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

10:18

청명 드림_침상8

Key by 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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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우리 집 침대 위로 동양 무협풍 남자가 떨어진 것에 대하여

  • 청명 네임리스 드림

침상_7 [19:10]


아직 남아있는 건 괜찮다. 내일 밤 만나자고 말은 했지만 정말 없을 거라는 확신은 안 했으니까. 의식을 잃고 있을 제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언제 깨어날 것이라고 진단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병원에서도 의식을 잃은 사람을 가까운 시일 내에 깨어날 것이라고 하지 '내일이면 꼭 일어날 거예요.'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게 가능하면 화타지.

나는 그냥 정말, 비몽사몽간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것뿐이다. 꼬리뼈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이 정도는 조금 기다리면 괜찮아진다. 이 정도로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한 번 봐."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내 몸을 살피는데 정신이 없었다. 나는 잠깐 아픈 나보다 사흘째 못 일어나는 당신 걱정을 하고 싶은데요. 정말, 엄청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궁하고 싶다. 

"상공."

"응."

그가 고개를 들고나와 눈을 맞췄다. 걱정스러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저 씻고 나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요."

한마디만 남기고 휙 욕실로 들어왔다. 욕실에 들어오기 직전 허망한 얼굴로 홀로 바닥에 앉아있는 그와 눈이 맞았지만 망설임 없이 문을 닫고 물을 틀었다. 여기 있는 건 있는 거고, 내가 놀란 건 놀란 거야. 


오늘의 계획. 

늦게 일어나서 세수를 한 뒤 다시 자고, 점심 겸 저녁을 먹은 뒤 조금 뒹굴다가 졸리면 다시 잘 수도 있고, 간식이 먹고 싶으면 먹고 다시 잔다. 내향인 직장인들의 주말이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식사를 잘 챙겨 먹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내게는 잠이 더 중요했다. 물론, 이건 혼자였을 때의 계획이니 집에 동거인이 있는 이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뭐해요?"

인덕션 앞을 서성거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젯밤에 사용법을 알려줬지만 지금은 집에 딱히 해먹을 수 있는 게 없을 텐데. 어제 장을 보려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늦어 바로 식사를 하러 갔었다.

"밥을 지으려고 했는데⋯."

그가 쌀과 물이 담겨 찰랑이는 냄비를 들고 있었다. 냄비에 밥⋯.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불 조절 잘 해야 할 텐데. 나는 인덕션에 밥을 해본 적이 없어 뭐라 조언을 해주기도 힘들다.

"밥솥이 따로 있어요."

"화구 말고 또 따로?"

"쌀을 씻어서 넣으면 알아서 화력 조절도 다 해주는 신문물이죠."

싱크대 한쪽에 놓여있는 밥솥을 당겨 코드를 꼽자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가 냄비를 든 채로 내 곁에 와서 섰다.

"밥 해서 뭐 하려고요?"

"볶거나 간단한 죽이라도 하려고 했지."

"흠."

아침으로 나쁘진 않은데⋯. 요리하고 밥먹고 설거지 할 생각을 하니 너무 귀찮다. 세수를 했는데 아직 졸음기가 남아있어서 몽롱하기도 하고. 그에게서 냄비를 받아들었다. 

"이건 담아둘 테니까 나가서 먹는 거로 해요. 먹고 치우기 너무 귀찮을 것 같아요."

"내가 치우면 되지."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해주겠다라. 꽤 구미가 당기긴 하는데 그가 주방을 쓰는 건 처음이라 필연적으로 내가 도울 일이 생길 거다. 그리고 지금 먹고 싶은 게 생각나기도 했고. 

"다음에 해줘요. 지금 생각난 게 있어서."

찬장에서 꺼낸 통에 쌀을 부어 넣었다. 이건 저녁에 해 먹지 뭐. 그때쯤 되면 나도 잠이 깬 지 오래일테니 귀찮음도 덜할 거다.

"전에 보니까 단 것 잘 먹는 것 같던데, 아침으로 괜찮죠?"

"식사로?"

"엄청 단건 아닌데⋯. 아침에 단건 좀 물려요?"

"부인이 좋아하는 거야?"

괜찮은지 물어봤는데요. 쌀을 담은 통을 냉장고에 넣고 그를 돌아봤다. 어젯밤에 잘 때 입은 옷 그대로네. 머리가 좀 젖은 것 같은데 내가 자는 동안 씻은 건가. 그렇게 방음이 잘 되는 편은 아닌데 못 듣고 느지막하게 일어난걸 보니 나도 퍽 피곤했었나보다. 

"좋아하는⋯ 편이긴 하죠."

"그럼 먹자."

내 대답을 들은 그는 그걸로 되었다는 듯 그대로 외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회색 티에 편안한 청바지. 그 위에 걸친 얇은 야상. 어제 씌워준 모자까지 야무지게 쓴 그는 멀뚱히 서서 나를 바라봤다. 내 몸을 내려다봤다. 펑퍼짐한 셔츠에 반바지. 난 방금 세수하고 이만 닦았는데. 

"⋯조금만 기다려요."

"잠깐만."

찬장에서 컵을 꺼낸 그가 따뜻한 물을 받아 내게 건넸다. 아침에 꼭 따뜻한 물 마시는데, 어떻게 알았지. 슬쩍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요."

김이 올라오는 물을 마셨다. 딱 좋네. 물이 조금 남은 컵을 그가 손에 얹어 가져갔다.

"천천히 하고 나와."

"배 안 고파요?"

나랑 비교해서 나름 대식가잖아. 그러면 보통 자고 일어나면 배고프다고 하던데.

"이 정도는 괜찮아."

그가 내 등을 살짝 밀어 방으로 밀어 넣고 문까지 닫아주었다. 방 안의 옷장을 열고 멍하니 안을 살폈다. 대부분 출근용 옷인데. 뭐 입어야하지.


폭신한 빵에 계란을 풀어 적셔서 굽고, 설탕을 솔솔 뿌리면 정말 맛있는 프렌치토스트가 완성된다. 그 옆에 반숙 계란과 베이컨을 놓고, 가능하면 프랑크 소시지도 한두 개 함께. 우유와 같이 먹으면 최고의 브런치가 된다. 그는 우유, 나는 바닐라 라떼.

"맛이 어때요?"

"퐁싱퐁싱해."

우물거리면서 말하느라 발음이 씹히는 것 같다. 폭신폭신. 나도 그 식감 때문에 프렌치토스트를 좋아한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아, 이제 좀 정신이 차려지네. 다시 한번 빨대를 입가로 가져가려는데 내 앞에 불쑥 무언가 나타났다. 그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토스트를 포크로 찍어 내게 내밀고 있었다.

"제 몫도 있는데요."

내 앞의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접시에도 아직 식빵 반 덩어리와 베이컨 한 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가 아직 제 입에 남아있던 것을 꿀꺽 삼켰다. 

"양이 적잖아."

저는 일 인분 시켰고, 상공 건 일 인분에 추가까지 한거구요. 그에게 다시 한번 접시를 보여줘도 그는 손을 거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제 손을 한 번 더 흔들기까지 하는 것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들어 포크로 입을 가져갔다. 빈 포크를 가져가며 그가 만족했다는 듯 입가에 웃음을 걸쳤다. 입안의 몽글몽글한 빵을 씹으며 내 접시를 내려다봤다.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나에게 제 것을 한 입 먹여주고 다시 제 것을 열심히 먹고 있는 그를 바라봤다. 아직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한입 크기로 잘라둔 베이컨과 토스트를 포크에 꽂았다.

"상공."

그는 눈앞에서 흔들리는 포크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제 입에 담았다. 오, 괜찮은데. 이번엔 옆의 딸기와 샐러드를 함께 담아 내밀었다. 그는 그것도 한 번에 제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가 제 것을 먹는 틈새 사이사이 포크를 내밀어서 그에게 내 몫을 먹였다. 그것을 몇 번 반복하자 그가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부인⋯. 식사는 제대로 해야지."

"배가 거의 찼는걸요. 그리고 아까 상공도 저 먹여줬잖아요."

"한 입이었잖아."

"조금만 더 먹어줘요."

"어휴."

작게 한숨을 쉰 그가 못 이기는 척 입을 벌렸다. 신이 나 이미 방울토마토를 꼽아 두었던 포크를 그의 입에 넣어줬다. 톡 터진 방울토마토가 조금 새콤했는지 입을 움직이던 그가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셔요?”

“조금.”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바나나를 내밀었다. 시럽이 묻어서 달달할게 분명한 바나나에 그의 미간이 풀어졌다. 내게 남아있는 것을 모두 비우니 이번에는 그가 내게 포크를 다시 내밀었다. 그에게 내것을 슬쩍슬쩍 넘겨준 것이 지레 찔려 얌전히 입을 열었다.

몇 번 입을 움직이니 금방 남아있던 배까지 모두 찼다. 이번에는 소시지를 잘라 내미려는 그를 만류하자, 그의 얼굴이 퉁명스럽게 변했다.

"그렇게 적게 먹어서 되겠어?"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어제도 적게 먹고."

"현대인들은 위가 작은 사람이 많다고요."

고등학생때까지는 잘 먹었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오고서부터 먹는 양이 확 줄었다. 위를 늘리겠다고 과식했다가 체해서 그만두기도 했고.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오히려 남기지 않기 위해 배가 불러도 더 집어넣은 나의 노력을 알아줘야 한다. 정말 더는 못 먹겠다는 내 말에 결국 포기했는지, 소시지를 찌른 포크는 결국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작게 클래식이 흐르는 식당.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이 조곤조곤 대화하는 소리가 울린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아무런 생각도 안 해뒀는데. 브런치 가게에서 나오니 다음 행선지를 고르는 게 힘들다. 보통 밖에 나오면 뭐 하지.

  1. 카페를 간다. 이건 방금 브런치 먹고 커피도 마셨으니 괜찮다.

  2. 영화를 본다. 영화도 이해가 가야 재미있지, 그가 현대의 영화를 본다고 재미있을까? 대사의 이해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거다. 일상적인 대화부터 외래어를 배제하고 말하는 챌린지를 하고 있는데 영화는 그런 것도 없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 만약 조선시대 배경의 영화를 찾았다고 해도 그의 시대와 다르다던가, 하면 몰입이 깨질 수도 있다. 기각.

  3. 방 탈출 카페. 나쁘지 않은데⋯, 방 탈출 카페면 보통 추리도 겸하지 않나? 힌트가 나오면 내가 다 풀어야 할 거다. 힌트가 왜 그런지 설명하는데도 시간이 엄청나게 소모될 거고. 그 과정에서 나와 그의 재미가 둘 다 반감된다. 이것도 기각.

  4. 노래방. 나도 요즘 노래를 모른다. 그도 부를 수 있는 게 없을 게 분명하다.

  5. 오락실. 노래방과 비슷한 이유로 안 된다. 나도 함께 게임 설명을 들어야 할 판이다.

어디로 가야 하지. 길을 잃었다.

“부인, 저쪽으로 갈까?”

내 뒤를 따라 식당을 나온 그가 길 한쪽을 가리켰다. 그의 손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산책로? 살짝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바람에 따라 가지가 흔들리는 조용한 길이 펼쳐져 있었다. 방금 식사해서 배도 부르고. 조금 걷는 것도 좋겠네. 살짝 서늘하긴 한데, 걷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그래요.”

그가 자연스레 내민 손에 내 손을 얹었다. 꽉 잡힌 손이 따뜻하다.

멍하니 그와 손을 잡고 걷다 문득 눈에 표지판이 들어왔다. 이대로 쭉 가면 산책로가 이어지고, 저쪽으로 가면 한강. 한강 괜찮네. 오랜만에 가서 앉아있을까.

"상공, 돗자리 펴고 쉬는 거 어때요?”

“좋지. 이 근방에 쉴만한 곳이 있나?”

“저쪽으로 가면 한강이라니까, 가는 길에 돗자리 하나 사 가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해.”

가는 길에 다이소가 있나.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켰다. 한 손으로 검색하기 불편한데. 그를 힐끗 보았지만, 그는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어 손을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굳이 놔달라고 말할 정도로 불편한 것도 아니긴 했다. 엄지를 뻗어 느리게 검색에 성공했다. 우리가 온 길을 되돌아 가 4분 거리에 하나.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겠구나.

“조금 돌아가야겠네요.”

핸드폰에서 고개를 때지 않고 뒤를 도는 순간 훅 바람이 불어왔다. 외투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몸이 훅 움츠러들고, 그가 내 손을 당겨 나를 그 품에 넣었다. 뺨에 단단한 몸이 닿았다. 바람이 금방 잦아듦에 따라 그도 내 몸을 금방 놓아주었다. 그가 몸을 돌리며 뒤틀린 손을 놓고 위치에 맞게 다시 잡았다.

“부인?”

“아, 돌아가면 돼요.”

따뜻했는데. 몸에 열이 많은가 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내가 옷을 좀 가볍게 입었나 보다. 그의 손안에서 손가락을 꼼질거렸다. 


돗자리 두 개 사길 잘했네. 생각보다 작아서 하나 샀으면 다리가 삐져나올 뻔했다. 누울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방금 식사해서 눕기도 좀 그렇긴 해. 

강가라 그런지 아까보다 바람이 조금 강하다. 돗자리 위에 신발을 벗고 주저앉았다. 봉투에서 같이 산 담요를 꺼내 비닐을 뜯었다. 어깨에 덮는 게 낫겠지. 몸에 휘 두르려는 때, 내 몸을 큰 외투가 덮었다. 그가 제가 입고 있던 외투를 내 어깨에 걸치고 모양새를 다듬고 있었다.

“상공은요?”

“난 안 추워.”

티 얇을 텐데. 곧 날이 풀릴 거라 외투 입을 걸 고려해서 히트택 같은 소재도 피해서 고른 옷이었다. 외투가 흘러내리지 않게 외투 목의 단추를 잠가준 그가 내 신발 옆에 제 것을 벗어두고 나와 나란히 다리를 펴고 앉았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편하게 강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니 정말 춥지 않은가 보다. 날이 추울 때도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타입인가. 본인은 괜찮다지만 보는 내가 추운 것 같은 기분인데⋯. 아직 내 손에 잡혀있는 담요를 그의 목에 둘러줬다.

“뭐야?”

“담요요.”

그의 목에 작게 매듭을 만들어 고정했다. 담요가 좀 작은가? 몸을 떨어뜨리고 보니 겨우 그의 팔뚝 언저리에서 담요가 끝난다. 약간, 묘하게⋯ 공주 세트 입힌 사진이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인가. 남자 연예인들이 어린이 공주 옷 입은 사진들이 딱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부인 덮지, 왜."

그가 손을 들어 매듭을 풀려 하기에 급히 말렸다. 담요가 그렇게 큰 게 아니고 대강 묶은 거라 살짝만 건드려도 풀릴 텐데, 담요 끝단이 은근 두꺼워서 다시 묶기 힘들어 풀면 또 낑낑대며 묶어야한다. 외투도 받았는데 담요까지 받을 순 없지.

"보는 내가 추워서 그래요. 그냥 두르고 있어 줘요."

"이 정도는 괜찮은데."

내 말을 들어줄 모양인지 그가 목께에 있는 손을 내려 땅을 짚었다. 등을 편히 하고 팔로 지탱해 기대어있는 그의 곁에 슬금슬금 붙어 앉았다. 어깨에 얹어진 야상을 좀 더 당겨 몸을 감쌌다. 가디건이 두꺼워서 팔을 꿰기에는 마땅치 않은데 자꾸 찬 바람이 들어와 몸이 떨린다. 아까 따뜻했는데. 바닥을 짚은 그의 손을 바라봤다. 

"추워?"

"춥지는 않은데, 바람이 조금 강해서요."

몸이 당겨졌다. 그가 내 몸에 두른 팔과 함께 나를 제 몸으로 당긴 탓이었다. 훅 당겨진 몸에 내 어깨가 그의 가슴께에 닿고, 내 몸을 감싸며 그가 바람을 막아준 덕에 몸의 떨림이 멎었다. 그가 남은 손으로 땅을 짚고 있던 내 손을 잡아들어 단단히 잡았다. 손을 통해 따뜻한 체온이 흘러들어온다.

"좀 어때?"

"따뜻해요⋯."

외투를 안 받았으면 좋았을걸. 손이 이렇게 따뜻한데 몸이 닿으면 더 따뜻했을 게 분명하다. 외투에 가로막혀 체온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목에 힘을 풀고 그에게 기댔다. 내 머리에 그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상공. 날 풀리면 다시 올까요?"

"될지 모르겠는데."

"밤에 와도 되고. 아니면 휴가라도 내고 하루 종일 자요."

"밤에 올까⋯."

일이 그렇게 많은가. 잠깐 휴가도 못 낸다니. 그렇게 좋은 직업 환경은 아닌 모양이다.

"보통 한강에서 치킨이랑 맥주 많이 먹거든요."

"맛있어?"

"음⋯ 치킨은 튀긴 닭이고, 맥주는 보리주예요. 보통 다들 좋아하죠."

"맛 없기 힘드네."

그가 킥킥대며 웃었다. 그가 웃으며 생기는 몸의 떨림이 내게 전해진다. 어쩐지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도 함께 들리는 것만 같다.

"전에 좋아한 피자 시켜도 되고⋯, 김밥 싸 와도 좋고요."

"부인이 하게?"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싸 온다는 말에 무슨 기대를 한 건지, 그는 눈을 빛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서 싸 오자는 말이었는데. 이렇게 기대를 하면 안 한다고 하기가 미안해진다.

"으음⋯. 그날 안 피곤하면 해줄게요. 김밥은 손이 많이 가거든요."

"부인 편한 대로 해."

"네, 그럴게요."

그를 향해 슬쩍 웃어보였다. 마주 웃는 그의 얼굴이 썩 좋았다. 다시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내가 편히 기댈 수 있도록 그가 제 품을 더 열어주었다.

해가 머리 위로 올라와 따스한 햇볕이 쏟아진다. 세찬 바람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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