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Enstar] 언제까지고

당신만을 따를 터이니.

* 드림 연성

* 즈! 시점

"올해로 아이돌을 은퇴하고 일족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나도 슬슬 정리를 해야겠군요. 사쿠마 레이의 말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똑 닮은 여성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지를 못해 붉은 눈만을 깜빡이니, 여성은 후후 소리를 내어 웃었다.

"당주께서 복귀하시는 길, 어찌 보좌가 빠질 수 있겠나요. 혹여나 두고 가실 생각이시거든 섭합니다."

"허나 고모님, 당신은 이미 업계에..."

"어머? 단순한 취미 활동이었답니다?"

누군가가 들었더라면 취미 활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했을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있는 장소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애초에 모두가 돌아간 뒤의 장소에서 단 둘이 밀담을 나누는 것 같은 모양새였으니 누군가 있는 것이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선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눈 앞에 있는 제 고모는 노체라는 예명으로 아이돌 업계에서 이미 한 몫을 잡고 있는 상태였으며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흔히 말하는 '잘 팔리는 아이돌'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따라 은퇴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이돌 노체가 아닌 자신의 고모인 그녀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차기 당주로 자라온 자신과 그 보좌로 자라온 그녀. 비슷한 나잇대임과 동시에 차세대를 이끌어갈 주역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들은 어린 나이 때부터 교류가 잦았다. 그래도 그 때는, 이렇게까지 극단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이마를 짚었다.

"레이. 나는 말이에요, 매번 미안할 따름이랍니다."

"...고모님?"

"당신과 그 아이를 그렇게 두고 혼자 도망친 것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어요."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 내 잘못이에요. 너희를 그렇게 두고 가서는 안 되었는데. 적어도 만나지는 못해도 연락은 했어야 했는데."

눈을 꾹 감은 그녀는 다시금 눈을 떠, 붉은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핏빛에 물든 붉은 달 두 쌍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한참의 침묵이 흘렀으나, 그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 어린 시절부터 그들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쩌면 영혼에 새겨진 본능과 같은 것이었다.

보좌관은 당주의 생각을 가장 잘 알아야만 했으며 당주는 자신의 생각을 보좌관에게 잘 전달해야만 했다. 그랬기에 그들은 서로를 누구보디 잘 알았고,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했으며,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레이, 나의 주인이시여."

나는 언제까지고 당신만을 따를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죗값을 치를 수만 있다면 덧없는 목숨, 그대에게 바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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