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14일의 추억, 7월 편

레오나 킹스카라 드림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선배, 그 반지는 뭐예요?”

 

‘아, 역시 물어보는 건가.’ 레오나는 제 목걸이에 끼워진 은반지를 바라보는 아이렌의 눈동자를 살폈다.

평소 귀금속이나 장신구에 큰 관심이 없는 이가 이렇게 물어온다는 건, 순수하게 반지 그 자체가 궁금한 게 아니라 여기 얽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거겠지. 호기심이 가득 담긴 제비꽃색 눈동자를 지그시 내려다보던 그는 시선을 돌리며 대꾸했다.

 

“받았다.”

“누구에게요?”

“그것까진 알 것 없지 않나?”

 

참으로 차가운 대답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여기 얽힌 이야기는 별로 밝히고 싶지 않다. 지금 이 담화실에는 자신과 아이렌 뿐이라지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아이렌에게만 들려주는 거라도 싫을 텐데, 제삼자가 이 이야기에 대해 아는 건 더 싫다.

그런 고로, 제가 할 대답은 저것뿐이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면 그렇다고 말하면 그만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레오나는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어쩌겠나.

‘으음.’ 아이렌은 상대의 반응에서 무슨 상상을 한 건지, 고민 끝에 엉뚱한 물음을 꺼냈다.

 

“여자가 준거예요?”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발상에, 레오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이가 물어보았다면 그냥 ‘무슨 헛소리냐’라고 생각하고 지나쳤겠지만, 아이렌이 저런 말을 한다? 대답을 어찌하느냐는 둘째치고, 어쩌다가 저런 말이 나오게 되었나가 신경 쓰여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느새 흥미롭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은 레오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네가 그런 걸 물어볼 줄은 몰랐는데.”

“왜요? 궁금할 수도 있죠.”

“그래?”

 

그런 건 조금도 상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면, 여자가 생겼다면 알아서 거리라도 줘 줄 생각이었던 걸까. 저 자그마한 머리통 안에서 무슨 꿍꿍이가 있나 궁금해진 그는, 기꺼이 반지의 출처에 대해 알려주었다.

 

“형 부부가 떠넘긴 거다. 별로 받고 싶어서 받은 것도 아냐.”

“생일 선물로 미리 받은 건가요?”

“뭐, 비슷하지.”

 

얼마 뒤 제 생일이 있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나. 자신도 상대 생일이 봄이라는 것 정도 외엔 다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초식동물처럼 여기저기 예민하게 신경 쓰고 다니는 꼴이란.

하지만 무리 속 구성원이란 다양할수록 좋다. 리더가 늘어져 있을 때, 주변을 살필 정찰병은 여럿일수록 좋지. 거기에 현명한 조언까지도 가능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좋고. 피를 보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면 최고다.

레오나는 그 ‘적합한 인재’를 턱을 괸 채 바라보다가, 갑자기 목걸이를 풀어버렸다.

 

“그렇군. 잠깐 손 좀 줘봐라.”

“예?”

 

아이렌은 의문을 표하면서도, 얌전히 손을 내민다. 제 코앞에 놓인 오른손을 가볍게 잡은 레오나는 목걸이에서 은반지를 빼내더니 상대의 손가락에 하나씩 끼워 보였다.

새끼손가락. 당연하지만 맞지 않는다. 너무 헐렁해서 황당할 정도다.

약손가락. 맞지 않는다. 살짝 헐렁하다.

가운뎃손가락. 헐렁하다. 아무리 여자치고 키도 손도 크다고 해도, 역시 제 손에 비하면 작은 손이라는 걸 느끼게 할 뿐이다.

집게손가락. 여기도 글렀다. 이렇게 끼고 다니다간, 30분도 안 되어 잃어버릴 거다.

엄지손가락. 이 정도면……. 그래도 조금 움직였다고 빠질 것 같진 않다. 그래. 이 정도면 됐지.

 

“엄지에는 맞는군. 네가 가져라.”

“예? 아니, 선배가 생일 선물로 받은 거라면서요? 그것도 형에게!”

“정확하게는 생일 선물도 뭣도 아니야. 허례허식으로, 왕위계승자로서 관습에 따라 준 거지. 아마 생일 날이면 진짜 선물이 올 거다.”

 

안 그래도 어영부영 챙겨주겠다고 떠넘긴 게 꼴 보기 싫은 반지였는데, 이렇게라도 눈앞에 치워버리면 속이 시원할 거 같다. 아무렇게나 버리면 뒷말이 시끄러울 거고, 그렇다고 착용도 하지 않고 처박아두고 다니는 걸 알게 되면 또 다른 의미로 시끄러워질 테지만, 다른 이에게 ‘선물’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심지어 그 상대가, 시종장조차도 정인으로 오해하는 여자라면 ‘선물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테고.

레오나의 행동은 여러 계산 끝 나온 결론이었지만, 당연히 그걸 공유받지 못한 아이렌은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제게 넘겨도 되는 건가요?”

“싫으면 어디 팔아넘기던가.”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 시끄럽기도 하지. 이런저런 걱정에 말이 길어지는 아이렌을 가만히 바라보던 레오나는 반지를 떠넘긴 손을 꼭 잡아 쥐더니, 이마를 맞붙여왔다.

 

“난 지금 너에게 귀찮은 걸 떠넘기는 거라고. 그러니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맡아주었으면 한다만.”

 

이렇게까지 말하면 알아듣겠지. 이 녀석은 바보가 아니니까.

레오나는 그리 생각했고, 아이렌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마주 잡은 손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렌은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진짜 가지고 있어도 큰 문제 없죠?”

“내가 꼴 보기 싫어 넘기는 것뿐이니, 아무 문제 없어.”

“이 반지 때문에 저까지 꼴 보기 싫어지는 건 아니겠죠?”

“재미있군. 네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도 걱정했나?”

“선배가 남이에요?”

 

남이지. 아쉽게도 말이다. 자신들은 아직 제대로 관계 정리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같은 학교의 선배와 후배. 적이냐 아군이냐 하면 아군이지만, 여전히 제 무리 안에 들어오진 않은 여자.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제 울타리 안에 둘 거지만, 아직은 밖을 배회하는 존재.

하지만……. 말이라도 저렇게 해주니 퍽 기껍다. 평소에도 이렇게 귀엽게 굴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레오나는 마른침을 삼키느라 들썩이는 상대의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엉큼한 녀석.”

“제가요? 대체 왜요?”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안에 혀가 아니라 뱀이라도 있는 것 같은 얇은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린 레오나는 다시 편한 자세로 드러누웠다.

상대의 엄지에서 빛나는 은반지는, 아까보다 훨씬 때깔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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