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계약자에게 사랑을 주세요
아줄 아셴그로토 드림
* 쯔무스테 이벤트 기반
꼬물꼬물. 자그마한 손이 움직일 때마다 메모지 한 장 정도 크기의 황금색 문서에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수놓아진다.
아이렌은 진지한 얼굴로 계약서를 쓰고 있는 아줄의 쯔무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버렸다. 제가 모르는 언어라서 뭐라고 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렇게나 열심히 꼬물거리며 글씨를 쓰고 있는 게 어찌나 기특하고 깜찍해 보이는지.
‘역시 생긴 것뿐만이 아니라 하는 행동도 아줄 선배랑 똑같아서 더욱 귀엽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네.’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는 아이렌이 눈앞의 자그마한 몸체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있을 때. 문서 작성을 마친 아줄의 쯔무가 대뜸 아이렌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응? 뭐야?”
손끝으로 종이 끝을 잡아 몸쪽으로 당기며 묻자, 쯔무는 제가 사용하던 작은 펜을 내밀며 가볍게 제 자리에서 몇 번 뛰어올랐다. 그건 누가 보아도, ‘여기 사인하고 나랑 계약하자’라고 말하는 몸짓이었다.
‘아, 자신은 여기에 뭐라고 쓰여있는지도 모르는데 계약을 해야 하는 건가.’ 아이렌은 황당한 상황에 눈썹을 까딱였지만, 냉정하게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거야, 저 자그마한 한 쌍의 눈동자가 기대감을 품고 사랑스럽게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어떻게 매몰차게 딱 잘라 거절하느냔 말이다. 본디 귀여운 것에 약한 데다가 아줄의 부탁은 웬만하면 들어주고 싶어 하는 아이렌은, 손톱을 세워 성냥개비나 다름없어 보이는 작은 펜을 집었다.
“아이렌 씨, 뭐하십니까?”
“계약요.”
“예?”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을 닮은 쯔무와 아이렌이 놀고 있던 모습을 보던 아줄은 제가 무언가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의심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청력은 정확했다. ‘아, 맙소사.’ 놀라서 성큼 다가온 그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작은 펜으로 쯔무의 계약서에 무언가 쓰려 하는 아이렌을 보곤, 두 손으로 펜을 든 오른쪽 손과 손목을 움켜잡으면서까지 강경하게 상대를 말렸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무슨 내용인지는 알고 사인하시는 겁니까?!”
“아뇨. 그런데 뭐 별거 있겠어요? 선배의 쯔무가 제게 나쁜 짓을 할 것 같지는 않고.”
“저를 믿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건 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자신을 쏙 닮은 저 생명체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생명체라면 더욱 계약을 말려야 한다. 잠깐만 보아도 저 쯔무가 아이렌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게 명확하게 보이는데, 만약 ‘어딜 가도 함께한다.’ 같은 조항을 써놓았기라도 하면 어쩌나!
“아이렌 씨, 이런 건 좀 더 신중하게…….”
그러나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펜을 왼손으로 옮겨 쥔 아이렌이 계약서에 무언가를 그린다. 스슥. 그건 사인이라고 하기엔 참으로 간단한 움직임이었지만, 아줄의 쯔무는 그걸로도 만족하는지 앞발을 들썩이며 웃었다.
‘아뿔싸.’ 설마 왼손을 쓸 줄 몰랐던 아줄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계약서를 보았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계약서에는, 커다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다행스럽게도 계약서에는 수상한 내용은 없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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