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사랑도 스포츠도 선수를 치는 게 중요하다

쟈밀 바이퍼, 플로이드 리치, 에이스 트라폴라 드림

“그런데, 아기새우는 자유투도 못 하는 거야?”

 

플로이드가 던진 의문에는 조금의 악의도 없었다. 마치 오늘 아침 식사 메뉴를 묻는 것 같은, 순수한 호기심. 가벼운 잡담. 딱 그 정도의 질문이었지.

하지만, 저 물음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분명 제가 끔찍한 몸치라 그런 게 아닐까. 왜, 도둑이 제 발 저린다 하지 않던가. 찔릴 게 없다면 흘려들을 수 있는 말도, 돌아볼 점이 있으면 괜히 마음 상하는 법이지 않나.

그래서 아이렌은 그의 말을 정확하게 들었음에도 괜히 못 들은 척 반문했다.

 

“예?”

“아니. 가만히 서 있다가 슛 넣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싶어서. 아무리 운동신경이 없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

 

이래서 가진 사람은 없는 이의 고통을 모른다는 거다. 아마 인어 중에서도 가장 빗자루를 잘 타고 파쿠르가 취미인 플로이드에겐, 서서 슛을 넣는 건 제 옷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보다 쉬운 일이겠지 않겠나.

 

‘차라리 다른 사람이 물어봤다면 놀리지 말라고 한마디 했을 텐데.’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농구부 연습을 구경하러 왔을 뿐이고, 매니저들 할 일도 줄여줄 겸 친한 이들에게 마실 걸 나눠주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뼈를 맞아 내상을 입다니. 관계자도 아니면서 자꾸 놀러온 바람에 한 방 먹은 걸까.

아이렌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옛날에 원래 세계에서 학교 다닐 때 해본 적은 있는데, 과연 성공할지는…….”

 

물론 해본 적이 있다는 거지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옆에서 드리블을 연습하던 에이스는 이야기를 엿듣다 슬쩍 다가와 아이렌을 부추겼다.

 

“오, 그럼 지금 한번 해봐!”

“하지만 부원들이 연습 중인데? 그래도 돼?”

“에이, 공 하나 던지는 걸로 뭐라고 안 해. 다른 매니저들도 가끔 자유투 넣어보고 하는걸?”

“그래?”

 

하긴, 팀 연습을 하는 중이면 모를까. 지금은 자율 연습 중이니 제 행동이 특별히 분위기를 흐리진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고 신경 쓰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자의식 과잉이겠지.

어차피 성공할 거 같진 않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던져봐도 손해는 아니겠지. 도전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나.

결국 어영부영 공을 받아든 아이렌은 바닥의 선에 맞춰 선 후, 힘차게 농구공을 던져올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른 공은 골대 근처까진 무사히 갔지만, 아슬아슬하게 림을 맞고 떨어졌다.

 

“아, 아깝네~ 그래도 잘하잖아?”

“하하. 아기새우는 역시 운동신경이 없구나?”

 

에이스는 그래도 아깝다곤 말해주는데, 플로이드의 평가는 가차 없었다.

아. 충분히 예상한 결과인데도 어째 속이 쓰리다.

보기와 달리 승부욕이 강한 아이렌은 저 말들을 그냥 흘려들을 순 없었다.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못한다는 소릴 듣고 괜찮을 정도로 성격이 좋진 않았으니까. 될 때까지 하는 끈기와 굳은 의지. 지기 싫어하는 투지. 그 모든 것이 있기에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 수월하게 적응한 아이렌이니, 오죽하겠나.

 

“한 번 더 해볼게요.”

 

결국 자발적으로 재도전에 나선 아이렌은 공을 주워 와 다시 슛을 던졌다.

퉁. 데구르르. 이번엔 림 위에 안착해 고리를 따라 빙빙 따라 돌던 공이 바깥으로 떨어졌다.

 

“이크. 이번엔 진짜 아쉬웠다!”

 

그 아슬아슬한 실패에 가장 아쉬워하는 건 에이스였다. 오히려 아이렌은 입을 삐죽 내밀고 공을 도로 주워올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반쯤 떠밀려 해본 도전이지만, 이젠 성공할 때까지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걸까. 그 이후로도 아이렌을 몇 번이고 묵묵히 공을 던졌다. 하지만 운동을 싫어하고 잘하지도 못하는 아이렌이 갑자기 혼자 연습한다고 해서 공이 골대에 들어갈 일은 없었다.

아깝게, 혹은 허무하게 계속되는 실패에 아이렌도 슬슬 지칠 즈음. 옆에서 진전없는 도전을 구경하던 플로이드가 옆으로 다가갔다.

 

“헤에. 이게 그렇게 힘든가? 봐, 아기새우야.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휙. 플로이드가 제대로 자세를 잡지도 않고 던진 공은 가뿐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쇠붙이가 자석에 끌려가듯 부드럽게 들어간 골은 너무나도 깔끔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훌륭한 슛을 본다고 해서 자신이 그걸 흉내 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다 따라 할 수 있다면, 자신은 만능이 되지 않았겠나. 차라리 머리로 하는 일이거나 손재주가 필요한 일이면 비슷하게 따라 해볼 수 있었겠지만, 역시 체육은 무리였다.

 

“아이렌, 아니면 이렇게 해봐!”

 

플로이드의 성의 없는 시범을 바라보는 아이렌의 눈빛 속 체념을 읽어낸 건지, 에이스는 제대로 된 포즈를 취하고 공을 던졌다. 높게 날아간 에이스의 공은 백보드에 맞은 후에 림 안으로 들어갔다. 보기에 깔끔한 슛은 아닐지 몰라도, 궤도를 잘 계산한 슛이었다.

정공법 대신 편법이라. 그야말로 에이스다운 방법이다. 아쉬운 건, 이것도 제가 따라하기는 힘들 거 같다는 거지.

 

“아이렌.”

 

그저 공을 들고만 있을 뿐, 쉽게 다음 슛을 시도하지 못하던 그때.

저 멀리서 따로 연습하고 있던 쟈밀이 성큼 다가와 아이렌의 뒤에 섰다.

 

“쟈밀 선배?”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손목에 힘을 빼고…….”

 

등 뒤로 완전히 밀착하여 세세하게 자세를 잡아 준 쟈밀은 할 일을 마치고 뒤로 물러섰다.

귓가에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닿는 쟈밀 때문에 놀랐지만 그건 잠깐일 뿐. 모처럼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은 아이렌은 자신감이 생긴 건지, 그가 지도해 준 대로 몸에 힘을 빼고 공을 던졌다.

 

“와!”

 

쟈밀의 가르침은 훌륭했다. 드디어 림 안에 공을 넣은 아이렌은 어린아이처럼 감탄하며 고개를 돌렸다. 활짝 웃는 아이렌을 보고 뿌듯해진 쟈밀은 격려하듯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잘했어. 하니까 되네.”

“고마워요, 선배! 역시 선배는 좋은 선생님이네요.”

“뭐, 누굴 가르치는 건 익숙하니까.”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머릿속을 스쳐 가는 카림의 얼굴을 애써 지운 아이렌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후, 제가 던진 공을 정리한 아이렌은 상황을 파악한 바르가스가 한마디 하기 전 코트를 떠났다. 일단 성공했으니, 농구부 선수도 아닌 제가 더 자유투를 던질 이유는 없다. 그리 판단해서였다.

그러나 플로이드는 모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아이렌이 훌쩍 떠나는 게 싫은 모양이다. 벤치로 돌아가는 아이렌을 바라보며 상대가 가져다줬던 음료만 홀짝이던 그는 방해꾼을 향해 눈알을 굴렸다.

에이스가 끼어들었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솔직히, 옆에서 몇 마디 한다고 크게 거슬리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쟈밀은 어떤가? 스스럼없이 아이렌을 만지는가 하면, 슛을 성공시켜 코트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나.

역시 이 녀석은 열받는다. 방해꾼을 가만둘 생각이 없는 플로이드는 빈 페트병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 쟈밀에게 다가갔다.

 

“바다뱀 군, 나랑 1대 1 할래?”

“사양하지. 난 패스 연습하러 갈 거거든.”

“뭐야? 도망가는 거?”

“네 마음대로 생각하던가.”

 

지금은 차라리 비겁하다느니 겁쟁이라느니 하는 말을 듣는 게 낫다. 심기가 불편해 표정부터 심상치 않은 플로이드를 상대하느니, 안전을 챙기는 게 현명한 일 아니겠나.

예리한 감으로 위험을 감지한 쟈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원래 연습하던 곳으로 가버렸다.

‘와, 기회주의자다!’ ‘열받네, 이거?’ 등 뒤에서 에이스와 플로이드의 노골적인 비난이 들려왔지만, 그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 어차피 승자는 자신이니, 저런 도발에 반응할 이유가 뭐 있나.

슛에 성공한 후 자신을 바라보던 아이렌의 얼굴을 몇 번이고 기억 속에 꺼내 곱씹은 쟈밀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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