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급리 드림 단편

[성국언 드림] 공포

오리캐 드림 22.01.24 타싸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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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성국언이 이르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절대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성국언은 나를 혼자 두고 떠나갈지도 몰랐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그의 정의는 너무 어렵고 까다롭기 때문에. 

 

 "김 쌤, 퇴근 안하세요?"

 "저 이미 퇴근했어요. 지금은 면회에요."

 "아아, 그 분?"


 수간호사가 짗궃게 웃었다. 그녀는 더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나는 부러 말을 더 붙이지 않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몸에 찌들어 느껴지지도 않을 병원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괜히 VIP 병실 앞에서 천천히 숨을 골랐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성국언의 주치의 자격이 아닌 나는 무어라고 말을 해야 옳을까? 지겹도록 한 몸 좀 사리라는 잔소리? 아무 말 없이 울어야 할까? 대체 어떻게 말해야 네가 살까. 네가 조금 더 안전했으면 하는 건 단순히 내 욕심에 불과해?

 짧은 노크소리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락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습기 돌아가는 소리가 제일 먼저 들렸다.

 성국언은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많은 치료는 끝났다. 혹시 모르니 경과를 보자며 잡아두었다. 아마 중요한 일은 무영 씨가 여기 와 이야기하며 해결했을 것이다. 괜히 마른 눈두덩이를 부볐다. 성국언은 가까이 가도 깨지 않았다. 침대 배드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병실은 하나의 큰 소음 없이 가습기 돌아가는 소리만 메웠다. 

 성국언.

 이번 이계는 그다지 까다롭진 않았다. 그저 우연찮게 작은 사고가 있었다. 성국언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다른 사람도 자잘한 상처가 있었다. 그냥 사고 부위가 위험했었고,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텐데, 모든 사고는 우발적으로 일어나서, 그래서 성국언은 치유 아이템으로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와서, 와서···.

 "···성국언."

 조그만 부름에도 답은 없다. 굳이 치료하기에는 너무 작은 상처라 붙여만 둔 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갗보다 조금 어두운 색은 확연히 눈에 튀었다. 손을 뻗다 혹여나 깨울까 그만두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최고의 치료는 예방인 걸 알면서도 부득불 사지로 걸어간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 위치면서. 그놈의 이능이 무엇인지. 플레이어라는 위치로 판가름 당하는 국회의원이라니. 네가 굳이 그래야하니.

 그러나 이런 사람이었기에 도리어 자격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런 사람인 걸 알고 사랑했지. 

 그래서 더 무서웠다. 

 어젯밤에는 네가 죽는 꿈을 꾸었다. 개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하필 오늘 아침부터 운이 없어서 네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까, 덜덜 떨리는 손을 내가 의사라며 겨우 다잡았다. 성국언은 피범벅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전부 그의 피는 아니었단다. 이 말을 듣고 안도했던 내가 역겨웠다. 너는 늘 나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네 앞에서는 얼마든지 히포트라테스 선서 따위 아무렇지 않아졌다고.

 성국언이 죽는게 무서웠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무서웠다. 여태 했던 연애를 모두 장난처럼 만드는게 무서웠다. 책임이라는 게, 정말로.

 "남진아?"

 잠에 취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쉬었다. 숨이 조금 떨죽렸다.

 성국언이 급하게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등에 손이 닿았다.

 "울어?"

 "시끄러워."

 성국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부드럽게 등을 도닥여주었다. 이렇게 사람을 길들여두고는. 감정이 겉잡을 수 없이 날뛰었다.

 "왜 네가 지켜야 해···."

 형편없는 목소리였다. 이미 답을 아는 질문을 던져두고는 코만 훌쩍였다. 성국언은 조금 머뭇거리다 답했다.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야."

 "너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가 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빙빙 도는 멍청한 짧은 대화를 던졌다. 내가 보았을때 성국언이 나서는 것은 멍청한 정의감 때문이었다.

 "죽지 마···."

 한참을 고르다 툭 던졌다.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았는지 모른다. 플레이어의 죽음도 그 중 하나였다. 낮아진 플레이어의 사망률, 그러나 여전히 타직종에 비해서 높은 위험성. 특히나 국회의원이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지지률 만큼이나 많은 적을 애인으로 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가끔 연락이 안될 때 다른 커플은 바람을 의심할텐데 나는 모르는 곳에서 죽은 건 아닌지를 먼저 생각했다. 매사 부정적이고 걱정이 많아서 그렇게 사고회로가 돌아가는 걸지도 몰랐고.

 "그러지. 죽지 않을게."

 성국언은 든든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 괜히 눈물만 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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