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

21:30

청명드림_침상6

Key by 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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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우리 집 침대 위로 동양 무협풍 남자가 떨어진 것에 대하여

  • 청명 네임리스 드림

침상_5 [20:15]


"맞아요?"

"부인⋯."

"왜요."

"⋯편해."

"다행이네요."

문을 완전히 열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 중앙에 우뚝 서있는 그는 내가 건네준 속옷을 입고 다시 수건을 두른 듯, 허리춤에 아까와 같은 수건이 감겨 있었다. 좋아. 이제 다른 생각 안 드는군. 편한 마음으로 식탁 앞에 앉았다. 

"사 오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내가 해서 입을 수 있고."

"어떻게 그래요. 다 마르지도 않은걸 입고 있기는 찝찝할 거고, 그렇다고 안 입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고마운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밖에서 무슨 일 없었어?"

그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을 돌려 마주한 그는 조금 굳은 얼굴로 눈을 느리게 움직이며 나를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걱정했나 보네.

"걱정했어요? 미안해요. 설명할 시간이 없어서. 여기는 밤에 돌아다녀도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요. 주택가라 조금 어둡긴 해도 가로등도 많고."

"안전해?"

"안전한 편이죠."

내 대답이 석연치 않았는지 무어라 더 말하고 싶은 듯 몇 번 입을 달싹이던 그가 택한 것은 수긍이었다. 

"⋯다음에는 같이 가."

"그렇게 할게요."

이곳에 대해 더 잘 아는 건 나니까 수긍은 하지만 납득은 안 가는 듯하다. 원래 걱정이라는 게 그렇지.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이 석연치 않은 거. 어쨋든 제 눈으로 한 번은 확인 해야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밖에 나가도 괜찮으려나. 

그가 정확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현대의 시대는 그에게 별세계일게 분명했다. 집 안이라는 이 좁은 공간에서도 설명할 거리가 산더미인데. 밖으로 나가면 설명해야 할 부분이 얼마나 많을지, 주의 시켜줘야 할 게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오 분도 되기 전 내가 들어온 현관에 놓인 그의 신발도 현대와는 영 맞지 않는 가죽신이다. 가죽에 문외한인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은 좋아 보이지만 요즘 길거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디자인에 짜임새다.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그가 이곳과 훅 멀어져 보인다.

음, 내일 신발이나 외출복도 같이 사 와야 하나. 아닌가. 다음에 나갈 기회가 얼마나 있다고. 그간 그와 오늘처럼 오래 함께 있던 적은 없으니 그가 정신을 잃은 것은 이례적인 일일 것이고, 앞으로 그와 더 가까워진다 하더라도 밖으로 함께 나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것까지 사 오는 건 좀 과하겠지.

다시 가만히 그를 훑어봤다. 내가 내어준 티셔츠, 허리에 감긴 수건, 머리를 묶은 고무줄까지 지금 그를 덮고 있는 것은 모두 현대의 것이지만 그걸 걸치고 있는 건 과거의 사람이다. 갑자기 나타난 만큼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느 순간 갑자기 돌아갈 수 없게 된다던가.

오늘 내내 소파 위에서 그저 나를 기다리던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제 감정을 다채로울 정도로 내보이는 듯하지만, 그렇기에 더 속내를 알기 힘들었다.

그를 계속해서 바라봤다. 내가 상념에 빠져 그를 계속해서 바라보는 동안 그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제 자리에 앉아있었다. 아빠 다리를 하고 손은 가만히 배 앞에 둔 채 눈을 감은 그. 명상이라도 하는건가. 그러고 보니 전에 본인이 도사라고 했지. 도사는 본인의 심상을 다스리는 게 미덕이던가⋯.

"왜?"

"네?"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놀라 되물었다. 여전히 굳게 눈을 감은 그가 입만 움직여 말을 이었다. 

"계속 보고 있잖아, 부인."

"아⋯."

너무 쳐다봤나. 눈 감은 채로도 시선이 다 느껴졌나 봐.

"⋯차라도 마실까 해서요. 같이 마실래요? 기다리기 지루하잖아요."

"⋯잠깐만."

그가 숨을 갈무리하듯 몇 번 깊게 내쉬었다. 방해해 버렸구나. 그가 소파에서 일어나 내가 앉아있는 식탁으로 다가왔다.

"뭐 있어?"

"카모마일⋯ 인데. 뭔지 모르죠? 국화과 꽃이에요."

"국화차라⋯."

"전에 선물 받은 건데 아직 남았거든요. 숙면 효과가 있다고 해서 가끔 마셨어요."

식탁 아래 선반에 넣어둔 박스에 손을 넣어 티백 두 장을 꺼냈다. 그는 따로 수긍의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곁눈질로 바라본 그는 내 손에 들린 두 장의 티백을 확인하고도 따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마시겠다는 거겠지.

"차를 즐겨 마셔?"

"싫어하는 편은 아니예요. 커피 줄이는 대용으로 자주 마시기는 하죠."

"커피?"

내 주위에 아이는 없지만 만약 있다면 이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 그와의 대화가 훨씬 순조로울 게 분명하지만 많은 단어를 하나하나 설명해야 한다는 점은 비슷할 거다. 그도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 하려나. 찬장을 열어 유리잔 두 잔을 꺼냈다. 내가 뻗는 손을 따라 올라온 그의 손이 내가 수월히 잔을 꺼내자 등 뒤로 숨어 들어가는 걸 못 본 척 하고 말을 이었다. 

"잠 깨는 차⋯예요. 각성 효과가 있거든요."

"다도는 좋아해?"

등 뒤에서 바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휙 돌아봤다. 그가 겨우 한 걸음 정도의 거리에서 나를 바라보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워. 

"⋯딱히요. 할 줄 모르기도 하고."

"알려줄까?"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웃는 게 잘 어울리네. 조금만 더 뒤로 가서 말해주면 좋을 텐데. 티백을 하나씩 넣은 잔을 양손에 나눠 들고 그를 비켜 정수기 앞으로 향했다.

"괜찮아요. 할만한 도구가 없기도 하고, 티백으로 마시는 정도면 충분하니까. 차게 마실래요?"

"생각 있으면 말해. 부인은 어떻게 마셔? 똑같이 줘."

"곧 잘 거니까 따뜻하게 마시려고요."

그가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아, 이번 기회에 정수기 쓰는 법도 알려줄까.

"이건 정수기인데⋯,"

"여기 누르는 거지?" 

내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그가 중앙의 버튼을 가리켰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사람은 물을 못 마시면 살아갈 수 없고, 그의 앞에서 물을 마신 적은 많으니까. 오늘 밤은 기침하는 그에게 물을 따라주기도 했다.

"맞아요. 그건 그냥 정수고 이쪽이 온수."

"오⋯." 

방금 따른 물에 김이 올라오는 잔을 그에게 건네주고 식사 때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마주 앉았다. 정신없는 밤이었지만, 그래도 썩 평온하다.

"다 마시면 슬슬 잘까요." 

"바지는?"

"바지 정도야⋯. 잘 때 속옷만 입고 자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처음부터 떠올리지 못한 게 이상하지. 나는 항상 잠옷을 입고 자는 버릇을 들였으나 부모님은 속옷만 입고 주무시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당연히 방 밖으로 나오실 때는 항상 옷을 갖춰 입으셨지만 내가 부모님 방에 찾아가기도 했으니까. 어릴 적 악몽에 부모님 방에 찾아가는 일 정도야 흔하지 않은가. 내가 찾아가면 아버지께서는 부랴부랴 옷을 꺼내 입으시고는 했다.

"건조기는 알아서 멈출 테니까 마시고 바로 자는 걸로 해요. 정리는 제가 내일 퇴근하고 할게요."

"옷은 개어두면 되지?"

그는 말을 안 듣는다. 그게 내게 나쁜 방향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었다.

"걸어둬야 할 것도 있어서요. 분류하기 애매하니까 제가 할게요."

"음⋯, 그렇다면야."

그는 오늘 아니면 내일 돌아갈 거라고 이야기했으니 당장 내일 아침이면 없을 수도 있다. 퇴근 후 정리는 내 몫이 되겠네. 조금 남은 차를 마저 마셨다. 뱃속과 손 끝이 따스하다. 

"들어가서 자. 내일도 나가야 하지?"

그가 내 앞의 빈 잔을 가져가 제 몫의 잔과 함께 싱크대로 향했다. 분위기를 탄건지, 솔솔 잠이 오는 것 같다.

"네⋯. 고마워요."

"뭘. 잘자, 부인."

"상공도요."

불이 꺼졌다.


"왔어?"

"⋯다녀왔어요."

그가 아직 집에 남아 있는 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는 내일 아침 돌아갈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퇴근한 집에서 날 기다리던 누군가 인사한다는 건 내게 너무 낯선 경험었으며, 어제의 그는 내가 말을 걸기 전까지는 그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니 마중인사를 받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 조금 당황한 내가 현관에 잠시 멈춰있는 사이 내게 다가온 그가 내 손의 쇼핑백을 받아 갔다. 

"뭘 또 사왔어?"

"상공 옷이랑 속옷을 몇 벌⋯."

"또?"

"단벌 신사로 살 순 없잖아요."

그는 아직 어제 내가 내어준 티셔츠에 그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건조기를 돌린 옷은 다 마른지 오래일텐데. 티가 좀 끼기는 해도 편했나보네. 

"신사는 뭐야? 내가 아는 뜻은 아닐 듯한데."

"교양 있는 남자?"

"내가 교양이 있긴 하지."

농담한 건가? 그가 평소 생활하는 모습을 다 알지 못하니 무어라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그가 내게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신사라고 하기 어렵지 않나. 단벌 신사는 그냥 관용구라고 말해줘야 할까.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지. 기분 좋은 것 같으니 그냥 두자.

"지금 입은 건 조금 끼죠? 그건 내가 입던거라⋯, 이건 남성용 큰 사이즈라 잘 맞을 거예요."

"⋯부인이 입던 거라고?"

"저 혼자 살잖아요. 누구건 줄 알았는데요?"

누가 입던 거라고 생각한걸까. 내 말과 동시에 그가 제가 입은 티를 죽 당겨 내려다봤다. 그는 예상치 못한 내용에 썩 놀란 듯 눈으로 티와 나를 번갈아 봤다. 부인 옷이라고? 하며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그렇게 놀랄일인가.

"부인의⋯ 아버지라거나. 부인보다 훨씬 크니 다른 이가 입던 거라고 생각했지. 전혀 생각지 못했어."

"여자도 오버사이즈 많이 입어요. 나한테 엄청 큰 게 아니라 상공한테 꼈던거지, 좀 더 큰거였으면 상공도 이것보단 편했을걸요."

나는 잠옷으로 엄청 커다란 셔츠만 입고 자기도 하니까. 외간 남자가 오는 집에서 입고 잘만한 건 아니라 바꾼 거지.

"응⋯, 오버사이즈가 큰 옷인가?"

"아⋯ 그런 셈이죠. 정확히 말하면 큰 크기니까, 옷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니에요."

그의 손에 들린 옷을 가져왔다. 다른 소리 하느라 포장도 안 뜯었잖아. 뭔가 고민하는 그를 두고 비닐을 뜯었다. 택이 옷핀이 아니네. 싱크대에 있을 가위를 챙기러 움직였다. 교환해야 할 일 없겠지? 제일 큰 사이즈로 사왔으니 그에게 클 일은 있어도 작지는 않을 거고, 바지는 고무줄이니까 괜찮을거다. 

그의 옷을 살 때도 조금 품이 들었다. 빅사이즈가 필요한 건 아니고 그냥 덩치가 큰 사람인데 나는 그의 옷 사이즈를 모르고. 점원의 도움을 받으려 팔을 뻗어 이 정도 키에, 이 정도 덩치에⋯. 몸이 조금 있다고 설명하니 몸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지 자꾸 실루엣이 보일만한 옷을 내어주려고 하는걸 몇 번 거절했는지. 눈대중으로 골랐다가 작을까봐 물어본 것이었는데.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그냥 큰 걸 감수하고 눈에 보이는 펑퍼짐한 티에 바지는 프리사이즈만 골라왔다.

"부인."

"네에."

택이 잘 안 잘린다. 가위를 갈아야 하나. 가위를 이리저리 돌리고 눕혀봐도 실이 길게 늘어질 뿐 끊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플라스틱으로 된 거면 딱 잘릴 텐데. 집에 다른 가위가 있나? 문구용 가위가 있던 것도 같고.

"내가 할게. 이리 줘."

그가 내 손에서 옷을 받아 갔다. 내가 잡고 낑낑대던 실을 그가 양 손으로 잡고 뜯어냈다. 손 아프기 싫어서 안 한건데. 그래도 뭐, 거의 다 뜯긴거니까 어려울건 아니지. 그가 비닐에 남아있던 바지를 꺼내 나머지 택까지 손으로 뜯어냈다. ⋯힘이 센 사람이 집에 있으니까 좋네. 보통 택 실은 입으로 뜯는데, 손으로 저게 그냥 뜯기네.

"오늘은 좀 일어났어요?"

"아니. 부인이랑 더 있고 싶어서."

낯 뜨겁게 왜 이래. 애써 그의 말에서 핵심만 잡아내어 답했다.

"어서 일어나야 하는데, 큰일이네요."

티를 잡고 살펴보는 그를 두고 싱크대 건조대 위의 그릇을 정리했다. 점심은 잘 먹었나 보네.

"식사 괜찮았어요?"

"잘 먹었어.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해 먹을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되."

"그냥 배달시키는 건데요, 뭘."

매일 배달 시키는 건 확실히 부담되겠지만 가끔이니까. 

"나중에 화구 쓰는 법 좀 알려줘."

"요리할 줄 알아요?"

의외다. 무인이라고 하기에 약간, 요리 같은 건 못하지 않을까 했는데. 음, 설거지하고 싱크대도 깔끔하게 해뒀네. 

"간단한 것만. 부인은 잘 하는 편이야?"

"저는 기본적인 것만 해요."

그가 무언가 기대하듯 나를 바라봤다. 나한테 뭘 바라는지는 알겠지만, 오늘은 피곤해서 안 된다. 그리고 이번 주는 장도 못 봐서 냉장고에 아무 것도 없단 말이야.

"부인,"

"안 돼요. 집에 아무 것도 없어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가 콧바람을 깊게 내쉬었다. 투정 부리나?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것 좀 입어볼래요? 저는 방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

그의 손에 들린 옷을 가리켰다. 간단한 티와 헐렁한 츄리닝 바지. 쇼핑백 안에 몇 벌 더 있지만 지금은 저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순간 말을 끝낸 내가 발을 옮기기도 전, 그가 상의를 훌렁 벗어 던졌다. 

"상공!"

"응?"

티에서 겨우 머리를 뺀 그가 티를 팔에 걸친 채 나를 바라봤다. 말이 좋아 걸친 거지, 옷이 이미 몸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벗은 그의 몸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드러난 그의 상체는⋯ 엄청난 근육에, 여기저기 나있는 흉터. 흉터가 많은 반면 지금 당장 그의 몸에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다. 큰 부상이 아니라는 건 사실이었나. 

그의 몸상태를 확인한 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걸 확인하니 오히려 눈을 둘 곳을 찾기가 영 힘들었다. 딱히 그의 몸에 무어라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랬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어도 사실 만난 지 오래된 사이는 아니었다. 몸가짐을 그리 편하게 내보일 상대는 아니라는 말이다. 

거기에 남자들이야 수영장 가면 웃통을 훌렁훌렁 벗는다지만 여기가 수영장도 아니고, 나는 나를 부인이라 부르는 이가 옷을 벗었을 때 그저 태연하게 볼 수 있는 담력이 되지 못했다. 

"저 들어가면, 갈아입으세요."

한 손으로 눈 앞을 가렸다. 내가 안 보는 동안 다시 입으라는 뜻이기도 했고, 이대로 앞은 보지 않은 채 바닥만 보고 내 방으로 갈 생각이기도 했다. 옅은 한숨을 쉬고 더듬더듬 내 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눈을 가린 내 손 아래로 큰 손이 나타났다.

"부인."

그의 목소리에서 옅은 웃음기가 느껴졌다. 천천히 올라온 손이 양어깨를 감싸고 내 몸을 돌렸다. 내 앞에 있던 그가 금세 뒤로 가 있었고, 더 이상 앞을 가릴 필요가 없어진 내 눈앞에는 방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등 뒤에서 뻗어진 손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금방 입고 노크할게."

"⋯그렇게 해요."

천천히 발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 안에 완전히 들어가자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음⋯."

그가 침착한 반응을 보이니 나도 갑자기 냉정해졌다. 너무 과민반응 했나. 그렇게까지 반응할건 아니었는데. 나도 엄청 놀란게 아니었는데도, 방금 전은 어째서인지 급하게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옷을 갈아입는 그를 기다리려 잠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원래 같으면 집에 오자마자 씻고 옷을 갈아입었겠지만 오늘은 다른 계획이 있었다. 일단 그가 옷을 입어야 실행할 수 있는 계획. 지금 시간은 오후 일곱 시. 옷 쇼핑까지 하고 돌아왔더니 예정보다 좀 늦은 것도 같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옷 입는 게 별로 오래 걸릴 일이 아니긴 하지. 지체할 것 없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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