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쥰이바]

CP : 쥰이바

키워드 : 회귀 / 일상 판타지 / 스릴러

*퇴고없음


쥰, 그거 압니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돌인 우리는 죽어서 무엇을 남기게 될까요.


날이 좋았다. 5월 말, 아침은 서늘했으나 점심 무렵의 볕이 몹시 따뜻했기에 절로 콧노래가 나올 것 같은 날씨였다. 이바라는 패드 화면과 복도를 번갈아보며 걸었다. 일정이 빼곡히 기록된 캘린더는 여러 색으로 다채로웠다. 아이돌의 삶을 색으로 옮겨둔 것 같은 빛이 액정 속에서 빛나서, 이바라는 입으로 바쁘네요 바빠~라고 했으나 정작 표정은 그와 상반대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비극은 이렇게 다채롭고 행복한 때 닥치기 마련이라고. 금방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이바라가 발을 디뎠다. 같은 회사, 같은 유닛 소속의 쥰을 우연히 만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담을 하던 때 쾅.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추락했다.

이것이 첫 번째 죽음이었다.

날이 좋았다. 5월 말, 아침은 서늘했으나 점심 무렵의 볕이 몹시 따뜻했지만 절로 나오던 콧노래는 이제 나오지 않았다. 이바라는 패드 화면과 복도를 번갈아보며 걸었다. 일정이 빼곡히 기록된 캘린더는 여러 색으로 다채로웠다. 아이돌의 삶을 색으로 옮겨둔 것 같은 빛이 액정 속에서 빛나서, 이바라는 입으로 그래요, 기분탓이겠죠~라고 했으나 정작 표정은 그와 상반대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비극은 이렇게 다채롭고 불안할 때 닥치기 마련이라고. 금방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이바라가 발을 디뎠다. 같은 회사, 같은 유닛 소속의 쥰을 우연히 만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담을 하던 때 쾅.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추락했다.

이것이 두 번째 죽음이었다.

날이 좋았다. 5월 말, 아침은 서늘했으나 점심 무렵의 볕이 몹시 따뜻했지만 절로 나오던 콧노래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바라는 패드 화면과 복도를 번갈아보며 걸었다. 일정이 빼곡히 기록된 캘린더는 여러 색으로 다채로웠다. 아이돌의 삶을 색으로 옮겨둔 것 같은 빛이 액정 속에서 빛나서, 이바라는 ‘거짓말’이라 중얼거렸고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으나 흐르는 식은땀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비극은 언제나 기도와 의지 그리고 노력과는 전혀 별개로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금방 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이바라는 이미 타고 있던 쥰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같은 회사, 같은 유닛 소속의 쥰을 구해야했으니까. 그리고 당황하는 쥰에게 자신이 들어도 어색해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비상계단으로 밀고 들어가 내려갔다. 이바라가 안심하던 차, 탁. 누가 둘을 계단 아래로 세게 밀었다.

이것이 세 번째 죽음이었다.

날이 좋았다. 5월 말, 아침은 서늘했으나 점심 무렵의 볕이 몹시 따뜻했지만 이바라는 추위에 팔을 움켜쥔 채 자리에 멈춰섰다. 이바라가 들고있던 패드는 이미 복도 바닥에 액정이 깨진 채 덜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이바라는 한참을 복도에 선 채 시간을 죽였다. 이것도 꿈은 아닐까요, 분명 꿈일겁니다. 그게 아니고서야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일을 대체 무엇이란 말이죠? 이바라의 중얼거림이 조용한 복도를 채울 무렵 누가 이바라의 팔을 낚아챘다.

“이바라, 괜찮아요? 어디 컨디션이라도 나쁜건가요?”

얼이 빠진 표정의 이바라를, 쥰이 걱정스레 물었다. 1층 로비에서 기다려도 한참을 오지 않던 이바라를 찾아 쥰이 직접 이바라의 개인 오피스 층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깜짝 놀란 이바라가 손목 시계를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1시간이나 지난 시간, 깨진 패드. 그리고 쥰의 황당해하는 표정에 제정신을 차렸다. 액정이 나간 패드는 다행히 켜져서, 이바라가 안경을 고쳐쓰며 웃었다.

“하하 저도 참, 잠시 오한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쥰. 걱정은 이만 넣어둬도 괜찮을 것 같군요. 갑시다.”

그리고 비극은 언제나 현실과는 전혀 별개로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이바라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쥰과 엘리베이터 안으로 발을 디뎠다. 꿈을 꿨던걸까. 엘리베이터는 추락하지 않았고 쥰과 이바라는 무사히 1층 로비에 도착했다. 날은 여전히 좋았다. 서늘했던 아침 공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밝은 햇살이 이바라와 쥰을 내리쬐고 있었다. 이바라가 쓴 미소를 삼키고 입꼬리를 당겨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쥰이 이바라에게 말하려 입을 떼던 찰나, 큰 트럭이 쥰과 이바라를 덮친 것은 말이다.

쾅, 들려서는 안될 큰 소리가 들렸다. 이바라는 인정해야만 했다. 자신은 이 5월 여름의 시작에 갇혔노라고. 그리고 자신 때문인지, 아니면 우연의 산물인지 쥰 또한 그 죽음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바라가 가죽 소파에서 일어났다. 액정이 나가지 않은 깨끗한 패드가 품에 들려 있었다. 걷는 발걸음은 흔들림 없으나 표정에 여유가 없었다. 이바라가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고쳐썼다. 앞으로 내딛는 다리가 자신의 다리인지 조차 감각이 불문명했지만 계속해서 걸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벌써 몇 번째 보는지 모를 쥰이 이바라를 반겼다. 그 환한 표정에 이바라는 눈물이 났다. 미련하게도 그냥 짜증에 겨워 눈물이 났다. 그 모습에 당황한 쥰이 ‘이, 이바라? 왜 우는 겁니까? 제가 뭐 나쁜 말이라도 했나요? 아니 그, 괜찮아요?’ 라고 했지만 오히려 그 말에 더 눈물이 주륵 흘렀다.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둔 채 이바라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함께 다시

쿵.


쥰, 그거 압니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쥰의 죽음은 나에게서 외로움을 가져갑니다. 나의 마지막엔 당신이 있으니까요. 이기적이게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말하지 않을거예요. 나의 죽음은 그 무엇도 남기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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