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드림 단편 모음집

기대감

에이스 트라폴라&듀스 스페이드 드림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0회 주제: 기대감] 

 

툭. 벽에 부딪혀 떨어지는 코르크 탄환이 바닥을 구른다.

현자의 섬 시내에 있는 오락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경품 사격장 안. 가게 주인에게 받은 스프링식 공기총으로 인형을 겨누었던 에이스는 멀쩡히 서 있는 표적을 보곤 소리 내 탄식했다.

 

“아! 아깝다!”

“뭐가 아까운 거냣? 저만큼이나 빗나갔는데?”

“무슨 소리야? 겨우 1cm 차이라고.”

 

그림의 지적에 진지하게 반발하는 에이스는 이미 허공을 갈라서 자로 잴 수도 없는 궤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을 시선으로 따라간 듀스는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리 그래도 1cm보다는 커 보이는데.”

“하? 듀스, 말 다했냐? 그러는 너도 실패해 놓고!”

“난 너보다는 더 가깝게 쐈을걸?”

“아니거든? 증거가 없다고 무작정 우기는 거냐?”

 

언제나처럼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은 이제 경품은 어찌 되든 상관없어 보였다.

그림은 휴일에 놀러 나왔음에도 평소와 똑같은 에이스와 듀스를 보곤 한숨을 푹 쉬더니,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렌에게 물었다.

 

“어이, 꼬붕. 넌 안 하냐?”

“나?”

“그래. 애초에, 네가 먼저 이걸 하자고 말 꺼낸 거잖냐!”

 

제가 그랬던가?

혹시 ‘와, 저거 재미있겠다’라고 운을 띄운 것도 참여를 부추긴 거라면 그런 게 되겠지만, 제가 꼭 하자고 한 기억은 없는데.

아이렌은 그 말에 반박할까 하다가, 새 총을 준비해 주는 주인을 보곤 말을 바꾸었다.

 

“그러게. 해 볼까.”

 

어차피 한 번 참여하는 데 비싼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건 경품을 획득하는 것보다 재미있게 놀기 위해 해 보는 거니 상관없겠지. 가벼운 마음으로 돈을 지불하고 공기총을 받아든 아이렌은 장전된 세 발의 코르크 탄을 작은 양 인형을 향해 겨누었다.

탕. 탕. 탕. 큰 망설임 없이 쏘아진 세 발의 탄환은 인형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갈 뿐, 표적을 맞히진 못했다.

 

“아!”

 

탄성을 지르는 에이스와 듀스는 마치 제 일처럼 아쉬워한다. 묘하게 화음을 이루는 목소리에 피식 웃어버린 아이렌은 어깨를 으쓱이며 총을 내려놓았다.

 

“이런. 역시 내게 몸으로 하는 건 무리라니까.”

 

그다지 유감스러워하지 않는 아이렌은 한 번 더 도전하는 대신 가방을 챙겨 들었다. ‘하하.’ 사격장의 주인은 시끌벅적한 학생들의 모습이 귀여운지 소리 내어 웃더니, 과자를 꺼내 세 사람에게 한 개씩 주었다.

 

“자, 여기 참가상 줄 테니 챙겨가거라!”

“으으.”

“감사합니다…….”

 

에이스와 듀스는 아쉬워하며 참가상을 챙기지만, 아이렌은 오히려 이런 거라도 받은 게 다행이라 생각하는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과자의 포장지를 벗겨냈다.

그렇게 빈손으로 자리를 떠나는 중. 에듀스 콤비와 아이렌의 표정을 번갈아 보던 그림이 결국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꼬붕은 아쉽지 않냐?”

“뭐가? 상품 못 탄 거?”

“그래. 거기 있는 인형들, 귀엽다고 했잖냣.”

“으음.”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의 과자를 잘게 쪼개어 오물거리는 아이렌은 별거 아니라는 듯 평온한 어투로 답했다.

 

“나는 몸을 쓰는 건 잘하지 못하니까, 특별히 기대 안 했어.”

“흐음, 하지만 이런 건 운동능력이 전부가 아니라 운도 따르는 법 아냐?”

“그건 그렇지만…….”

 

듀스의 일리 있는 지적에 입을 삐죽인 아이렌은 허탈하게 웃었다.

 

“기대감을 품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거든. 기대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일이 없지. 그러니 딱히 기대하지 않았어. 되면 좋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뭐.”

 

그렇게 말한 후 남은 과자를 입에 털어 넣은 그는 빈 포장지를 잘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마치 80살은 된 영감님 같은 대답에 할 말을 잃은 두 소년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딱히 인형이 가지고 싶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기대를 안 했기에 아쉽지 않다는 건 인형 자체는 탐이 났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애초에 아이렌이 사격장에 관심을 보인 것도, 분명 공기총을 쏘는 것보다는 진열된 인형에 눈이 가서였을 텐데.

눈치 빠른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 우뚝 멈춰 섰다.

 

“어이 듀스, 잔돈 있냐.”

“있어.”

“얼마나? 나는 5판은 할 수 있어.”

“나는 4판 정도.”

“그거면 충분하지.”

 

고작 인형. 사격장 경품으로 나올 정도로 흔하고 값싼 인형인데, 저렇게 쉽게 체념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아이렌이 평소 뭐든 사양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이유를 알아버린 두 사람은 앞서 나가는 아이렌의 양팔을 한 명씩 잡더니, 왔던 길로 발길을 돌렸다.

 

“아이렌, 가자!”

“어? 잠깐, 어딜?”

“아까 그 사격장! 우리가 뭐라도 맞춰줄게!”

“뭐?”

 

‘갑자기 왜?’ 그렇게 말하는 제비꽃색 눈동자가 저도 모르게 그림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두 소년처럼 눈치가 빠르지 않고 아이렌처럼 예민하지도 않은 그림이 그 이유를 알 리는 만무했기에, 그는 고개만 도리도리 저으며 세 사람을 따라갈 뿐이었다.

 

“아니, 딱히 무리할 필요는…….”

“무리하는 거 아냐. 이번에는 정말 맞출 수 있다고.”

“맞아. 4번 중 한 번은 맞겠지!”

“4번? 잠깐, 에이스! 너 은근슬쩍 나는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냐. 지금?”

 

이게 몇 번째인지도 모를 언쟁이 또 시작되었지만, 두 사람은 착실히 아이렌의 손을 붙잡고 사격장으로 향한다.

그 의문의 단합심에 할 말을 잃은 아이렌은 얌전히 그 손길에 끌려가다가, 결국 말리는 걸 포기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하여간 좋은 녀석들이라니까.’ 그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건 모든 걸 구경하고 있는 그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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