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장
루크 헌트 드림
이런, 이건 돌려달라고 준 공책이 아니야. 아이렌. 꽃과 공책, 모두 네게 주는 선물이었어.
하지만… 이렇게 돌려받아버렸고, 너의 답신을 봐버렸으니. 내가 어떻게 펜을 놓을 수 있겠어. 나의 르나르.
꽃을 마음에 들어 해줘서 기뻐. 압화로 만들 정도로 마음에 든 걸까? 아니면 내가 준 것이기에 간직하기 위해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일까. 너라면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그 꽃은 확실히 아름다우니 전자의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겠구나.
네가 나에 대해서, 내가 준 것에 대해서 소중하게 여기는 점을 감사히 여기고 있어. 나의 덧없는 글에 답문을 받을 줄, 나는 상상도 못 했거든. 그거야, 그 어떤 시인이 답가를 기다리며 거리에서 세레나데를 부르겠어. 하물며 나는 시인도 아닌 사냥꾼. 내가 산과 들을 향해 노래한다고 하여도, 들짐승도 날짐승도 모두 들어주지 않고 도망가겠지.
하지만, 그런 내게 답가가 온 거야. 아이렌. 알겠어? 너의 글은 그런 의미가 있다는 걸, 부디 알아주길 바라. 네 노래는 어느 신화의 환상종처럼 모두를 끌어당기겠지만, 활과 화살로 원하는 것을 피 흘리게 해 이 손아귀에 넣는 사냥꾼은. 원래라면 노래와 시로는 여우 한 마리 잡을 수 없는 몸이라는 걸.
그래. 이렇게 된 거. 나와 자주 노트로 대화해 주지 않겠어? 말과 말의 대화도 좋지만. 이리 글로 서로를 알아가는 것 또한 각별하니까. 무엇보다도 이런 형태라면, 무슈 확신범과 무슈 유쾌범도 그리 불쾌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선배가 리치 선배들을 의식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선배는 솜씨 좋은 사냥꾼이니까, 아직 화살로 맞추지 못한 것과 이미 벽에 박제로 걸어놓은 것. 단 두 종류로 분류한다고 생각했는데.
필담이라. 저는 좋아요. 이 곳에 오기 전, 평범한 학교를 다닐 때도 필담은 많이 나눴거든요. 글이란 신비한 힘이 있죠.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정교하고, 표정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점잖으니 말이에요. 원래 인간이란 말하는 것에서 생각과 사상이 보이는 법이지만, 글은 그게 더 심하잖아요? 단어 하나하나, 문장 구성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해부도가 되어버리죠. 그러니 편지는 말이죠. 하나의 진료기록 같은 거예요. 나를 해체해 전시해 놓는 행위이자 타인의 해체를 읽어내는 과정인 거죠. 물론 의사도 면허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무지한 이는 아주 상세한 해부도 앞에서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말이죠.
생각해보면, 그런 걸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선배는 사냥꾼이니까 잘 아시죠? 동물들은 생각보다 영리하고, 서정적이고, 로맨틱하다는 것을. 새끼의 죽음에 비통해하고, 반려의 죽음에 절망하다 삶을 포기하고, 육체가 바라는 본능을 거부한 채 정을 따르는 개체도 있지요. 글을 쓸 줄 안다고, 기계를 다룰 줄 안다고, 인간은 저들이 가장 똑똑한 줄 알겠지만 내 생각은 달라요. 생각하지도 않고, 아름다움을 모르는 인간은 로보 이하에요. 아, 로보 이야기는 이 세계에는 없겠지….
어쩐지 불평불만만 늘어놓은 필담이었네요. 부담스럽지 않으실 때, 편하게 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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