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Enstar] 우리들의

마왕. 논CP, 오기인(五奇人)

히비키 와타루는 연극부실의 창문 너머,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니, 맑다고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군요! 정정한다. 붉은 노을이 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미 모든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교내에 남아있는 것은 연습실을 빌린 열정적인 학생이거나 자신과 같은 괴짜들 뿐일 것이다.

괴짜. 오기인. 다섯명의 기이한 존재. 그들 중 하나는 슬슬 지금 즈음 일어날 때가 되었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러 갈까요.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히비키 와타루는 연극부실 바깥 복도로 발을 내딛었다.

어둠을 다스리는 마왕, 오기인을 이끄는 수장, 흡혈귀. 그 모든 것은 단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들이었다. 지금 만나러 가는 그 당사자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의미다. 모든 것이 다 끝난 이후, 그는 칩거노인처럼 스스로 제 관 안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비난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이해할 뿐이었다. 이해를 못한다면 존중해줄 따름이었다. 그러니 지금 히비키 와타루가 그에게 향하는 것은 관에서 끄집어내기 위함이 아니다. 꺼낸다고 해서 나와줄 위인도 아니지만 말이죠? 흐음, 히비키 와타루는 침음을 흘렸다. 어찌 자신들을 이끄는 수장을 거역할 수 있겠냐마는, 지금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안 그래도 이전부터 쉴 줄을 몰랐던 그는 기어코 다시 무대 위로 올랐다. 항상 무대 위에 있는 연기자, 광대 히비키 와타루와 그는 다르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무대 위에 올려졌으나 인간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내려오지 못했다. 기어코 그 목이 잘리고 나서야 무대 위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을 사랑한 나머지 기어코 무대 위로 다시금 올랐다. 미련하기 짝이 없는, 가장 인간에 가까운 우리들의 마왕. 사쿠마 레이란 그런 존재였다.

그러니 히비키 와타루는 그에게 전해야만 했다. 당신의 옛 친우들이, 당신이 아끼는 막내 아이가 당신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그것을 전해야만 했다. 그랬기에 히비키 와타루는 연극부실을 나와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고, 경음부실로 향하고 있는 연유였다.

"레이, 일어날 시간이랍니다~!"

경음부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며 친우를 불렀다. 그러나 히비키 와타루를 반긴 것은 고요한 경음부실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없는가 한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닫힌 관 안에 자그마한 인기척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있는 것이 분명한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걸까요? 잠시 고민하던 히비키 와타루는 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계속 떠들고 있으면 그는 귀가 밝은 편이니 일어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사쿠마 레이이기 때문에 이미 일어나 있을지도 모른다. 히비키 와타루가 무엇을 말하러 왔는지 조차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전지전능한 신은 아닐지라도 마왕은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 누구도 그를 구속할 수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 누구도 자신들을 구속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인류를, 인간을, 상대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묶여주고 있을 뿐이다.

"레이, 우리는 당신을 걱정하고 있답니다. 당신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요. 그렇지만 우리는 당신의 생각보다 당신을 걱정하고 있어요. 이 히비키 와타루도, 슈도, 카나타도 확신하는 데에는 오래 걸렸지만, 우리는 상당히 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사쿠마 레이. 당신이 말이죠."

장미꽃을 퐁퐁 띄우며 조잘거렸다. 어쩌면 시끄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관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까지 그가 허용한 선 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그가 어디까지 허용할지 호기심이 일었으나 히비키 와타루는 그 호기심을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지금은 그를 걱정해서 온 친우였지, 그의 부름을 받고 온 수하가 아니었다. 물론, 수하였던 적도 없지만요! 히비키 와타루는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관 위에 손을 얹고 이마를 살짝 대었다. 찬 기운이 손과 이마를 타고 전신에 흘러들었다.

"그 누구보다 인간다운 우리의 마왕이시여. 우리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할 것입니다. 당신이 이 관 안에 영원히 틀어박히겠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존중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당신을 쉽게 놓아줄 것이라는 뜻이 아님을 잊지 마세요. 저와 당신의 옛 친우들은 처음으로 마주한 유일한 이해자 중 하나인 당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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