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드림] 꿈 속, 그리고 꿈에서 깬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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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바다에서 A는 눈을 떴다. 별 위이자 별 아래인 세상, 에테르계이자 아이테리스를 관망할 수 있는 우주의 어드메, 간편한 용어로는 꿈 속에서 A가 감각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질투 뿐이었다. 더하자면 분노, 회의감, 환멸, 울분, 처량함 정도.

 

아는 게 힘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 A는 이 논제의 답을 알고 있었다. 이 세상은 모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좋다. 지식을 거머쥔 인간은 교활함에 거리낌이 없어지고, 힘을 거머쥔 인간은 난폭함에 거리낌이 없어지며, 부를 거머쥔 인간은 그를 불리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A는 자신의 아둔함에 만족했으며, 자기 대신 주변의 일들을 헤아리고 바삐 움직여주는 동료들에게 감사했고, 별의 검으로 사는 생을 싫어하지 않았다. 이 별은 그야말로 자신이 추구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안성맞춤인 세계였다. 뭇 사람들의 환상처럼 별을 사랑하는 영웅이진 않았으나 그는 여느 사람들 만큼이나 이 별의 존속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그렇기에 그는 제노스를 용서할 수 없었고, 그의 불행과 지루함을 염원했다. 지옥조차 사치스러운 놈, 별의 생명을 좀먹는 쥐새끼 같은 녀석. A는 그를 저주했으며 그의 시간이 후련함이라는 완벽으로 끝나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네가 고통스러웠으면 해, 네가 고통스러웠으면 해, 네가 고통스러웠으면 해……. 그와 본질적으로 다르지도 않으면서 그가 알게 된 참담함을 제노스는 모른다는 사실을 A는 납득할 수 없었고, 그걸 방치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무릇 지식을 거머쥔 인간은 교활함에 거리낌이 없어지고, 힘을 거머쥔 인간은 난폭함에 거리낌이 없어지며, 부를 거머쥔 인간은 그를 불리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는 법. A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파헤쳐 제노스가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질 방법을 찾았으며, 자신의 힘으로 제노스가 그리하게끔 강제했고,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의도대로 이뤄진 녀석의 상태가 끝도 없이 몸을 불리게끔 자신이 가진 것들을 망설임 없이 투자했다.

 

제노스 갈부스를 생이라는 사슬에 묶어놓을 것이다. 영원토록 그 안에 포박할 것이다. 영원토록, 영원토록.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A가 생애 처음으로 갖는 불길처럼 강렬한 욕망이었다.

별의 존속보다도, 생명의 무수한 이어짐보다도, 이 남자 하나의 절망을 간절하게 원했다. 영원에 닿을 때까지.

 

 

….

 

 

“오늘은 또 어디를 가지?”

“무슨 상관이지? 나한테 권한이라도 있는 양 말하는 태도, 전에도 지적했을 텐데.”

“지난번 야만족 무리의 냄새를 묻혀 온 도구를 다시 챙기는군. 그들을 계속 도울 셈인가.”

“아직도 그런 저열한 단어를 쓰나? 아르카소다라족이란 이름이 외우기 어려운가 봐.”

“그런 하잘 것 없는 일로 네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걸 너도 익히 알텐데 말이다.”

 

도무지 맞물리지 않는 대화에 A는 입술을 짓씹었다. 아르카소다라족을 지원하는 일에 쓰이는 물품들을 챙기던 손에 세차게 힘이 들어갔지만, 그는 이걸 제노스의 면전에 던져버리는 성정의 인물이 아니었다. 평정심은 금방 돌아왔고, A의 손을 빤히 응시하던 제노스 또한 기색을 읽고 금세 지루한 낯을 띠었다.

 

“얼마든지 다녀오너라.”

 

그를 무시하고 텔레포를 준비하는 A를 향해 제노스가 이어 말했다.

 

“다시 너와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네가 그러하듯이.”

 

다시금, A는 대답하지 않았다. 실재하는 에테르계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을 뿐이었다. 질투라는 이름의 욕망에 잠기는 것은 꿈 속이면 충분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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