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생

잊혀진 ■■■

6월 4주차, 잊혀진 ■■■

쉼터 by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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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냄비에 들어있는 물이 끓어오르며 소리를 냈다.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끓는 물이 냄비에 넘쳐 오르기 시작했다. 끓는 물과 가스레인지의 불길이 서로 만나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가스 불이 꺼졌다. 그게 마치 알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신 차린 그는 허겁지겁 가스 불을 껐다. 혹시나 해 가스 밸브까지 잠그면, 제 앞에는 끓어오른 물만 남아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이따금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게 있는 일이 잦았다. 덕분에 평소 일을 할 때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저희를 보살피는 이를 받들어 사람을 상대하는 일로 벌어먹는 이로써 종종 신내림이 끊어져 발걸음이 전보다 못할 때가 있었다. 어떻게 유지는 하는 추세지만 그의 능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느낀다.

왜 자꾸 이러는지 물어보아도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저 차차 알게 될 거라고, 인내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거라고. 안쓰러움과 걱정이 담겨있는 답변에 오히려 더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일할 때만 겪었던 터라 새로운 신병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생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오히려 큰 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다. 병원을 찾아가 보았으나 명확한 해답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하다는, 별 이상 없다는 아쉬운 소견만 들었다.

대체 자신은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작은 방의 문을 열어보기도 하고, 마트 장을 보러 갈 때 당연하다는 듯이 장바구니를 건네주기도 하고. 아침이나 저녁을 차릴 때 제 몫보다 1인분 더 담아서 상을 차리기도 했다. 하루에 몇 번이고 구석에 처박아둔 앨범을 열어보기도 했으며, 저와 남편만 찍혀있는 가족사진을 하염없이 매만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괜스레 우울해지기도 했다. 

영락없이 혼자 살기 적당한 집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은 더없이 넓고 쓸쓸했으며, 열리지 않고 굳게 닫힌 작은 방에서는 누군가 나와서 늘 그랬듯 저를 위한 아침을 차리고 있을 거 같았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허전함과 빈도가 늘어나는 멍때림에 익숙해질 무렵, 저는 드디어 이 알 수 없는 느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해방되기보다는 깨달았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라.

몇 년이 지났는지. 그 몇 년 동안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었는지. 어째서 텅 비어버린 허전함을 매달고 지내왔어야 했는지.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그도 그럴 게, 몇십년이 지나도록 모두에게, 하물며 제 어미에게 잊혔던 제 아들이 한 줌의 재로 돌아왔는데. 어떻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기에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녀왔니, 아들아.”

Bad Ending 1,

잊혀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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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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