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여행

*이전에 포타에 적은 글을 수정 해서 옮겨옴

*가내 아젬, 드림 설정이 나옵니다.

*엘피스 사건 이후, 종말이 오기 전 어느 날과 종말의 그 날

*개인해석의 날조파티가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자기만족 글인 만큼 감안해주세요.

따스한 햇살이 머무는 곳, 우리들의 수도 아모로트. 조용한 곳을 원해 외곽 지역에 집을 둔 나는 오랜 만에 찾아온 선배님을 맞이했다. 한동안 일로 인해 만나지 못했었으니 오랜만에 돌아온 후배와 담소라고 나누고 싶으셨던 걸까 하는 생각에 문을 열어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무거운 표정이 저를 반겨주었다. 심각한 모습에 저도 덩달아 얼굴을 굳히니 그제서야 웃어주시는 것을 보며 심각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후 누군가 오진 않았는지 주변에 없는지 확인하시더니 방음 마법까지 꼼꼼하게 거시고는 나를 안아주셨다.

저보다 한뼘은 더 큰 그의 품은 언제나 포근했지만, 갑작스런 포옹에 의문만 갖고있으니 저를 놔주고는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 …이런일이 있었어요. 믿기 힘들겠지만- ”

“ 아니 뭐… 딱히 안믿진 않아요. …일단, 제가 들은게 사실인거죠? ”

“ 맞아요. ”

엘피스에서 일어났던 일들, 분명 최근에 취임한 파다니엘이 원래 엘피스의 소장이었다고 했었지. 며칠간의 기억이 없어졌다고 하더니 이게 그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곱씹어보았다. 나의 사역마… 아니 미래의 나라고 했지, 만나서 일어난 일과 소동, 우리들의 미래. 종말과 별의 의지 소환. 사실 들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하니 우리들이 그렇게 갈라질 줄은 몰랐으니까.

“ 그럼 제가 할 일은 정해진거네요. ”

“ 아젬… ”

“ 괜찮아요. 뭐 이런일 한두번도 아니고, 이번엔 좀 일이 길어질 것 같긴한데 그래도 못 할 건 아닌 것 같으니까. ”

확실히 이런 일들이 한두번 있는 일은 아니었다. 별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니는게 내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미래의 자신이 이곳에 왔다면 그런 대대적인 별의 의지를 창조하는 마법에 희생 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별의 의지라니, 이전부터 위원회도 은근 거대하게 일을 벌인다 생각했는데 진짜 큰일이었네.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 선배님의 표정이 울 듯이 일그러지는 것에 쓸데없는 생각을 지워내고는 말한다.

“ 걱정마세요. 선배님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테니까. ”

“ 정말 괜찮겠어요? 모두랑 멀어지게 될텐데요. ”

“ 제가 모두랑 싸우는게 하루이틀인가요. 그리고 저 아니면 안되는 일이잖아요 이건. ”

괜찮아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도 이 별을 사랑하고 있어서. 그리 말하며 웃어보였다. 종말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인간은 종말을 버틸 것이다. 그것이 본래의 우리 형태가 아니더라도

.

.

.

“ 아젬! 아젬!! ”

“ 귀 아파. 에메트셀크, 그렇게 소리 안 쳐도 잘 들리니까. ”

“ 위원회를 나간다니 무슨 소리야?! ”

“ 방금 그거 다 끝난 이야기 아니었어? ”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하늘에서 재앙이 떨어지고 야수가 나타나며 아이테리스의 모든 인간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공포로 태어난 야수들은 인간을 무자비하게 먹어치웠고, 별을 슬기롭게 이끄는 14인 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창조마법을 활용하여, 별의 의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빠르게 그 안건은 수긍하는 듯 했다. 14인 전원의 동의를 받고, 전례없는 창조마법인 만큼 살아있는 이들의 영혼을 희생하여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떠나기로했다. 선배님이 미래의 나를 만났다면 내 영혼은 명계로 돌아가 순환해야 하는 걸테니까. 조디아크를 만들고자 희생한다면 내 혼은 명계로 가지 않고 정체되어있을테니...

“ 내가 떠나는 이유는 다 말했잖아. ”

“ 그래도 너는, ”

“ 아젬이라고? 에메트셀크, 나 이제 아젬 아니야. 직책을 내려놓고 위원회를 나왔잖아. ”

당황하며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가면을 쓰고있어서 다행이었다. 감정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눈이 보인다면 감정이 투명하게 비춰지기에 이번만큼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 우리 이제 어린애도 아니잖아. 끝난 이야기 더 하지 말자 하데스 ”

“ 그렇지만, 이건 다..! ”

“ 내가 나가는건 너를 제외하고 12명이 동의했어, 나를 빼고 의식을 진행하기로도 했고 별의 의지를 만들기 위해 희생할 사람도 모아뒀지. 다들 이렇게 태연하게 받아들이는데 왜 너만 자꾸 그러는거야? ”

“ 너… 정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거냐? ”

“ 알아. 알아서 이러는거야. 너는 너의 할 일이 남아있고, 나는 나의 할 일이 남아있으니까. ”

그러니까 갈께. 잘있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동 마법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라면 나를 찾아내어 따라 올 수 있겠으나 아마 그러지 않겠지. 우리들의 언제나의 패턴이었으니까. 싸우면 내가 자리를 피하고, 너는 그런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되돌아 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니 어쩌면 내가 언제 불러도 당황하지 않게 준비하고 있을수도 있겠지. 이번엔 미련하게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데. 어차피 이제 나는 없을테니까.

마지막을 안좋게 끝냈다는 것쯤은 알 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잠시였다. ‘아젬’은 여기서 조디아크가 되어서는 안됐으니까.

이동마법으로 도착한 곳은 우리들의 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이었다. 나무에 기대 풀썩 앉자 저 아래로 아모로트가 보였다. 황금빛으로, 그 어느때보다 찬란했던 도시는 화마에 휩싸여 잿빛이 되어갔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건물이 무너지고, 불바다가 되었다. 원래라면 나도 저곳에서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진정시켜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 멍청이한테 편지나 남겨줄까. 과연 네가 이걸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익숙하게 창조마법으로 기억 크리스탈을 만들어낸다. 아무래도 선물이 될테니까 나의 기억을, 감정을 크리스탈에 담아둔다. 네가 이걸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찾아내지 않을까? 이왕이면 찾아줘. 너처럼 미련한 멍청이가 남기는 말이니까. 조용히 생각하며 크리스탈에 나의 기억이자 메세지를 담아낸다.

친애하는 에메트셀크, 미안해 말해주지 못해서. 그렇지만 알게 되면 너는 분명 화를 낼거고 우린 또 싸우게 되겠지 그럴바엔 그냥 네가 나를 원망하게 만드는게 가장 낫다고 생각했어. 이번에도 너는 잘못이 없고 내 잘못인거니까. 언제나와 같은거야. 내가 잘못하고 네가 수습하고, 화해하는. 수습의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내가 아는 너는 성실하니까, 네게도 이런 짐을 맡기게 되서 미안해.

하데스, 내 사랑. 나는 곧 긴 여행을 떠나게 될거야. 목적지는 모르겠어 나도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모르는 미지의 여행이니까 말이야. 그래도… 내가 어딜 가던지 너는 나를 찾을 수 있잖아. 내 혼의 색을 알고 있는건 이제 너 뿐이니까. 내가 이 긴 여행에서 네게 돌아가지 못한다면, 내가 너를 불러낼 수 없게 된다면 네가 나를 찾아와. 그럴 수 있잖아. 나 들었어, 너 내가 아모로트를 나올 때마다 나 안보는새에 나한테 웃어준다며? 내 앞에서나 좀 그렇게 웃어주지 서운하게. 아무튼, …찾아올거지? 서로 사과해야 할게 많잖아. 오늘 일도, 그 이전일들도.

“ 그러니까, 이건 네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

그 말을 끝으로 크리스탈을 꽉 쥐어본다. 이걸 과연 찾아서 하데스가 들을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다, 내가 사용하는 술식을 담아두었으니 그라면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할터였다. 함부로 쓰는 일도 없을테니까.

마지막이니 키스라도 하고 튈 걸 그랬나. 그가 들었다면 기겁했을 만한 생각을 가만히 다가 자신이 있던 자리에 크리스탈을 두고선 소환진을 하나 그려낸다. 익숙한 흰색의 문양과 빛기둥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자신은 다른 마법을 사용하여 자리를 피했다. 아마 정신차리고 보면 화를 내겠지, 그래도 너라면 챙겨갈거라 믿어.

친애하는 하데스에게

네게 모든 걸 말해주지 못해 미안해.

내가 다른 무언가가 된다 하더라도, 먼 훗날 다시 만난다면

‘나’를 너무 미워하진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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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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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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