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기새우는 자유투도 못 하는 거야?” 플로이드가 던진 의문에는 조금의 악의도 없었다. 마치 오늘 아침 식사 메뉴를 묻는 것 같은, 순수한 호기심. 가벼운 잡담. 딱 그 정도의 질문이었지. 하지만, 저 물음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분명 제가 끔찍한 몸치라 그런 게 아닐까. 왜, 도둑이 제 발 저린다 하지 않던가. 찔릴 게 없다면 흘려들
* 24년도 쟈밀 생일 기념 연성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건 어째서 그리도 즐거운 것인가. 놀라는 걸 좋아하는 이는 극히 드문데 놀라게 하려는 이는 이리도 많은 걸 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악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쟈밀은 오늘 하루 받은 축하를 곱씹어보며 한숨 쉬었다. ‘챙겨주는 건 고맙지만, 정신이 없군.’ 몰래 숨어있다가 튀어나와서 폭
* ‘아리아브 나리야’ 이벤트 스토리 스포일러 있습니다. * 스토리 내에서 묘사되지 않은 부분은 개인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03. 비단의 거리에 도착한 후.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그림의 난동에 휩쓸리기도 하고 아짐가의 공원을 구경하기도 한 아이렌은 몸이 피로한 와중에도 마음이 한껏 들떠 있었다. 낯선 이국을 여행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
* ‘아리아브 나리야’ 이벤트 스토리 스포일러 있습니다. * 스토리 내에서 묘사되지 않은 부분은 개인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01. 아이렌은 운명을 열렬히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부정하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는 분명 우연도 존재하고 필연도 존재한다. 그러니 그 안에서는 운명이라고 할 만한 일도 존재하지 않겠나. 하지만 오늘의
모든 물건은 기본적으로 외형의 그럴싸함과 유용함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법이었다. 보기엔 그럴싸해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실속이라곤 없는 물건이 있나 하면, 보기엔 투박하고 유행과 멀어 보여도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해서 망가질 때까지 버릴 수 없는 물건도 있었지. 전자는 장식품은 되어도 실생활 속 일부분은 될 수 없고, 후자는 현실에 그 가치를 증명하며 계
아이렌은 본질이 이방인이자 손님이었다.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 머무는 곳은 있지만 뿌리내리는 곳은 없는 나그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든 제 집으로 삼을 수 있으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래서였을까. 아이렌은 특유의 낯가림에도 불구하고 자주 다른 기숙사에 발을 들이곤 했다. 제게 호의적인 이의 손을 잡고 일곱 개의 기숙사를 드나드
작년(시즌9)에 쓴 쟈밀렌에서 3살이었던 자히로는 어느새 12살이 되고 여동생도 생겼습니다. 아이렌이랑 쟈밀을 너무 젊게 그린 건가 싶었는데… 둘이 사고친게 20살/21살일 때니까 자히로 12살일 때면 둘이 32살/33살이더라고요. 젊게 그린게 아니라 젊은게 맞아서 그냥 그렸습니다.
* 드림 사군자 합작 제출작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가격을 흥정하는 상인들의 언성과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들의 감탄사. 그리고 바쁘게 굴러가는 수레바퀴의 덜컹거리는 소리까지.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연 열사의 나라 최대 규모의 꽃 시장은 오늘도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음! 역시 꽃 시장은 언제 와도 북적거리고 좋네!” 사람들이 뿜어내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54회 주제: 기록] “저기, 이 다이어리 주인?”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느라 조용한 스카라비아의 담화실 안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갑자기 손바닥 하나 정도의 수첩을 들어 보이는 어느 2학년생의 저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일제히 발화자의 손에 든 수첩으로 시선을 돌린 기숙사생들은 무슨 먹잇감이라도 찾은 사람들처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8회 주제: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것] 평소 아이렌은 수다스럽다기보다는 과묵한 편이었다. 말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먼저 입을 열기보다는 남이 말을 꺼내야 자신도 입을 여는 편이라고 할까. 조금 친해지면 먼저 말을 거는 일도 자주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본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상대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타인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5회 주제: 꽃샘추위] “너, 여기서 뭐 하고 있냐?” 어느 한가한 휴일 오후. 기숙사 일과는 관계없는 카림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쟈밀은 담화실에서 수상한 이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모여서 간식을 먹고 있는 1학년 학생들 사이. 마치 자신도 이 기숙사의 학생인 듯 자연스럽게 섞여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2회 주제: 잠들기 전에] 팔랑팔랑. 일정한 간격으로 페이지를 넘기던 오른손이 우뚝 멈춘다. 폐점 시간이 가까워진 모스트로 라운지의 구석 테이블. 왼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하품한 아이렌은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기 위해 제 얼굴 여기저기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피곤해.’ 요 며칠 제대로 못 자긴 했지만
“선배, 어때요? 괜찮아요?” 쟈밀은 입안에 퍼지는 부드러운 단맛에 따뜻한 한숨을 내뱉었다. 원래 어느 정도 손재주가 있기 때문인지, 아이렌이 만든 에그노그는 제법 맛이 괜찮았다. 이 정도면 카페에서 파는 것보단 못할지 몰라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몇 번 입맛을 다신 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맛있네.” “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특유의 기척이 있다. 알기 쉬운 용어로 말하자면 ‘존재감’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건 무생물에도 적용되는 말이지 않은가. ‘인기척’이라는 고상한 말도 존재하지만, 그건 일부러 드러내는 쪽에 가까우니 완벽한 표현이라곤 할 수 없었다. 쟈밀이 생각하는 생물 특유의 기척은 그것보다는 좀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였으니까. 아무리 숨
“아이렌, 무슨 일 있어?” 농구부 활동이 막 끝난 체육관 앞. 밖에서 기다리는 아이렌을 위해 후다닥 씻고 나온 에이스는 제가 나온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상대에게 물었다.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동아리 활동이 끝난 걸 알게 된 아이렌은 눈짓으로 에이스를 반긴 후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