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soruen
“좋아요, 다 됐습니다.” 제이드는 들고 있던 삽을 근처에 내려두고 손을 털었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늦은 오후. 고물 기숙사 뒤쪽에 나란히 서 있는 제이드와 아이렌의 앞에는 작은 나무가 심겨있다. 막 옮겨심은 탓에 젖은 흙과 마른 흙이 뒤엉겨있는 모양새는 썩 보기 좋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은은한 조명이라도 켜놓은 듯 밝았다. “도와줘서
* 트친과 하는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에 제출한 작품입니다. “선배, 이게 뭐예요?” 아이렌은 모스트로 라운지의 바(Bar) 테이블 위에 줄지어 놓인 병을 가리켰다. 불투명한 병에 붙은 라벨에 인쇄된 글자의 폰트가 고급스럽다. 음료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글자 아래, 오두막과 농부로
* 드림 북스토어 합작 시즌3 제출작 “앗, 거기 두 사람! 잠깐 이리 와봐~!” 타박타박.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걷던 에이스와 듀스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멈춰 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자신들을 부르고 있는 건가. 주변에 보이는 게 손을 흔들고 있는 케이터 뿐임을 확인한 둘은 슬쩍 눈빛을 교환하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
* 약간 미래 시점(약 3년 후) 이야기입니다. 아이렌은 기본적으로 인맥이라는 걸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다. 그건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한다고 하여서 그걸 마음이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을까. 도덕적 판단조차도 생리적 역겨움을 토대로 판단하는 인간의 뇌로 그런 짓을 하는 건 무리라고, 아이렌은 진심
바람이 차가운 새벽. 말레우스는 습관적으로 고물 기숙사로 발을 옮겼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기숙사 건물 밖. 출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건 말라서 비틀어진 꽃이었다. 줄기부터 잎, 꽃까지 싱싱한 곳이라곤 없이 바싹 마른 꽃은 생기라곤 없었지만, 땅에서 올라온 찬 기운 때문인지 밤이슬이 맺혀 살짝 젖어있었다. ‘이건,
“그런데, 아기새우는 자유투도 못 하는 거야?” 플로이드가 던진 의문에는 조금의 악의도 없었다. 마치 오늘 아침 식사 메뉴를 묻는 것 같은, 순수한 호기심. 가벼운 잡담. 딱 그 정도의 질문이었지. 하지만, 저 물음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분명 제가 끔찍한 몸치라 그런 게 아닐까. 왜, 도둑이 제 발 저린다 하지 않던가. 찔릴 게 없다면 흘려들
“아이렌 군, 그 상처는?” “예?” “거기. 손등의 상처 말이야.” 루크의 말에 제 양쪽 손등을 살펴본 아이렌은 작게 탄식했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오른쪽 손등에 작은 생채기가 생겨있었다. 새빨간 선을 따라 눈동자를 굴린 아이렌은 분명 가볍게 손을 쥐었다 펴보았다. 다행스럽게 피는 나지 않았지만, 상처를 의식하니 어쩐지 따끔따끔해서 곤란했다.
이건 필시 다른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 나올 신호탄이었다. 리들은 그리 확신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크든 작든 저마다의 징조가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고 여겨지는 경우조차도, 따져보면 전부 그 나름의 징조라는 게 있었으니까. 다만 사람들은 모든 이유를 밖에서만, 혹은 안에서만 찾기 때문에 정확하게 징조
‘아이렌은 마치 이 세상 모든 것을 탐구하고 즐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에이스나 듀스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영화와 공연 관람, 글쓰기, 사진 찍기, 게임, 요리와 미식, 전시회 방문, 그리고 아이돌 응원까지. 직접 몸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것엔 다 흥미를 보이는 아이렌의 삶은 참으로 바빴다. 저 많은 취미를 돌아가면서 즐기고,
그래요. 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면 또 어떤 말썽꾸러기가 교칙을 어기고 온갖 소문이 무성한 고물 기숙사를 탐험하러 왔다는 거겠지요. 정말이지, 학원장으로서 가슴이 찢어집니다. 대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뭐가 문제라서 이렇게 종일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겁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울타리를 넘어 기숙사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이 안내문을 봐 버렸다면! 이미
* 창작 마법 학교(여학교)가 나오는 글입니다. 단언컨대, 명문 마법사 양성 학교인 코벤 유니버시티 칼리지는 창립 이래로 단 한 번도 얌전한 아가씨들을 위한 학교였던 적이 없었다. 지느니 죽는 걸 선택하고, 누가 뭐라고 하든 제 고집대로 살아갈 소녀들을 위한 학교. 성격이 얌전할 수는 있어도 가슴 속에는 야망과 의지의 검을 품고 있는 이들을 위한
“선배, 어때요?” 빌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는 아이렌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평가를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빌은 진지하게 제 모습을 찍은 사진을 확인하더니, 한결 편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수고했어.” “휴…….” 이번에도 다시 찍자고 했다면 진짜 울어버리지 않았을까. 아이렌은 8번 만에 떨어
상실이라는 것은 늘 기승전결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언제부터, 어디서, 무엇 때문에 제 곁을 떠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며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 명쾌한 답이 없다. 과정을 명확히 아는 상실의 경우에는 그나마 되찾을 희망이라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희망일 뿐. 반드시 돌려받는다는 확신은 할 수 없었지. ‘진짜 어디서 잃어버린 거지.’ 그러니, 때로는
앨범 표지의 가죽이 너덜거렸다.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힘없이 팔랑거리는 검붉은 가죽은 휴짓조각이랑 그다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였다. 대체 얼마나 오래된 건지, 얼마나 많이 자주 들춰본 건지 모르는 낡은 앨범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구경한 아이렌은 고개를 들어 물건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새삼스러운데, 선배는 사진을 정말 잘 찍네요.” “그렇니?
* AU 드림 웹진 참여작. 스페이스 오페라 AU. “어이 아이렌, 아직이냐?” 우주선의 소음이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정적 속. 레오나는 조종석에 앉아 따분함을 죽이다가 옆자리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아이렌에게 물었다. 함선에 딸린 작은 드론을 원격 조종해 정거장의 출입문 보안 장치를 해제하고 있던 아이렌은 작게 한숨 쉬더니, 장난스러
아이렌은 본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대 보는 걸 좋아하고 영화도 챙겨보지만, 관심 있는 배우가 아니라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아무리 그런 아이렌이라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를 모를 정도로 물정에 어둡진 않았다. 게다가 그 당사자가 친밀한 선배의 아버지라면? 모르는 쪽이 이상하겠지. ‘눈을
* https://glph.to/qhaiof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리들은 새롭고 기발한 것보다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걸 더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아주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나온 게 아닌 이상 굳이 새로운 걸 고르는 것보단 현상 유지를 하는 게 안전하다. 규칙과 전통이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으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모험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그해의 여름은 끔찍했다. 높은 습도, 내리쬐는 볕,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쏟아지는 비도 불어오는 바람도 죄다 미적지근하고, 밤이 되어도 열기가 가시지 않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솥 안에 갇힌 것만 같은 나날들. 얼른 학기가 끝나고 홀리데이가 오면 좋겠다. 이 계절이라도 자신들의 고향은 서늘하겠지. 그런 기대를 품은 채 기숙사 안에만 박혀있기 일쑤였던 인어
「아이렌, 잠깐 우리 기숙사로 와줄래?」 느긋한 주말 오후. 에이스가 보낸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하츠라뷸 기숙사로 온 아이렌은 자연스럽게 담화실로 향했다. 메시지에는 구체적인 장소 같은 건 적혀있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높은 확률로 거기에 있으리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기 때문일까. 화려한 복도를 걷는 아이렌의 발걸음엔 망설임이라곤 없었다.
아이렌은 제가 자연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도시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만 자랐긴 하였어도, 그의 고향은 빌딩 숲만 가득했던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철새가 찾아오는 큰 강, 높고 낮은 산들, 거기에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바다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 모든 걸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자란 그에게 자연이란 여행을 떠나야 접할 수
* 롤로는 이름만 나온다는 게 함정인 양날개 드림…… 학교란 작은 사회와도 같아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밖으로 쉽게 새어 나가지 않더라도 내부에서는 빠른 속도로 소문이 나기 쉬웠다. 어제 누가 누구랑 싸웠다던가, 오늘은 크루웰 선생님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 오늘은 행동을 조심하라던가, 내일은 어느 기숙사 사감이 외출 예정이 있어서 바쁘다든가 하
“선배, 혹시 수학 잘하세요?” 어느 평일 오후의 도서관. 빌렸던 책을 반납한 후 돌아가려던 리들은 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건지 어느새 불쑥 다가와 말을 건 것은 제게 익숙한 이였다. 평소보다 두 배 정도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다가온 아이렌은 인사를 할 여유도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 드림 해적과 인어 합작 제출작. ‘아이렌은 어쩌면 인어일지도 모른다. 다만, 원래 세계에서 이쪽으로 오는 중 인간으로 변한 게 아닐까.’ 그건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서 아이렌과 좀 친하다 싶은 학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혹은 입에 담아본 농담 중 하나였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저 농담이 생겨난 계기는 몇 가지가 있었다. 일단, 아이렌이 유
* 원작과는 다른 판타지 배경의 AU 글입니다. * 드림 해적과 인어 합작 제출작. 세상 만물에는 반드시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자리가 있는 법이다. 신은 결코 쓸데없는 피조물을 만들지 않는 법이었으니, 방황하고 길을 잃은 존재가 있다면 그건 일시적인 시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 뿐. 신앙심을 가지고 자신을 갈고닦는다면 반드시 제게 주어진 사명이 보인다.
사람의 트라우마라는 것은 정말 별것 아닌 것에서 생겨나곤 했다. 과일을 먹다가 나온 작은 벌레에 그 과일 자체를 못 먹게 되는 일도 있고, 폭우가 오는 날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경우엔 비가 조금만 거세게 내려도 불편해하는 이도 있으며, 심지어 꽃향기를 맡다가 벌에 쏘인 사람은 벌만큼 꽃을 무서워하게 되기도 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릴리아의 요리란, 훌륭한
모든 물건은 기본적으로 외형의 그럴싸함과 유용함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법이었다. 보기엔 그럴싸해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실속이라곤 없는 물건이 있나 하면, 보기엔 투박하고 유행과 멀어 보여도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해서 망가질 때까지 버릴 수 없는 물건도 있었지. 전자는 장식품은 되어도 실생활 속 일부분은 될 수 없고, 후자는 현실에 그 가치를 증명하며 계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선배, 그 반지는 뭐예요?” ‘아, 역시 물어보는 건가.’ 레오나는 제 목걸이에 끼워진 은반지를 바라보는 아이렌의 눈동자를 살폈다. 평소 귀금속이나 장신구에 큰 관심이 없는 이가 이렇게 물어온다는 건, 순수하게 반지 그 자
속담이라는 건 지역의 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나라마다 비슷한 의미의 속담은 있을지언정 완전히 똑같은 속담이 없는 것도, 분명 말이란 문화의 주축이자 지역을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 되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 세계에는 비에 쫄딱 젖은 사람을 뭐라고 부르려나.’ 제 고향에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라고 말하는데, 여기도 아마 비슷한 말이 있지
아이렌은 본질이 이방인이자 손님이었다.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 머무는 곳은 있지만 뿌리내리는 곳은 없는 나그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든 제 집으로 삼을 수 있으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래서였을까. 아이렌은 특유의 낯가림에도 불구하고 자주 다른 기숙사에 발을 들이곤 했다. 제게 호의적인 이의 손을 잡고 일곱 개의 기숙사를 드나드
그래요. 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면 또 어떤 말썽꾸러기가 교칙을 어기고 온갖 소문이 무성한 고물 기숙사를 탐험하러 왔다는 거겠지요. 정말이지, 학원장으로서 가슴이 찢어집니다. 대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뭐가 문제라서 이렇게 종일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겁니까? 하지만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울타리를 넘어 기숙사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이 안내문을 봐 버렸다면! 이
“너, 그거 진짜 이름 아니지?” 주말 오후. 과제를 위해서 늘 함께 다니는 이들끼리 고물 기숙사 게스트룸에 모여 펜을 놀리던 중, 아이렌은 갑작스러운 에이스의 물음에 눈썹을 까딱였다.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거야?” “아니, 뭐라고 할까. 늘 생각했는데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고 할까.” “왜? 그냥 물어보면 될 텐데.” 아이렌은 정말 별거 아니
* AU 드림 웹진 참여작. 마법이 없는 현대 배경 첩보물 AU입니다. 일 년 내내 따뜻한 기후와 맑은 바다 덕분에 비수기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어느 휴양지의 섬의 고급 호텔 안. 투숙객을 위한 바에서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칵테일만 홀짝이던 플로이드는, 제 옆에서 작은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렌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아기새우야, 지금 나
고물 기숙사의 불은 언제나 늦게 꺼진다. 보통은 새벽 1시, 늦게는 새벽 4시까지도 불이 켜져 있을 때가 있었지.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칭 잠이 없는 감독생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중력이 좋아지는 편이었고, 공부 외에 잡다한 할 거리가 있는 탓에 일찍 잠드는 일이 없었다. 덕분에 늦은 시간이 되어도 고물 기숙사에는 이따금 손님이 찾아오곤 했으니.
달그락. 달그락. 쇠로 된 스푼을 젓자 얼음들이 부딪히는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거슬리는 소음이라기보다는 금속 타악기 연주 소리 같은 얼음이 든 잔의 울림에 대본을 읽다 말고 시선을 돌린 빌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흰 손을 보고 숨을 삼켰다. 제 손이 뭘 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걸까. 심각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는 아이렌은 오른손으로는 제가 주문한 커피
1. 이름 없음 / ID : vj732Vpr0xm 야 대박 사건. 나 크루웰 쌤이 여친이랑 있는 거 봤다ㅋㅋ 2. 이름 없음 / ID : vj732Vpr0xm 아까 오후에 수업 마치고 급하게 살 게 있어서 학교 밖에 나갔거든? 그런데 얼마 전 오픈한 카페 야외 테이블에 쌤이 앉아있는 거야. 그래서 ‘헐, 쌤도 이런 카페 오는구나~’하고 지나가려는데,
보글보글. 각종 재료가 끓고있는 작은 솥 앞. 나란히 서서 제조 중인 마법약의 색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1학년 A반 학생 두 사람 중, 이그니하이드 기숙사 마크가 박힌 실험복을 입은 학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옛날부터 한 생각인데, 아이렌 양은 약간 미연시 소꿉친구 계열의 캐릭터 같아.” 그건 명백히 맥락 없는 이야기였지만, 다행스럽게
가정(假定)이라는 건 과하지만 않으면 나쁘지 않은 법이었다. 미래를 대비하고, 상상력을 확장 시키는 과정. 아무리 틀에 박혀 사는 사람이라도 때로는 재미를, 때로는 가정을 주는 ‘만약에’가 어찌 나쁘다고 말하겠나.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전재가 있다는 것이었으니. “선배는 만약 하츠라뷸에 가지 않았으면 어느 기숙사에 갔을 것 같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웅성웅성. 익숙한 이들의 말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디어솜니아 담화실에 앉아있다가 깜빡 잠들었던 실버는 제 근처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그냥 주무시게 둬도 되지 않아? 바쁜 일 없다며.” “잘 거라면 방에 가서
* 페잉 리퀘스트로 쓴 글입니다.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의 학생들은 모두 악동이다. 사고를 적게 치는 학생은 있어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녀석은 없다. 그건 학교에 대한 애착과 별개로, 교사진도 학생들도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학생 대부분이 ‘아무리 그래도 나 정도면 다른 녀석들보
아무리 혈기 왕성한 나이의 소년들이라도 피곤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오후 마지막 수업 시간. 바르가스의 지도에 따라 그룹을 나눠 비행술 수업을 하던 1학년 D반 학생 중, 순서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 무지개다!” “엥? 어디?” 동급생의 검지 끝을 향해 동시에 고개를 돌린 소년들은, 이내 학교 건물 너머에 걸린 무지개를
上 공휴일이라 아예 수업이 없는 금요일 오후. 모처럼 생긴 여유를 즐기기 위해 교과서와 필기 노트 대신 얼마 전에 산 책을 읽어보고 있던 아이렌은, 그림과 고스트의 연락을 받고 게스트 룸으로 향했다. “레오나 선배, 언제 오신 거예요?” 방에 처박혀서 이어폰까지 낀 후 독서하고 있어 손님이 온 줄도 몰랐다. 멋쩍어하며 묻는 아이렌과 달리 그림이
“뭐? 감기?” 오늘은 영업 날이 아니라 아득한 파도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플레이 풀 랜드 안. 느지막이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있던 펠로우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전해 준 기델을 바라보았다. “꾀병 아냐?” “…….” “……아,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그렇게 보지 마, 기델!” 방금 말은 절대 진심이 아니었다. 애초에, 꾀병 부릴 녀석이 아
그래요. 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면 또 어떤 말썽꾸러기가 교칙을 어기고 온갖 소문이 무성한 고물 기숙사를 탐험하러 왔다는 거겠지요. 정말이지, 학원장으로서 가슴이 찢어집니다. 대체 우리 학교 학생들은 뭐가 문제라서 이렇게 종일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겁니까?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이미 울타리를 넘어 기숙사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이 안내문을 봐 버렸
레오나가 생각하는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의 유일한 감독생은 겁이 많기에 신중한 인물이었다. 언제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최악의 결과부터 최선의 결과까지 무수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위험이 큰일에 함부로 무언가를 걸지 않는 신중한 사람. 그게 바로 아이렌이란 여자였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렌은 이따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대범한 행보를 보이
* 오리지널 캐릭터(드림주)가 다수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이 대회에 나가자고?” 가딜은 아이렌의 스마트폰에 띄워진 웹사이트의 공지를 가리켰다. ‘학교 대항 청소년 E-스포츠 대회’라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게시물의 내용은 꽤 자세하고 길었지만, 요점은 간단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끼리 꾸린 팀으로 참여가 가능한 대회이며, 종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언제 어디서 천적의 습격을 받을지 모르는 야생동물들은 항상 잠자리에 신경을 써야 했다. 도망가기 쉬운 자세로 자거나, 작은 기척에도 깨어날 수 있게 선잠을 자도록 진화하거나, 천적이 발견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자는 등. 가장 무방비한 상태에 천적을 만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쓰곤 했지. 그리고 이건 가장 지능이 발달했다 여겨지는
“아이렌, 혹시 이거 밤새 쓴 거니?” 빌의 물음은 결코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지만, 아이렌은 쉽게 답을 내놓지 않았다. 끔뻑끔뻑.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아이렌은 마치 혼이 없는 인형같이 보인다. 멍하니 숨만 쉬던 아이렌은 거의 5초가 지난 후에야 빌이 제게 말을 건 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 네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아줄, 그건?” 늦은 밤 옥타비넬 기숙사의 담화실.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던 제이드는 작은 화분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줄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심각한 얼굴로 꽃봉오리가 서너 개 달린 식물을 살피던 아줄은 소리소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53회 주제: 사랑니] “선배. 선배는 혹시 사랑니 뽑았어요?” 어느 휴일, 사바나클로 기숙사의 담화실. 평소라면 여기 있을 리 없을 인물이지만, 아마도 동급생인 어느 고지식한 늑대 덕분에 이 안에 발을 들인 걸로 추정되는 이가 제게 말을 걸어온다. 잠깐 확인할 것이 있어 매지컬 시프트 연습장으로 향하던 레오나
* 드림커플 2세 합작 시즌 10 제출작. “와, 이걸 선배가 만들었다고요?” “예! 뭐, 부업으로 한 거라 전문성은 없지만, 그래도 꽤 그럴싸하지 않슴까?” “그럴싸한 수준이 아니라, 정말 잘 만드셨는데요?” 내가 만든 인형을 본 아이렌 군은 뭐가 그리 좋은지 소리 죽여 까르르 웃었다. 아, 평소에는 연하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른스러운데
* AU 드림 웹진 참여작. 마법이 없는 현대 배경 캠퍼스 AU입니다. * 제2의 드림주로 트레이 클로버 연애 드림이 소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학가에는 다양한 종류의 카페가 존재한다. 외관이 화려하고 특색이 있는 카페에는 보통 커플들이 데이트를 위해 방문하고, 내부는 수수해도 커피 종류가 다양하고 전문 바리스타가 존재하는 카페에는
* 드림 사군자 합작 제출작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가격을 흥정하는 상인들의 언성과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들의 감탄사. 그리고 바쁘게 굴러가는 수레바퀴의 덜컹거리는 소리까지.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연 열사의 나라 최대 규모의 꽃 시장은 오늘도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음! 역시 꽃 시장은 언제 와도 북적거리고 좋네!” 사람들이 뿜어내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55회 주제: 영원히] 에이스 트라폴라는 운명이라는 말은 그다지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정해진 것보다는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운명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운명론자들의 생각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소년. 하지만 그런 에이스도 오늘만큼은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게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54회 주제: 기록] “저기, 이 다이어리 주인?”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느라 조용한 스카라비아의 담화실 안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갑자기 손바닥 하나 정도의 수첩을 들어 보이는 어느 2학년생의 저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일제히 발화자의 손에 든 수첩으로 시선을 돌린 기숙사생들은 무슨 먹잇감이라도 찾은 사람들처
주말 오후의 거리는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모두 제 갈 길 가느라 바쁜 행인들 사이.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지만 세련된 옷차림을 한 빌은 테가 얇은 선글라스와 모자로 최대한 자신을 숨긴 채, 함께 외출한 후배를 데리고 능숙하게 인파를 빠져나갔다. “아이렌, 뭘 그렇게 힐끔힐끔 보니?”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광장을 가로질러 가던 중. 앞장서서
* 쯔무스테 이벤트 기반 꼬물꼬물. 자그마한 손이 움직일 때마다 메모지 한 장 정도 크기의 황금색 문서에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수놓아진다. 아이렌은 진지한 얼굴로 계약서를 쓰고 있는 아줄의 쯔무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버렸다. 제가 모르는 언어라서 뭐라고 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렇게나 열심히 꼬물거리며 글씨를 쓰고 있는 게 어찌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0회 주제: 기대감] 툭. 벽에 부딪혀 떨어지는 코르크 탄환이 바닥을 구른다. 현자의 섬 시내에 있는 오락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경품 사격장 안. 가게 주인에게 받은 스프링식 공기총으로 인형을 겨누었던 에이스는 멀쩡히 서 있는 표적을 보곤 소리 내 탄식했다. “아! 아깝다!” “뭐가 아까운 거냣? 저만큼이
“그래서, 이게 그 거짓말의 결과군요.” “뭐, 미리 받은 셈 치면 되는 거 아닌가? 네 생일까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으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레오나 선배는 그 이상 대답하지 않고 반쯤 식은 커피만 홀짝거렸다. 하여간. 곤란할 때가 되면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건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학생들의 전매특허 같은 거라지만, 대뜸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50회 주제: 등불] * 어제 전력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지는 해가 수평선을 붉게 물들일 즈음. 아이렌에게 ‘볼일 끝났어요’라는 연락을 받고 학교 근처의 해변에 도착한 빌은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자마자 한숨을 토해냈다. 모래사장의 끝자락에 걸터앉아 젖은 치마 끝을 말리고 있는 아이렌은 여전히 표정이 좋지 않아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9회 주제: 끝나면 연락 해] 빌은 예리한 눈을 가진 남자였다. 타인의 장점도 단점도 금방 찾아내고, 개선할 점과 지켜야 할 점을 잘 구별하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 연기를 하며 타인을 관찰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상대의 표정을 읽는 것도 잘하며, 말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채는 것 또한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와, 귀엽다.” 아이렌의 감탄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옆에서 나란히 듀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평소 늘 같이 다니는 인원이 아니라 단둘이서 나선 외출. 일 분 일 초가 소중한 순간이라 상대의 말이 더 잘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8회 주제: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것] 평소 아이렌은 수다스럽다기보다는 과묵한 편이었다. 말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먼저 입을 열기보다는 남이 말을 꺼내야 자신도 입을 여는 편이라고 할까. 조금 친해지면 먼저 말을 거는 일도 자주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본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상대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타인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7회 주제: 네가 궁금해] 타박타박. 작고 빠른 발소리가 눈앞을 지나가자 길고 가는 꼬리가 허공에서 물결친다. ‘아, 그 녀석이다.’ 친구들과 섞여 점심을 먹으러 가던 체냐는 상대를 알아보고 두 눈을 빛냈다. 케이프와 클록이 합쳐진 형태의 검은 망토, 같은 색의 플레어 치마. 그리고 망토를 고정하는 브로치를 보면 알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6회 주제: 클리셰] 햇볕이 따사로운 오전. 팔랑팔랑. 서늘한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수건은 당장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잘 말린 세탁물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세제의 인공적인 꽃향기. 그 모든 게 참으로 평화롭지만, 아이렌은 이 순간을 즐길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높은 곳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5회 주제: 꽃샘추위] “너, 여기서 뭐 하고 있냐?” 어느 한가한 휴일 오후. 기숙사 일과는 관계없는 카림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쟈밀은 담화실에서 수상한 이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모여서 간식을 먹고 있는 1학년 학생들 사이. 마치 자신도 이 기숙사의 학생인 듯 자연스럽게 섞여
* AU 드림 웹진 참여작. 정통 판타지 AU입니다. 바스락. 언제 가지에서 떨어진 건지 가늠할 수 없는 바짝 마른 나뭇잎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에 산산이 부서진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 같은 건 남아있지 않은 오래된 유적 안. 풍파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던 아이렌은 자신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동료에게 멋쩍게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3회 주제: 개화] 승마부 활동이 끝난 늦은 오후. 학교 안에 있는 마사(馬舍)에서는 말들이 내는 잡음과 학생들의 대화 소리가 뒤섞여 새어 나온다. 자신의 말을 돌봐주고 있는 학생들은 주로 오늘 동아리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말을 관리할 때 필요한 정보에 관해 떠들곤 했지만, 구석에 있는 1학년들은 조금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2회 주제: 잠들기 전에] 팔랑팔랑. 일정한 간격으로 페이지를 넘기던 오른손이 우뚝 멈춘다. 폐점 시간이 가까워진 모스트로 라운지의 구석 테이블. 왼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하품한 아이렌은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기 위해 제 얼굴 여기저기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피곤해.’ 요 며칠 제대로 못 자긴 했지만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1회 주제: 아침 인사] “아이렌 씨, 일어나셨습니까?” 아, 아기새우 이름이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부르는 이름에 정신이 번쩍 든 깬 플로이드는 눈동자만 굴려 옆 침대를 바라보았다. 지금이 몇 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일어난 지 한참 된 걸까. 단정한 머리와 깨끗한 얼굴로 통화 중인 제 쌍둥이 형제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으음…….” 날씨가 쌀쌀한 밸런타인데이 오전. 제 방에 틀어박힌 러기 붓치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심각한 일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거였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도넛을 먹으며 고민하고 있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선배, 어때요? 괜찮아요?” 쟈밀은 입안에 퍼지는 부드러운 단맛에 따뜻한 한숨을 내뱉었다. 원래 어느 정도 손재주가 있기 때문인지, 아이렌이 만든 에그노그는 제법 맛이 괜찮았다. 이 정도면 카페에서 파는 것보단 못할지 몰라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몇 번 입맛을 다신 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맛있네.” “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특유의 기척이 있다. 알기 쉬운 용어로 말하자면 ‘존재감’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건 무생물에도 적용되는 말이지 않은가. ‘인기척’이라는 고상한 말도 존재하지만, 그건 일부러 드러내는 쪽에 가까우니 완벽한 표현이라곤 할 수 없었다. 쟈밀이 생각하는 생물 특유의 기척은 그것보다는 좀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였으니까. 아무리 숨
“아이렌, 무슨 일 있어?” 농구부 활동이 막 끝난 체육관 앞. 밖에서 기다리는 아이렌을 위해 후다닥 씻고 나온 에이스는 제가 나온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상대에게 물었다.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동아리 활동이 끝난 걸 알게 된 아이렌은 눈짓으로 에이스를 반긴 후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스
* 드림 포인트컬러 합작 참여작. 좀 더 예쁘게 편집된 버젼은 합작 홈(https://qorgk06073.wixsite.com/pointcolo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깜빡깜빡. 빌은 자수정 색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며 눈앞에 있는 후배의 처참한 몰골을 응시했다. 자신은 그저 내일 있을 촬영에 대해 간단한 안내도 할 겸 아이렌의 얼굴도 볼 겸
* 드림 포인트컬러 합작 참여작. 좀 더 예쁘게 편집된 버젼은 합작 홈(https://qorgk06073.wixsite.com/pointcolo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선배, 이건 뭐예요?” 마실 걸 가지고 담화실에 돌아온 쟈밀은 제게 묻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서두른 것인데, 그 잠깐을 못 참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37회 주제: 기다려] ‘그림 이 녀석, 어딜 간 거야.’ 제 파트너 마수를 찾아 30분 정도 학교 안을 헤맨 아이렌은 결국 운동장에 도착했을 즈음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거의 뛰는 거나 다름없는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닌 탓일까. 아니면 오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그런 걸까. 그리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그냥 두 개 살까?’ 그것이 다이어리 코너 앞에서 약 30분 고민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황당하긴 하지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레몬 파이와 딸기 케이크를 두고 고민하지 말고, 둘 다 먹으라고 말이다. 뭐,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33회 주제: 소개해 줘] “저, 선배 여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에요?” 그건 참으로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너는 무슨 케이크 만들다 말고 그런 걸 묻니,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트레이는 크림치즈를 섞다 말고 질문한 이를 힐끔 바라보았다. 에이스와 함께 딸기 꼭지를 자르고 있던 아이렌은 무슨 엄청난 대답이라도
‘좋아, 이만 돌아갈까.’ 신발 가게를 나오는 쟈밀은 들고 있는 쇼핑백을 고쳐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외출 후 시간이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지만 애초에 학교를 나선 시간이 늦어서일까.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이제 수평선에 거의 닿을 만큼 기울어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돌아가서 바로 저녁 준비를 해야겠지. 그래도 부사감으로서 해야 할 일은 오전에 전
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현존하는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현재 지구에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을 뜻하는 단어.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은 약 35억 년에서 38억 년 사이(고시생대)에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페이지) 上 “플로이드, 왜 이제
디지털 자료라는 것은 편리하지만 덧없는 것이다. 걸음을 떼기 전부터 최첨단 시스템을 접하고 살아온 이데아는 이 모순을 잘 알고 있었다. 열심히 짠 프로그래밍 코드는 저장 실수나 바이러스 따위로 쉽게 소실되지만, 크레파스로 스케치북에 아무렇게 그린 낙서는 책장정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년 가까이 멀쩡히 보관되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저장과 복
이거 (https://moonmist.wixsite.com/23-ruen-advent) 하며 쓴 글 모음집. wix로 하나하나씩 보면 너무 불편해서 25일 지났으니 게시글로 정리해서 올립니다. 12/01 리들 로즈하트 드림, 손난로 “아이렌, 괜찮니?”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림과 에듀스를 먼저 교실로 보낸 후 빌릴 책이 있어 도
* 23년도 드림 크리스마스 합작 제출작 : https://2023christmas.creatorlink.net/ 크리스마스이브 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하츠라뷸 기숙사의 담화실에는 내일을 기대하는 이들의 들뜬 목소리들이 넘쳐흘렀다. “저기, 들었어? 내일은 날씨 좋다더라.” “응. 너무 춥지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야. 눈 오면 따뜻하고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29회 주제: 메리 크리스마스] * 이벤트 '스테이지 인 플레이 풀 랜드'보다 과거 시간대 이야기. “음?” 화려한 놀이기구와 장식이 가득한 플레이 풀 랜드의 뒤편. 관계자들이 머무르는 허름한 휴게실 구석.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선물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저번 방문객 중 누군가가 흘리고 간
* 100원 유료결제의 이유 : 부도덕한 이야기인 거 같아서 포타에 100원 걸고 올린 거라 여기서도... 네. 별건 아니고, 데스트루도(타나토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디선가 맹금류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창공을 찌르는 듯한 깊은 울음소리. 학교 뒤 숲을 빠져나가던 제이드는 그 소리에 이끌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햇살이 너무 눈에 부셔서일
* 추천 BGM : Tricky - Hell Is 'Round The Corner * 낙사 연상 묘사 주의. 당신은 나의 암막커튼. 눈부신 세상을 덮어버리고, 내가 사랑하는 어둠을 선물해주는 유일한 존재. 당신의 앞에서는 어둠을 사랑하는 내 자신의 취향이 정당해지고, 눈부심을 외면하는 것이 정의로워진다. 아마도 나의 형제도 당신의 이런 면을 사랑하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rRgTMs_bGuI “아기새우야, 이거 쿠키 맞아?” “예?” 낡은 기숙사에 놀러 온 플로이드를 위해 마실 걸 가져온 아이렌은 그 질문에 얼굴이 새하얗게 변
* 트친이랑 1년 장기 프로젝트(https://1yearcollabo2.creatorlink.net) 하는데 써서 냈습니다. “아이렌, 나 좀 안아줄래?” 이그니하이드 소속 급우의 그 질문은 분명 아이렌을 향한 것이었지만, 멈춰 선 것은 한 명이 아니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눈을 깜빡이는 듀스, 황당해하는 에이스, 그리고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