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

19:10

청명 드림_침상7

Key by 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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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우리 집 침대 위로 동양 무협풍 남자가 떨어진 것에 대하여

  • 청명 네임리스 드림

침상_6 [21:30]


“어때?"

문을 열자마자 지근거리의 그와 눈이 맞았다. 노크하려면 이렇게 가까울 수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를 가까이에서 마주하자 방금 본 그의 상체가 떠올라 잠시 사고가 멈췄다. 나를 바라보는 그와 눈이 맞았다. 어떠냐고 물어봤지. 그의 질문을 이으려 빠르게 그의 몸을 살폈다. 티⋯ 끼는 건 없어 보이고 바짓단 길이도 맞는 것 같다. 이대로 입히면 되겠네.

"괜찮아 보이는데, 작지는 않죠?"

"허릿단이 조금 조이는 것 같은데⋯."

"어디 봐요."

그의 티를 조금 들어 올려 허리와 바지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조금 잡아당겼다. 작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아까 살펴봤을 때 바짓단도 맞았었고⋯. 고무줄이 조금 단단하긴 하네.

"고무줄 바지가 처음이라 그런가 봐요. 조금 두면 괜찮아질 거예요. 원래 조금 당기거든요."

"음⋯."

손을 놓고 상체를 세워 그를 머리부터 발까지 훑어봤다. 맨발이네. 깜빡하고 양말은 안 사 왔는데. 나가서 사면 되겠지. 그에게 해야 할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상공, 혹시 추위 좀 타요?"

"그냥 시원해."

"고기는 좋아해요?"

"없어 못 먹지."

"그래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피자도 잘 먹더니, 좋네.

"어서 신 신어요. 외식하러 갈 거니까."

"응?"


나는 삼겹살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삼겹살은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히 섞여 있고 고기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은 데다가, 가성비가 좋고 유명하다. 그 말을 증명하듯, 내 앞에 앉은 그는 이미 삼 인분째 고기를 흡입하는 중이었다. 겨우 일 인분 먹고 수저를 내려놓은 나와 대조적이었다. 원래 갈비 먹으려고 했는데 다행이다. 앞으로 그와 고기를 또 먹을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무조건 삼겹살만 먹어야겠다.

"여기 일 인분, 아니 이인분 더 주세요."

손을 들고 외쳤다. 더 시킨 거로 배가 차려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이 금세 고기를 가져왔다.

"부인, 이게 이인분 맞아? 너무 적은데."

"요즘 다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그가 고기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정말 잘 먹네. 데리고 나오길 잘 한 것 같다. 내가 잘 안 먹어서 그런지 잘 먹는 것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기실, 어젯밤 내내 그를 데리고 나와도 될지 고민했다. 오늘 아침에도 생각하고, 점심에도 고민하다가, 오늘 저녁 집에서 나를 맞이해주는 그를 보자마자 결정하고 만 것이다. 데리고 나오자고. 심지어 어젯밤에 굳이 필요하겠느냐 말했던 것은 어디로 갔는지 그의 발에 방금 사준 운동화를 신겨준 채였다.

"부인, 안 먹어?"

"배불러서요. 상공 더 먹어요. 몸이 커서 그런지 잘 먹어서 보기 좋네요."

나머지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렸다. 치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갔다. 그가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고기가 익어가는걸 기다렸다. 아까 익혀둔 것들을 모아뒀던 것 같은데, 벌써 다 먹었나.

"우리는 이게 평균인데."

"무인이라면서요. 몸 쓰는 사람은 보통 많이 먹죠."

"그렇긴 하지."

그가 입맛을 다셨다. ⋯더 시켜야 하나? 이 정도만 먹고 간식 하나 사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 인분이면 이미 많이 먹지 않았나. 그를 데리고 나온 건 반쯤 충동적인 일이었지만 고깃집에 데려온 건 잘 챙겨 먹이고 회복을 잘했으면 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렇게 잘⋯, 많이 먹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돈 문제가 아니라 아플 때 과식하면 체하기 쉽잖아. 몸 상태 안 좋으면 소화도 잘 안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가 먹는 걸 보면 아무래도 기우였던 것 같지만.

고기를 뒤집던 그가 옆으로 눈을 굴렸다. 방금 소리친 곳인가. 꽤 시끄러운 걸 보니 술 좀 마셨나 본데. 점원이 초록색 병 두 개를 들고 가는 것을 보아하니 조금 더 달릴 생각인가 보다. 가까운 거리 탓인지 그들이 병 입구를 따자 강한 알코올 냄새가 이쪽까지 날아온다. 이번에는 아예 그의 고개가 냄새를 따라 돌아갔다. 술 좋아하나? 눈을 가늘게 떴다.

"술은 안 돼요."

"부인⋯."

제가 주문할 듯 움찔거리는 그의 손을 잡아 눌렀다.

"안된다면 안 돼요. 몸도 안 좋으면서 술은 무슨. 차라리 고기를 더 시켜줄게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부인, 나 매화검존이야."

"매화검존인지 뭔지, 아무리 크게 다친 게 아니더라도 술은 안 돼요. 병원 가면 제일 강조하는 게 금주인데."

나를 몇 번 설득하려던 그는 내 단호한 답을 듣고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왜 저렇게 시무룩해져. 설마, 원래 있던 곳에서는 부상 입어도 그냥 술 들이킨 거 아니야? 나 매화검존이야, 이런 말도 그걸로 해결될 거라고 여기니까 말하는 거잖아.

"나중에 다 나으면 줄게요."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로 고기를 집어 먹는 그에게 말했다. 몸만 멀쩡하면 음주를 말릴 필요는 없다. 솔직히,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술을 원할 만큼 술에 정신을 못 차린다면 몸이 나아도 말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긴 하다. 하지만⋯ 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주위의 온갖 것은 낯선 것 뿐인데, 그런 즐거움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칵테일은 잘 마시려나? 나는 그냥 술보다는 칵테일파인데. 바에 데려가서 취향대로 만들어달라 하는 것도 좋아하려나.


"아, 배부르다."

그가 제 배를 두드렸다. 새로 시킨 고기까지 모두 알차게 잘 먹어 상 위의 그릇들은 이미 텅 비어있었다.

"먼저 나가 있어요."

계산서를 들고 일어서자, 그가 바닥에 대충 내려둔 쇼핑백들을 모아들고 내 뒤를 따라왔다. 계산서와 카드를 함께 들고 내미는 내 뒤에서 그가 그것을 빤히 바라봤다. 점원이 돌려준 카드를 받아 뒤로 몸을 물리는 내 몸에 그가 부딪혔다. 그가 내 양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 미안해요."

"아냐."

몸이 부딪히며 흔들린 쇼핑백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의 손에 들린 것들을 흘끔 바라봤다. 음. 너무 많이 샀나. 하나, 둘 셋⋯. 하얀 가방은 갈아입은 옷, 저건 갈아 신은 신발이고⋯, 모자는 씌워서 가방은 없다. 저건 속옷이고. 편의점에서 사 온 건 사이즈가 애매해서 새로 샀다. 당시에 필요했으니 후회는 않지만, 그는 불편한걸 하루 종일 입고 있었던 걸까? 미리 말하면 좋았을걸. 저건 수저랑 컵. 부족할 것 같아서 산 수건이랑 혹시 몰라서 산 면도기.

대체로 생필품이네. 크기만 요란하고 딱히 거창한 게 들어있지도 않다. 가방을 합칠걸 그랬나.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나서 집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나보다 큰 키로 몇 번 걷지 않고 내 옆으로 다가온 그가 조심스레 내 팔을 이끌어 인도 안쪽으로 나를 집어 넣었다. 매너가 괜찮으면 이런 건 굳이 안 배워도 아는 건가.

옛날에도 마차나 인도는 있었을 테니까 배운 거려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시장바닥에서 말을 타고 달리기도 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길 안쪽으로 걷게 하는 건 오래된 매너인 걸지도 모른다.

소음에 섞여 조용히 걷다 보니 어느새 상가를 지나 주택가로 들어섰다. 밝게 비추던 가게의 불빛들은 건물들에 막혀 사라지고, 거리에 띄엄띄엄 놓인 가로등만이 길을 밝힌다. 사방에서 들리던 소음도 가라앉아 어느새 조용한 밤거리를 함께 걷게 되었다.

"부인, 괜찮아?"

정말 뜬금없는 질문인데.

"뭐가요?"

"내일도 나가야 하잖아."

"내일은 쉬는 날이에요."

그에게 웃어 보였다. 오늘은 금요일인걸. 애초에 금요일이 아니었으면 그를 데리고 나올 생각조차 못 했을 거다. 간단한 것 정도는 배달시킬 수도 있고, 퇴근한 몸은 생각보다 피곤하니까. 이런 것 정도로 걱정하다니. 그는 생각보다 엄청 걱정이 많은 것 같다. 나 못지않게.

오늘 쇼핑부터 식사까지. 외출 내도록 그를 흘끔거렸다. 어쩔 수 없다. 그와 함께 나가는 것은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으니까. 지금까지의 모습을 봐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현대와 어느 정도 상식이 다를 그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내 걱정이 무색하게 오늘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당부한 대로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묵묵히 나를 따라다녔다. 내가 그의 몸에 옷을 대보고 살피는 것도 가만히 기다리고, 어떠냐고 묻는 말도 나름 숙고해서 대답했다. 처음에는 경계 어린 시선으로 주위를 살펴보다 나중이 되어서는 몸에 힘이 썩 풀어져 선선히 주위를 살피며 다니게 되었으니 나름 성공적인 외출이라 할 수 있었다.

어두워지니 지금은 다시 주위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살피고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싶다.

"오늘 일찍 들어갔잖아요. 오늘 저녁 외출하고 주말은 편히 쉬려고요."

그가 없었다면 혼자라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내 시간을 쓰는 거지. 그래도 그가 있어 본래 예정된 일도 하고, 반차를 쓴 보람이 있다. 요즘 계속 일에 치였는데 기분 전환도 됐고. 이제 어서 집에 가서 씻고 포근하게 자면 딱 좋겠네. 발걸음이 가볍다.

가볍게 걷는 나와 달리 곁에서 울리던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함께 걷던 그가 우뚝 멈춰선 탓이었다.

"무슨 일 있어요?"

그를 돌아봤다. 가로등 불빛 아래, 가볍게 눌러쓴 모자와 짙은 눈썹. 그 아래의 눈. 높게 솟은 콧날과 굳게 다문 입술. 모자 그림자 탓인지 조금 가라앉아 보이는 그의 눈이 나를 깊게 담고 있었다. 의아함에 그에게 한발 다가가자 그가 말을 꺼냈다.

"부인, 내가⋯."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를 가만히 기다렸다. 그는 언제나 말을 골랐다. 말 한마디 꺼내는 것을 어려워했다는 뜻이 아니다. 간단한 말을 하고 내게 무언가를 묻더라도, 내가 당황할지언정 불편해하지 않을 말을 찾아 헤맸다.

"부담스럽지 않아?"

그가 다시 나와 눈을 맞추고 말했다. 부담스럽다라. 왜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하려면 더 일찍 해야 했지 않나. 가령, 집에서 나서서 가장 먼저 들린 매장에서 신발을 구경했을 때라든지. 그가 묻는 것이 그저 그의 몸을 두른 것을 사준 것에 대한 질문이 아님을 안다. 필시 내가 그에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갑작스레 나타난 제가 다가가는 것이 싫지 않느냐는 질문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랬던 것도 같네요."

"지금은?"

"제가 정이 좀 많아요."

경계심은 높은데, 한 번 허물면 한없이 열어줘 버린다. 그에게 마음을 연견 이례적으로 빠르고 깊긴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가 쉽게 마음에 들어왔는걸. 사실상 그와 교류한 기간이 짧은 것뿐이지 만난 지는 꽤 되었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그는⋯ 내 표정이든 행동이든 세심히 살피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내게 다가오고 싶어 하면서도 내가 불편한 표정 하나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손을 물리려 했다. 애초에 내가 내어준 곳이 소파 한 자락 뿐이라며 그곳에서 나오지도 않는 바보 같은 사람인데. 아마 그의 질문은 부담스럽지 않냐보다는 싫지 않느냐를 깎고 깎은 게 아니었을까.

"전혀 부담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이것저것 해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져요. 신기하죠?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람한테도 이 정도로 해준 적 없었는데. 같이 살아서 그런가."

집에 당연히 있는 존재로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그런 존재로 느끼고 있는걸지도. 이미 몇달 간 생활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

"빨리 집에 가요. 오늘 퇴근이 빠르긴 했는데 피곤한 건 똑같거든요."

그의 팔꿈치 언저리를 잡았다. 손을 잡기에는 그의 손에 들린 것이 너무 많았다. 무거운 것도 아니고 한 개 정도는 내가 들겠다고 했는데도 물건을 사는 족족 그가 모두 제 손으로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내 손에 잡힌 제 팔을 가만히 내려보던 그가 갑자기 한 손에 모든 것을 모아들었다. 나름 많은데 한 손에 다 들리는구나. 왜 안 줬는지 알겠네.

"부인, 그⋯."

그가 머뭇거리며 비운 손을 내게 내밀었다.

"손 잡고 싶어."

내가 맞게 들은 건가? 눈을 몇 번 깜빡거렸으나, 내 앞에 내밀어진 그의 손은 변함이 없었다. 팔꿈치에 얹어진 내 손을 그의 팔을 타고 내려가 그대로 그의 손 위에 얹어주었다. 내 손이 닿자마자 그가 손을 감싸 쥐었다. 워낙 그의 손이 큰 탓인지 내 손이 가두어지는 것 같았다. 시선을 올려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던한 얼굴이었으나, 잡은 손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지만 그가 나와 눈을 맞추는 일은 없었다. 평소 같으면 나를 눈에 담지 못해 안달이 나 내가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눈이 맞으면서. 잡은 내 손을 엄지로 쓸어본 그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손끝이 따뜻하다.

길은 알고 가는 건가. 잡은 손을 따라 올려다봐도 그는 정면만 보고 걷고 있었다. 나보다 키가 커서 그런지 자꾸 올려다보게 된단 말이야. 잡은 손을 죽 잡아당겼다.

"이쪽이요."

"아."

다시 내가 앞서 걸었다. 내 뒤를 따라오는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뒤통수 뚫리겠다고 말해줘야 하나. 나를 보는 것보다는 길을 외웠으면 좋겠는데.

"저쪽으로 가면 편의점이에요."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대답하는 대신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잡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

"기억해 둬요. 나중에 필요한 일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걸 확인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별로 먼 거리가 아니라 금세 집에 도착했다. 카드키 왼쪽 주머니에 있는데. 손⋯ 빼면 안되나. 그가 영 놓아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반대쪽 손을 뻗어 겨우 키를 꺼냈다. 문 사용법은 나갈 때 이미 알려줬고. 보여주는 정도로 괜찮겠지. 엘리베이터를 타니 집까지는 금방이었다. 땀이 찬 손을 놓았다.


"맛이 어때요?"

"시원하고 좋네."

내가 먼저 씻고, 그가 씻는 사이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그에게는 빵빠레. 처음 먹으면 무난한 바닐라가 적당하지.

"부인 건 무슨 맛이야? 고동색?"

"초코인데. 먹어볼래요?"

그에게 내밀려던 손을 멈췄다. 아이스크림이 너무 뭉개졌는데. 항상 핥아먹어 버릇해서⋯. 새로 하나 꺼내줘야겠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그가 내 손을 잡아 제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한 입 베어 문 그가 입을 우물거렸다. 안 우물거려도 아이스크림은 다 뭉개질 텐데. 처음 먹어서 그런가. 그보다 내가 먹던 건데 괜찮나? 나는 상관 없긴 한데. 친구랑 빨대 공유하는 것 정도야 일상이니까. 이성 친구와 하진 않지만.

"괜찮아요? 제가 먹던 건데."

"부인이 먹던 건데 뭘. 이것도 괜찮네."

그가 입가에 묻은 크림을 핥아먹었다.

"오늘 지나면 또 밤에 보겠네요."

"그러도록 해야지."

말이 묘하게 이상하다. 그럴 거라고 확정 짓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느낌이잖아. 무인이니까 전투에서 따라오는 부상은 어쩔 수 없다는 거겠지.

"다음에 보면 다른 곳도 좀 가봐요."

처음 먹은 피자도 조금 달달했고, 단걸 좀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근처에 있는 디저트 카페를 가도 좋을 것 같다. 그가 가볍게 긍정하며 다 먹은 아이스크림 통을 한 손으로 구겼다. 저거 은근 단단한데. 자꾸 그의 힘을 실감하는 일이 생긴다. 그가 구겨놓은 것을 받아 내 것과 함께 플라스틱 통에 넣었다. 조금 아쉽네. 저녁을 함께 보내는 게 생각보다 마음에 든 것 같다. 그와 교대로 빠르게 양치를 끝내고 불을 껐다.

"잘 자요. 내일 밤에 만나요."

"내일 봐, 부인."


거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집에 갔겠지. 하품을 하고 눈을 감은 채로 더듬더듬 욕실로 향했다. 아, 왜 이렇게 밝지. 분명 불 끄고 자러 갔는데.

"일어났어?"

"악-!"

우당탕.

너무 놀라 발이 꼬여 뒤로 넘어졌다. 꼬리뼈를 강하게 부딪혔는지 엉덩이 끝이 너무 아프다.

"부인, 괜찮아?!"

"아파⋯."

"어디 봐."

주저앉아 부들거리는 몸을 그가 감싸 안았다. 보자니, 꼬리뼈가 아픈데 어떻게 봐요. 내 몸을 안은 이를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누구 때문에 놀란 건데. 내 눈빛을 받은 그가 눈치를 보다 슬쩍 말을 돌렸다.

"⋯아침 뭐 먹을래?"

"지금 그게 문제예요?"

왜 아직도 여기 있어.

"생각보다 좀 더 걸릴 건가 봐."

그건 나도 보면 알아요.


몽주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롭다는 설정입니다.

+청명이 못 돌아간 지 이틀 밖에 안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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