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궁금해
아르체미 알체미예비치 핀커 드림
* 전력 드림 60분 신데렐라 [47회 주제: 네가 궁금해]
타박타박. 작고 빠른 발소리가 눈앞을 지나가자 길고 가는 꼬리가 허공에서 물결친다.
‘아, 그 녀석이다.’ 친구들과 섞여 점심을 먹으러 가던 체냐는 상대를 알아보고 두 눈을 빛냈다.
케이프와 클록이 합쳐진 형태의 검은 망토, 같은 색의 플레어 치마. 그리고 망토를 고정하는 브로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갑자기 현자의 섬에 나타난 저 쥐 수인 소녀는, 마법사 양성 여학교 중 가장 오래되었다 전해지는 코벤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학생이라는 것을 말이다.
‘망토 안감 색이 초록색이면, 4학년이던가?’
자신도 다른 학교의 체계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마침 코벤에는 소꿉친구가 한 명 있어서 학년별로 포인트 색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다. 자신과 동갑인, 3학년인 그 친구는 마지막 홀리데이 날 만났을 때 보라색 안감의 망토를 입고 있었지. ‘내년에는 빨간색이라네’라고 말했으니, 저 소녀는 3학년은 아닐 테고. 자그마한 키와 동글동글한 얼굴 때문에 1학년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1학년 망토 색은 파란색 아니던가. 그건 2년 전 친구가 입고 있었으니 기억한다.
애초에 학교에 다녀야 할 학생이 여기 와있다면, 외부 활동을 하는 학년이라는 건데……. 그러면 4학년 아니면 5학년이라는 소리 아닌가? 절대 저 얼굴로 5학년일 리는 없으니, 이래저래 소거하고 나면 4학년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왜 여기 온 걸까?’
현자의 섬은 명문 마법사 양성 학교가 둘이나 있긴 하지만, 그것 외에는 큰 특징이 없는 변두리의 섬이다. 듣자 하니 해류와 마력 흐름에 관한 연구를 하는 연구소가 섬 변두리에 있다고 들은 것 같기는 한데, 거기에 실습하러 온 걸까.
“체냐, 뭐해?”
“너희들, 먼저 가 있을래?”
“뭐? 또 어디 가게?”
“잠깐 볼 일이 생겨서 말이지.”
다리도 짧은데 걸음은 어찌 저렇게 빠를까. 정말로 생쥐 같지 않은가. 뭐, 쥐 수인이니 생쥐 맞긴 하겠지만.
쪼르르 달려가는 소녀의 모습을 목표물을 포착한 고양이처럼 빤히 응시하던 체냐는 제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상대를 쫓아갔다. ‘아, 저 녀석이 또!’ 친구가 외치는 말이 뒤에서 따라붙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뭐 하는 녀석일까나.’
이름은 뭘까. 어째서 여기로 실습을 온 걸까. 왜 항상 바쁘게 뛰어다니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바닥만 보며 다니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다니면서도, 어떻게 한 번을 안 넘어지고 잘만 다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해서 쫓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조금 지켜보기만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투명해진 꼬리가 흔들리는 걸 주체할 수 없는 체냐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목표물의 뒤를 밟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심부름을 나왔을 뿐인 셜린은, 이 섬에서 가장 장난이 심한 존재가 자신을 뒤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 교수가 즐겨 찾는 카페로 들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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