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생

상처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6월 2주차, 밴드

쉼터 by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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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쳤나요?”

“학원장.”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긴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까만 가면. 가면 안에 반짝이며 빛나는 눈은 언제 보아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한껏 허리를 숙여 저와 시선을 마주하는 학원장을 보며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별건 아니에요.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무릎이 까졌을 뿐이에요.”

“흠. 단순히 까진 정도가 아닌데요?”

그렇게 말한 학원장은 이윽고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들쳐진 치마에 당황스러울 법하지만, 너무 담담하게 느껴지는 손길에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상처가 단순히 까졌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긴 했다. 계단에서, 그것도 거진 꼭대기에서부터 굴렀을 테니 무릎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다쳤으리라. 겉으로 티 내지 않으니 눈에 띄지는 말고 무릎 말고는 보이지 않는 거겠지. 나는 학원장이 대충 살펴보고 자리를 떠나주길 바랐다. 이런 상처투성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었고, 나의 약한 부분을 보여주는 거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 내 약점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으니. 내 약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는 파트너인 그림 뿐이다.

올라간 치마를 잡고, 학원장에게 말했다.

“다 보셨으면 가도 괜찮으실 거 같은데.”

“이런, 다친 학생을 보고 그냥 넘어가다니요. 교육자로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무엇보다 저, 상냥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학원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상냥함이라. 학원장과 가장 먼 거 같은 단어를 들을 때마다 웃음이 비죽비죽 튀어나왔다. 학원장도 그것을 아는지 웃을 때마다 상처받았다는 반응을 과장되게 보여주었고, 눈앞에서 보이는 모습은 하나의 촌극과 다름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었을까.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던 학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일까요?”

“무엇이요?”

“상처가 생긴 이유 말이죠.”

“계단에서 미끄러졌어요.”

“요즘은 계단에서 난다는 것을 미끄러졌다고 하는 건가요? 이야, 요즘 유행은 따라잡기 힘드네요.”

“…미끄러졌어요.”

“네에.”

“정말이에요.”

“아무렴요.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미끄러진 게 맞지요.”

“…….”

“그런 나쁜 학생은 제대로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 바로 교육자가 있는 이유니까요.”

“…제대로 된 교육자 흉내도 내지 않으면서.”

“뭐, 저는 학원장이라 바빠서 말이죠. 그래도 지금부터 상냥한 학원장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상냥한 학원장이지만!”

“…하하.”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고운 다리에 상처가 생겼네요. 지금은 이 정도밖에 못 해주지만, 보건실은 꼭 들러주길 바랍니다. 학생이 제 학교에서 다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슬퍼서 울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말한 학원장은 어디서 꺼내었는지도 모를 밴드를 꺼내 무릎 위에 있는 상처에 붙여주었다. 상처 부위가 커서 밴드 하나로 충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밴드보다 상처가 더 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학원장은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활짝 웃으며 자신이 붙인 밴드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이후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 기숙사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보건실에 꼭.”

“네, 네. 꼭 들를게요. 밴드 감사해요.”

“별말씀을. 저, 상냥하니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평소처럼 날아서 사라지는 학원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괜스레 무릎에 있는 밴드를 긁적였으나, 자신이 왜 그랬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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