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여름, 키라임 파이 프라푸치노

초 여름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왔다.

샬롯의 특제 시크릿 메뉴 레시피 - 키 라임 파이 프라푸치노

*혈계전선 드림 [ 스티븐 X 샤를로트(샬롯) ]

*이전에 프세터에서 적어둔 짧은글


✉ Charlotte: [Charlotte's Special Secret Menu Recipe - Key Lime Pie Frappuccino order resipe: ordering a Cool Lime Refresher made with whole milk. add vanilla syrup in 3 pumps, one and a half pumps of cinnamon dolce syrup, and 3 pumps of white mocha syrup. classic Frappuccino serving style. Top with whipped cream and toasted coconut.] am 9:23.

✉ Steven: [이 장문의 레시피가 단 한가지의 음료라고? ] am 9:35.

✉ Charlotte: [ '샤를로트의 특제 시크릿 메뉴 레시피' 의 지금 불만이라도 표출하는 건가, 라이브라의 부관으로서?! ] am. 9:39.

✉ Steven: [ 지금 시간의 음료라면 커피가 제일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는데. ] am. 9:41.

✉ Charlotte: [ 이제 협력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 걸까? ] am. 9:41.

✉ Steven: [컵 사이즈는? ] am. 9:41.

✉ Charlotte: [ Plz Venti. 😉😘 ] am. 9:41.

"절대 피하고 싶은 손님이군…."


초여름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왔다. 마냥 시원하다고 느낄 수 없는 이 바람이 아직은 찝찝하지는 않았다. 봄이 언제 또 지나가 버렸는가, 어느덧 이 곳에서 온전한 초 여름을 맞이하게 됐을까. 헬사렘즈 롯의 여름은 지난 날의 여름과는 다르다고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뜨겁지 않은 햇볕, 봄의 새싹들이 점차 싱그럽게 계절을 삼켜버리는 것처럼. 반대로 이 도시가 그날의 대붕락과 같이 여름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처럼.

여자는 이 도시의 여름이 싫지 않았다. 딱히 여름이란 계절이 싫었던 적은 없었지만,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그때의 계절이 여름이었더라면 끔찍하게도 싫어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계절은 여름이 아니었다.

그녀의 주거지 멘션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브라이언트 파크' 공원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일과의 시작이었다. 머릿속을 채우는 온갖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시작한 행동이지만, 이제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할 수 밖에 없는 필수적인 행동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불어 공원을 채우는 커다란 나무의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면 잠깐 사이에도 서늘한 느낌이 들어왔다. 눈을 감고 그대로 서늘함을 느끼고 있는 사이, 뺨엔 시릴 듯 차가운 냉기가 스쳐 지나갔다. 이 도시의 빌딩 숲 사이를 채우는 뜨거운 온기를 맞닿으면 얼음은 금방이라도 그 표면에 물기를 만들어낸다. 바로 지금처럼.

"으악-. 차가워...!"

"미스 로즈바인께서 말한 오더 그대로. 그 시크릿 메뉴 덕분에 가게 주문이 제대로 마비됐어. 출근 시간 40번가 처럼 말이지."

"어디 지점 갔는데? 브라이언트 파크 근처 스타벅스가 아니란 말이야?"

"9번가 애비뉴를 들렀다 왔으니 여기 근처 가게가 아니야."

"거긴 아직 생각만 하고 가지도 못했는데...! 기회를 빼앗기다니."

"미스 로즈바인의 시크릿 메뉴로 첫 오더를 받아버리니 당연히 그 가게 파트너에겐 혼란을 줬겠군-."

아쉬워 하는 여자를 뒤로하곤 나타난 남자는 혀를 차며 그녀의 얼굴에 가져다 댄 음료가 가득 담긴 컵을 뺨으로 꾸욱 밀었다. 가져가라는 행동으로 밀어붙여도 누워서 조잘조잘 잘도 떠드는 그녀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 도시에 몇 개 남아있지 않은 내 광활한 사막 속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은 여흥이었는데."

그러시겠지. 남자에게 '미스 로즈바인'이라고 불리는 여자는 인제야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높은 곳에 시선이 있는 그를 응시했다. 아직 서늘함이 남아있는 뺨을 쓱 닦아내자 차가운 물방울이 손바닥에 맺혔다. 그 누구처럼 잘도 붙어 있다니 아니 그 반대인가.

음료가 담긴 컵에 슬리브를 끼워주며 얼굴 가까이 내밀자 그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빨대 앞으로 입을 벌리곤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완벽해. 이제 레시피만 제대로 외워준다면 될 텐데."

"그럼 라인헤르츠 도련님의 특제 시크릿 레시피인 'Apple Pie a la mode'는?"

"그건? 바뀐 지... 아니."

"우와... 지금 배신감을 제대로 느꼈어."

"겨우, 이렇게 배신감을 느껴도 괜찮으려나."

이미 음료가 담긴 컵은 언제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 미스 로즈바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이 남자의 친절함의 기준은 누구든 아마도 남자 자신조차도 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가 말했던 대로 시크릿 메뉴 오더의 주문을 시작으로 그에 비해 아주 간단명료한 남자의 음료는 그 카페에 가장 작은 톨 사이즈의 '브루드 커피'는 그저 커다란 벤티 사이즈의 차가움을 이기지 못해 조금 식어버렸다.

이러한 일의 반복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그녀의 시크릿 레시피는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냈다. 시크릿 메뉴로 주문하는 오더의 즐거움을 이들의 친구이자 동료인 '라인헤르츠'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이 자리에 라인헤르츠가 함께했다면 브루드 커피가 남자의 입안을 채울 땐, 전혀 그 온기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자주 가는 지점이라면 이 둘의 음료 덕분에 커피는 잦은 철야로 늘 자리를 지키는 머그잔에 담겨있는 커피처럼 식지 않았을 것이다. 두 종류의 특제 음료가 나간 마지막에 '브루드 커피'를 제공하는 이 공원 근처의 카페 파트너의 친절함이 지금의 커피를 마실 때, 생각날지도 모른다.

"크라우스는 좋겠다. 특제 시크릿 레시피를 알아주는 연인이 있다니! 나도 사랑이라도 해버릴까?"

그녀의 말을 들으며 미지근해진 커피를 마시던 남자는 커피를 삼켜버림에 문제를 느꼈다. 아주 정직하게 '쿨럭'이라는 소리와 함께 방금 들은 말은 전부 맞는 게, 좋게 봐줘서 몇 가지 정도 맞긴 했다. 되받아치기 위해서 남자는 진정을 하고 다시 차츰 입을 열었다.

"샤를로트, 자네가 말해준 특제 레시피는 맞지만. 우린 사귀지도 않아. 그리고 그 마지막 뒤 말은 말버릇과 다름없군."

"내가 진짜로 연인이라도 데려오면 무슨 반응을 보여주려나. 가족인 척 연기라도? 아니면 나보다 그쪽의 목숨을 걱정 해주려나."

"어려울 건 없네, 이쪽 사람이라면 당연히 일반인을 걱정하게 되지."

어느 사이에 이 분위기가 역전이 됐는가, 남자에게 장난을 걸기 위해 시작된 말은 순조롭게 그가 이 대화를 이끌어가는 상황이 되도록 빼앗겨버렸다. 손에 쥐고 있던 커다란 컵을 내려두곤 헝클어져 반쯤 풀린 머리를 정리하며 그 시선은 남자와 마주했다.

"그것보다 우린 너무 안 닮았잖아-. 가족이라고 하기엔 너무 닮은 점이 하나 없는데...."

"그렇다면 그 신사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겠어?"

"또, 그 얘기...!! 엄청나게 집요하네-."

"자네가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니 이렇게 추측이라도 해야지."

"약점이라도 잡아보겠다?"

"하하, 친구 사이에 약점을 잡아버릴 일이 있겠나? 샤를로트."

"그 얼굴...! 그 얼굴은 어떻게든 약점을 잡아보고 싶다는 얼굴이라고."

여자의 말 한마디가 남자에겐 그저 웃음을 자아낸 것인지, 남자는 이 순간 동안은 계속 웃어 보이기만 했다. 그런 남자의 옆에서는 이 상황이 분해서라도 인상을 찡그리며 빨대의 끝부분을 잘근 씹고 있었다. 그제야 웃음을 멈춘 남자는 평소처럼 휴대폰을 꺼내 스케줄 일정을 확인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다음 주부터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나는 라이브라 소속이 아니거든?"

조금 큰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가볍게 무시당했다. 그가 말을 이어가자 멀뚱히 바라보던 여자는 질끈 주먹을 쥐었다.

"크라우스가 자리를 비울 거야. 뭐, 이미 알고 있지? 그 일정을 소화하는데 2주, 단 14일만 이 도시를 비울 거야."

"2주 동안 헬사렘즈 롯에 없다고? 배트맨은 고담시를 비우지 않던데...!!"

"몰랐던 건가...?! 그건 무슨 상관인데?"

"그러니까! 나는 라이브라가 아니라 CIA 소속이라고...!! 뭐, 도련님이 도시의 히어로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고... 크라우스가 얘기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군."

"스타페이즈, 당신의 상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역시... 연인?"

여자의 말이 끝나기 직전까지도 이미 입꼬리는 속셈이 뻔히 보일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그냥 즐거운 어린 아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평소보다 더 올라가서 본인 말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며 스타페이즈라 불리는 남자의 팔을 꾹꾹 누르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을 보면 당연히 대답을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 대답을 반쯤 기다리진 않았다.

이런 대화의 흐름은 몇 분 전에도 한번 반복했으니 두 번째의 행동은 또 아주 가볍게 무시당할 것이 뻔했다. 남자는 이런 농담을 하는 그녀의 말이 딱히 싫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을 컵에서 쏟아버렸다면 다시 컵 안에 온전히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지금 한 말도 입 밖으로 꺼내버렸다면 다음으로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 말을 사실대로 만들거나 아니면 그대로.

"14일 동안은 외롭겠네. 나도 당신도. 그러니까 그동안 크라우스 몰래 둘이서 데이트 하자!"

"크라우스가 없는 2주 안에 할 일을 끝내야 한다면?"

"치사하네."

휴대폰을 쥐고 있는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게 육안으로 훤히 나타났다. 손등 사이로 보이는 그의 핏줄과는 달리 표정은 그저 아무렇지도 않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 알아달라는 건지 아니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을 몰라줬으면 한다는 것인지.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와 아른거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본인은 알고나 있는지. 여자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라이브라의 보스가 없을 때, 흔적도 없이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쩌면 지금의 도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괴담과도 같았다.

같은 히어로인데 한쪽은 이상한 도시를 감싸는 안개처럼 퍼져있는 괴담 같은 존재라니, 어쩌면 이쪽이 더 흥미로웠다. 직접 말해주지 않을 흥미로운 일들을 이제 곧 알아버릴 수 있게 됐기에. 기대했던 것과 달리 공포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요동쳤다. 아직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라이브라의 부관이라는 이 남자의 이면을 알게 되는 순간은 특제 비밀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료처럼 자극적이었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그날이 바로 덜컥 와버린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은 들고 있던 음료가 담긴 컵을 처음 건네주던 상황으로 다시 만들었다. 무슨 생각에 빠져서 또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얼굴을 한 남자의 뺨에 표면의 물기가 느껴질 정도로 꾸욱 눌렀다.

"14일 동안, 제대로 쉬지도 않는다면 돌아오기도 전에 먼저 죽어버릴걸."

"너무하네, 위로 없이 죽음을 예고라도 하고 싶어진 건가?"

좀 전까지 변함이 없던 남자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어떤 것의 확신이 들었는지 그의 눈썹은 조금 위로 올라갔다. 무슨 생각을 하고서 그 표정을 지었는지는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 딱히 그 얼굴에서 나오는 표정이 싫지는 않았다. 조금씩 바뀌고 있는 표정이 반가운 모습이었다. 그 표정을 보니 그제야 안심이 됐다. 그렇게 들이댔던 음료 컵을 치웠다.

"애인을 두고 죽어버리다니, 우리의 보스를 울릴 수는 없지-."

"자네 보스는 따로 있지 않나?"

"그건 그렇... 아니, 그럼 도와줄게."

"듣던 중 반가운 대답이네."

"난 귀여운 사람을 울려버리는 건 싫거든. 그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조건이라 그건 별로 반갑지 않은데."

"오는 게 있다면 가는 것도 당연히 있어야 공평하지."

"공평을 논할 수 있나...?"

말과 동시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게 도움을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말할 수 있는가.

"됐고, 오늘 주문해본 '샤를로트의 특제 시크릿 메뉴 레시피'를 기억해둬, 이 정도는 쉽잖아? 다음 주에 또 시킬 거야."

"흐음, 응...?"

"그것도 못 외워서는 2주 동안 잘 살아남겠어? 아, 그리고 저녁에 크라우스랑 데이트 있으니까 같이 와도 좋고."

"둘이 너무 자주 만나지 않나?"

"맨날 보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게 뭐라고-. 오던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나는 얘기 해줬다?"

여자는 그를 뒤로 하고 먼저 자리에서 떠나자 언제 따라 일어나 이쪽을 보고 있었는지 조금 크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당장 가버리라고 손사래를 치며 혀를 내밀었다. 이후 남자를 무시하고 다시 한번 빨대를 쪽 빨아들이지 입 안에는 라임의 상큼한 맛이 입안을 가득히 채워왔다.

데려다 준다는 소리를 뒤로하곤 천천히 공원을 빠져나와 다시 멘션으로 걸음을 돌리며 다시 빨대를 쪽-. 빨아들이자 입안에 퍼지는 상큼함에 몸을 떨다 모르게 봐버린 오더가 적혀있는 스티커를 보자 멋쩍은 웃음이 나와버렸다.

"역시 몇 번을 먹어도 맛이 너무 상큼하다 했더니... 레시피 틀렸잖아, 바보...!!"

초 여름을 알리는 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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