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삶을 비가역적인 무엇으로 만든다

가내 시간여행자, 선생, 타브, 그 외

태어났을 때의 기억이 누구에게인들 있을까마는 나의 경우에는 그것을 논하기가 특히 어려운 면이 없잖다. 나는 누군가의 몸으로부터 비롯하지 않았고 타인의 손에 길러진 적도 없으며, 애초 출생이라는 단어를 가져다대기에도 어정쩡한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그게 어미의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이든 알껍질로부터 풀려나는 순간이든, 혹은 세포 하나가 둘이 되는 순간이든 간에, 모든 출생에는 경계를 그을 수 있다. 내 경우에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나는 문득, 어느 순간부터 있었다. 그 순간이 언제인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존재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다. 내가 있게 된 데 개입한 존재 역시도 알 수 없다. 나는 그냥 있었고 세상은 그런 나를 태우고 느적느적 굴러갔다.

여기에 태곳적부터 존재했다거나 전능하다거나 따위의 말을 가져다 붙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 말은 지나치게 거창할 뿐 아니라 애초 나의 경우에 들어맞는 수식도 아니다. 어느 종교에서 그들의 신을 그리듯, 낳지도 낳아지지도 않으며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그런 존재와 나는 거리가 멀다. 그런 권능은 나에게 없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실히 내 편인 것이 있다면 아마 시간이리라.

스스로 자아를 인식한 순간부터 지금껏 시간은 변함없이 내게 다정하다. 시간의 물결은 고고한 겉모습과 달리 숱한 목숨들을 집어다 죽음으로 흘려보낸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소실 속에 예외는 허락되지 않는다. 흐름을 거슬러 헤엄칠 방법 역시 대개는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나는 운 좋게도 그 예외의 범주 안에 속한다. 강바닥에 단단히 박힌 바위 곁을 강물이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시간은 나를 내버려두고 때때로 흐름을 거슬러 쏘다니는 것조차도 눈감아 준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란 없다는 사실을 약삭빠르게 이용해 이곳에서 저곳까지 뛰어넘는 것까지도 전부 너그러이 내버려둔다.

요컨대 시간 순in chronological order이라는 말은 내게 일절 무의미한 셈이다. 나는 타인의 여든을 서른보다 먼저 보고, 다음 순간에 그의 탄생을 볼 수 있다. 모래로 뒤덮인 어느 외계 행성의 사막에서 출발해 19세기 파리에 도착할 수 있다. 몇 세대를 지켜볼 수 있고, 그 세대들을 거꾸로 볼 수도 있다. 날개를 짓쳐 물살을 헤치고 날아갈 의지만 있다면.

그렇다고 삶이 내게 오롯이 가역적인 것은 아니다. 기억은 언제나 남는다. 이미 말했듯 시간이란 내게 명확한 지표로 작용하지 못하므로, 나의 궤적은 타인들의 그것과는 달리 기록된다. "언제"보다는 "어디서"로, 그리고 "누구와" 로.


클로드 코르뷔지에 Claude Corvusier

CM 헹(@zoomink_)님

168cm, 20대 중후반 즈음의 동북아시아계 여성으로 패싱됨. 하지만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젠더교란자로, 본인도 제법 즐기고 있는 것 같음. 일단은 피메일바디. 호리호리하고 중성적인 체형이라 스타일링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인상이 잘 바뀌는 편. 어떻게 꾸며 놓든 간에 화려하다기보다는 단아하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기는 함.

내숭 없이 담백한 성정. 사실 본 성격만 놓고 보면 감정이 얼굴에 꽤 잘 드러나는 편인데 오랜 시간 구르면서 만들어진 포커페이스가 상쇄해 주곤 한다. 사람 대할 때 악의 없고 거리낌도 없고 허물도 없고. 말랑해 보이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영악해질 수 있음. 만사에 아득바득 이겨먹으려고 들기가 귀찮아서 대충 사는 중. ㅎㅎ안돼요가 은근히 자연스러운 타입. 

인간관계에 신중한 편. 인간관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안 좋아한다는 뜻. 한 번 선 안에 들인 사람은 웬만해서는 끝까지 품고 감. 어디 그뿐이냐? 잔정 많고 책임감 강하고 오지랖도 있어서 제법 피곤하게 사는 중. 아주 호구가 따로 없을 정도로 - 네, 그래요, 저는 밸도 없이 다 퍼주는 호구입니다 - 이것저것 다 꺼내서 챙겨줌. 

열정적. 학구열 강하고, 배움에 있어 망설이지 않고, 자기 주관 뚜렷한 편. 뭐 하나 꽂히면 제법 진득하게 물고 늘어짐. 뭐 하나가 사람이 될 수도 있음에 유의.

인간 - 굳이 따지자면 - 좋아하는 편인데 덮어놓고 좋아하진 않음. 오히려 그들이 갖는 가능성을 믿는 편에 가깝겠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누구에게든 한 번의 기회는 더 주어져도 된다고 본다. 이러한 믿음이 부정되더라도 쉽게 내려놓지는 않는다. 혹자는 미련맞다고 하겠지만 정작 본인은 그 소리 들으면 웃고 - 내가 지금 그 말을 몇 번째 듣고 있는 거게? - 슥 넘김. 

자기가 어쩌다가 생긴 존재인지 잘 모른다. 그냥 정신 차려 보니까 생겨 있었다고. 그 이상을 딱히 궁금해하지도 않고 - 나도 한창 궁금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존재의 본질에 대한 과한 고찰은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는 결론만 얻었어 - 별로 대수로워하지도 않는 듯. 잘 안 늙으면 잘 안 늙는가 보다, 아프면 아픈가 보다 하고 슥 넘어간다. 누가 물어보면 시간에서 갈라져 나와 기억으로 정의되는 삶이라고 눙친다. 보통은 그마저도 얘기 안 해 줌.

주제에 인간 손을 오래 타서 세상에서 제일 인간적인 인외를 표방 중. 시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통상적인 인간들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 보통 좀 느린 편이지, 내가 - 한곳에 오래 머물기 어려운 게 불만이라고. 그걸 제외하면 뭐, 무난하게 섞여들어서 대강대강 흘러가고 있다. 그런 삶이다.


얘가 언제부터 있었던 녀석이었더라…….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약 2015년경부터 데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창작윤리가 비교적 희미했던 시절부터 있었던 애라서 보다 보면 오 이거 에바인데? 싶은 설정과 모럴을 내다버린 것 같은 소재가 출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게 날짜는 2022년으로 찍혀 있어도 실상 2010년대 중후반에 구상하고 써 놓은 것들을 백업하는 글들이 왕왕 있다 보니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답이 없는 (저는 경고했습니다) 드림러이기 때문에 1인칭 플레이어블 유닛이 등장하는 게임류 (ex. 풍화설월, 발더스 게이트 3 등) 의 경우 그 자리에 얘가 난입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오토메 게임 플레이어블은 그러라고 주는 거 아니야? 라는 세상에서 제일 뻔뻔스러운 자세로 임하는 중. 예민하신 분은 그쪽 장르 관련 글을 아예 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포스타입은 - 블로그라고 해야 하나 - 기본적으로 자기만족 및 백업을 목적으로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태그도 드림 말고는 안 겁니다. 장르명도 그냥 넘깁니다. 서치 유입? 별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이걸 읽고 계시다는 건 제가 알려드린……. 것? 일 가능성이? 높겠? 지요? 제가 몇 번이고 주의를 드린 것도 아실 테고요? 만약 (우와정말싫다포스타입알고리즘어떻게되어먹은거야) 서치를 통해 들어오신 것이라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말씀드립니다. 궁극의 그뭔씹 남의 드림이 궁금하지 않으시다면 여기서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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