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와 아이렌의 미학 예찬

첫 장

루크 헌트 드림


봉쥬르, 마드모아젤 르나르.

 

갑자기 공책을 주고 가다니, 당황스러웠을까? 하지만 중원에서 이 꽃을 발견했을 때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

혹시 이 꽃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 파란 모자, 파란 넥타이, 황제의 꽃…. 여러 가지 별명을 가졌고, 그 모든 꽃 중에서 가장 완전한 푸른색을 가졌다는 이 꽃은 이 계절이 끝나면 더는 볼 수가 없어지거든.

중원에 핀 것은 푸른색뿐이었지만, 실은 이 꽃은 여러 꽃이 있어. 그 모든 색의 꽃들을 네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래선 공책에 끼워 줄 수 없을 정도의 양이 되겠지? 꽃다발이 되고 말 테니까. 아아. 오색찬란한 색을 모은 꽃다발을 안은 그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어!

 

아. 물론 부푼 가슴 가득한 상상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너에게는 이 색이 가장 어울린다 생각해서 불만은 없어. 꽃다발도 환상적이지만, 새로 산 공책에 포인트처럼 꽂혀있는 한 송이도 매력이지 않아? 마치 이 학교의 홍일점인 너와 닮았고 말이야.

봐. 이 시릴 정도로 푸른색. 꼭 우리 폼피오레의 기숙사 복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잖아? 깊은 기품과 긍지 높은 우아함이 느껴지지?

 

그대가 이 깜짝 선물을 마음에 들어해 줬으면 좋겠어. 너의 하루가, 이 꽃처럼 향기롭기를.


무슈 헌트 에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셔서 공책을 주시기에 뭔가 했는데, 꽃 선물을 받게 될 줄이야. 공책은 돌려드리지만, 꽃은 압화로 만들어 잘 간직할게요. 저는 꽃을 좋아하거든요. 생화도 압화도 모두 좋아요.

이 꽃, 어디서 본 거 같다 했는데 중원에 있던 거였군요. 정말 예뻐서, 이름을 수소문해봤어요. 꽃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생김새와 이름을 전부 암기하는 건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저희 고향에선 이 꽃이 자생하지 않고.

 

크루웰 선생님이 알려주셨는데, 이 꽃. 수레국화군요.

꽃말이 행복…. 좋네요. 오늘 선배의 선물로 저는 행복해졌으니, 이 이상으로 딱 맞는 꽃말이 어디 있을까요. 사실 꽃말이라는 것은 꽃 스스로가 정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멋대로 가져다 붙인 것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치면 우리도 마찬가지니 말이죠. 제 이름을 스스로 정하고 살아가는 이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요? 우린 모두 타인에게 제 정체성의 시작을 부여받고, 거기서부터 피어나는 것이겠죠. 그러니 그런 우리에게 아름다운 것에 우리를 위한 의미를 붙여 서로에게 선물하는 건… 역설적으로 보일지라도 어찌 보면 가장 타당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런데, 이 공책 완전 새것 같은데. 편지 써서 꽃 좀 끼워주겠다고 소중한 공책을 하나 소모한 거 아녜요? 돌려받을 거라 가정해서 썼다고 해도 첫 장부터 편지를 주고받아서 필기용으로 쓰려면 한 장 찢어야 할 텐데.

 

뭐, 선배는 현명하니까 알아서 잘 하겠죠. 다시 한 번 꽃 감사해요. 루크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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