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장
루크 헌트 드림
나의 무슈.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 최고의 사냥꾼.
최근은 이 필담도 뜸해졌네요. 어쩔 수 없긴 하죠. 지금 시험 기간이니까요. 저도 선배도 성실한 학생이니, 이 공백은 오히려 굉장히 안심이 가요.
다른 게 아니라, 역시 사냥꾼이라면 잘 알지 않을까 싶은 의문이 생겨서 공책을 폈어요.
선배는 사냥할 보람이 있는 사냥감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사냥감을 좋아하시나요?
예를 들자면, 누구도 그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었던 맹수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꼬리를 흔드는 초식동물이 있다면. 선배는 어느 쪽에 먼저 활시위를 당길 것 같나요? 선배는 수완 좋은 사냥꾼이니 둘 다 포획하겠지만, 어느 쪽부터 사냥할지는 좀 궁금하거든요.
저는 말이죠. 남에게 아양 떠는 건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이건 자랑일 수도 있고 흠일 수도 있죠. 어찌 되었든 이 세계는 힘과 권력이 없으면 적당히 아양을 떨 줄 알아야 살 수 있으니까요. 물론 비위 맞추는 게 서툴다는 의미는 아녜요. 나는 남과 맞춰주는 걸 잘하거든요.
아양은 맞춰주는 것과는 달라요, 꼬리를 내리고 배를 드러내는 거죠. 아이같이 굴어 어리숙하고 귀여워 보이게 하거나, 상대에게 필요 이상으로 의존하거나….
나는 그런 일에 서툴러요. 빌어먹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약자를 흉내 내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란 전재를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살았으니까요. 이런 사람은 동료로는 믿음직할지 몰라도, 역시 연애상대로는 별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제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어쨌든, 저는 아양 떨지 않는 여자를 무서워하는 바보가 하는 말엔 신경 쓰지 않을 거지만. 그냥 궁금해서 물어봐요. 편할 때 답해주세요.
맙소사. 어떤 어리석은 자가 네게 무슨 말을 했기에 이런 걸 묻게 된 걸까. 슬프구나. 정말 슬퍼!
그러고 보니 확실히 있지. 당당하고 똑 부러진 타입보다는 어리숙하고 서투른 계열만 좋아하는 사람들 말이야.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거랑은 좀 느낌이 다르다고 할까. 본성이 천연인 쪽과 사랑받기 위해 아양을 떠는 쪽은 확실히 차이가 있으니.
어쨌든 짧게 답하자면, 사냥꾼이라면 누구든 손쉬운 사냥감보다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냥감을 더 선호하는 법이야. 절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내 예상을 뛰어넘고, 쟁취욕과 호승심을 자극하는 사냥감은 드물기에 어떤 사냥꾼도 꿈꾸게 하거든. 물론 그 정도 사냥감은, 겁쟁이들이 감히 노리지 못하고 도망치게 되지만….
그렇지.
그러니 그 어리석은 이는 네게 도망치고 싶었을 거야. 아아, 바보 같은 사람. 이런 사냥감이 어디 있다고. 이런 ■■■ ■■■■ ■■ ■■■■■■
└ 지운 부분은 무시해 줘. 나의 르나르.
어쨌든, 부디 신경 쓰지 말기를 바래. 아이렌 군.
아양 떠는 여자를 탐하려는 남자는, 다리 부러진 소동물을 사냥할 때도 겁낼 광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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