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결과(結果)

리들 로즈하트, 실버 드림

* https://glph.to/qhaiof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리들은 새롭고 기발한 것보다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걸 더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아주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나온 게 아닌 이상 굳이 새로운 걸 고르는 것보단 현상 유지를 하는 게 안전하다. 규칙과 전통이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으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모험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리들의 생활은 좋은 말로는 규칙적이고 나쁜 말로는 따분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이 가게는 처음 와보는데.’

 

낡았지만 멋스러운 나무 간판, 가게 안쪽에서부터 풍겨오는 고소한 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손님들의 말소리와 식기끼리 부딪치는 맑은소리까지. 어디서든 접해 볼법한 자극들이, 오늘따라 새롭게만 느껴진다.

학교 밖 브런치 가게. 야외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던 리들은 자신과 함께 방문한 이들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으음, 선배는 뭐가 좋아요?”

“나는 A 세트로 하지. 아이렌 너는?”

“저도 그걸로 할래요. 이게 제일 무난하더라고요.”

 

이미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인지 아이렌과 실버는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살피고 있었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금방 식사를 선택한 두 사람 중. 리들에게 말을 걸어온 건 아이렌이었다.

 

“선배는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아, 으음. 그래. 잠깐 메뉴판 좀 주겠니?”

 

어차피 아주 낯선 음식을 파는 곳도 아니니 메뉴를 선택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 리들은 차분하게 메뉴판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훑어보았다.

음식의 종류는 적지 않았다. 선택이 힘들 정도로 다양하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정도라고 할까. 이미 아는 맛들 사이에서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던 리들은 안전하게 동행들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무엇을 잘하는 가게인지 모르는 이상, 미리 와본 이들이 고른 메뉴를 따라가는 게 안전하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나도 A 세트로 할까.”

“좋아요. 그럼 제가 주문하고 올 테니, 두 분은 기다리고 계세요. 아, 마실 건 어떤 게 좋나요?”

 

그러고 보니, 마실 건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제게만 묻는 걸 보니 실버는 늘 마시는 게 따로 있는 거겠지. 리들은 메뉴판의 음료 부분을 훑어본 후 역시나 무난한 선택지를 골랐다.

 

“나는 홍차로 부탁할게.”

“예, 알겠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메뉴판을 챙겨 든 아이렌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테이블에는 리들과 실버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평소에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친분을 유지했기에 딱히 어색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장 할 말은 없어 입을 다물고 있는 중. 먼저 말문을 튼 건 리들 쪽이었다.

 

“두 사람, 자주 같이 식사하곤 하는 거야?”

 

주변 나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실버는 금방 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주는 아니다. 몇 번 정도 같이 왔을 뿐이야.”

“흠, 그래?”

“이 가게의 커피가 맛있다고 아이렌이 추천해 주었거든. 그래서 같이 몇 번 왔다.”

“……그렇구나.”

 

자신은 웬만하면 식사는 학교 내에서 해결했기에 몰랐는데, 두 사람은 몇 번이나 같이 식사한 건가. 이 가게에 온 건 몇 번뿐이라도, 함께 식사한 기회는 더 있을 수도 있겠지. 이 현자의 섬에 음식점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고 보니 같은 기숙사 후배인 에이스나 듀스도 아이렌과 자주 식사하러 가곤 했는데. 어쩌면, 상대와 친밀한 사람들 중 학교 밖에서 같이 식사해보지 못한 건 자신뿐만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리들 선배랑은 여기 처음 와보네요, 음식이 입에 맞으시면 좋을 텐데.”

 

잡념에 빠진 중, 분위기를 환기한 것은 주문을 마치고 온 아이렌이었다.

단정한 웃는 얼굴로 상대를 맞이해 준 리들은 제 옆의 의자를 직접 빼주었다.

 

“너희들이 자주 올 정도라면 맛있는 가게라는 뜻이겠지. 잘 맞을 거야.”

“그래도 입맛이라는 건 천차만별이니까요. 누군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 누군가는 맛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난 딱히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니 괜찮을 거야.”

 

물론 정크푸드 같은 건 싫어하긴 하지만, 여긴 그런 가게도 아니지 않은가. 애초에 맛없다고 해도 이 자리에서 바로 티를 낼 리도 없긴 하지만. 자신은 맛있는 걸 먹기 위해 두 사람을 따라나선 게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러 온 거니 괜찮다.

미지근한 물로 입을 적신 그는 주변 테이블을 살펴보았다.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2~3명끼리 앉아있는 테이블엔 화기애애한 기운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 평화롭고도 훈훈한 분위기. 단란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식사 자리. 긴장하며 눈치를 볼 이유도 없는 격식 없는 사교의 장. 너무 어수선해서 도리어 귀를 닫게 되는 학교의 식당과는 다른 도란도란한 현장.

딱딱한 자리에 더 익숙한 리들에겐 이런 식사 자리는 익숙하지 않지만, 리들은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낯설긴 해도, 아이렌과 함께이지 않은가. 실버도 옆에 있고. 오히려 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러 가는 자리에 제가 괜히 낀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긴 하지만, 둘 다 흔쾌히 반겨주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같은 메뉴로 주문해서일까. 음식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능숙하게 접시 세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종업원은 음료까지 내려놓은 후 금방 자리를 떠나주었다.

커다란 접시에 담긴 팬케이크와 소시지, 스크램블드에그, 샐러드 등은 모두 직접 조리해서 그런지 신선하고 맛있어 보였다. 함께 나온 따스한 홍차에서도 기분 좋은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리들은 포크를 들고 무엇부터 맛을 볼까 하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스크램블드에그를 입에 넣었다.

 

“어때요?”

 

그의 소감이 궁금한 걸까. 아이렌도 실버도 식기엔 손도 대지 않고 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그 시선에서 따뜻함을 느낀 리들은 입안의 음식물을 꼭꼭 씹어 삼켰다.

 

“응, 맛있네.”

 

이 브런치는 고급 요리처럼 특별히 맛있다거나 특이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아주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그리 확신하는 리들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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