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수돗가, 머금고, 츄!

카나치아 단문


고삼 시점

* 영화 위대한 유산(1998)의 식수대 키스 장면을 보고 썼습니다. 


“치아키이~”

“아, 카나타인가!”

네에, 카나타랍니다. 두 손을 백합처럼 피며 웃는 카나타에게, 치아키 또한 마주 웃어주었다. 그 사이에도 치아키가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는 투명한 물방울이 햇빛에 부서지며 화환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운동장 구석 수돗가에는 딱 둘 뿐이었다. 카나타는 가만히 눈을 굴려 빈 농구 코트와 주인 없이 굴러다니는 농구공, 그리고 치아키의 붉은 농구복을 차례대로 훑었다. 신나게 뛰어다닌 것인지, 목 부근이 살짝 젖어있었다. 문득, 카나타는 목이 말랐다. 그대로 시선을 내려 다시금 수돗가로 고개를 숙이는 치아키의 시원하게 뻗은 턱선과 그림자가 진 쇄골, 언뜻 보이는 가슴골 같은 것들을 핥듯이 바라보다가―

“카나타?”

치아키의 어리둥절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치아키는 쏟아지는 물줄기에 막 입을 대려던 그대로 멈춰서서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인 채였다. 눈을 깜박이며 카나타를 살피던 치아키가 별안간 커다랗게 미소지었다. 내리쬐는 정오의 햇살을 받은 웃음이 눈부시게 빛났다. 

“오늘따라 더 멍한 것 같구나!” 

“아뇨…….”

농구는 재밌었나요? 카나타는 살풋 눈가를 찡그리며 치아키의 곁에 가 섰다. 치아키는 신경쓰지 않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응, 정말로! 점심 연습이라 아무도 안 와줄 줄 알았는데 말이지, 다들 와줘서 평소보다 더 열을 냈지 뭐냐……. 신이 나 조잘대던 목소리가 웅얼웅얼 잦아들더니 금방 조용해졌다. 정말로 목이 말랐던 건지, 치아키는 카나타가 슬슬 등 뒤를 감싸는 것도 모르고 흐르는 물에 연신 입술을 젖히기 바빴다. 한 모금씩 삼킬 때마다 단단한 목울대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어느새 바짝 붙은 카나타가 가만히 체중을 실어보아도, 치아키는 이렇다할 반응이 없었다. 목이 많이 말랐나봐요. 그치만 저도 조금, 목이 마른 것 같은데……. 마침 시선을 내린 카나타의 눈 속에서, 치아키가 오물거리던 입술을 조그맣게 벌리는 게 보였다. 투명한 물이 햇빛 조각을 머금고서 치아키의 입 안쪽에 고였다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쏴아아― 귓가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깊게 생각할 필요 있나요. 

카나타가 키득키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목을 축이는 데에 열중하던 치아키는 시야로 문득, 연둣빛 바다가 가득 들어차자 어깨를 조금 굳혔다. 어라. 흠칫 놀란 치아키의 손목을 단단히 그러쥐고서, 카나타는 크게 입을 벌려 물줄기와 치아키의 입술까지 전부 베어 물었다. 힉, 하는 숨소리가 터졌다가 금세 목 안쪽으로 삼켜졌다.

여전히 물은 틀어진 채였다. 채 마시지 못한 물이 맞닿은 두 사람의 턱선을 따라 비가 되어 바닥에 고였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표면에 무지개로 산란된 햇빛이 잔뜩 열이 오른 치아키의 귀 끝을 살그머니 어루만졌고, 카나타는 부슬부슬 웃으며 더 깊이 고개를 기울였다. 마음껏 치아키를 만끽한 카나타가 느긋하게 입술을 떼어내고서도, 치아키는 얼굴을 물들인 채 어쩔 줄을 몰랐다. 허망하게 벌려진 입술을 타고 마지막 물방울이 똑, 떨어졌다. 신호탄처럼, 막힌 숨이 터졌다.

“가, 갑자기 뭐…….”

“저도 목이 말라서요.”

나눠 마신 거에요~ 엉망으로 젖은 얼굴이 발그레하게 생기로운 카나타는 놀랍도록 아무 일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허둥거린 건 치아키였다. 그, 그래도 누가 보면!! 여기는 학교인데!! 혹시라도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나 호들갑스러운 치아키를 보며 카나타는 옅은 미소를 흘렸다. 다정한 낯과는 다르게 다소 어이없다는 투였다. 

“언제는 학교에서 아무 것도 안한 것처럼 말하네요~?”

“그, 그, 그런 건 아니다만!!”

다, 다음부터는 먼저 말해줬으면 한다……! 

치아키가 부끄러운 듯 조그맣게 웅얼거린 말이 또 거절과는 동떨어져 있어서, 카나타는 더 참지 못하고 소리내 웃어버렸다. 아무튼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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