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합시다!
참치 미역국 下
밝게 뿜어내는 빛에 눈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기숙사 정문에 도착해 있었다. 감독생은 짐을 바닥에 내려두고 정신을 못 차리는 그림을 흔들며 흥분했다.
“그림, 봤어?! 봤어?! 세상에, 샘 씨가 기숙사로 바로 옮겨주셨어!”
“우, 우욱. 부, 부하… 흐, 흔들지 말라조…. 소, 속이……. 우욱!”
괴로워하는 그림의 등을 다급히 두드려주며 감독생은 작게 조잘거렸다. 세상에,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일부러 기숙사까지 보내주시고. 할인도 해주셨는데 샘 씨 너무 친절한 거 아니냐며, 어른의 귀감이라 말하는 감독생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그림은 전보다 진정해진 속에 귀를 탁탁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됐으니 짐 옮기는 거다조…. 나님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었다구…….”
“아, 생각보다 구매부에서 시간을 많이 썼구나.”
구매부에 들어간 건 오후 4시쯤이었는데 낡은 기숙사로 들어와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덧 1시간이 지나 있었다. 감독생은 그림의 칭얼거림을 다독이며 기숙사 조리실로 걸음을 옮겼다.
낡은 기숙사는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이 낡아 있었기에 시간 날 때 틈틈이 청소해 두었더니 필요할 때마다 청소할 수고를 덜었다. 감독생은 반질거리는 조리대 위로 자신이 산 것들을 펼쳐두었고, 그중에서 나중에 사용할 것들은 수납장에 넣어두거나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이제 조리대 위에는 쌀과 물미역이 남아있었는데, 감독생은 그림에게 조리실에 남아 있는 커다란 밀폐용기를 찾아달라 부탁했다. 그림이 의기양양하게 맡겨달라고 말하는 모습을 뒤로 감독생은 밥을 지을 만한 냄비를 찾았다. 낡은 기숙사 조리실에는 밥을 할 수 있는 밥통이 없었기에 이 대신 잇몸이라고 냄비로 밥을 짓자고 생각했다. 집에서 밥통이 고장 났을 때 종종 했었는데, 여기까지 와서도 밥을 짓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감독생은 사용할만한 냄비와 밥과 물미역을 씻을 볼을 찾았다. 그사이에 쓸만한 밀폐용기를 발견했는지 그림이 제 머리 위로 김치통만 한 밀폐용기를 가지고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부하! 찾았다조~!”
“우와, 그림 최고! 크기가 딱 맞는 걸로 찾아왔네!”
“후후, 이 몸에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구~!”
옳지, 옳지. 밀폐 용기를 받아서 들고 그림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준 감독생은 바닥에 밀폐 용기를 두고 구매부에서 산 쌀 포장지를 찢었다. 10kg이라 그런지 조금 무게가 있었지만, 아르바이트와 잡일로 다져진 감독생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었다. 쌀 한 톨도 아까워 바닥에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담아내고, 먹을 만큼의 양만 컵으로 퍼내서 싱크대 위에 있는 볼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뚜껑을 닫고 팔이 쉽게 닿는 수납장 안에 넣어두고 허리를 폈다.
“부하, 이제 뭐 하는 거냐조?”
“쌀을 씻어서 밥으로 만들 거야. 전기밥통이 있으면 좋은데… 여기에는 없으니까 냄비로 지으려고.”
“후응….”
“심심해 보이는 그림에게는 감독생이 할 일을 주겠어요.”
“이, 이 몸은 심심하지 않다조!”
“에이,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심심해 보이는걸? …어디 보자, 우리 그림에게는……. 아, 구매부에서 산 마늘을 까줄래? 많이 쓸 건 아니니까… 이거 하나면 충분할 거 같아.”
감독생은 조리대 구석에 넣어뒀던 마늘을 그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샘에게 마늘을 구매할 때 거의 한 접 정도 되는 양을 받아오는 바람에 이걸 언제 다 먹나 싶었으나, 한국인은 모두 곰의 후예가 아니던가. 틈틈이 먹어준다면 보름, 혹은 한 달 정도면 다 해치울 수 있는 양이다. 구워 먹어도 맛있고, 반찬이나 국을 만들 때마다 꼭 빠짐없이 들어가는 재료이기에 감독생은 다발로 묶인 마늘을 보고 배부른 표정을 지었다. 그런 감독생에게 마늘을 받은 그림의 표정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고양이 마수인 만큼 코가 예민한 건지 그림은 귀를 누그러트리며 마늘을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하고 싶지 않고 조리실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평소와 달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을 움직이는 감독생의 모습을 보고 그림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기분 좋은 부하를 위해 한 몸 희생하는 것도 두목으로서 해야 할 일이겠지! 그림은 비장한 얼굴을 하며 느리게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그런 그림의 모습에 한 번은 도망이라도 칠 줄 알았던 감독생은 의외라는 얼굴을 하며 볼에 담아 둔 쌀을 씻기 시작했다.
찰박, 찰박.
두 팔을 걷어붙이고 손을 휘휘 저으며 뽀얗게 올라온 불투명한 물을 한 차례 부었다. 혹시라도 쌀이 물에 쓸려 떠내려가지 않을까 느리게 물을 붓는 모습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한 번 더 물을 받은 감독생은 전처럼 쌀을 씻더니 이번에는 개수대에 버리는 대신 여분으로 꺼내 둔 커다란 그릇에 붓기 시작했다. 옆에서 마늘 껍질을 까고 있던 그림이 감독생의 행동에 머리를 기울이며 물었다.
“부하, 그 물로 뭘 하는 거냐조?”
“아, 이거? 이걸로 국 끓이려는 거야. 쌀뜨물로 국을 끓이면 더 맛있어진다고 하거든.”
“쌀뜨물?”
“쌀을 씻고 난 후에 나오는 물이야. 이거 여러모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 끓일 때 육수로 사용하거나, 세안 물로 사용하거나…. 그리고 설거지할 때 기름 묻은 그릇을 깨끗하게 닦을 수 있어.”
“색이 이상하다구…….”
그릇에 뿌옇게 흐려진 물을 보고 그림이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그렇다 치지만 뿌옇게 흐려진 걸 먹는다고 생각하니 영 믿음이 가지 않나 보다. 감독생은 그림의 구겨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주며 웃었다. 우리 두목은 부하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겁니까? 조금 진지한 얼굴로, 그러나 그 목소리에 담겨있는 장난스러움에 그림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흥! 그럴 리 없다조! 두목이 부하를 안 믿으면 누가 부하를 믿냐구!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그 말이 얼마나 웃기고 믿음직스러운지. 감독생은 쌀을 씻다 말고 그림을 품에 껴안아 마구잡이로 쓰다듬어주었다. 그럴 때마다 그림의 손… 앞발에 있던 마늘 껍질이 바닥에 흩날렸지만, 감독생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한 차례 해피타임이 지나가고 냄비에 쌀을 안친 감독생은 손에 있는 물기를 손수건으로 닦아낸 뒤 불 조절을 했다. 냄비 밥을 할 때는 불 조절이 필수였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아랫면은 누룽지 수준이 아니라 꺼멓게 타버리거나 윗면이나 중간 부분은 설익어서 섞이지도 못하게 되기에 감독생은 가스레인지 밸브를 열며 제 옆에 있는 그림을 보았다. 마침 마늘을 다 깠는지 손을 씻고 있던 그림이 보였다.
“그림, 벌써 다 깠어?”
“이 정도는 금방 한다구.”
“그러면 여기 앉아서 잠깐 쌀 좀 봐줄래?”
“후냐, 뭘 하면 되는 거냐조?”
“강한 불로 맞춰둘 테니까, 냄비 안에 있는 물이 부글부글 끓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냄비 뚜껑을 닫아줘. 그리고 15분에서 20분 정도 지나면 불을 꺼주면 돼. 시간은… 여기, 단말기 보고 하면 편할 거야.”
“알았다조.”
그림이 조리대 한편에 자리를 잡고 냄비를 보기 시작했다. 감독생은 그림이 불에 다치지 않도록 자세를 몇 번 조정해 주고 난 후에야 만족하는 얼굴로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이제 볼에 남아 있는 건 커다란 물미역이었기에, 감독생은 물을 틀어 흐르는 물에 미역을 박박 씻기 시작했다. 물미역에서 나는 특유의 바다 내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끓는 물에 한 번 데치는 편이 좋았기에 냄비에 넣기 전에 열심히 헹궈냈다. 감독생은 남은 냄비에 물을 받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씻은 미역은 다른 곳에다 보관하고, 물이 끓기 전까지 감독생은 그림이 까 둔 마늘을 들고 와 도마 위에 올렸다. 다진 마늘을 팔고 있으면 이런 수고를 덜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마늘의 꼭지 부분을 하나하나 따고 굴러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는 칼을 높게 세워 뒤축으로 쾅쾅 내리찍기 시작했다. 가만히 감독생이 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던 그림은 커다란 소리에 놀라 꼬리를 바짝 세우고 폴짝 뛰었지만, 감독생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쾅쾅하고 마늘을 빻기 시작해, 다진 마늘을 준비한 그릇에다 옮겨 담았다. 칸칸이 나뉜 용기에 담아서 냉동 보관하면 괜찮은데. 다음에 구매부에 들러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감독생이 고개를 들자, 온몸의 털이 쭈뼛 서 있는 그림이 보였다.
“그림?”
“노, 놀랐다조…….”
“아, 도마랑 부딪히는 소리가 좀 컸지. 미안해.”
사용한 도마와 칼, 그리고 손을 씻으며 감독생이 말했다. 마침 냄비의 물이 끓기 시작해, 감독생은 옆에 보관해 두었던 물미역을 들고 조심스럽게 냄비 안으로 집어넣었다. 튀김용 젓가락이 있으면 편하게 할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건 없었고 대신 쥐기 편한 집게가 남아 있어, 감독생은 위로 떠 오르는 물미역을 집게로 꾹꾹 눌렀다. 마침 그림 쪽에도 끓었는지 그림이 조심스럽게 약한 불로 불을 줄이고 있었다.
“힘들다조….”
“아니, 뭐 했다고 힘들대.”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힘들다조! …나님은 그냥 모스트로 라운지에서 먹는 게 더 좋다구.”
“나도 모스트로 라운지에서 먹는 거 좋아해. 그런데 늘 그렇게 먹을 수 없는 노릇이잖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맛있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저녁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감독생은 그림의 귀가 아래로 쳐지자 귀를 느리게 만져주며 냉장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림이 언젠가 말을 잘 듣거나 기운이 없을 때 주려고 몰래 사 둔 간식이었는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감독생이 제 귀를 만지고 냉장고로 향하자 그림은 저도 모르게 흥미 가득한 얼굴로 감독생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활짝 웃는 감독생의 손에 들린 건 다름 아닌 구매부에서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는 5개입 간식이었다. 늘 먼저 도착하는 학생들 탓에 먹어본 적 없었는데, 어떻게 구한 건지 감독생이 포장지를 손수 뜯어주며 그림의 손에 쥐여주었다.
“자, 부하를 도와주는 두목에게 주는 상이에요. 원래 저녁 먹기 전에 간식은 먹으면 안 되지만 이번만 특별히 주는 거야.”
“부하, 사랑한다조~!”
“그래, 나도 그림 사랑해.”
그렇게 말한 뒤 간식에 푹 빠져 있는 그림을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고는 물미역을 데치고 있는 냄비를 들고 개수대로 향했다. 이 정도 데쳤으면 됐겠지. 찬물을 틀고 흐르는 물에 다시 한번 물미역을 씻는 감독생은 아까 전 마늘을 다졌던 도마 위에 헹군 물미역을 올렸다. 그리고 칼을 쥐고 한입 크기로 조심스럽게 자르기 시작했다. 물미역은 마른미역과 달리 줄기가 달려 있어, 정성스럽게 잘라주는 편이 좋았다. 특히 저보다 입이 작은 그림을 위해서라도 그의 사이즈에 맞는 크기로 자르겠다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한차례 미역을 잘랐다.
다 자른 미역을 뒤로, 사용한 냄비를 헹군 뒤 다시 가스레인지 위로 올린 감독생은 수납장에다가 넣어 둔 참기름을 꺼내 크게 한 바퀴 둘렀다. 원래 미역국을 할 때는 참기름에 소고기를 볶은 뒤 미역을 볶았는데, 자신은 소고기 대신 참치를 넣을 것이기에 곧바로 미역을 넣었다. 참기름과 물미역이 섞여 천천히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간식과 냄비 밥 사이에 갈팡질팡하던 그림이 코를 움찔거리며 미역을 볶고 있는 냄비를 보고 있으니 말 다 했지. 살랑거리는 꼬리가 지금 그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감독생은 한참 미역을 볶다, 그릇에다가 따로 담아둔 쌀뜨물을 부었다. 물과 달궈진 참기름이 만나 커다란 소리를 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뿌옇게 뜬 물 위로 미역과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 아까까지만 해도 조금 기대로 가득한 그림의 얼굴이 단번에 가라앉았다. 정말 이게 맛있는 거냐조? 아니, 그림. 나 못 믿어? 괜찮다니까? 진심으로 자신을 믿는 목소리에도 그림의 얼굴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먹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말하는 감독생은 조금씩 국이 끓기 시작하자, 미리 다져 둔 마늘을 한 스푼 크게 떠 냄비 안으로 넣… 으려고 했지만 그림의 비명에 넣지 못했다.
“깜짝이야!”
“이 몸이 더 놀랐다조! 그걸 왜 그렇게 많이 넣는 거냐구!”
“아니, 그럼 국에 이 정도는 들어가 줘야지!”
“너무 많다조! 이상한 냄새도 날 거라구!”
“괜찮다니까?”
“안 괜찮다조!”
“괜찮아!”
“안 괜찮아!”
그렇게 몇 번 더 실랑이가 있었다. 그 실랑이에서 이긴 건 다름 아닌 그림이었기에 다진 마늘을 1/3 정도로 넣기로 타협을 봤다. 혹시라도 구시렁거리는 감독생이 저 몰래 한스푼 더 넣을까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자, 그림이 안 보는 틈을 타 한 번 더 넣으려고 했던 감독생은 혀를 차며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그렇게 끓기 시작한 미역국을 국자로 휘휘 젓다가 참기름과 함께 산 간장을 꺼내 두 스푼 정도 넣었다. 간을 맞출 때 이 정도였던가 어림짐작하면서.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6개 산 참치캔 중 하나를 꺼내 들어 뚜껑을 땄다. 뚜껑을 따는 소리에 귀신같이 그림이 제 옆으로 달려왔지만, 이건 지금 먹을 게 아니었기에 감독생은 그림을 애써 무시하며 캔에서 털어낸 참치 기름을 짰다. 손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냄새와 미끈거리는 느낌에 후딱 기름을 짜내고 끓고 있는 국에다 넣었다. 옆에서 그럴 거면 자기에게 주라는 말이 들렸지만, 감독생은 귀를 닫고 손을 씻는 것에 열중했다.
이제 국은 약불에다가 맞춰서 조금 끓이기만 하면 끝나는 거다. 감독생은 중불에서 약불로 불을 낮추며 옆에 있는 냄비를 보았다. 꼬리를 추욱 늘어트리며 앉아 있는 그림을 보며 말했다.
“그림, 밥은 어때?”
“다 되어 간다조. 아직 3분 정도 남았다조.”
“그래? 그럼 밥이랑 국은 얼추 다 됐으니까… 이제 반찬만 만들면 되겠네.”
그렇게 말하며 감독생은 냉장고에 넣어 둔 야채를 꺼내며 조리실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요리를 시작한 게 거의 5시 20분 정도였는데 어느새 6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계에 혀를 내둘렀다. 준비하는 과정에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정말 시간 참 빠르다며 감독생은 꺼낸 야채를 빠르게 씻기 시작했다.
당근과 양파는 다행스럽게도 껍질이 벗겨져 있어, 따로 벗길 필요가 없었다. 계란말이를 할 때 사용할 야채니까, 잘게 다질 정도로만 자르면 된다. 감독생은 물미역을 자르느라 사용했던 도마와 칼을 한 번 더 씻은 후 양파를 집었다. 양파를 자를 때 눈을 맵지 않게 하려면 찬물에 담가두는 편이 좋다고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했기에 가장 먼저 해치우고자 도마 위에 호기롭게 올려두었다. 그러나 그런 용기가 무색해질 만큼 아직 절반도 썰지 않은 양파 탓에 감독생은 거의 오열하다시피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던 그림은 매운 냄새가 올라오자마자 제 할 일은 끝났다며 불을 끄고 조리대와 가장 먼 곳으로 먼저 달려 나갔다. 부하를 지키는 게 두목의 덕목이면서, 이럴 때는 가장 먼저 도망친다고 생각할 무렵에서야 양파를 다 다질 수 있었다.
감독생은 코를 훌쩍이며 도마를 씻었다. 손도 양파 냄새가 나지 않도록 박박 씻어내리며 다음으로 당근을 들었다. 뒤에서 당근은 싫다고 말하는 고양이의 울음이 들렸으나 어딘가의 모 2 왕자처럼 편식하는 것은 좋지 않기에 양파보다 더 많은 양의 당근을 다지기 시작했다. 이건 그림의 편식을 고치기 위한 것이지, 양파 앞에서 저를 버리고 도망간 것에 대한 화풀이가 아니었다. 절대.
필요한 양의 재료를 다 썰고, 다시 냉장고로 가서 계란 팩을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이 먹을 정도라고는 하지만 계란말이를 두 가지로 나눠서 할 거니까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감독생은 계란을 몇 개 깨야 하나 고민하다가 두 개를 집어 들었다. 톡톡, 가볍게 두드린 계란의 깨진 부분을 잡아 벌린 후 말끔하게 내용물을 꺼낸 감독생의 모습을 보고 천천히 다가온 그림이 작게 손뼉을 쳤다. 감독생은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다고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하듯 보여주자, 그림이 반짝이는 눈으로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 나님도 해보고 싶다조!”
“그림은 손이 작아서 잘 안될 텐데?”
“할 수 있다구!”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림의 모습에 감독생은 새 그릇을 꺼내 그림에게 계란을 건네주었다. 그림이 반짝이는 눈으로 조리대에 궁둥이를 붙이고 두 손가락으로 계란을 쥐었다. 힘을 주는 손이 긴장으로 부들부들 떨려오는 모습을 보고 감독생이 뒤에서 숨죽여 웃었으나, 그림은 계란에 집중하던 탓에 알지 못했다. 에잇! 그런 소리를 내며 손에 힘을 주었지만, 초보자가 하기에는 어려웠기에 깨진 계란의 내용물이 그릇이 아닌 그림의 앞발과 뒷다리 부분에 질척이며 흘러내렸다.
“아아, 다 묻어버렸네. 그림 괜찮아?”
“어려운 거라구…….”
“그래도 처음 치고는 잘했는걸? 처음에는 계란 깨는 것도 힘든 사람도 있으니까.”
축 처진 그림의 등허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키친타월로 그림 위로 쏟아진 계란을 닦았다. 커다란 덩어리를 타월로 건져내고 여전히 털에 뭉쳐있는 계란 흰자를 보며 감독생은 그림의 손만 가볍게 씻겨준 뒤 말했다.
“나머지는 여기에서 씻을 수 없으니까… 샤워실 가서 한 번 씻고 오는 게 좋겠다.”
“후냐…….”
“씻기 싫다고 대충 씻고 나오면 계란 비린내가 폴폴 날걸? 그럼 잘 때마다 힘들 텐데, 잘 씻고 올 수 있지?”
“씻고 오겠다조….”
느린 걸음으로 조리실을 나가는 그림의 모습을 보던 감독생은 그림이 없는 틈을 타 빠르게 손을 놀렸다. 그림이 다 씻고 나오기 전에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여분으로 꺼내 둔 그릇에 전처럼 계란 두 개를 깨 넣었다. 하나는 야채 계란말이를 할 거고 다른 하나는 그림을 위한 참치 계란말이용. 감독생은 젓가락으로 계란 노른자를 톡 깨트리고는 빠른 손놀림으로 젓기 시작했다. 그림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자기도 해볼 거라고 했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림은 없었다. 다 저어진 계란에 미리 다져 준 야채를 넣고 고루 섞이도록 한 번 더 섞었다.
이제 다 된 냄비 밥을 냄비 받침대 위에 올려두고 그 위에 프라이팬을 올렸다.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그 위에 식용유를 한 바퀴 둘린 후 이제 프라이팬이 달궈지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감독생은 열이 오르는 프라이팬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런 둥근 프라이팬보다는 직사각형으로 된 프라이팬이 모양 잡기에 좋은데. 얇은 계란 지단을 한장 한장 만들어가며 말아가는 게 정석적인 계란말이지만 원형 프라이팬으로 만들게 되면 이상하게 모양 잡기가 힘들었다. 그럴 때는 그냥 다 부어 버리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만들어 먹고는 했는데 그림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 선뜻 어떤 방식을 따라야 하나 고민되었다.
팔짱을 끼고 뜨거워진 기름을 한참 본 감독생은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계란 물의 절반은 정석대로, 나머지 절반은 다 부어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림이 뭘 좋아할지 모른다면 까짓거 둘 다 해주면 되는 게 아닌가. 물론 제가 할 일이 늘어나고, 손이 많이 간다는 게 흠이지만 사랑하는 두목을 위해서라면 이깟 귀찮은 일쯤이야. 감독생은 천천히 그릇에 있던 계란 물을 부었다. 기름이 계란 물을 만나 튀겨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지단이 익어가기 시작했다. 다 익기 전에 감독생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지단을 말기 시작했고, 바른 모양대로 접은 지단을 살짝 들어 올려 그 밑에 다시 계란 물을 부었다. 계란 물은 몇 번 하는 게 좋더라……. 세 번 정도 하면 괜찮겠지. 사실 세 번 정도 하면 없어질 양이라, 감독생은 같은 행동을 두어 번 더 하고 겉이 노릇하게 잘 익었을 때 깨끗하게 씻은 도마 위로 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잘라 입에 하나 넣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뜨거운 것에는 내성이 없던 터라 어느 정도 식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더불어 곧 씻고 나올 두목에게 혼나고 싶지 않았고. 감독생은 투덜거리며 씻고 있을 그림을 생각하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남은 계란 물을 들고 전과 달리 한꺼번에 들이부었다. 대충 세 번 정도 접어서 계란말이의 하위 버전을 만들려고 했으나, 그러기에는 아직 만들어야 할 반찬이 남아있던 탓에 부침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면 젓가락으로 찢어먹는 맛이 있지. 감독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 생각에 동의했다.
그렇게 참치를 섞어 만든 계란말이와 지단이 완성되었고, 자신의 몫으로 따로 남긴 야채 계란은 대충 볶아서 스크램블 에그로 만들었다. 그림이 야채도 먹어주었으면 하는 거였지만, 싫다는 것을 억지로 먹일 생각은 없었다. 그야 내 두목은 마수인걸…. 마수는 편식해도 괜찮지 않아? 식은 참치 계란말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접시에 보기 좋게 옮겨 담았다. 스크램블 에그나 지단 역시 한쪽에 옹기종기 모아두어, 계란으로만 이루어진 반찬만 한가득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뭘 만들어야 하더라…. 아, 맞아. 소시지볶음! 감독생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비엔나소시지와 파프리카, 야채 계란말이를 만들 때 남았던 야채들을 가지고 와 커다란 접시에 한가득 담았다. 비엔나소시지는 칼집을 내거나 문어 모양인 다양한 모양으로 자르면 될 거 같고… 야채를 싫어하는 그림을 위해 야채는 소시지보다 작은 사이즈로 잘라야겠다고 생각하며 감독생은 다시금 도마와 칼을 씻었다.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이기에, 감독생은 도마를 씻는 내내 차라리 용도에 맞는 별도의 도마를 여러 개 살까 고민했었다.
“후냐, 다 씻은거라조.”
“아, 그림. 다 씻었어?”
씻고 말리기까지 한 덕분에 다른 털보다 유독 다리털이 더 복슬복슬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얼굴로 가지고 가, 마음껏 흡입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속으로 쓴 한숨만 삼켰다. 그런 감독생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림은 감독생의 옆으로 다가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발견한 계란말이에 그림의 두 눈이 위험하게 빛을 냈다.
“그거 먹으면 저녁 없을 줄 알아.”
“후, 후냣! 그런 생각 안 했다조!”
“같이 먹어야 하잖아. 그리고 식사 전에는 군것질 금지. 우리 두목은 간식 한 개 먹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감독생은 비엔나소시지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어떤 건 비스듬하게 세 줄 정도 칼집을 냈고, 또 어떤 것은 벌집 모양으로 칼집을 냈다. 계란말이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그림이 감독생의 손놀림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부하, 뭐 하는 거냐조?”
“응? 아아,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하잖아. 소시지볶음 할 때 여러 가지 모양이 있으면 더 맛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짠, 이렇게 하면 나중에 구웠을 때 문어 모양이 된다?”
“다리가 네 개밖에 없는 거라조.”
“그, 그래도 구우면 열 때문에 위로 올라가서 문어처럼 된다고. 그리고 이건… 게 모양!”
“개?”
“아니, 게. 꽃게말이야.”
“이상한거라구…….”
열 십(十)자로 다리를 자른 소시지, 그리고 절반으로 이등분하여 끝부분만 네 번의 칼집을 내서 만든 소시지. 그림이 보기에는 그저 여타 다른 소시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감독생은 이따 꼭 보라면서 작게 투덜거렸으나, 이내 야채를 자르기 위해 다시금 도마를 씻으며 말이 사라졌다.
야채 손질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물로 깨끗하게 씻은 파프리카를 한입 크기로 토막 썰기 하고, 미리 손질된 야채를 뒤집으며 그림 입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확인만 하면 되었던 터라 그다지 손이 가는 일이 없었다. 감독생은 밑 재료가 다 준비됐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작은 종지 그릇을 꺼내 다진 마늘과 굴 소스, 올리고당과 고추장, 그리고 캐챱과 설탕을 순서에 맞게 넣었다. 고추장을 많이 넣을까 싶다가도 여린 그림의 입에는 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캐챱과 설탕을 배로 넣었다. 설탕 알갱이가 어느 정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보면 생각 이상으로 단맛이 혀를 지배했다. 너무 달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고민에 빠지자, 그림이 저 역시 달라며 앞발로 감독생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그림, 어때?”
숟가락에 묻은 양념장을 그림에 한 번 핥아보고는 자기 입에 꼭 맞는다며 꼬리를 느리게 살랑거렸다. 그래, 그림이 맛있다면 된 거지. 감독생은 그리 생각하며 프라이팬에 기름을 한차례 부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프라이팬이 달궈졌다 싶을 때 소시지를 넣었다. 소시지가 기름과 만나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노릇한 냄새가 풍겨왔다. 그림은 여전히 프라이팬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고, 소시지가 점점 다리를 벌리기 시작할 때 준비해 둔 야채를 집어넣었다. 이때만큼 그림은 얼굴을 작게 찡그렸지만, 감독생은 그런 그림은 못 본 척 시선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야채와 소시지가 타지 않도록 나무 주걱으로 볶아주며, 채소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을 때 양념장을 넣었다. 이 상태로 양념장이 잘 스며들 때까지 볶아주기만 하면 끝날 일이기에, 감독생은 더 해야 할 일이 있나 생각했다. 밥은 다 했고, 국도 다 끓였고. 반찬도 다 만들었다. 이제 먹을 만큼만 밥그릇과 국그릇에 옮겨 담고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다. 감독생은 입에 고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빨리 반찬이 완성되길 빌었다.
그렇게 몇 번을 뒤적였을까, 완성된 소시지볶음에 감독생은 미리 준비해둔 접시에 소시지볶음을 담았다. 그리고 그 위에 깨를 솔솔 뿌려주자, 한눈에 바도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볶음이 되었다. 옆에서 그림이 빨리 먹고 싶다고 닦달을 했기에, 감독생은 만들어 둔 반찬을 식탁으로 보기 좋게 배치했고, 다급해진 손길로 밤을 지은 냄비의 뚜껑을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반질반질한 윤기가 엿보이는 쌀밥이 되었고, 감독생은 감격한 얼굴을 하며 주걱으로 밤을 섞었다. 밑에 있는 밥도, 위층에 있는 밥도 적절하게 잘 익어 어딜 보나 밥통으로 짓은 밥 못지않다.
감독생은 주걱으로 고봉밥 두 개를 푸고, 국자를 가지고 미역국을 담았다. 제 것은 미역을 많이, 아직 미역에 익숙하지 않은 그림은 참치를 많이.
식탁으로 달려가다시피 밥그릇과 국그릇을 올리고, 그림이 준비한 수저를 각자 앞에 놓아두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가정집의 식탁이 완성되었다. 감독생은 이 세계로 오기 전, 자주 봐왔던 익숙한 식탁과 별반 다를 거 없는 풍경에 감회가 새로웠다. 여기에서도 집에서 먹었던 밥을 먹을 수 있어. 비록 엄마가 해주는 익숙한 가정의 맛이 아니었지만, 하나뿐인 제 파트너와 열심히 만든… 자신의 새로운 가정의 맛이기에 감독생은 수저를 들고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다조~!”
갓 지은 밥은 언제나 옳다.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무르지도 않는 알맞은 식감에 감독생은 뜨거운 것도 잊은 채 꼭꼭 씹었다. 옆에 있는 미역국은 생일날에 먹던 미역국과 다를 거 없었고, 계란말이는 잘 익어서 참치나 야채 둘 다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그림 역시 마음에 들었는지 참치 계란말이를 계속해서 입에 넣었다. 여전히 야채는 싫은지 야채 스크램블 에그에는 그다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유독 그림이 잘 먹는 소시지볶음. 캐챱과 설탕이 많이 들어가 다디단 소시지볶음은 비록 제 취향은 아니었으나 그림의 입맛에는 맞았는지 소시지만 골라 먹었다.
“그림, 어때? 진짜 문어 모양이 됐지?”
“신기하다조. 문어도 있고… 이건 진짜 게 모양이라구!”
여러 가지 모양으로 된 소시지가 많아서 그런지 그림은 소시지볶음을 뒤적이며 모양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찾은 소시지는 그림의 입으로 들어가, 남은 야채만 먹게 된 감독생이었으나 그림이 좋아하니 아무렴 어떤가.
그렇게 맛있는 식사 시간이 끝나고, 식탁 위에는 깨끗하게 빈 접시만 남았다. 그림은 배가 부른지 살짝 부푼 배를 앞발로 쓰다듬으며 작게 트림을 했다.
“배부른 거라구…….”
“하하, 만족스러워 보이네.”
“모스트로 라운지에서 먹는 것보다 부하가 해주는 게 더 맛있다조.”
“진짜? …그렇게 칭찬해도 나오는 건 없을 텐데.”
“진짜라구!”
그림은 몸을 뒤집어 감독생을 보며 말했다. 그런 그림의 모습이 귀여워 감독생은 한 차례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어느 정도 웃음이 멎은 뒤에야 감독생은 입을 열었다.
“나도 집에서 함께 먹었더니 더 맛있었던 거 같아. 손이 많이 가고, 뒷정리도 걱정되지만…….”
그림은 감독생의 시선을 따라 개수대에 가득 찬 설거짓거리를 보았다. 작은 접시를 시작으로 커다란 냄비나 프라이팬, 그리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식탁 위 접시까지. 그림은 귀를 누그러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하고 싶지 않다는, 애써 외면해버리는 그림의 모습에 감독생은 고개를 저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진짜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야 두목은… 접시 꺨 거 같은걸. 그리고 이런 일은 모스트로 라운지에서 지겹게 했기에, 감독생은 다 먹은 그릇을 모으며 이제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잘 먹었습니다.”
“나님도 잘 먹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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