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D
밝게 뿜어내는 빛에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기숙사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감독생은 짐을 바닥에 내려두고 정신을 못 차리는 그림을 흔들며 흥분했다. “그림, 봤어?! 봤어?! 세상에, 샘 씨가 기숙사로 바로 옮겨주셨어!” “우, 우욱. 부, 부하… 흐, 흔들지 말라조…. 소, 속이……. 우욱!” 괴로워하는 그림의 등을 다급히 두드려주며 감독생은 작게 조
* 「오늘의 메뉴」 백미밥 참치 미역국 야채 스크램블 에그 참치 계란말이 소시지볶음 * “드디어… 돈을 모았어……!” 감독생은 담화실 소파에 앉아 책상 위에 올려둔 지폐를 보았다. 여기서는 마들이라고 부르던가. 이세계의 물가를 제 세계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몰라 지금 자신이 얼마를 모았는지 감이 오지 않았으나, 감독생은 순수하게 돈을 모았다는 점
보글보글. 냄비에 들어있는 물이 끓어오르며 소리를 냈다.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끓는 물이 냄비에 넘쳐 오르기 시작했다. 끓는 물과 가스레인지의 불길이 서로 만나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가스 불이 꺼졌다. 그게 마치 알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신 차린 그는 허겁지겁 가스 불을 껐다. 혹시나 해 가스 밸브까지 잠그면, 제 앞에는 끓어오른 물
“사실은 알고 있었어. 내가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말이야.” 손에 들어온 하얀색 장미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줄기의 뾰족한 가시는 미리 제거했는지 손에 닿는 것은 매끈했다. 이 정원에 있는 장미라고는 붉은, 페인트를 예쁘게 머금은 장미뿐이었지만, 어느 날 지나가듯이 말했던 나의 말 한마디로 정원 한구석에 남겨둔 귀한 흰 장미였다. 정원을 거닐면 그들이
“다쳤나요?” “학원장.”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긴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까만 가면. 가면 안에 반짝이며 빛나는 눈은 언제 보아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한껏 허리를 숙여 저와 시선을 마주하는 학원장을 보며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별건 아니에요.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무릎이 까졌을 뿐이에요.” “흠. 단순히 까진 정도가 아닌데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비단 비가 내리는 날 뿐 아니라 물과 관련된 것은 모두 다 싫어한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면 창문 너머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가 보인다. 그리고 어두운 창문에 반사되어 죽상을 하는 자기 모습도. 얼마나 우울한 얼굴인지. 보기만 해도 복이 달아날 거 같았다. 이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