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테르페의 소설

[HL]햇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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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HL 드림 페어 - 『햇살 좋은 날』

Keywords : 첫만남 / 인사 / 약속

에우테르페의 소설 中 여름 타입 글 커미션

ㄷㅇ님 연성 교환 ⓒ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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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햇살 좋은 날

요코하마에 아침 햇살의 자비가 내려앉기 전, 어느 황혼의 시간대. 어둠 속을 걷는 발랄한 분위기의 소녀가 있었다. 걸음걸이마다 새하얀 말리화 향이 진하게 피어났다. 눈가에는 약간의 졸음기가 달려있었다. 그녀는 총총 걷다 저보다 앞서 걸어가는 남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M.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어. 그보다, 정말 포트 마피아에 들어올 생각이 없나?”

“...잊지 마. 난 어디까지나 ‘손님’으로서 그곳에 가는 거니까.”

단호하게 선을 긋는 소녀를 보며 남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런데, 만나게 해 줄 사람이란 게 누구야?”

“세상에 있는 듯 없는 자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붙잡으면 곧 떠날 듯 아스라하면서도 세상에 남은 미련을 찾아 헤매는 남자다.”

“뭐…, 그래.”

“만나보면 알게 될 테지. 아, 저기 있군.”

누군가 거대한 컨테이너에 기대어 서 있었다. A는 흥미 가득한 눈빛으로 검은 인영을 바라보았다. 둘이 다가서자 기대어 있던 등을 떼고 한 남자가 달빛 아래로 걸어 나왔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네게 소개해줄 사람이 있거든.”

“...와아.”

D. 눈앞의 남자를 바라본 A가 그를 올려다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 치곤 조금 무례하다고 여길 수 있는 구석이 있었으나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거리낌도 거룩한 기꺼움으로 만들 수 있는 신비한 분위기의 소녀였기에.

“이상한 사람.”

“......”

그리고 이어지는 말.

“그 붕대, 풀어봐도 돼?”

“...안 돼.”

첫 마디가 그거였다. 그 말에 A는 배시시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다음에 풀어볼게.”

“아니, 그러니까 안 된다고...”

“─D 군. 여기는 A. ....사업가의 자제분이시고 우리가 가끔 신세를 지는 아가씨라네. A, 이쪽은 D라는 남자인데...”

“D?”

A가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남자를 가까이서 올려다봤다. 그 초롱초롱한 시선을 받아내며 D는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무시했다. A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개하는 M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다시 조잘조잘 말을 했다.

“M 씨.”

“...라서, 서로 안면을 트면 좋을 것 같아... 으, 응?”

“나, D랑 같이 있을게.”

“허어...”

옆에서 M이 탄식 같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D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보는 A를 멀뚱히 내려다봤다. 자신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가 보기에 제일 이상한 건 이 온통 희멀건 소녀였다.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있겠다니. 경계심이 아예 없나?

...어디선가 이름 모를 꽃 내음이 코끝으로 흘러 들어왔다. 차분하고 사랑스러운 향기였다. 늦은 봄의 어떤 순간을 알리는 시작의 향이기도 했다.

*

“이름이 정확히 뭐였지? D 씨.”

“...D.”

“나는 A야.”

“그래. A.”

“D 씨, 붕대 풀어봐도 돼?”

“아니.”

하얀 소녀가 어두운 남자를 졸졸 쫓아다닌다. D는 그녀가 귀찮은 듯 짧게만 대답하고 앞서 걷는 중이었으나 A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그 뒤를 따랐다. 새벽이 물러가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흘끗 그것을 확인한 D는 갑자기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팔랑팔랑 따라오던 A가 갑작스러운 정지에 그의 뒤에 부딪힐 뻔했다.

“앗! 위험. 세이프~”

“세이프~가 아니야. 왜 자꾸 따라오는 건데?”

“응? 아까 말했잖아.”

소녀가 배시시 웃었다. 아까 같이 있겠다고 했으니까 그렇다고 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말은 예상외의 것이라, D는 순간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D 씨가 마음에 들어.”

“뭐...”

“그냥, 왠지 모르게. 편한 느낌이야. 그래서 나는 당신과 같이 있고 싶어.”

“...”

벌어진 입에서 그 단어들이 쏟아진 순간, 둘의 머리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며 눈부신 휘광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온통 희멀겋게 가라앉아 있었던 소녀가 오색 빛으로 환하게 물들고 있었다. 맑은 하늘을 닮은 기분 좋은 물빛 눈동자는 빛에 반사되어 밝게 빛났다.

하늘의 은총이 눈앞의 소녀에게로 집중되었다.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려 목울대가 움직였다. 내가 긴장했나? 말도 안 돼. 이건...

“...그러니까.”

“...”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지. D 씨의 의사는 필요 없어.”

“뭐야, 그게. ...완전 제멋대로잖아.”

제멋대로에 이기적이다. 처음 보는 자신을 갑자기 따라다니겠다고 하는 저 변덕은 또 어떻고. 그런데 그것이 싫으면서도 기꺼웠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감정이 제게 공존하고 있었다.

“내가 질릴 때까지 옆에 있어 줘.”

...누가. 그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내가’라는 건, 너 자신을 말하는 건지 나를 말하는 건지. 하지만 이기적인 너니까, 그건 분명 ‘너’를 말하는 거겠지.

태양이 완전히 하늘로 떠올랐다. 날이 좋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너는 그 청명한 천장 아래에 빛을 휘감은 것마냥 그렇게 서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D는 이 소녀를 감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D 씨.”

“...응.”

“잘 부탁해.”

봄바람이 불었다. 벚꽃잎을 모두 떨어트린 푸른 벚나무가 나뭇가지를 비비며 파도 소리를 만들어냈다. D는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이내 피식 웃었다.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목소리를 먹었다.

“───...”

그 말을 들은 A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정말이지,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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