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Enstar] 인간과 괴물 사이

그 자에 대하여

* 졸업 후, 즈!! 시점

* 시기는 정확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하카제 카오루가 보는 사쿠마 레이에 대한 이야기

사쿠마 레이. 그가 누구인가. 유메노사키 학원에 존재하는 유닛 중 UNDEAD의 리더이자 부활동 경음부의 부장이며 전 오기인의 수장임과 동시에 학생회장이었으며 현재는 삼기인의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현재는 졸업했지만. 개인으로 보자면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고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기인이자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힘도 강하고 뭐든 척척 해내는 만능에 괴물 같은….

아니, 이게 아니지?! 하카제 카오루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쫓아냈다. 괴물이라니. 아무래도 주변에서 떠드는 이들의 소리에 생각이 잠식당한 것 같았다. 괴물 사쿠마 레이. 주변에서 그를 부르는 명칭이었다. 어둠을 지배하며 마물들의 주인인 마왕 사쿠마 레이. 그는 절대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주변에서 인식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게 뭐? 카오루는 그들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이 보는 사쿠마 레이는 그런 존재일지도 몰랐다. 절대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외모에 사람을 홀리는 마력(아니, 그걸 마력이라 할 수 있나? 그냥 유혹 아니야?). 그러나 하카제 카오루가 보는 사쿠마 레이는 조금 달랐다. 어쩌면 UNDEAD의 멤버들과 경음부의 아이들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제 3자가 아닌 같은 유닛 멤버의 하카제 카오루가 보는 사쿠마 레이는 어떤 존재인가. 그렇게 묻는다면 카오루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그저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에 다다를 수 있었던 조금(솔직히 많이!) 천재일 뿐인 인간이라고. 

그가 보는 사쿠마 레이의 행동은 학창시절부터 항상 일정했다. 아침부터 경음부실의 관 안에서 잠에 들어 깨어나질 않다가 점심 무렵 즈음이 되어서야 후배들이 깨우는 소리에 비척비척 일어나 매점에서 후배들이 사온 가츠샌드와 토마토 주스를 먹고 다시 레슨 시간까지 잠에 드는 매우 일정한 패턴. 그 이후에는 유닛 레슨을 하거나 혹은 각 부활동을 하며 방과후 시간을 보내가며 해가 질 때를 기다린다. 해가 지고 나서야 그는 건물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고, 그렇게 긴 밤을 홀로 보내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상세히 알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솔직히 할 말은 하나 뿐이었다.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물론 모른다고 한다면 모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와 알고 지낸 세월이 2년이고 그 중 1년 반 정도는 같은 유닛 소속으로 지내면서 함께 한 시간으로 친다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같은 유닛의 후배들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렇지만, 이건 어쩔 수 없잖아? 하카제 카오루는 스스로를 정당화 하며 응,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가미 코가는 하카제 카오루가 사쿠마 레이와 친분이 생기기 전부터 그의 뒤를 졸졸 좇아다녔고 오토가리 아도니스는 사쿠마 레이가 해외에 다닐 적, 그러니까 2학년 때 다니기 훨씬 전부터 이미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들었다. 하물며 그를 유메노사키에 입학 시킨 것 조차 사쿠마 레이였다지? 그런 그들의 사이를 제가 파고 들 수는 없지. 그렇다고 해서 제멋대로 그에 대해 떠드는 이들보다는 훨씬 잘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다고, 카오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사실 그를 처음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고 인식한 것은 이제 채 1년 하고 조금 더 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작년의 사쿠마 레이는 매일같이 해외로 돌아다녔고, 그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며, 또한 그는 그 당시만 해도 정말로 자신은 무엇이든 다 잘 할 수 있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굴었으니까 당시의 카오루 역시 모두와 다르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에 대해서 잘 모르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러나 실제로 겪어본 그는 오히려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신과 불과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그는 동생을 너무 좋아하는 형이었고 후배 돌보기를 좋아하는 선배였으며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채우는 그런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외로움을 잘 타는 노력형 천재. 그는 홀로 깨어있는 밤이면 혼자 연습을 했고 그것을 카오루가 본 적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작년부터 그 역시 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제 와서는 그저 어리광이 많은 철부지 같은 파트너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사쿠마 레이를 괴물이라 칭한다. 그를 멋대로 경계하고 그로 인해 그에게 상처를 주는, 그럼에도 그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 하카제 카오루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인간들이 정말로,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정말로 타인을 사랑하고 아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일족도 포기하지 못한 미련한 인간이었고 그만큼 그는 상냥한 인간이었다. 주변에서 그것을 이용하지만 않았다면 그 역시 이렇게까지 미련해질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카오루는 장담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냐고 한다면, 그의 파트너 자리를 걸 수 있을 정도로(실제로 걸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얻어낸 자린데 그걸 걸어?!) 그 사실을 장담할 수 있었다. 매일, 매일 그에게 당신은 인간이라고,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고 꾸준히 말은 해주고 있지만 그것이 그에게 잘 통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스스로가 괴물이 아니며 인간임을 인식하기만 해도 다행인 일이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뿐이었다.

자, 정리해보자. 사쿠마 레이는 어떤 존재인가. 동생을 너무 아끼고, 사랑하고, 타인을 돕는 것을 좋아하며 동시에 스스로가 아픈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너무 오래 아파서 아픈지도 모르는 미련한 이. 걱정하는 것조차 어색하게 받아들여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해버리는, 결국에는 혼자 앓다가 스스로 해결해버리고 마는 바보같은 자. 조금 더 말해볼까? 제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타인을 살피기 바쁜, 스스로를 돌보지도 않는 멍청한 녀석. 그것이 하카제 카오루가 보는 사쿠마 레이였다.

그들을 향해, 하카제 카오루는 다시 묻는다. 사쿠마 레이는 정말 괴물인가? 정말, 이런 사람을 괴물이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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