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와 아이렌의 미학 예찬

여덟째 장

루크 헌트 드림

독재의 사슬로부터는 구원을,

악인에게도 관용을,

임종의 참상에도 희망을,

교수대에도 은총을!

죽은 자들도 살아나게 하자!

형제여, 마시고 함께 노래하자.

모든 죄인들을 용서받아야 하고

지옥은 없어져야 하노라.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밝게!

수의를 입고도 단잠을 자자!

형제여, 너그러운 판결을 기대하자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분의 입에서도

 

- Friedrich Schiller, An die Freude

 

 

제가 살던 세계의 시인이 지은 시예요. 전문은 아니고, 일부만 적어두었어요.

 

유명한 부분은 따로 있지만, 저는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해요. 비록 재출판 될 때는 수정되거나 삭제되어야 했던 부분이지만, 그렇기에 더 좋은걸요.

어째서 이런 명문이 검열당해야 했던 걸까요. 독재에 반대하는 부분도 문제겠지만, 아마 죄인이 용서받아야 하고 지옥도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 그 시대에는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참 신기하죠. 생각해보면 죄인이라는 건 죄를 지은 사람이라는 의미고, 그 죄는 인간이 정하는 거잖아요? 문화와 시대에 따라서 죄는 달라지기 마련이고, 결국 심판하는 건 인간이 되는데. 그들의 말대로 죽은 자를 심판하는 이가 따로 있다면, 악인이 관용을 받고 죄인들이 용서받는 세상이라도 크게 달라질 건 없잖아요? 정말 용서받지 못한 죄를 지은 사람이라면, 그 심판자가 지옥으로 보내겠지요.

뭐, 지옥도 없어지라고 한 소리 하긴 했지만. 그건 인간들이 만든 지옥을 말한 게 아닐까요?

 

선배는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걸 믿는 편인가요? 이건 어떤 드라마에서 나온 말이지만, 아름다운 게 곧 윤리래요.


갑자기 내게 예술 작품을 보내주다니. 아아, 마드모아젤 르나르. 너는 정말 나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환희의 찬가라고 읽는 걸까? 멋진 제목이구나. 전문이 궁금해졌어. 다음에 만나면 꼭 알려주지 않겠어? 너도 잘 알겠지만, 나는 시를 좋아하거든. 짓는 것도, 읽는 것도 다 좋아하지.

 

아름다운 것이 곧 윤리라. 위험한 발언이지만, 얄궂게도 거기에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겠구나. 네가 죄에 대해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었지. 유행하는 패션도, 미인의 기준도, 배우자로 선호 받는 성격이나 조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 갔어. 나는 옛것의 아름다움과 미래의 혁신적임을 모두 사랑하지만, 그래, 어떤 것들은 보편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아 아름다움을 인정받지 못하곤 하지. 그건 참 슬픈 일이야.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어. 어느 날은 있다고도 생각하고, 어느 날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지. 하지만 천국과 지옥은 살아가면서도 얼마든지 보곤 하니까, 죽고 난 뒤의 풍경을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의 풍경에 취해있고 싶은 내 마음을 너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나는 죽음을 나쁘다 생각하진 않아. 그 어떤 명문도 마침표가 없다면 미완성으로 남게 되지.

 

그런 의미에서 너는 미학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나의 르나르.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니 즐겁구나. 부디 빌의 눈치를 봐야 하겠지만, 기회가 있다면 또 노트를 건네주겠어? 나는 너와 미학을 나누는 이 순간, 천국을 보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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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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