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와 아이렌의 미학 예찬

여섯째 장

루크 헌트 드림


마드모아젤 르나르! 오늘은 무슨 변덕이 들어, 내가 너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기적을 이루게 해준 걸까?

요즘은 동아리 활동과 기숙사 일로 바빠 한동안 이걸 쓰지 못했지만, 오늘은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구나. 나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찬사를 보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몸이니까.

 

아이렌. 오늘의 네 머리카락은 마치 검은 바다 같았어. 부드럽게 물결치는 한밤중의 겨울 바다. 혹은 심해에서 올려다본 달빛의 움직임이나, 저승 어귀에 흐른다는 기억을 잃게 만드는 망각의 강의 그림자…. 아아. 그 어떤 말로도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정의할 수 없어 괴롭구나.

네가 저 멀리 복도를 지나가는 걸 봤을 때, 나는 내가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단다. 평소의 그 정갈하게 땋아 내린 머리카락도 아름다웠지만, 자유롭게 한 번만 묶어 올려 바람에 나부끼는 그 긴 머리에서 느껴지는 우아함이란! 정말이지 숨이 턱 막히는 것이, 나는 네 머리칼이 만든 미려한 물결에 잠겨 죽는 것만 같았어.

네 머리를 장식하고 있던 그 귀여운 스크런치는 직접 산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가 네게 선물해 준 걸까? 너와 굉장히 잘 어울렸는데. 마치 네 머리카락의 일부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말이야.

 

다음에는 또 어떤 머리 세팅을 보여 줄지 기대되는구나! 혹 망설여진다면, 언제든 빌에게 부탁해 보렴.


간만에 노트를 받아서 무슨 이야기를 적어놓으셨을까 했는데, 설마 이런 내용일 줄이야….

 

사실 오늘 포니테일에는 큰 이유는 없어요. 그냥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머리를 말릴 시간이 부족했고, 덕분에 이 긴 머리를 정갈하게 땋을 시간도 없었을 뿐이죠. 마음 같아선 풀고 오고 싶었는데…. 솔직히 제 머리는 그냥 풀고 다니기엔 너무 길잖아요? 그래서 하나로 묶어봤어요. 머리끈은 언젠가 선물 받은 거예요. 멜로드가 마을에 놀러 갔다 와선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라며 준 거거든요.

그것보다 다들 포니테일을 꽤 좋아하네요. 듀스도 그렇고, 러기 선배도 그렇고, 다들 예쁘다고 해주고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기분이 묘해요. 가끔은 이렇게 묶고 와볼까….

 

아, 그리고 빌 선배에게 부탁해 보라고 하셨는데…. 빌 선배는 쉽게 자신의 손길을 빌려줄 사람이 아니라고요. 물론 저는 빌 선배와 친한 편이기도 하고, 가끔 선배가 못 봐주겠다며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거나 매무새를 다듬어 주긴 하지만 그게 끝이에요.

폼피오레에서 장려하는 것은 분려(奮勵)의 정신. 즉,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점이죠. 빌 선배는 자신과 직결로 이어지는 문제가 아니라면 직접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선배는 아름답지만, 친절하진 않으니까요. 조언자는 되어도, 조력자는 아니랄까요? 물론, 본인이랑 관계있는 일에선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주시지만.

 

뭐, 그렇게 따지면 전 빌 선배에게 꽤 특별한 취급을 받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폼피오레 소속도 아니고 잘 꾸미지도 않는 저인데, 제 근성이 마음에 드셨던 걸까요? 제가 비록 화장은 안 해도, 이세계(異世界)에서 와서 마법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는데도 필기 성적은 제법 좋다구요?

 

아, 맞아. 성적 하니 생각난 건데 전에 마법약학 숙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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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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