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늑대와 여우

잭 하울 드림


* 23년도 잭 생일 연성

‘잭 녀석, 어디 있는 거야?’

 

방과 후. 사바나크로 기숙사 생일파티장으로 온 사이스는 손에 든 선물을 공중으로 던졌다 받았다 장난치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오늘은 동아리 활동도 없으니 여기 아니면 있을 곳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어딜 간 걸까. 아무래도 오늘의 주인공이니 바쁘긴 할 테지만, 그래도 잔뜩 주목받고 있을 테니 어디 있어도 눈에 띄는 게 정상일 텐데.

상대가 여기 없을 리 없다 단정하며 인파를 헤쳐나가던 그는, 곧 구석에서 들리는 수상한 말에 멈춰 섰다.

 

“잠깐, 아이렌. 지금은…….”

 

익숙한 이름을 부르는 잭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은 파티장 밖, 문이 아주 살짝 열려있는 어느 방이었다.

본래라면 시끄러워서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지만 우연히도 제 귀에 들어온 건 방이 파티장 바로 옆이었기 때문이었겠지.

제가 찾던 이를 발견한 것보다도 어쩐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사에 귀를 기울인 사이스는 안을 들여다보기 전 문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그러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어떻게 안 부끄러워해? 너 말이야, 여자애가 이렇게 거침없어도 되는 거야?”

 

아무래도 안에는 잭과 아이렌 단둘만 있는 모양이다. 다른 이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태연한 아이렌과 달리 어째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잭은 숨을 짧게 끊어 쉬며 그르렁거렸다.

 

“잠깐, 거긴…….”

“가만 좀 있어. 움찔거리기는.”

“하지만, 간지럽다고. 윽! 아이렌…….”

 

아니, 이 녀석들 뭐 하고 있는 거야.

어쩐지 아슬아슬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대화에 정신이 번쩍 든 사이스는 안을 들여다보는 대신, 냅다 문을 열어버렸다.

 

“잠깐! 두 사람, 뭐 하는 거야?!”

 

교내에선 연애 행각을 자제해 달라든가 하는 소릴 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좋을까. 뭐든지 ‘정도’가 있는 법이지 않던가.

말도 걸기 무서운 선배가 상대라면 몰라도, 동급생인데다가 같은 육상부라 친분도 있는 잭 정도라면 충분히 제가 한 마디 할 수 있다.

그리 생각하고 불쑥 나타난 사이스가 본 것은……. 바닥에 앉아있는 잭과 그런 잭의 무릎 위로 올라가 상대의 얼굴을 닦아주는 아이렌이었다.

 

“사이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뭐야. 왔냐? 늦었군. 에이스랑 듀스랑 같이 오나 했더니.”

 

자신들이 하던 일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두 사람은 난리법석을 떨며 들어온 사이스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았다.

다정하긴 하지만 불건전하다 하기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한 쌍을 본 사이스는 ‘아.’ 하고 얼빠진 탄식을 뱉어냈다.

 

“아이렌, 뭐 하고 있어?”

“잭 얼굴을 닦아주고 있지.”

“아니, 그러니까 네가 왜? 잭. 혹시 손 다쳤어?”

“보시다시피 난 멀쩡하다만.”

 

잭은 어깨를 으쓱이며 제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의 얼굴을 닦아주던 수건을 잘 갈무리해 접은 아이렌은 몸을 일으켜 사이스에게 다가갔다.

 

“이거, 내가 잭 생일 선물로 산 스포츠 타올이거든? 엄청 부드러워서 직접 체험시켜주고 있었지.”

“아하. 어느 정도기에 직접 얼굴까지 닦아주는 거야?”

“너도 만져볼래? 자.”

“……오오.”

 

사이스는 얼굴을 닦지 않은 부분을 만져보곤 작게 감탄했다. 비싼 제품인 건지 천의 부드러움과 흡수력이 남다른 게, 어쩐지 자신까지 탐이 날 지경이었다.

잭은 순수하게 감탄하는 사이스를 보며 황당해하더니, 근처에 있는 상자를 챙겼다. 유며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상자 안에는 제 얼굴을 닦은 것과 색이 다른 수건이 정돈되어있었다.

 

“하여간, 나는 됐다고 했는데 굳이…….”

“마침 얼굴에 땀도 흘렸으니 겸사겸사 닦은 거잖아. 그리고 정말 싫었으면 날 던져버리기라도 하지 그랬어?”

“난 나보다 한참 작은 여자애를 던져버릴 정도로, 불량하고 도리 없는 녀석이 아냐.”

“알아. 신사 중 신사지. 우리 잭 하울 군은.”

“너, 나 놀리냐?”

 

아이렌은 노려보며 묻는 그에게 대꾸하지 않고 웃어 보일 뿐이었다.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보며 옆구리가 시려진 사이스는, 이 쓸쓸함을 잊기 위해 아이렌의 편에 서서 오늘의 주인공을 놀리기로 했다.

 

“잭, 그러면서도 사실은 좋았지?”

“뭐?”

“그렇지만, 얼굴이 빨개져 있는데? 꼬리도 붕붕 흔들리고 있고.”

 

잭은 그 말을 듣고야 제 등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믿기진 않지만, 바닥에 딱 붙어있는 제 꼬리는 빗자루질이라도 하듯 좌우로 살랑거리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놀란 잭은 송곳니를 보이며 사이스에게 으르렁거렸다.

 

“선물이 마음에 든 것뿐이다. 착각하지 마.”

“우와, 이렇게 속 보이는 거짓말을 하다니!”

“아니라고 하잖아!”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화를 내는 잭은 꽤 험악해 보였다. 사이스는 정말 상대가 자신을 잡아먹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장난스럽게 자신보다는 10cm나 작은 아이렌 뒤로 몸을 숨겼다.

아이렌은 덩치가 커서 옆으로도 위로도 툭 튀어나온 동급생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 지었다.

 

“아이렌, 나 무서워~!”

“그러게 왜 오늘 생일인 애를 놀려?”

“에이, 잭이랑 나는 평소에도 이 정도 장난은 친다고. 같은 부니까! 제법 친하단 말이지!”

 

어차피 잭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테지만, 아이렌은 알고 있다. 육상부의 세 사람. 그러니까 잭과 듀스, 사이스는 늘 기록을 경쟁하면서 사이좋게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 사이라는 걸 말이다.

사이스도 그걸 예상했던 걸까.

잭이 ‘누가 친하냐’라고 말하려는 그때. 들고 온 선물을 슬쩍 상대에게 던져준 사이스는 익살스럽게 윙크하고 뒷걸음질 쳤다.

 

“맞다, 내 선물은 두고 갈게. 둘이서 좀 더 사이좋게 놀아~! 생일 축하해!”

“뭐? 어이, 사이스!”

 

잭이 자신을 붙잡는 소리가 들리지만, 사이스는 얼른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아버렸다. 어차피 자신은 선물만 전해주러 온 거니, 임무를 완수한 지금은 파티장으로 가 음식이나 먹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무작정 쳐들어갈 게 아니라 안을 들여다볼 걸 그랬나?’

 

역시 자신은 생각이 떠오르면 몸부터 나서는 게 문제다. 이제야 아까 전 제가 착각하고 벌인 일이 멋쩍어진 사이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성실한 잭이 그럴 리가 없지. 아이렌도 정도는 아는 애고.’

 

생활 전반에 성실한 걸 넘어, 잭은 연애관도 꽤 진지하지 않던가. 사이스는 언젠가 이 학교가 유령 공주님에게 점령당했던 날, 엉망이 된 식당을 치우며 늑대는 평생 한 명의 반려만 사랑하니 어쩌고 하는 말을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 아이렌은 ‘교제’라는 행위 자체에 진지할 뿐 연애관 자체는 상당히 개방적이지만……. 상대방을 독점하고 싶지도 않고 독점되는 것도 꺼리는 그니까, 한 번 플래그가 서면 결혼까지 가야 할 것 같은 잭에게는 정도를 지키지 않겠나.

 

“선물, 마음에 들면 좋겠네~”

 

남의 연애사는 끼어드는 게 아니다. 자타공인 ‘바보’인 자신도 이 만고의 진리는 안다.

사이스는 방금까지 제가 본 건 잊어버리기로 한 후, 제가 고심해서 고른 영양제가 잭에게 없는 것이길 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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