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백스토리 (라스)

가내 타브의 프로필과 과거사

아무도 나를 휘두를 수 없어. 부서져 죽는다 해도 나 자신으로 남을 거다.

프로필

  • 이름 : 라스

  • 종족 : 인간

  • 성별 : 남성

  • 성향 : 혼돈 선 (개인의 자유 의지 중시)

  • 성격 : 느긋함, 심지가 굳음, 머리 쓰기를 싫어함

  • 좋아하는 것 :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는 것

배경

[발더인] [방랑자] [인간] [파이터]

라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 의지입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발로 걷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 말이죠.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라스는 타인의 의지를 무시하고 강제로 부리는 사람들을 증오합니다. 노예 상인이라거나,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거나요. 그런 만큼 동료들 중에서도 특히 아스타리온과 섀도하트, 칼라크에게 마음이 많이 쓰였을 거예요. 하지만 자유 의지나 실존의 이유 같은 것을 깊이 고찰할 성격은 되지 못합니다. 엄청나게 단순한 편이거든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매끄럽게 정돈된 말로 엮어내지도 못합니다. 누구 앞에서든 그냥 솔직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단순한 말들을 뱉어낼 뿐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라스의 그런 면이 더 깊게 다가올지도 몰라요.

성격

얼핏 보면 무뚝뚝하고 매사에 무감각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이런저런 감정을 다 느끼고는 있지만 제대로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것 뿐이죠. 라스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배워야 하는 시기에 자신을 위해 사는 법 대신 도구로서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법만을 배웠습니다. 아무도 '칼'에게 사람의 살을 베고 호흡을 빼앗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고, 돌담을 뚫고 싹을 틔운 풀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정은 또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다리가 저리다는 느낌을 '다리가 저리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 언제인가요? 그 낯설고 이상한 감각을 표현할 말을 알게 된 것이 언제인가요? 감각이 그렇듯 감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감정은 이름붙일 말을 찾기 전까지는 표현할 길이 없는 법이죠. 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 무섭다, 즐겁다… 라스는 그런 단순한 감정까지는 연결해낼 수 있지만 복합적이고 섬세한 감정을 느끼면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속으로 삼키는 일이 많았을 거예요. 

그의 내면 어딘가는 오래 전에 멈춰 버린 채 거의 자라지 못했습니다. 떠돌아다니며 보낸 십수 년 동안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 적도 없으니 그를 붙잡고 가르쳐 줄 사람 같은 건 아무도 없었겠지요. 게다가 무엇보다도 생존이 먼저였으니 덜 자란 부분은 그렇게 덜 자란 채로 두고 살아왔습니다. 그대로 살아도 괜찮은 줄 알았고, 실제로도 괜찮았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사는 것도 삶의 형태 중 하나. 표현할 말 좀 몰라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다만, 곁을 지키며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게 되겠죠. 그 동안 삼키고 밀어내고 미뤄 왔던 감정을 똑바로 바라봐야 할 때가 왔습니다. 가슴 속을 간지럽히는 이 알 수 없는 느낌을 정의할 말들을, 분명 찾을 수 있게 될 거예요.

백스토리

라스는 발더스 게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유복한 집안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가족들이 있었으니 그걸로 충분했죠. 하지만 페이 룬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 자체가 도전입니다. 라스는 어릴 때 사고로 가족들을 모두 잃고 어느 귀족 가문에 거두어져 자랐습니다. 물론 양자 같은 건 아니고… 일종의 '사병'으로서요. 적어도, 라스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뭐, 명목 상으로는 사병이었겠지만, 실제 쓰임새는 전혀 달랐습니다. 오갈 데 없는 아이를 주워다 더러운 일에 쓰다가 범죄가 들통났을 때는 누명을 뒤집어씌워서 치워 버리는 거였죠. 문제는 라스에게 재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라스는 경쟁 가문을 해코지하거나, 중요한 물건을 빼돌리거나, 방해되는 사람을 제거하는 일들을 훌륭하게 수행해 냈습니다. 한 번이라도 실패했다면 그대로 죄를 덮어쓰고 죽었을 테지만 솜씨가 좋고 일 처리를 확실하게 한 덕분에 제법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이례적인 일이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라스는 자기가 받는 훈련이나 임무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거둬 준 가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웠고, 가문의 명령은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왔지만 생각할수록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 양심을 찔러왔으니까요. 더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저 더 이상 이런 명령을 받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지요.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라스는 어떤 가족을, 아주 평범한 일가를 처리하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죽어도 싼 놈들이니 이유를 궁금해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여서요. 그러나 야심한 밤, 그들을 몰살할 목적으로 집 안에 침입했던 라스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침대에 누나와 함께 잠들어 있던 어린 아이가 어쩐지 오래 전의 자신을 많이 닮아 있었거든요. 라스는 차마 아이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아이의 가족도 죽일 수 없었습니다. 자꾸만 가족을 잃었던 날이 떠올라서 아이가 자신과 같은 처지로 굴러떨어지게 둘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라스는 빈 손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주인에게 명령을 수행할 수가 없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다른 부대로 배치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반응은 싸늘했지요. 그는 라스를 비웃으며 너는 내가 휘두르면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명령받은 대로 휘둘러지면 그만인 칼이라고, 어딜 감히 칼이 주인의 의지를 거스르냐며 호통쳤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라스의 내면에서는 오래도록 지켜 왔던 무언가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충성심일 수도 있고, 인내심일 수도 있고, 어쩌면 억눌러 왔던 자존심일지도 모르죠. 알 수 없는 불쾌한 감정… 그간 느껴 왔던 위화감과 죄책감, 모멸감이 거세게 터져나와 라스를 휘감았습니다. 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옳지 않은 일이야. 이래서는 안 돼. 여태껏 명령이라는 방패에 숨어 편리하게 고개를 돌려 왔지만 라스 역시 사람답게 살고 싶었으니까요.

나는 칼이 아니야. 나는 사람이야. 분노와 설움이 북받쳐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의지를 가지고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더러운 짓을 하고 싶지 않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란 말이야! 눈물에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기를 먼저 꺼내든 것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주인의 서재에 찾아갈 때 단검을 가져갔는지 아닌지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라스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단 하나, 그 날 죽은 사람은 네 명이 아니라 한 명이었다는 것뿐입니다. 

사건 현장을 위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늘 하던 일이었으니까요. 그저 배웠던 대로 했고, 받았던 것을 돌려주었을 뿐입니다. 발더스 게이트라는 냉혹한 도시가 라스에게 가르친 게 바로 그런 것 아니었던가요?

증거가 남도록 두지는 않았다지만 라스는 이대로 도시에 남았다가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그 길로 발더스 게이트를 떠났습니다. 이제 자유로워졌으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우선 도시를 벗어나서 세상을 둘러보고 싶었고, 넓은 세상 속에서 자신이 마음 둘 곳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향을 떠나온 뒤로 라스는 그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살아왔습니다. 가끔은 아무 대가도 없이 부탁을 들어 주기도 했고, 돈을 받고 용병으로 뛰기도 했고, 때로는 다른 이의 뒤통수를 치고 튄 적도 있지요. 그렇게 살면서,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의 목록을 한 줄씩 늘려 나가면서 라스는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아가 있고 지성이 있고 사상이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요.

라스는 순수하게 선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며, 무결한 사람도 아닙니다. 라스의 과거는 그의 원죄, 씻어낼 수 없는 핏자국은 결코 지워지지 않겠지요. 하지만 라스는 보편적인 선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타인에게 좆같이 굴지 않는 사람들이 좆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 사람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라스가 좆같은 놈들에게 좆같이 굴어 줄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개자식이 좆되는 걸 구경하는 건 라스의 즐거움 중 하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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