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프릴

[스네이프 드림] 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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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프는 안 나옵니다.
전쟁이 끝났고,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살아남았습니다. 드레이코, 헤르미온느, 드림주는 유급하여 8학년을 다니고 있습니다.


프릴은 마른 침을 삼켰다. 목이 탔다.

어두운 하늘에는 학생들이 쏘아올린 빛이 번져 가고 있었다. 프로테고 맥시마. 피안토 듀리. 레펠로 이니미컴. 금방이라도 부서질듯 너울거리는 한 꺼풀의 장막. 졸업도 못한 학생들이 모여 만든 얊디 얊은 방어벽은 제대로 쓴 스투페파이 한 번에도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 저들에게 수장이 없다는 사실만이 한 줄기 위안이었다. 볼드모트가 있었다면 이깟 어린애 장난같은 마법을 펼칠 시간 따위는 필요 없었을 터다. 이미 위대한 여행을 떠난 후 일 테니까. 장벽 너머를 바라본다. 긴 다리 너머로 새카만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거미 떼같이 몰려 있다. 막이 걷히면, 무대에 올라야 한다. 지팡이를 쥔 손이 가늘게 떨린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프릴은 나즈막히 중얼거린다. 지난번에는 저들과 같은 곳에 서 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편이었다. 저들은 보호 마법이 풀려도 함부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다리가 그대로 사라지는 일을 작년의 전투에서 이미 한 차례 겪어보지 않았나. 어느 멍청이가 그 일을 잊는단 말인가. 시무스 피니간 인생 최대의 예술작을, 누가 잊는단 말인가. 하지만 일단 들어오고 나면? 다리를 지키는 사람은 단 한 명. 수많은 저 자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일 터다. 길고 긴 다리의 끝, 호그와트의 유일한 입구에 프릴은 홀로 서 있었다.

"미쳤어. 혼자서 막겠다니!"

백금발의 청년이 낮게 읊조린다. 검은 머리에 녹색 망토를 두른 동갑내기가 짜증스럽게 답한다.

"그럼 어쩔건데. 죄다 우르르 몰려가서 입구 지키고 서 있어? 차라리 광고를 해. 어서오세요. 저는 에이프릴 슈고요. 얘는 드레이코 말포이에요. 둘 다 슬리데린 8학년생인데, 교수님들이 학교에 없어서 우리끼리 목숨 걸고 지키는 중이랍니다."

"그렇다고 혼자 간다는 건 너무 무모해."

연회장 탁자에 앉은 헤르미온느도 드레이코의 의견에 힘을 보탠다.

"나도 알아. 쟤네도 알 거고. 상식적으로 내가 혼자 나가서 서 있을 리가 없잖아. 뭔가 있나보다 하겠지."

"너한테 일반적인 상식이 없다는 건 저들도 알고 있을 걸."

프릴은 탁자를 짚던 손으로 팔짱을 낀다.

"머글식 결투를 신청하고 싶은 거라면 내일 모레쯤 해 줄래? 지금 좀 바쁘거든, 디키."

"사람 하나 살리겠다고 죽음을 먹는 자가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넌 이미 상식선을 벗어났어."

"교수님도 그랬잖아. 상식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일도 있어. 난 사랑에 눈이 멀었던 거고."

덧붙일 말이 있는 듯 마저 드레이코를 쳐다보던 프릴은 고개를 젓더니 이내 화제를 돌린다.

"아무튼, 실력은 둘째 치고 머릿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 교수님들이 오실 때 까지 최대한 시간 끄는 것 밖에는 못해. 물론 이건 내가 할 거야. 건물 안에 오러가 5억 명은 있는 것 처럼 허세 부리는 데에는 내가 적격일테니까."

동의를 구하려는 듯 주위를 돌아보다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의 갈색 눈동자와 마주친다.

"그리핀도르 친구들아. 나 좀 믿어봐. 이래 봬도 2년동안 볼드모트 옆에서 숨쉬듯 거짓말만 한 경력도 있잖아. 그리고..."

숨을 삼킨다. 좀 더 뻔뻔해야 한다.

"나도 좀 쓸모가 있어 봐야지. 굴러도 전직 죽음을 먹는 자가 구르는 게 낫지, 멀쩡한 친구가 다치는 모습은 별로 보고싶지 않거든."

"그런 거라면 나도 있어."

프릴은 손사래를 친다.

"됐어, 디키. 괜히 너 굴렸다가 나시사한테 바가지로 욕 먹긴 싫어. 나 간다. 하나 뿐인 슬리데린 친구 없어졌다고 울며불며 찾지 말고 밥 잘 챙겨먹어."

"죽으러 가기라도 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위대한 여행이라고 표현해주면 좀 덧나니? 하기야 내가 죽는게 뭐가 위대하겠냐만은. 아무튼 간다. 찾지 마. 이의 제기 안 받아. 교수님들이 빨리 돌아오시기만을 빌고 있으렴."

무작정 지팡이를 들고 연회장을 나섰다. 지금 이 곳에서 프릴은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버텨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조금이라도 더 많이. 정신을 가다듬는 것도 찰나, 저 멀리에서 장막이 걷힌다. 희끄무레한 빛이 사라져 간다. 끝에서부터 서서히. 후우. 숨을 고르고 눈을 감는다. 막을 수 없다면 쓰러뜨린다. 작게 중얼거리곤 지팡이를 꾹 눌러 잡는다. 연극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출처: https://miyeokayeah.tistory.com/44?category=697691 [빛과 어둠 그 너머] 

-티스토리에 썼던 걸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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