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정말로 바라는 것

에이스 트라폴라 드림


* 22년도 에이스 생일 축하 글. 에이스 생일 축하해! 

9월 23일 방과 후. 하츠라뷸 기숙사는 오늘 생일인 에이스를 축하하느라 각종 장식으로 공용실을 화려하게 꾸미고, 커다란 케이크와 과자들을 나눠 먹으며 기숙사생끼리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선배들과 친구들에게 축하의 말을 듣고, 받은 선물들을 풀어보며 왁자지껄하게 논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생일파티에 모두가 즐거워하는 그때. 입이 마를 정도로 수다를 떨던 오늘의 주역이 스마트폰에 뜬 메시지를 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저 잠깐만 자리 좀 비울게요!”

 

웬만하면 주인공이 자리를 비우는 건 좋지 않지만, 지금은 예외라 말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아 불편한 챙 넓은 모자를 고쳐 쓴 에이스는 기숙사 건물 밖에서 기다리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 활짝 웃었다.

 

“아이렌!”

 

반가움 가득한 부름에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장미꽃을 구경하던 아이렌이 고개를 돌렸다. 잘 차려입은 모습이 보기 좋은 걸까. 가까워지는 에이스를 훑어보는 두 눈이 부드럽게 휘며 웃었다.

 

“미안, 내가 바쁜데 불러냈지?”

“아냐. 절대 그런 거 야나!”

 

다른 이의 부름이라면 ‘알면서 불렀어?’라고 장난스레 대답하거나 아예 나오지도 않았겠지만, 아이렌이라면 다르다. 그에게 있어서 눈앞의 소녀는 예외 중의 예외인 존재였으니까. 에이스는 별소리를 다 한다는 듯 고개를 젓고 붉은색 포장지에 싸인 선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 전 아침. 에이스가 아이렌에게 ‘내 생일은 내일이다’라고 장난을 쳤을 때.

그 말이 거짓말인 걸 알고 있던 아이렌은 재미없게도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재치 있는 반격으로 에이스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날 속이려고 했으니까 선물은 나중에 줄래. 방과 후에 보자.’

 

그때는 눈치 빠른 아이렌을 속이려 한 자신을 원망한 에이스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렇게 단 둘이 만날 시간이 생겼으니, 오히려 이득 아닌가.

때로는 당해주는 게 이득일 때가 있다는 걸 배운 그는, 아이렌이 내민 선물을 받아들었다.

 

“자, 여기. 생일 축하해 에이스.”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크기와 무게를 보아하니 작고 가벼운 물건 같은데.

기대감에 곧바로 리본을 풀어보려던 에이스는, 언젠가 케이터에게 들은 ‘여자의 마음’에 대한 충고를 떠올리고 아이렌에게 물었다.

 

“지금 열어봐도 돼?”

“물론이지. 별거 아니지만.”

“흐음, 그건 내가 보고 판단할 거야.”

 

좋아. 허락도 받았으니 열어봐도 되겠지.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어진 에이스는 샛노란 리본을 풀고 내용물을 꺼냈다.

 

“이건…….”

 

포장지 속에 감춰져 있던 것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손목 보호대였다. 제 눈동자 색과 비슷한 새빨간 보호대는 얇은 검정 선이 위아래에 한 줄씩 장식으로 그어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선과 같은 색으로 작게 브랜드 이름이 수놓아져 있었다.

 

“전에 보니까 손목 보호대가 낡은 것 같길래 이걸로 샀어. 이거 유명한 브랜드라던데, 마음에 들면 좋겠네.”

 

확실히 제 손목 보호대가 낡긴 했지만, 그걸 신경 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가끔 농구부 활동을 구경하러 놀러 온 게 다면서. 이런 건 제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 아닌가.

어쩐지 멋쩍어진 에이스는 피식 웃으며 코 밑을 훔쳤다.

 

“역시 여자애들은 섬세하네. 안 그래도 하나 필요했는데, 고마워.”

“이건 여자라서가 아니라 나라서 그런 거야.”

“그건 그래. 하하.”

 

아이렌의 말이 맞다. 이런 건 상대에게 관심이 없으면 나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눈치챌 수 없는 거니까.

그 사실을 직시하고 나자, 어쩐지 입 안이 달아졌다. 제게 이렇게 관심이 많고 다정한 이가 있다는 건 얼마나 심장이 간질간질한 일인가. 그리고 그 대상이 제가 좋아하는 이라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물론 아이렌의 다정함은 제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직 연심이 무엇인지조차 정의하지 못하는 그에겐 아이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뻤으니까.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야. 뭘 줘야 좋아할까 고민했는데.”

 

흡족해하는 제 표정을 본 아이렌이 안도하며 그리 말해서, 에이스는 차마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없었다.

만약 정말 원하는 걸 말할 수 있다면, 제가 부탁할 건 하나뿐이다.

자신과 어떤 관계로든 쭉 함께 있어 주기를. 친구라도 좋고, 그 이상이면 더 좋지만. 최소한 남이 되어 이 시야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기를. 쭉 옆에서 이렇게 관심과 상냥함을 느낄 수 있기를.

하지만 그런 걸 말하기엔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에이스는 괜히 말을 돌렸다.

 

“저기, 케이크 먹고 갈래? 네가 한 조각 할 정도는 있는데.”

“그래도 돼?”

“당연히 된다고! 없으면 듀스 걸 뺏어서라도 줄게!”

 

아하하. 농담이라고 생각한 건지, 아이렌이 소리 내어 웃는다.

에이스는 진심이라고 해명하는 대신, 상대의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먹고 가, 응?”

 

간절한 그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

새빨간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아이렌이 소리 죽여 웃었다.

 

“그럼 에이스의 생일 케이크, 나도 한 조각 해 볼까나.”

“그래, 그래. 들어와. 홍차도 있어.”

 

어차피 조금 뒤 인터뷰가 있으니, 그때까지만 있다 갈 거라고 하면 괜찮겠지.

선배들의 잔소리를 피할 잔소리까지 미리 생각해둔 에이스는 맞잡은 손에 꾸욱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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