁하셨던 명단이에요.”

타냐는 메이의 도움을 받아 끙끙대며 자리에 앉고는, 메이가 건넨 자료를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각각 다른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진 타냐를 보며 메이가 흐뭇하게 웃었다.

“타냐 씨께 신세를 진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는데요. 오히려 지난번 뉴스 사태 이후로 다들 걱정스러웠는지, 바로 연락이 오던걸요?”

“정말,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아, 그리고 회사는 잘 운영되고 있으니 걱정 마시구요? 후안 씨랬나, 혼혈 단체 분도 감사하다고 전해드리랬어요.”

“제가 한 건 별것도 아닌데….”

“타냐 씨 아니었으면 절대 안 됐을 일이기도 하죠.”

결국 물방울이 톡, 톡, 서류를 두드렸다. 타냐는 다시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그치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그치지 않았다. 사실 아파서 더욱 감성적이 된 걸지도 몰랐다. 타냐는 겨우겨우 숨을 가라앉히며, 메이에게 말했다.

“죄송, 하지만. 하나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뭐든 부탁하세요. 더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아마 힐러가 곧 도착하면, 바로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좀 더 쉬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타냐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쉬라고 했지만, 사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언럭키가 더 이상 휘둘리기 전에, 나이프의 덜미가 잡히기 전에…. 어서 끝내야 할 일이 있었다. 요즈음 들어서 나이프의 꼬리를 점점 더 잡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잡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그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자신은-

“기억 상영을 만들 사람에게… 가야 해요.”


“제약기업인 O사에서 새로운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이름은…”

“유례없는 후원을 받고 있으며, 곧 출범행사를 치를 것으로 보입…”

타냐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틀어두고 서장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돌아오자마자 다나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러 왔기 때문이다. 덤으로 할 말이 있어 오랜 시간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다나는 한참 동안 일을 처리하다 방금 외출했고, 뒤에 남은 타냐는 귀능과 둘이 있는 가운데 잡담이나 하고 있었다. 귀능은 타냐가 사 온 케이크를 예쁘게 담아 건넸다.

“앗, 감사합니다. …그래서, 트리비 의원분의 외동아들까지 실종된 건가요?”

“네에, 그렇다네요. 트리비 의원 부인께서 엄청 화가 나셔서는~”

범인 4명 중 한 명만 있으면 심문하기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막-

우와. 타냐는 입을 떡 벌렸다. 아무리 그게 유행이라지만 설마 진짜로 귀하신 분의 자제까지 욕심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잡는 게 목적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죽여버렸다면…. 어쩌려는 걸까? 설마 진짜로 상류층을 대상으로 혼혈 혐오 범죄를? 아무리 생각해도 제 명줄을 깎아 먹는 짓이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슬프시겠어요.”

“아, 트리비 의원님이요?”

“네. 귀한 아들을 잃으신 거잖아요.”

“만나보실래요? 지금쯤 범인 보러 경찰청에 가 계실 텐데.”

“아뇨, 본인이 원하지 않으실 수도 있으니까요.”

타냐는 탁,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찻잔을 내려놓았다. 사실 얘기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 찾아가서 얘기하는 것은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사심이 될 것 같아 참았다. 물론, 도움을 받으면 정말로 좋겠지만. 타냐는 새삼스럽게 자신이 입은 가운을 내려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앗, 가시게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지~”

“네. 속이 더부룩해서 산책 좀 하다 들어가려구요. 나머지 점심시간, 잘 보내세요. -아, 그리고 이따 서장님 돌아오시면 연락 좀 주시고요!”

“넹~”

하아, 타냐는 한숨을 뱉으며 서장실을 나섰다. 겨울이 다가오는 추운 가을이라, 나무들은 거의 다 옷을 벗고 있었다. 사진으로 봤던, 트리비 의원의 자제가 실종된 것으로 보이는 장소의 나무만이 풍성함을 뽐내고 있었지. 타냐는 바닥에 쌓인 낙엽들을 잠시 발로 툭툭, 치우다가 벤치에 앉았다. 차가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타냐 씨?”

“…?”

“타냐 씨가 맞군요. 안녕하세요. 트리비 의원 부인, 나일이라고 합니다.”

“앗, 안녕하세요… 저는, 타냐예요. 이미 아시는 것 같지만….”

“잘 알죠. 저희 아들이 참 좋아하는 히어로거든요. 타냐 씨.”

“저, 정말요?”

왠지 부끄러운데, 타냐는 멋쩍게 머리카락을 귀 너머로 넘기며 귀를 만졌다. 굳이 만나지 않겠다고 해놓고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상황이 왠지 간지러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대화라도 해보는 편이 좋으려나.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하면 좋을지, 잠시 고민할 때였다.

“대화가 필요해서, 일부러 찾아온 거니까 부담스러워하지 말아요.”

“…”

“아, 더 부담스러운가?”

아무래도 그렇지만, 타냐는 애써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나이프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납치 사건에 언급이 된 시점에서 한 번은 만나봐야 할 사람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동의 하에, 나무 등치 아래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일은 본론을 꺼내지 않고 말을 돌렸다. 뭔가 아는 것이 있다는 듯, 의미심장한 태도였다. 타냐는 그게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 떠보는 듯한 대화에 적절히 대답해주었다.

"타냐 씨에게 상담을 받은 인물 중 정제계 인사가 많은 걸 알고 있어요."

"네. 아무래도 그런 분들은 민간 병원보다 제게 맡기려는 경우가 많아요."

뒤탈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이었다. 타냐는 있으신 분들의 권력으로 내담자를 받을 때가 많았다. 그야 당연하다. 입막음할 사람도 타냐 밖에 없고, 약보다 잘 듣는 특기는 효과가 확실하다. 다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확률도 높다. 얼마나 편하고 간편한가? 그래도 공평하게 진행하기 위해 가려서 받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타냐는 유명 인사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맞아요. 타냐 씨의 능력은 유용하죠. 왜 굳이 그런 쪽으로만 쓰는지 모를 정도로…."

"…무슨 의미죠?"

"저와 함께 일했다면 좋았을 걸, 이라는 뜻이죠. 이제라도 생각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니요."

"단호하네요. 아쉬워라."

타냐는 애매하게 아하하, 웃었다. 트리비 의원 부인의 집안은 조폭이었다. 타냐 입장에서는 살 떨리는 농담이었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퍽 재미있었나 보다. 피식 웃고 있었다. 잘 보면 소동물을 굴리며 놀고 있는 육식동물 같기도 하고….

"뭐, 이게 아니라. 그치들이 웬 재단을 만들더니, 제 남편에게 접근하려는 것 같아서요. 아는 게 있을까요?"

아, 기다리던 부분이다. 타냐는 웃음을 지우며 옷자락을 정리했다.


퍽, 데구르르-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뻗대고 있을 셈이야?!”

“죄, 죄송하지만 라몬 님…. 이번에는 총을 맞았어요. 언럭키 씨의 상태를 고려하면 최소 일주일 이상의 텀은 둬야….”

“그냥 내가 만만한 거겠지! 살몬, 당장 내쫓아!”

내일 일정은 그대로니 그렇게 알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타냐는 라몬의 직속 부하에게 거의 들리듯이 쫓겨났다. 물론 말처럼 폭력적인 과정은 아니었다. 타냐를 옮긴 그, 살몬은 타냐를 꽤 좋아하는 축에 들기 때문이다. 이게 전부 다 간부 직속의 부하들까지 케어하고자 한 타냐의 노력의 결과다. 덕분에 다는 아니어도 60%는 타냐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고, 타냐는 생각한다.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좀만 더 시간이 있다면 느긋하게 회유할 수 있을 텐데.

“감사, 합니다….”

“아닙니다. …라몬 님도 그러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죠, 알아요.”

아쉽게도 아직 타냐에 대한 의존과 애정은 그들의 충성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타냐는 눈을 가늘게 뜨려다 그냥 접어 올리며 웃고 말았다. 차에는 듄과 언럭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냐는 고개를 숙여 짧게 인사를 한 후에 차에 올라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혹시 재떨이에 맞으셨습니까?”

“네? 어떻게 아셨어요?”

“…”

“괘, 괜찮아…?”

타냐는 의아한 얼굴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맞아보기라도 하셨나? 결국 대답 듣기를 포기한 타냐는 언럭키가 지혈해주는 것을 받아들였다. 오른쪽 이마에 진한 흉이 질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내일, 일정은 그대로예요. 언럭키 님, 라몬님의 손녀분께 찾아가면 될 것 같아요.”

“또 경호 임무입니까? 오늘 했던….”

“네. 요즘 흉흉하잖아요. 고위직의 혼혈들을 노리는 것 때문에. …하지만 스푼에 소홀해지는 게 아무래도 신경 쓰이네요.”

“그럼…. 나, 혼자서….”

“리더, 안 됩니다.”

“안 돼요, 언럭키 씨.”

“…”

언럭키는 두 사람의 만류에 얌전해졌다. 절대 언럭키 씨를 혼자 보낼 순 없지…. 5만큼 다치고 수습할 일을 10으로 늘릴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것을 곁에서 막고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타냐는 언럭키의 곁에 꼭 붙어있었다. 마취탄 더 받아야겠다. 타냐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늦은 저녁 스푼으로 돌아온 타냐는 모두의 호들갑스러운 걱정을 받으며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는지, 흉터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의료실 소속의 힐러, 마루는 훤히 보이는 이마에 흉이 진 타냐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며 탄식했다.

“이렇게 예쁜 얼굴에 흉이 지다니….”

“예쁘다니요. …좀 그러면, 가르마를 바꿀까요?”

“그게 편하시면요?”

“음, 상관없어요. …어때요?”

“아이 예쁘다, 우리 타냐쌤~”

“타냐.”

“서장님?”

“잠깐 와서 보지.”

그때, 뜬금없는 다나의 부름에 타냐는 마루에게 인사를 건네고 잠자코 다나를 따라갔다. 서장실은 의료실에서 그리 멀지 않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였으려나,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모여 있는 사람은 귀능과 타냐, 그리고 다나 뿐이었다.

“귀능, 설명해라.”

“넹! 타냐 양, 지금 백모래가 난치병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는 '선생님' 행세를 하며 신도를 이끌고 있어요.”

“네에?”

“그리고 후원자를 더 모집하기 위해 ‘근미래 의료기술 시연회’에 사람들을 초대한다고 해요.”

“그런….”

타냐는 자신이 모르고 있는 사이에 백모래가 그런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야 삿된 바이러스를 정화하고 폐수 역시 한순간에 맑은 물이 되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이긴 하다. 영정도 ‘신도 그러진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었으니. 하지만 진짜로 사람들을 치료하며 그들을 선동하고 나섰다니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히어로 역시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나이프는 지금 히어로 앞에서 신도들을 인질로 삼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저희에게 그 시연회에 들어갈 수 있는 초대장이 있어요.”

“그러니 네 협조가 필요하다.”

“제가요? 전 불특정 다수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특기를 사용하는 것은,”

“알아.”

“저희가 부탁하는 건 나이프의 제압이에요.”

“? 아, 설마….”

“네.”

근접전을 할 만한 신체 능력이 되지 않는 타냐는, 의문을 가졌다가 순식간에 깨달았다. 이전에 시도해본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특기를 이용한 물품. 그것의 일종으로, 타냐는 약을 만드는 것을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내담자가 혼자 먹을 수 있는 약을 만드는 건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히, 힘 조절이 전혀 안 돼요….’

사람 하나쯤은 거뜬히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 타냐는 최소한으로 힘을 넣어놓고 봐도 엄청난 특기를 품고 있는 약을 보며 망연자실해졌었다. 그러다 보니 무기에 특기를 부여하는 것은 꿈도 못 꿨다. 사람 하나 재우려다 영원히 재워버릴 일 있나?

…하지만 타냐는, 나이프를 잡는 데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예전에 결심했었다. 다나는 떨떠름해 했지만.

“그럼, 의뢰하러 갈까요?”

“…네, 갈게요.”


“나가 씨, 알죠? 딱 잘라 말해서 나가 씨는 이 일엔 안 맞아요.”

-혹시 좋은 의도로라도 끼려고 할까 봐 전부 부는 거예요.

나이프, 백모래의 ‘근미래 의료기술 시연회’ 전날, 랩터와 헤이즈를 필두로 귀능, 나가, 듄이 한자리에 모였다. 백모래로 추정되는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정체와 고위직 혼혈들의 납치를 주도하고 있는 납치범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조사 결과 그들이 나이프임이 사실이라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성 질환을 앓고 있던 손녀가 단번에 회복한 뒤 두문불출하고 있는 모로의 저택에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있으며, 오르카가 드나든다는 것만으로도 뭐, 시연회와 나이프의 연관성은 증명이 되고. 납치범 역시 연관성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이미 결론은 나온 거 아닌가.

-조폭과 연관된 인물인 트리비 의원으로부터의 정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스푼은 나이프를 잡기 위해 출처가 조폭인 찝찝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시연회장에 쳐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놈들이 가진 완벽이면, 한 사람 때문에 천 단위 사상자도 나올 수 있어요.”

“나가는 천 단위로 사람을 구하는 특기자니까.”

하지만 공간을 왜곡해 인식하게 만들어 큰 피해를 낳는 완벽을 가지고 있는 나이프. 힘이 강대한만큼 더 강력한 반발력으로 돌아오니 나가의 공격을 만나면 그만큼 끔찍한 위험이 닥칠 수밖에. 그래서 ‘근미래 의료기술 시연회’ 자체에 대한 정보를 가져온 나가는 정작 자신은 가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도 담담히 이를 받아들였다. 나이프가 꼴도 보기 싫을 뿐이지, 직접 잡겠다며 집착하는 마음은 진작에 사라진 지 오래였던 것이다.

“짜증 나긴 해도 숨죽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겠지.”

그렇게, 그 자리에 없는 것으로 합의하고 밖으로 나온 나가는 드디어 나이프에게서 벗어난다는 사실에 맘 편히 한숨을 쉬었다.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스텔과 혜나는 어느새 졸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이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나가에게는 여전히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었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고위직 혼혈의 납치 및 살해. 그에 억지로 나가에게 경호를 요구했던 스푼의 간부 원강.

듄 쌤한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지….

그래 놓고 또 불러서 달려갔더니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손자를 먼저 구하라고 이기적인 말을 했었다. 그런 최악의 인물을, 나가는 도와줬다. 어쨌든 작고 연약한 아이에게는 죄가 없으니까. 하지만 간부들이 언럭키에게 한 짓들을 생각하면, 그조차 죄책감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스푼의 간부라면 간부다워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 어떻게 히어로가 된 거지? 아니, 애초에 히어로 출신이 아닌 사람도 있다고 했었나. 하지만 상관없었다. 자기만 알고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이라는 건 확실하니까. 차라리 타냐가 간부인 쪽이 훨씬 이 세상을 위해 옳은 쪽인 것 같았다.

나가는 방금, 언럭키의 목숨을 위협했던 인물을 도와준 것이 미안한 마음에 언럭키를 보러 다녀왔던 것을 떠올렸다.

‘간부진은 모두 영웅이라고… 강요한 거… 취소할게. 어떻게 판단하든… 네, 맘이니까. 네, 네가 잘못한 것도 없이 죄책감… 느낄 줄, 몰랐어.’

“…짜증 나.”

나가에게 영웅다운 영웅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몇 없다. 그중에 간부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영웅이라 이르며 따르는 언럭키의 생각이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영 짜증스러웠다. 그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아도 말이다.

“뭐가 그렇게 짜증 나요?”

“!”

하지만 그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복도에 타냐가 유령처럼 서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채 가리지 않은 이마에는 처음 보는 흉터가… 흉터?

“웬 흉터예요?!”

“아, 간부님 보러 갔다가… 헙,”

“…”

“…엄, 마침 부탁할 것도 있으니 설명해줄게요. -상담실로 갈까요?”


결전의 날이 밝았다. 타냐는 언젠가 입을 일이 있을 거라며 선물로 받았던 드레스를 챙겨 입었다. 자리 깔라고 해야 하는 걸까….

침대에는 타냐가 언제나 입고 다니던 하얀 가운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랩터와 헤이즈, 다나와 귀능은 시연회에 일찌감치 가 있을 것이다. 타냐는 자신의 특기가 담긴 무기 두엇을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타냐를 기다리는 이로부터 이미 문자가 와있었다.

[타냐 님, 기사를 보내뒀습니다.]

곱슬거리던 머리카락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흉이 진 이마가 훤히 보이게 앞머리를 넘겼다. 화장은 입술을 조금 붉게 하고 눈꼬리를 새우는 것 외에 따로 건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마냥 순하던 얼굴에 각이 생겼다. 그 변화가 어쩐지 달갑지 않았지만, 타냐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스푼의 사원 숙소 밖은 한산했다. 그 와중에 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더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타냐는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밖에 서 있던 기사가 챙겨주는 흰색 케이프를 잠자코 받아들였다.

“불편하진 않으십니까?”

“으응, 괜찮아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파앗-

타냐가 타고 있던 차량은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곧 타냐의 시야에는 ‘타니아나 정신의학과 의료 지원 재단’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써 붙여진 건물이 보였다.

시간을 맞추느라 고생이긴 했지만, …정말 여기까지 왔구나.

타냐의 귀에서 하얀 보석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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